8/3(금) 맑음 (울란바타르→테렐지)
08:00 빵, 쨈, 커피 아침식사
09:40 로터스 출발
10:00 국영백화점 환전(200$)
10:20 테렐지행 버스 정류장 도착
11:00 버스 출발
13:20 울란바타르2 호텔 앞 하차
14:00 민박 게르 도착(30,000T/1박, 게르 한 채)
15:40~18:20 승마(5,000T/1인, 1시간)
19:00 컵라면 저녁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료 선생님은 어제 변경한 티켓을 재확인한다. 나는 오늘 텔렐지에 가져갈 먹을 것을 간단히 챙긴다. 조급한 마음이 다소나마 편안해져서일까? 카페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을 보고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고, 내가 쪽지를 보낸 사람들에게서도 답변이 온다. 아침에는 지난번 줄리앙과 고비 투어 얘기를 했을 때 관심을 보였던 미국 처녀 베버리가 어젯밤 같은 방에 함께 있던 2명이 함께 갈 의사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길 한다. 나더러 언제 갈 거냐길래 5~8일 사이라 하니 확실히 갈거냐고 재차 묻는다. 그렇다면 일단 4일 내가 돌아오면 다시 상세히 얘기해 보자고 한다. 카페를 통해서든 골든고비를 통해서든 아니면 베버리 일행과 함께 하든 고비는 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로터스를 나와 테렐지 행 버스 정류장에 가기 전 국영백화점 내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다. 지난 번 도착하자마자 인포메이션 센터에 있던 환전소에서보다 좋은 환율로 제대로 쳐 준다.(1달러 당 약 1350 투그릭 정도) 정류장에 도착하니 며칠 전 이르쿠츠크 BK 호스텔에서 만났던 약사 아저씨 부부를 다시 만났다. 그분들도 테렐지를 가시기 위해 아침 일찍 나오셨단다. 조금을 기다리니 여행자며 현지인들이 꽤 모인다. 차가 도착하면 얼른 달려가 좌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시간여를 서서 가야한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올라 타 결국 좌석을 잡았다. 늦게 올라오신 동료 선생님이 소매치기가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 걸 쳤단다. 주변을 살폈더니 그 사람들은 이미 차에 없다. 항상 방심은 금물임을 다시 일깨운다.
버스는 도심을 빠져나오자 초원을 달려 드문드문 보이는 게르 마을에 사람들을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거대한 바위들이 차창 너머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사진에서 봤던 거북 바위가 멀리 보인다. 그리고도 버스는 포장도 부실한 구불구불한 산길을 숨차게 오르더니 울란바타르2 호텔 앞에 선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여기서 내린다. 약사 부부에게 내려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으나 종점까지 가시겠단다. 우리는 망설이다 결국 차에서 내린다. 호텔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난 길로 커다란 배낭을 멘 여행객 일행들이 줄줄이 걸어간다. 나도 무작정 그들을 뒤따른다. 아니나 다를까 호텔 뒤편으로 작은 숲으로 가는 철제 다리가 나 있다. 이 다리를 건너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다. 나는 그들 중 아무나 붙잡고 양손을 맞대고 귀에 갖다대며 자는 시늉을 하면서 게르라고 외친다. 그러자 똘똘해 보이는 여자애가 나선다. 일단 가격 흥정에 들어간다. 4만투크릭을 종이에 쓰길래 3만이라고 고쳤다. 그랬더니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여자애를 따라가기로 한다. 그런데 숲에서 이 여자애와 아저씨 한분이 앞서 가더니 4륜 구동차 앞에 선다. 그리고는 아저씨가 타라는 시늉을 한다. 여자애와 동료 선생님, 나 이렇게 셋이 뒤에 탄다. 작은 시냇물을 건너고 진창길을 요리조리 돌아 게르가 대여섯 채 있는 곳에 차가 선다. 문이 열린 게르를 보여주며 어느 것을 할 지 고르란다. 게르의 내부는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지붕과 그 지붕을 받힌 나무 막대 2개 너댓 개의 침대, 그리고 중앙의 난로 하나.
일단 짐을 내려놓고 주인(아까 우리를 데려온 소녀가 이 집 딸이다.)에게 말을 타고 싶다고 한다. 이름이 아츠라라고 하는 16살 소녀와 흥정을 한다. 종이에 6,000을 적길래 내가 다섯 손가락을 펴며 5천이라고 하자 소녀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위에 쓴 6,000에 줄을 긋고 그 아래 5,000이라는 숫자를 적는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참, 순박한 사람이다.
말은 예정된 시간보다 40분 늦게 도착했는데 말에 안장을 앉히고 내게는 가죽으로 된, 신발이 달려 있지 않은 부츠 같은 것을 신겨준다. 세 마리의 말이 출발했는데 맨 앞에는 주인집 10살짜리 아들 녀석이 우리 가이드로 앉았다. 녀석은 익숙한 솜씨로 내가 탄 말의 고삐를 잡고 뒤에 오는 동료 선생님을 태운 말을 연신 뒤돌아보며 간다. 1시간을 타기로 한 말은 끝도 없는 들판을 한 시간 반이나 걸어간다. 반환점인 듯한 들판 너머 작은 숲으로 가더니 하닥이 둘러쳐진 두 그루의 성황당 나무(어워 : 소원을 비는 곳으로 보통은 돌무더기에 느티나무 가지를 꽂아 주로 푸른 색의 비단 천 하닥을 걸어둔다.) 주변을 한 바퀴씩 돈다. 반환점인 셈이다. 숲에서 빠져나가자 우리가 온 길이 아득하게 멀리 펼쳐져 있다. 아들이 걱정된 아버지는 오토바이에 딸을 태우고 숲 입구에 와 있다. 우리를 확인하고는 아들에게 뭐라 지시하고 앞서간다. 그때부터 말들이 조금씩 달린다. 엉덩이가 안장 위에서 춤을 추듯 흔들린다. 속도가 빨라지더니 엉덩이를 안장에 붙일 수가 없다. 몸을 뒤로 젖혀도 보고 다리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들어본다. 훨씬 수월하다. 나는 속도가 빨라질 때마다 다리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들어 마찰을 줄인다. 고삐를 잡은 손은 여전히 긴장됐지만 아주 조금 말을 타는 요령을 익힌 것 같다.
돌아와 저녁은 컵라면을 먹기로 한다. 끓인 물을 얻으러 100미터쯤 떨어진 아츠라네 게르로 간다. 장작불 위에 뜸을 들이는 밥 냄비를 내려놓고 다른 커다란 냄비를 걸어 바로 앞 개울에서 떠온 물을 부어 끓인다. 스위치 하나만 간단히 눌러 물을 끓이는 편리한 커피 포트가 생각났다. 장작에 불을 지피고, 냄비를 걸고 개울에서 물을 길어 끓을 때까지 불 앞에서 불을 지핀다. 더운물 한 바가지를 얻기 위한 수고를 나는 그 동안 얼마나 오래 잊고 살았는지... 그렇게 개울물로 끓인 컵라면은 유난히 맛이 있었다.
환한 보름달 때문에 오늘 게르에서 별을 보며 잠들기는 어렵겠지만 하늘 한켠에 박힌 작은 별들은 이곳이 몽골 하늘임을 확인케 한다.
(게르 민박)
(개울을 건너기 위해서 이런 우마차를 타거나 4륜구동차를 타야 한다.)
(말타기 준비)
(10살짜리 승마 가이드)
(하닥이 걸린 성황당 나무)
(아츠라와 아빠가 우리를 찾으러 왔다.)
8/3(토) 맑음 (테렐지 -> 울란바타르)
08:00 커피, 에너지바 아침 식사
09:30 UB호텔 앞
10:10 거북이바위
14:00 울란바타르 도착
14:30 점심 겸 저녁 식사
16:00 로터스GH 도착
17:30 <카페9> 박OO, 권OO 부부 만남
18:00 골든고비 도착
18:30 부부와 저녁식사
20:00 골든고비에서 투어 알아 봄
10:00 고비투어(6박7일) 예약(472$)
아침에 일어나니 아츠라가 더운 물을 가져와 커피에 에너지바로 아침을 해결했다. 옆 게르의 서양인 투어팀은 아침 식사 후 말을 탄다고 나와 있다. 아츠라네 집에서 나오면서 소달구지를 탔다. 아츠라는 개울 앞에서 우리를 배웅하고 돌아갔다. 16살 아츠라와 그녀의 엄마, 아빠의 전화번호를 받아 한국 인터넷 카페에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츠라네 가족과의 짧은 인연은 이렇게 끝났지만 순박한 16살 몽골 소녀의 수줍은 미소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울란바타르로 돌아오는 길에 거북이 바위에 들렀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는 가도가도 가까워지지 않는다. 몽골에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다. 우리가 쓰고 있는 거리나 시간의 단위가 참 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시간, 몇 분, 몇 미터라는 시공간을 재는 단위들은 도대체 이곳에서는 별 쓸모가 없는 것 같다. 눈앞에 잡힐 듯 보이지만 30분, 1시간을 가도 그 자리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은 길에서 히치하이킹을 했다. 30여분을 땡볕에 서 있었지만 결국 승용차는 얻어 탈 수 없었고 미니버스(봉고차)를 잡아 타고 울란바타르 가는 중간에 있던 어느 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탔다. 울란바타르에는 2시가 넘어 도착했고 서울의 거리에서 갈비찜으로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지쳐 로터스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 카페에서 연락이 된 박OO, 권OO 부부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린 일단 로터스 근처 <카페9>에서 만나기로 했다. 길을 잘못 든 부부는 늦게 도착했지만 우린 차를 한 잔 마신 후 골든고비로 갔다. 투어를 담당하는 매니저가 자리에 없어 저녁을 먼저 먹고 다시 골든고비로 갔다. 우여곡절 끝에 스위스 여행객 3명과 합류하기로 했으나 마지막에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그들이 합류하지 않아서 결국 5시간의 길고 긴 협의 끝에 박OO 부부와 나 셋이 내일 고비로 떠나기로 한다.
(울란바타르2 호텔 뒤 개울)
(거북이 바위 근처)
(거북이 바위)
(거북이 바위 근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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