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오슝에서 하선하기 전날 모든 승객들은 안내 방송에 따라 승선할 때 맡겨 둔 여권을 돌려받았다. 각 층 엘리베이터 앞에 마련된 탁자 위에 방 번호 별로 가지런히 정리된 여권들이 담겨 있는 상자가 놓여 있었다. 직원들이 한 사람씩 본인 확인을 한 후 여권을 줄 때까지 우리는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여권을 받자마자 나는 그 동안 우리가 거쳐온 나라들의 출입국 처리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여권의 속지를 살펴봤다. 예상대로 여권에는 각 나라별로 출입국 도장이 모두 찍혀 있었다. 베트남, 브루나이, 말에이시아, 필리핀의 출입국 도장은 물론 다음 날 아침에 입항하게 될 대만의 입국 도장까지 이미 찍힌 상태였다. 출입국과 관련해 입국 카드(도착 카드)는 각 나라별로 작성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브루나이의 경우는 도착 하루 전까지 인터넷을 통해 전자 도착 카드를 작성했고, 그 외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선내에서 종이 도착 카드를 나눠주면 도착 전까지 내용을 작성해서 안내 데스크에 제출했다. 또 필리핀 입국 시에는 하루 전 날 시간별로 나누어 모든 승객들이 13층 라운지로 가 일일이 본인 확인을 받아야 했다. 결국 모든 출입국 절차는 공항에서와 같이 이루어졌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개별적인 출입국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대만 가오슝(高雄, Kaohsiung)에서 하선하는 날 아침이다. 우리는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전날 대충 챙긴 짐을 다시 꼼꼼하게 정리하고 열흘 간 정들었던 우리 방도 다시 한번 둘러보고 나왔다. 가오슝 크루즈 터미널은 그간 지나왔던 다른 기항지와는 달리 마치 공항처럼 잘 정비돼 있었다. 우리는 이미 입국 심사가 마쳐진 상태였으므로 짐을 챙겨 그대로 그냥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열흘 간의 크루즈 여행을 마무리하고 대만 가오슝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크루즈 터미널(Kaohsiung Port Cruise Terminal) 앞에는 노면 전차(LRT, 트램) 정류장이 있어서 짐이 가벼운 경우라면 시내로 들어가기 편리했다. 하지만 우리는 무겁고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가야 했고 무엇보다 대만 현지 화폐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버'로 택시를 불러 미리 예약해 둔 호텔로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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