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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24 년 1월~2월 태국-동남아 크루즈-대만 카오슝

대만 가오슝4 하이즈빙, 루이펑 야시장, 반찬 뷔페 식당

  나는 보통 여행할 때 먹는 것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다. 대충 길거리를 지나다 보이는 노점이나 식당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정도 괜찮은 식당을 찾아 다소 비싸더라도 좋은 음식을 먹는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면서 음식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 것이 없었다. 사실 이번 여행도 크게 다를 것도 없고 아주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간 것도 아니어서 특별히 쓸 내용은 없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 한 여행이었기에 기억을 더듬어 몇 개만 간단히 기록해 두고자 한다.

 

  하이즈빙( 海之冰, 해지빙)은 빙수 가게로 구산 페리 터미널(鼓山輪渡站, Gushan Ferry Pier Station)과 가까운 곳에 있어 치진섬에 가는 날 배를 타러 가기 전에 들렀다. 하이즈빙이 있는 길에는 하이즈빙 외에도 빙수 가게가 여럿 있었다. 아마도 빙수가 꽤 유명한 곳인 듯! 이 빙수 가게는 대로와 안쪽으로 이어진 작은 도로가 만나는 코너에 있어 일단 위치가 좋은 듯하다. 어디서든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크고 선명한 상호명이 눈에 잘 띄었다.

(↑ 커다란 상호가 잘 보이는 '하이즈빙')

  가게 내부는 소박하고 다소 촌스럽다(빈티지하다?)할 만큼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는 아이다. 여기저기 기둥과 벽면에는 여행객들이 남기고간 낙서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하이즈빙은 특히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인기있는 곳이라 그런지 우리가 있는 동안 중년의 한국인 부부도 보이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여덟 명쯤 돼 보이는 단체 여행객도 들어섰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만한 것은 망고 빙수라 했다. 그래서 우리도 망고 빙수 2인분을 시켰는데 지금은 망고철이 아니라 냉동 망고를 쓴다고 한다. 빙수는 얼음 위에 언 망고를 얹은 탓에 맛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차가웠다. 얼었던 망고가 조금씩 해동되면서 달콤한 망고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원래 먹는 것에 목숨 거는(?) 일이 거의 없으니 유명하다는 집 음식이나 디저트를 한 번 먹어 봤다는 것으로 충분한 경험이었다. 

(↑ 우리가 먹은 망고 빙수와 하이즈빙의 내부)

  전하는 말에 의하면 가오슝에는 3대 빙수 가게가 있다고 한다. 빙수 체인점인 '다원공(大碗公)', 루이펑 야시장 근처의 '망고하오망(芒果好忙),' 그리고 이곳 하이즈빙이라 한다. 다원공의 어느 지점과 하이즈빙의 망고 빙수를 비교한 어떤 여행자의 후기에 의하면 하이즈빙 망고 빙수가 망고 양도 많고 더 맛있다고 했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나 망고가 제철인 계절, 힘들게 여행하다가 시원한 망고 빙수 한 그릇은 온몸의 열을 식히기에 최고의 선택이 될 것 같다.

 

  우리가 루이펑 야시장(瑞豐夜市)을 가기로 한 것은 묵고 있던 호텔에서 거리상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택시 외에 야시장 근처로 가는 교통편이 없어서 우리는 왕복 한 시간 이상 걷는 방법을 택했다.

  루이펑 야시장은 월요일과 수요일을 제외하고 주 5일 오후 5시부터 오전 12시까지 운영된다. 다양한 음식 뿐 아니라 의류나 여러 가지 수공예품을 살 수도 있다. 전체 900여 평의 규모에 1,000개 이상의 노점들이 들어서 있는데, 여행자들보다는 주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한다. 위치는 MRT 빨강 선 '쥐단 역'에서 약 300미터 거리에 있어 5분 정도만 걸으면 쉽게 도착할 수 있다.

  약 30분을 걸어 어렵게 도착한 야시장 입구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노점이 격자 형태로 빽빽이 들어서 있고,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는 유난히 좁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좁은 통로에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시장 안쪽으로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 루이펑 야시장(瑞豐夜市))

  좁은 통로를 돌며 고민 끝에 골라서 산 음식을 들고 시장 통로를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길거리에 서서 음식을 먹어야 했다. 다행히 시장 입구 쪽 음식점들은 조리대 한쪽으로 식탁을 갖추고 있어서 그나마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굴전과 밀크티는 식탁에 앉아 먹을 수 있었다. 야시장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 우리는 다시 30여 분을 걸어 호텔로 돌아갔다. 

(↑ 야시장에서 음식 먹기. 가운데는 '굴전')

 

  보통 아침이나 점심 등 식사 시간 즈음이 되면 입구 쪽으로 길게 다양한 종류의 반찬을 주욱 늘어놓고 있는 식당들이 문을 연다. 대만 뿐만 아니라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밥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반찬 뷔페 식당이다. 대만어(중국어)로 자조찬(自助餐)이라 하는 이런 식당들은 거리 곳곳에 있다. 우리는 시립미술관에 갔던 날, 근처에서 차를 마시기 위해 길을 찾고 있었는데 카페 가는 길에서 이 자조찬 식당을 발견했다. 마침 점심 식사 시간이라 밥을 먼저 먹기로 하고 우리는 물어보지도 않고 대충 앞 손님이 하는 대로 눈치껏 따라하기로 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 우리가 갔던  자조찬(自助餐) 식당)

   ㄱ자로 만들어진 음식 테이블 위에 올려진 반찬 가짓수는 생선, 나물, 육류 등 언뜻 훑어봐도 삼십여 가지는 돼 보였다. 이용 방법은 간단해서 식판을 옮겨가며 자신이 원하는 반찬을 접시에 옮겨 담고 맨 마지막에 밥을 담으면 주인이 값을 계산해 준다. 반찬의 가짓수 등에 따라 대체로 정해진 가격이 있는 듯한데, 물어보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친구와 내가 담은 음식의 최종 가격은 각각 80원(약 3,500원)으로 아주 저렴했다. 물은 셀프로 마실 수 있고, 다른 음료수는 따로 구매해야 한다. 

(↑ 음식을 늘어놓은 식당 내부와 내가 먹은 점심)

  식당에서 아주 만족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원래 가기로 했던 카페에 가서 점심 값의 두배나 되는(1인 160원) 커피와 케이크를 후식으로 먹었다. 카페에서 나와 이 식당 앞을 지나며 다시 살펴보니 점심 시간이 지난 때라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그 동안 내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동남아 지역의 경우, 현지 음식을 알 수 없어 다소 불안하거나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이 없을 때는 이런 형태의 뷔페 식당을 찾으면 될 것 같다. 이 식당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남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이런 형태의 식당들은 대체로 값도 아주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