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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24 년 1월~2월 태국-동남아 크루즈-대만 카오슝

대만 가오슝2 보얼예술특구, 연지담풍경구, 시립미술관

  보얼예술특구(駁二藝術特區, The pier-2 Art centre)가오슝 항의 제3 선착장 내에 있는 문화예술 개방 공간으로 현재 가오슝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 중 하나이다. 이곳은 한때 사탕수수 무역과 어업의 발달로 물류 이동이 활발했던 항구였다. 그러나 산업 발달의 변화에 따라 항구는 그 기능을 상실했고, 일제 강점기 때부터 지어진 물류 창고들과 화물을 실어나르던 철도는 세월과 함께 낙후된 채 오랫동안 버려졌다. 이렇게 방치되었던 곳이 2000년 대만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 장소로 선정되면서 주목을 끌게 되었다. 이후 가오슝시와 예술가들이 협력해 이곳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가오슝의 대표적인 문화 예술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 보얼예술특구에서 볼 수 있는 미술 작품들)

  이곳 보얼예술특구는 그 규모가 꽤 컸는데, 예술가와 학생들에게 창작과 발표의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우리가 그냥 스쳐지났던 여러 창고 건물들은 작품 전시실이나 행사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고, 서점과 기념품점이 들어서 있다. 여러 개의 창고 벽면에는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기도 하고, 창고와 창고 사이에는 조각이나 설치 작품들이 있어 포토 스팟으로도 인기가 높다.

  또 옛날 항구에서 화물을 실어나르던 철도(하마싱 철도)의 가오슝 항구 역이 있던 자리는 하마싱 철도 문화 원구로 보존되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워낙 넓은 보얼예술특구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마싱 철도 문화 원구 입구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친구와 나는 이곳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곳으로 여기고 눈에 띄는 몇 개의 미술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근처 카페로 가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그냥 돌아왔다. 

(↑ 보얼예술특구)
(↑ 보얼예술특구를 지나는 노면 전차(트램, LRT))

 

  우리가 3박 4일 동안 묵었던 호텔이 연지담풍경구(蓮池潭風景區)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이틀에 걸쳐 저녁 시간과 다음 날 오전 이렇게 두 번 산책하며 둘러봤다. 연지담풍경구의 중심은 총 면적 12만평의 거대한 호수 연지담(蓮池潭, Zuoying Lotus Pond)인데, 여름이면 호수 위로 수많은 연꽃이 피어 사방으로 향기를 퍼뜨린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축제가 열리는 매년 10월에는 소원을 쓴 종이를 하늘에 올리는 행사를 하고, 사자 가마 퍼레이드 등 흥미로운 모습이 연출된다고 한다. 호수 주변으로는 공자묘, 용호탑, 춘추각 등의 전통적인 건축물들 외에도 여러 개의 정자와 신상들이 있다. 또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옛 가옥과 전통 시장도 볼 수 있고 유교, 도교 사원도 만날 수 있다.

(호텔 길 건너편에 있던 공원 입구(좌), 연지담 입구와 밤 풍경)

  우리는 하루 일정을 조금 일찍 마친 날, 산책을 겸해 호텔에서 가까운 용호탑에 먼저 가 보기로 했다. 호수 쪽으로 다다르니 잘 갖춰진 산책로가 나왔다. 이 길을 따라 걷는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산책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가로등이 없어서(큰길 입구 쪽에는 있었다.) 해가 지고 나니 많이 어둡고 무섭기도 했다. 이렇게 산책로를 잘 갖춰 놓고 굳이 등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뭔지 알 수 없었다.

(↑ 연지담 안내도(좌), 잘 갖춰진 산책로)

 어째든 우리는 용호탑(龍虎塔, Dragon and Tiger Tower)이 있는 곳까지 걸어 갔다. 그런데 이런, 용호탑은 한창 보수 공사 중으로 외부에 설치한 비계(飛階) 때문에 전체 모습을 제대로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밤 시간이라 그런지 정면 입구조차 잠겨 있어 안으로 한 발자국도 들여놓을 방법도 없었다.

(↑ 용호탑(龍虎塔, Dragon and Tiger Tower))

  아쉬운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니 길 건너 사원 하나가 보인다. 자제궁(慈濟宮, Chiji Temple)이라는 이 사원은 보상대제를 모시는 도교 사원이란다. 밤 시간에도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여행객인 우리를 안으로 들여 줬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불교, 도교, 유교, 천주교, 개신교 등 각종 사원과 교회, 성당에 들러 우리가 이 여행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 용호탑 맞은편에 있는 자제궁(慈濟宮,  Chiji Temple))

  연지담과 주변 관광지를 다 돌아보려면 약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나, 호수만 산책한다면 한 바퀴 도는데 약 한 시간쯤 걸린다. 햇볕이 쨍하지 않은 오전이나 오후 시간에 산책하기 좋다. 실제 아침, 저녁 산책 나온 현지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전날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어제 갔던 용호탑과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호숫가를 따라 걷는 길은 다소 흐린 날씨 탓인지 생기가 넘치지는 않았으나 평화로웠다. 오히려 흐린 날씨 탓에 햇볕을 가릴 필요가 없어 걷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걷기에 열중하는 사람들,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도 스쳐 지났다. 도로변으로는 어제 밤에 보았던 사원과는 다른 도교 사원이 또 보였다.

(↑ 호숫가 주변의 여러 풍경들)

  우리는 공자묘 입구까지 갔으나 들어가지는 않고 길을 틀어 조금 전까지와는 반대편 호숫가를 다시 걸었다. 걷다 보니 눈에 띄게 큰 좌상이 있는 사원이 보여 안으로 들어갔다. 원제묘북극정(元帝廟北極亭, Yuandi Temple) 또는 현천상제사원이라고도 하는 이 사원은 하늘의 신 북극상제(현천상제)를 모신 사원이다. 언뜻 보아 관우를 닮은 북극상제(현천상제)가 큰 거북과 뱀으로 변신한 귀신을 맨발로 짓밟고 있는 형상의 조형물이 사원 중앙에 모셔져 있다.

(↑ 멀리 보이는 용호탑과 거리 풍경)
(↑ 원제묘북극정(元帝廟北極亭,  Yuandi Temple))

  원제묘북극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춘추각(春秋御閣, Spring and Autumn Pavilions)이 있다. 중국 전통 양식으로 지었다는 두 개의 4 층짜리 누각은 각각 봄(춘)과 가을(추)을 상징한다. 또 이 누각 사이의 '용을 탄 관인상'은 하늘에서 내려온 자신의 성상을 만들라고 해 세웠다는 전설이 있단다.널 형식으로 만들어진 관인상 내부는 종교적 가르침을 묘사한 화려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 관인상이 있는 춘추각(春秋御閣, Spring and Autumn Pavilions))

  연지담에서 가장 유명한 설치물은 역시 용호탑(龍虎塔, Dragon and Tiger Tower)일 것이다. 7층 높이의 용과 호랑이 형상을 한 두 개의 탑으로 이루어진 이 탑은 1976년에 건립되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입구와 출구는 두 동물의 몸으로 내벽에는 여러 가지 인생 이야기를 그린 유명 도자 작품들이 있다. 용호탑 관람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는데, 반드시 용 입구로 들어가 호랑이 출구로 나와야 액운을 피하고 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 탑의 정상에도 오를 수 있다는데 이곳에 오르면 연지담의 전체 풍경을 막힘 없이 한눈에 담을 수 있단다. 낮에 다시 찾으니 비록 보수 공사 중이었지만 용과 호랑이의 내부로 들어갈 수는 있었다. 사진을 제대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온갖 공사용 설치물이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복을 얻기 위해(?)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의 출구로 나왔다. 이제 액운을 피하고 복을 받을 일만 남았겠지?

(↑ 용호탑(龍虎塔, Dragon and Tiger Tower) 전경과 용의 입구)
(↑ 용의 내부와 호랑이 배 부분에 있는 입구)

 

 가오슝 시립미술관(高雄市立美術館)은 트램(LRT) 미술관 역(美術館, Fine Arts of Museum)에서 내리면 바로 갈 수 있다. 1994년에 설립된 이 미술관은 가오슝시 북서쪽의 습지 지역이었던 네이웨이피 문화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전체 면적이 43헥타르(약 130,000평)에 이르는 넓은 지역으로 미술관 뿐만 아니라 어린이 미술관, 조각 공원, 호수 지역 생태 ​​공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여행 중 시간이 허락한다면 미술관 관람도 하고 주면 생태공원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 가오슝 시립미술관(高雄市立美術館) 외부)
(↑ 매표소가 있는 미술관 1층 내부)

  우리는 잠시 시간을 내 그냥 미술관만 둘러보기로 했다. 입장료는 90원인데 이지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층별로 구분돼 있으나 전시실 내부는 중앙이 열려 있는 구조라 다른 층에서 위 아래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 다른 층에서 바라본 전시실) 

  우리는 내부 전시실을 1층부터 차례로 한 층씩 올라가며 감상했다. 대부분 현대 미술로 다소 난해한 것도 있었으나 관객이 직접 체험핼 볼 수 있는 설치 작품도 있었고, 아이디어가 기발한 재치 있는 작품, 마주 서서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비디오 아트)
(↑ 전시실 내의 여러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