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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2013. 12~ 2014.01 볼리비아, 페루

페루 이까(Ica), 나스까(Nazca)

2014년 1월 13일(월) 맑음, 리마->이까(Ica), 나스까(Nazca) 투어
03:30 기상
04:00 차량 탑승
07:35 모트 선착장 입구 도착
08:20 보트 투어 신청 45sol
10:20 Ballestas섬 투어 종료
10:30 Paracas국립공원 투어 입장료 10sol
12:30 Paracas 출발
14:00 Rockys점심(닭구이 세트, 샐러드 25.8sol, 미선 계산)
15:15 와카치나(Huacachina) 도착
16:00 숙소 25so, 버기투어 35sol, 공원 입장료 3.8sol
16:30 버기투어 시작
18:30 투어 종료, 미선 배웅
18:50 저녁(빵, 주스) 6.5sol
10:45 취침


  오늘 이까까지 당일 투어를 하려면 새벽 4시에 출발해야 한단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3시 반에 일어나 얼굴만 겨우 씻고 비몽사몽 간에 집앞에 대기한 차에 탔다. 가는 도중 하도 졸아서 어딘지, 몇 신지도 모르고 차에서 내렸다. 알고 보니 우리가 내린 곳은 발레타스(Balletas) 섬으로 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 입구였다. 보트 투어를 1인당 45sol에 협상하고 가이드를 따라 배에 올랐다. 투어는 배를 타고 갈매기, 바다사자, 펭귄 등이 사는 몇 개의 섬 주변을 약 2 시간 가량 돌아보는 것이었다. 크고 작은 섬에는 갈매기가 제일 많았고 그 외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온 섬을 덮은 곳도 보였다. 바다사자는 바위 한 구석에서 한가로이 햇볕을 쬐거나 가끔 물속에서 먹이 사냥을 하는 녀석들도 눈에 띄었다. 가이드가 지목하는 손끝을 보니 작은 펭귄 무리도 보였다. 

(↑발레타스(Balletas) 섬으로 가는 선착장)

(↑해양 생물들의 보고 발레타스(Balletas) 섬)


  보트 투어를 마치고 우리가 간 곳은 파라카스(Paracas) 국립공원. 입장권을 사 차로 안으로 들어가면 일단 작은 박물관이 보인다. 안에는 이곳의 지형과 서식하는 동물들의 모형(박제)을 전시하고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이 지역은 지형이 모래 절벽 아래 바다가 연결돼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차를 타고 넓은 지역 중 몇몇 곳에 전망대가 있고 일부 지역에는 캠핑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아무 시설이 없는 바닷가 국립 공원 안에서 캠핑을 하니 쓰레기 처리가 잘 되지 않아 여기저기 흩어진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모래 언덕에서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는 맛은 남달랐지만 경치는 부산 태종대 바다가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파라카스(Paracas) 국립공원)


  다시 차를 달려 이까(Ica)에 도착한 우리는 늦은 점심을 로키스(Rokys)에서 닭구이와 밥, 샐러드를 시켜 먹었다. 점심 식사 후, 모래 언덕을 오르내리며 샌드보딩도 한다는 버기 투어를 하기 위해 와까치나(Huacachina)에 도착했다. 투어 가격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4시쯤 별도로 입장료 3.8sol을 내는 조건으로 숙소 25sol, 버기투어 35sol에 하기로 했다. 나는 내일 나스까를 가야 하므로 짐을 숙소에 던져두고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4시 반에 시작한 투어는 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차를 모래 언덕 여기저기를 급하게 몰아 마치 청룡열차를 타는 스릴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기사는 중간 중간 경사가 급한 언덕에 차를 세워 나무판으로 된 보드에 양초 칠을 하더니 원하는 사람마다 보드에 태워 잘 미끄러지도록 밀어준다. 나는 원래 관심이 없지만 미선씨는 선뜻 나서 보드를 탄다. 경사가 급해 서서 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배를 보드에 댄 채 업드려 타는데 내려가는 속도가 꽤 빨라 보였다. 석양이 질 무렵 차는 호수가 보이는 마을 언덕에 섰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이런 곳이구나 싶게 호수 주변으로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마을이 형성돼 있다.

(↑버기투어를 했던 이까의 와까치나(Huacachina))

 
  차는 마을 입구에서 우리를 내려 주었다. 나는 내일 아침 나스까로 가기 위해 이곳에 하루 묵을 것이고, 미선씨는 자신의 일정대로 내일 저녁 에콰도르로 가야 한다. 우리가 함께 타고 왔던 차에 미선씨가 타고 나는 그녀를 배웅한다. 쿠스코에서 만나 리마, 이까 투어까지 함께 한 미선씨와의 동행은 여기까지다. 서로 좋은 여행하라는 인사를 끝으로 차를 떠나 보냈다.
  나는 해가 진 마을 큰길을 따라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가게를 기웃거리다 속을 만두처럼 채우고 반달 모양으로 구운 빵과 주스를 사 저녁 식사를 대신했다. 두어 군데 여행사에서 나스까 투어를 알아봤으나 비용이나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내일 직접 나스까로 가 경비행기 투어를 알아보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2014년 1월 14일(화) 맑음, 이까->나스까->리마
06:20 기상
07:05 이까 숙소->플로레스(Flores) 버스터미널 모토택시 5sol
07:20 이까(Ica)->나스까(Nazca) 버스 10sol, 과자 1.5sol
08:00 버스 출발
09:40 버스 안 멜론 1sol
10:40 나스까 도착, 터미널 입구에서 삐끼 따라가 2(4)인승 비행기 290sol(100$) 공항왕복 차량 포함
11:20 공항세 25sol
11:40 비행기 탑승(기장, 부기장, 승객 2인)
12:10 비행 종료(차량 시내 이동)
12:40 크루즈델수르(Cruz del Sur) 버스(나스까->(이까)->리마) 73sol
13:20 ATM 현금(인출 400sol)
13:30 아르마스 광장 앞 식당(오늘의 메뉴 : 밥, 고기, 콩스프, 잉카콜라) 15sol
14:40 버스터미널 바우처->티켓으로 교환
15:15 버스 탑승, 출발(이까, 파라카스 중간 정차, 샌드위치, 음료 제공)
23:00 리마 도착
23:30 포비네 도착, 택시비 18sol


  오늘도 이동이 많은 날이라 일찍 일어났다. 세수만 간단히 하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일단 플로레스(Flores) 버스 터미널까지 가야 하는데 다소 이른 시각이라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동남아에서 많이 보던 뚝뚝이 형태의 차(모토 택시)가 선다. 터미널까지 4sol이란다. 터미널은 그리 멀지 않아 곧 도착했다. 그런데 50sol짜리 지폐뿐이라 일단 차를 세워 놓고 차표를 사러갔다. 차표값 10sol을 제외하고 거스름으로 20sol짜리 지폐 두 장을 준다. 하는 수 없이 근처 노점에서 과자를 하나 사고 잔돈을 바꿨다. 기다린 기사에게 미안해서 5sol짜리 동전을 줬다.
  버스는 8시에 출발해 몇 군데를 정차하면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싣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10시 40분쯤 나스까에 도착했다. 터미널을 나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호객꾼이 다가와 비행기 투어를 할 거냐고 묻는다. 일단 가격이나 알아볼 요량으로 그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공항까지 왕복 차량을 제공하는데 비행기의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고 했다. 10인승 이상 되는 것은 가격은 싸지만 고도를 높이 날기 때문에 지상화를 자세히 보기가 어렵고, 승객이 5~2명 정도의 소형은 낮게 날기 때문에 좀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대신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설명이다. 나는 결국 그를 따라 사무실까지 가서 가장 낮게 난다는 5~2인승 비행기 투어를 100$(290sol)에 신청했다.
  사무실에서 잠시 기다리니 공항으로 데려다 줄 차량이 왔다. 예상대로 공항은 크지 않았지만 몇 개의  항공사 사무실이 있었다. 내가 탄 항공사는 Aeroparacas로 항공기는 기장, 부기장, 그리고 승객은 나를 포함 2명인 가장 소형 항공기였다. 나는 안내를 하는 부기장에게 농담삼아 내가 살아 돌아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당연히 그럴 거라고 답한다. 

(↑나스까(Nazca) 공항)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한다. 워낙 작은 비행기라 흔들림이 걱정됐는데 의외로 이륙도 가뿐하고 고소공포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안내를 하는 부기장은 두 명의 승객을 위해 한번은 스페인어로 한번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열심히 지상화 위치를 알려준다. 사진으로 봤던 원숭이, 앵무새, 벌새, 거미, 우주인, 삼각형 등 비행기는 양쪽 승객을 위해 한번씩 돌아가며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비행한다. 좌우로 갑자기 선회할 때 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구토용 비닐 봉지까지 준비돼 있었으나 나는 다행히 전혀 그런 증상 없이 무사히 비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이 거대하고 매마른 땅에 어떤 사람들이 왜,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저런 그림을 새겼는지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우주인의 솜씨인지, 당시 사람들이 가졌던 고도의 기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장관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그저 감동할 뿐이다.

(↑나스까(Nazca) 지상화) 

 

  약 30분의 비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와 30분이 지나자 시내로 데려다 줄 차량이 도착했다. 시내로 가는 도중 나는 크루즈델수르(Cruz de Sur) 버스 터미널 앞에 내렸다. 입구를 잘못 찾아 들어간 곳이 마침 여행사였다. 다른 버스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크루즈델수르 버스 회사의 표를 73sol에 샀다. 출발이 3시니 아르마스 광장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거리 구경을 했다. 대부분 다른 도시와 큰 차이는 없지만 버스 정류장마다 지상화를 하나씩 새겨 놓은 것이 눈에 띄는 특색이라면 특색인 듯했다. 아르마스 광장 앞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근처에서 점심도 먹었다.

(↑지상화를 새겨 넣은 버스 정류장) 

(↑나스까(Nazca) 아르마스 광장) 

 
  버스 터미널에 조금 일찍 도착해 여행사 바우처를 티켓으로 바꾸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3시 15분쯤 티켓과 여권을 확인하고 가방까지 열어 보인 후에야 차에 탑승했다. 버스는 승객이 몇 명 없이 출발했는데 중간에 이까, 파라카스에서 각 한번씩 정차하면서 사람들을 더 태운다. 그리고 저녁 7시쯤 되자 간단한 샌드위치와 음료를 서비스해 준다. 가는 도중 영화 3편을 보고 장장 8시간에 걸쳐 버스는 드디어 리마에 도착했다. 터미널을 나오자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11시가 넘은 시각이라 길게 흥정할 수 없어 숙소가 있는 바랑코까지 20sol 달라는 걸 겨우 18sol에 합의를 보고 코비네로 돌아왔다.
  여기서 며칠 묵진 않았지만 하루 다녀온 길이 너무 긴 여정이어서 그랬는지 코비네에 도착하니 왠지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아마 여기 사장님과 손님들이 유쾌한 분들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2014년 1월 15일(수) 맑음, 리마
07:30 기상
09:00 아침(밥, 매운탕, 달걀찜)
11:00~15:30 밀린 여행기 정리
16:00 산책, 간식 2.5sol
17:00 메트로 수퍼 왕복 버스 1sol, 저녁 거리 장보기 37.5sol
19:30 저녁(밥, 숙주,새우볶음, 감자,땅콩,메추리알 조림, 우럭구이, 돼지고기 수육) 9명 식사
20:30 와라즈행 짐 정리
10:30 취침


  오늘 하루는 온전히 쉬기로 했다. 어제 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여행을 나온 아저씨 한분이 매운탕 거리를 좀 사 놨는데 끓일 줄 알면 내일 아침 같이 해 먹자던 말이 기억나 일어나는 대로 1층 부엌으로 갔다. 아저씨는 마늘과 생강을 다져 놓고 생선 손질을 하고 있었다. 무와 내가 사다 놓은 채소를 더 손질해 넣고 매운탕을 끓였다. 찬을 하나 더 해야겠다 싶어 달걀찜도 했다. 역시 밥은 여러 사람이 먹어야 맛도 더 나는 법. 나는 평소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는데도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할 일이 딱히 없어 3일이나 미뤄 둔 여행기를 정리했다.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 허리가 아파 일어나 시계를 보니 점심 때가 훨씬 지나고 있었다. 오후 3시 반이 되어서야 대충 마무리를 하고 산책도 할 겸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려고 근처 슈퍼에 갔다. 이 가게는 꼭 오후 3~4시쯤 문을 닫고 다시 저녁 무렵 장사를 하는 터라 빈 손으로 돌아오려다 이왕 나온 김에 바랑코 공원 근처 큰 수퍼 메트로(Metro)에 가기로 했다. 기억을 더듬어 0.5sol을 주고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쯤 가 내리니 메트로 수퍼 앞이다. 오늘 저녁 메뉴를 정하고 재료를 조금씩 샀다. 이것저것 사 들고 오면서 며칠째 내가 여행을 하러 온 건지 여행객들 밥을 해 주러 온 건지 헷갈릴 지경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차린 밥상 앞에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웃고 얘기하며 함께 밥을 먹는 것도 내겐 큰 기쁨이다.
  찬거리를 사 와 다듬고 먼저 감자, 땅콩, 메추리알을 넣어 간장에 조림을 했다. 숙주와 새우는 굴소스에 볶았다. 6학년 아들을 데려온 아저씨는 아침에 시내 센트로로 나간다는 아가씨들 틈에 아들을 끼워 보내고 종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저녁 준비를 거들러 부엌으로 들어오신다. 아침에 매운탕으로 채 끓이지 못한 우럭 한 마리를 팬에 굽고, 아저씨는 어제 사왔다는 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을 했다. 밥도 새로 해 차려 놓으니 푸짐한 밥상이 됐다. 모두 9명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나니 모든 그릇이 깨끗이 비워졌다.
  설거지는 젊은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내 방 자리로 올라와 내일 와라즈 갈 짐 정리를 했다. 오늘 아침 와라즈를 가겠다고 표를 사러 나간 사람은 중간에 마음을 바꿔 가지 않기로 했다고 포비 사장님께 연락이 왔단다. 와라즈 가는 편은 하루 두 번 오전 10시, 오후 10시에 있다 하니 내일 아침 그냥 터미널로 가 운이 닿으면 와라즈행 버스를 타는 것이고 아니면 리마를 사수(?)해야 할 것 같다.
  오늘 한 일이라고는 아침과 저녁을 차리는 일이 전부였지만 이렇게 여행 중 한가하게 쉬는 날이 있는 것도 내겐 좋은 시간이다. 그나저나 고도가 4,000미터나 된다는 와라즈 69 호수를 무사히 잘 적응해 다녀와야 할 텐데 또 걱정이다.

 

 

 

<이까, 나스까 경비 : ₩229,824>

페루 솔 : Sol 604.8(≒₩229,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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