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시아/2024 년 1월~2월 태국-동남아 크루즈-대만 카오슝

대만 가오슝3 MRT 메이리다오역, 소우산 커플 관경대, 대만 고속철도

  메이리다오역(美麗島站, Formosa Boulevard Station)역명 ' 메이리다오(美麗島, 미려도)'는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다. 또 예전에 서양인들이 대만섬을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인 '포르모사(Formosa)'라 했다는 데서 이 단어의 어원을 찾기도 한다. 메이리다오역은 지하철(MRT) 빨강 선과 주황 선이 교차하는 곳으로 가오슝 내에서는 유일한 환승역이다.

(↑ 가오슝 교통 노선도(좌)와 메이리다오역 외부 출입구(사진 출처: wikipedia))

  1998년에 완공된 이 역은 이탈리아 예술가 '마티아스 구시츠(Mathias Gotitz)'가 설계했다고 한다. 역 천장에는 자연 채광을 이용한 거대한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 '빛의 하늘(光之穹頂)' 이 설치되어 있으며, 다양한 색깔의 조명이 빛을 발한다. 원반 형태로 지어진 역은 모든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독특하게 설계되었다. 특히 2003년부터 시작된 매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30분마다 펼쳐지는 '빛과 음악의 쇼' 는 놓칠 수 없는 볼거리라고 한다.(이 정보는 현재 유효한 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만약 이 쇼를 보기 위해 방문한다면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화려한 색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메이리다오역 내부)

  참고로 1979년 12월 10일 이곳 역 근처에서 '메이리다오 잡지사' 주최로 민주화 시위가 있었는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주최자들이 투옥되었다. 당시 중국국민당의 일당 독재가 이루어지던 시절이라 대만 정부에서는 이 사건을 '가오슝 폭력 사건 반란안'(高雄暴力事件叛亂案)'이라 불렀단다. '폭력 반란(?)'이라 했으나 이 사건의 성격은 우리나라의 5.18 민주화 운동과 유사하단다. 그 후 이 사건의 주동자들과 그들을 변호하던 변호인들이 모여서 만든 정당이 바로 현재 대만의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이 되었다. 그래서 가오슝 메이리다오역은 이 민주화 사건과도 매우 관련이 깊다.

 

  소우산 커플 관경대(壽山情人觀景台)는 연두색 트램(LRT) 소우산역에서 하차한 후 도보로 약 15분 정도 소우산으로 올라가면 된다. 커플 관경대는 소우산 정상 '충렬사(高雄市忠烈祠)' 옆에 있다.

(↑ 소우산 오르는 길)
(↑ 소우산 충렬사 일주문(좌)과 사찰 입구)

  이곳에 다다르면 작은 광장 중앙에  흰색의 'LOVE' 글자 조형물이 먼저 눈에 띈다. 그 앞에는 세 개의 원숭이 석조가 있는데 각각 사랑에 빠졌을 때의 세 가지 각기 다른 단계를 상징한다고 한다.

(↑ LOVE 조형물과 원숭이 석상)

  또 한쪽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난간에 32 개의 언어로 쓰인 사랑의 선언문 장식판이 있다. 이것은 사랑이 국경의 구분이 없는 세계적인 공통 언어임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사실 여기에 각국의 문자가 쓰였는지는 정확히 몰랐는데 돌아와 사진을 보니 마침 한글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난 널 사랑해'라는 한글이 보였는데 전망대 위 안쪽에서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 전망대에 올라 보는 가오슝의 야경이 특히 화려하고 아름다워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하는데, 우리가 간 시간은 낮이라 화려한 불빛은 없었지만 눈이 시원한 전망을 볼 수 있었다.

(↑ 각국의 문자로 쓴 사랑의 선언문이 있는 전망대)
(↑ 전망대에서 본 가오슝 풍경)

 

  내가 이 여행의 마지막에 가오슝에서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굳이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이유는 우리나라의 KTX와 비슷한 대만 고속철도(台灣高速鐵路, Taiwan High Speed Rail(THSR))를 꼭 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난강(南港/Nangang))에서 가오슝을 남북으로 길게 잇는 대만 고속철도는 현지에서 ‘고철(高鐵, Gāotiě(까오톄)로 읽음)’로 줄여 부른다. 난강역에서 종착역인 쭤잉역까지 약 2시간이 걸리고, 열차의 최고 속도는 300㎞/h로 우리 KTX와 비슷한 정도이다. 2007년 개통한 타이완 고속철도는 독일과 프랑스의 고속철도 선로 기술에 일본의 신칸센 차량을 도입했는데, 신칸센 최초의 해외 수출로 알려져 있다. 계약 체결 당시 대만은 독자 고속열차 제작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차량 도입과 함께 운용 및 정비 관련 기술 정도만 이전 받았다고 한다.

  열차 이용 방법은 KLOOK이나 KKday, WAUG 등에서 20% 할인되는 외국인 전용 티켓(바우처)을 구입거나 역 창구, 매표기에서 직접 표를 살 수도 있다. 또 할인은 되지 않지만 사용이 편리한 T 익스프레스(T Express) 앱을 다운 받아 구매할 수도 있다. 다만 위의 여행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에서 티켓을 구매했을 경우, 고속철도 웹사이트에서 'Redeem Code'를 입력하고 구체적인 사용 날짜와 시간을 예약한 후 역에서 실물 티켓으로 교환해야 한다.

(↑ 대만 고속철도 노선도(좌, 출처: 나무위키)와 실물 티켓)

  우리는 오전 8시 25분 쭤잉역(Zuoying) 출발 고속열차를 탔는데 우리 KTX와 비교해 차폭이 넓은 편으로 3-2 좌석으로 배치돼 있고, 앞뒤 좌석 간격도 넓어 다리를 펴기에서 충분했다. 출도착 시 아주 부드럽게 움직였고 최고 속도를 낼 때는 약간의 소음과 흔들림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승차감은 대체로 좋았다.

(↑ 고속열차 외부와 내부)
(↑ 고속열차에서 기념 촬영)

  우리는 공항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10시 20분쯤 고속철도 타오위안(桃園, Taoyuan) 역에서 내렸다. 티켓을 출구에 넣고 앞에서 빼면 문이 열린다. 그렇게 고속철도 역에서 빠져나와 MRT, 공항 표지를 따라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면 MRT 개찰구가 나온다. 이지카드를 찍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가면 열차 플랫폼이다.(공항 가는 사람들이 많고 입구가 좁아 많이 붐볐다.) 시간을 점검해 보니 고속철도 타오위안역에서 공항행 MRT로 환승해서 공항에 도착, 체크인 카운터까지는 총 약 40분 이상이 걸렸다. 충분히 여유 시간을 계산해서 출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타오위안 역에서 MRT로 환승하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