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9일(목) 맑음, 쿠스코->리마
08:00 기상
08:30 아침(빵, 커피)
09:50 El Puma 체크아웃 17sol
10:00 대성당 입장료 25sol, 묵주 2개 20sol
11:50 알고마스 제육볶음, 공기밥 추가 30sol
12:15 알고마스->쿠스코 공항 택시 5sol
12:30 TA(타카)를 Avianca로 체크인(짐 풀어서 검사)
12:45 VIP Lounge PP Card 입장(물 1병, 과일샐러드 주문)
14:15 탑승, 14:40 이륙
15:50 리마(Lima) 공항 착륙
16:05 택시 합승(10분 대기)
17:10 포비네 도착 택시비 35sol
18:30 짐 정리 후 샤워
22:30 여행기 정리
23:30 취침
오늘 아침엔 리마로 가기 전 아르마스 광장 앞 대성당에 들르기로 했다. 쿠스코에 머무는 동안 아르마스 광장을 줄곧 지나다니면서도 정작 대성당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햇다. 아침으로 간단히 빵 하나와 커피 반 잔만 먹고 오전 10시 개장 시간에 맞춰 숙소를 나왔다. 성당 입구에 자질구레한 짐을 맡기고 25sol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내부는 금으로 화려하게 치장돼 있다. 크고 작은 성화가 여기저기 걸려 있고 가시 면륙관을 쓴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상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벽면에 유난히 거울이 많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기 위해 영어 가이들를 대동한 중년 부부 근처 자리에 잠시 앉았으나 가이드의 눈치가 보여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원래 이 성당은 200년을 사이로 지어진 두 개의 성당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라 내부 장식이나 양식이 조금 달랐다. 특히 성화 중 가시 면류관을 쓴 검은 피부의 예수님 그림과 예수님이 12명의 제자들과 함께 한 최후의 만찬 그림 속에 커다란 쥐 모양을 한 동물로 이곳 전통 요리 중 하나인 꾸이(Cuy)가 만찬 음식으로 그려진 그림이 특이했다. 성당을 나오며 출구에서 기념품을 파는 아줌마에게 성당 벽면의 거울의 의미를 물었다. 거울은 전기가 없던 당시 서로 반사되면서 성당 내부를 밝혀주는 역할을 했으며 당시 쿠스코 건축 양식 중 하나였다고 한다. 나는 나오면서 이곳 기념품 가게에서 묵주 두 개를 20sol에 샀다.
(↑꾸이가 식탁에 오른 최후의 만찬)
(↑쿠스코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들른 아르마스 광장 앞 대성당)
성당을 나와 보니 광장에서 미선씨가 나를 부른다. 우리가 예약한 리마 한인 숙소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 다른 호스텔을 추천받았다며 인터넷으로 함께 검색해 보자고 한다. 나는 일단 큰 가방을 맡겨둔 알고마스로 가 짐을 찾고 조금 이른 점심을 먹으며 함께 알아보자고 했다. 알고마스에 도착해 맛있다고 소문이 난 제육볶음에 밥 한 공기를 추가해 시켰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인터넷으로 숙소를 찾는데 날짜가 촉박해서 그런지 검색이 잘 되지 않는다. 일단은 이미 예약한 대로 내가 먼저 리마 포비네로 가기로 하고 내일 미선씨가 도착해 함께 시내 중심지로 나가 숙소를 옮길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점심으로는 이른 시간임에도 맛있게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짐을 풀어헤쳐 공항에서 체크인 시 부칠 짐과 들고 탈 짐을 다시 정리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12시가 조금 넘어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내가 예약된 항공사는 타카(TA)였는데 공동 운항을 하는지 실제로는 아비앙카(Avianca) 항공에서 체크인을 한다. 일단 보딩 패스를 받고 비즈니스 라운지가 따로 있는지 물으니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PP카드로 사용 가능한 라운지는 있는지 물으니 1층 엘리베이터가 있는 안쪽을 가리킨다. 이럴 때 PP 카드가 참 유용하다. 이곳 쿠스코 공항의 VIP라운지는 특이하게 간단한 음식을 주문을 받는다. 메뉴판에는 샌드위치 종류, 음료, 샐러드 등을 고를 수 있었다. 뒷면을 넘겨 보니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메뉴도 있었다. 나는 과일 샐러드와 물 한 병을 주문했다. 그리고 콘센트가 있는 한쪽 구석으로 가 카메라 베터리를 중전하면서 밀린 여행기를 썼다. 한 시간 정도 머물다 탑승 시간에 맞춰 자리를 떴다. 비행기는 국내 단거리 노선이라 크기도 작고 비즈니스석도 많지 않았다. 1시간 조금 넘는 비행 시간 동안 간단한 식사(케밥 종류)와 음료가 제공되었다.
(↑PP 카드로 입장한 쿠스코 공항 라운지)
비행기가 리마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예정 시각보다 20분 이른 3시 50분. 짐을 찾고 공항을 빠져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택시 기사들이 하나 둘 몰려든다. 예약한 한인 숙소 포비네는 공항에서의 거리가 멀어 55sol을 기본으로 부른다. 30~40 정도를 예상했던 나는 가방을 끌고 계속 밖으로 나간다. 한 기사에게 35를 부르자 그럼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을 하나 더 태우는 조건으로 그 가격에 가겠다며 내 가방을 끌고 가 차에 싣는다. 한 10여 분쯤 기다리니 기사가 한 사람을 데려왔다. 그는 운전석 옆에 타면서 내게 인사를 건냈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한국인이라 대답하고 그의 국적을 물었더니 페루인이란다.
20분쯤 달려 그 페루인 남자 손님을 내려주고 차는 주택가를 빠져나와 해변가를 달린다. 파도가 거친데도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간 사람들도 많고 가족끼리 놀러온 사람들도 보인다. 무엇보다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해변을 지나 바랑코 지역에 들어서자 기사는 주소를 다시 보여 달란다. 인터넷 카페에 안내된 대로 공원을 지나고 큰길을 지나 silva라는 길을 찾는데 한참 걸렸다. 다시 건물마다 씌여진 번호를 확인하고 차는 어느 집 대문 앞에 섰다. 대문에는 여러 개의 초인종이 있어 어느 것을 눌러야 할 지 알 수 없어 두어 개를 눌러 봤다. 5~6분이 지나자 젊은 아가씨가 나온다. 포비네를 찾아왔다니까 여기가 맞다고 한다. 택시비 35sol을 주니 찾느라 고생했으니 팁을 좀 달라고 한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동전이 없어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숙소는 일반 3층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쓰고 있다. 아까 나왔던 아가씨가 2층 방을 안내해 주고 화장실 사용 방법, 주방 위치, 사용 규칙 등을 알려 준다. 나는 일단 짐을 좀 풀어 그 동안 입었던 내복이랑 몇 가지 옷을 정리에 따로 빨래를 맡길 요량으로 구분해 두고 샤워부터 했다. 샤워를 마치자 이곳 사장님이 와 인사를 건낸다. 저녁 7시 반쯤 빨랫감을 들고 1층으로 갔더니 지금은 세탁소가 문을 닫았을 거라며 내일 오전에 맡기면 저녁에 찾을 수 있다고 알려 준다.
2014년 1월 10(금) 맑음, 리마
07:30 기상
09:00 세탁 맡김 2.5kg
09:30 감자, 달걀 3.8sol, 당근, 감자칩, 브로커리 2.33sol
10:30 아침(밥, 김치, 된장찌개, 달걀후라이)
14:20 미선씨 포비네 도착
15:30 바랑코 공원 산책
18:30 저녁 장보기(닭다리, 감자, 호박, 수박, 사과) 43sol, 버스 1sol
20:00 저녁(밥, 닭볶음탕), 후식(망고, 수박)
오늘 일정은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 그렇지만 바쁠 때는 아무 목적이나 할 일 없이 하루종일 그저 뒹굴거리고 싶다가도 막상 그런 시간이 주어지면 까닭 없이 불안해진다. 여행도 다르지 않아 늘 일정에 쫓겨 다니다 하루쯤 아무 계획 없이 쉬는 날은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남겨 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미 습관이 돼 버려서인지 나는 6시 반쯤 대충 잠이 깬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일찍 하고 나가는 사람들의 부산함이 잦아든 시간, 나는 어제 챙겨둔 세탁물을 가지고 숙소 근처 세탁소로 간다. 캐나다에서 가족과 왔다는 젊은 아줌마와 함께 간 세탁소는 할아버지 한 분이 지키고 있다. 이것저것 웬만한 빨랫감을 다 담았더니 2.5kg이나 된다.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는 나는 할아버지와 겨우 내일 아침 9시쯤 세탁물을 찾으러 오겠다고 하고 확인서를 받았다. 그런데 함께 간 아줌마는 어제 맡긴 세탁물을 찾아야 하는데 확인증이 없어 할아버지는 내줄 수 없다 하고 아줌마는 다시 돌아가 가져오기를 망설인다. 조금 후 포비네 사장님이 세탁물을 찾으러 왔으나 확인증이 없으면 내주지 않을 거라고 돌아가 가져오는 게 낫겠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아줌마가 어제 세탁물을 맡겼던 여직원이 출근하면서 얼굴을 알아보고 세탁물을 찾게 됐다.
돌아오는 길에 아침거리를 사기 위해 근처 슈퍼에 들렀다. 감자, 당근, 양파, 브로커리 등 야채와 달걀 몇 개를 샀다. 숙소에 돌아와니 오전에 빠지는 팀들이 있어 부엌이 한산했다. 집에서 들고는 왔으나 지금까지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된장을 꺼내 감자, 양파, 브로커리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였다. 달걀 후라이도 하고, 이곳 주인장이 대충 담궜다는 김치도 조금 사서 푸짐한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쿠스코에서 미선씨가 오기를 기다리며 이북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문득 일어나 시간을 보니 2시가 넘어 있었다. 방에 혼자 있기가 심심해서 1층 로비로 내려갔더니 미선씨는 이미 와 라면을 먹고 있다. 도착해 보니 내가 자고 있어 깨우지 않았단다. 우리는 잠시 수다를 떨다가 근처 바랑코 공원으로 산책을 하러 나갔다. 가는 길에 이곳 포비네의 장기 투숙자인 아르헨티나 교민 상욱씨를 만나 이곳저곳 근처 지리를 안내 받았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서른쯤 돼 보이는 이 청년은 고맙게도 우리를 데리고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바랑코 공원이며 해변, 예쁜 카페들이 늘어선 이 지역은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더욱이 우려했던 위험한 지역도 아니고 대개의 집들은 고급 주택들이라 갑자기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숙소가 있는 바랑코 공원 근처에서 본 풍경)
저녁에 닭볶음탕을 하기로 해 숙소 근처 수퍼에 갔더니 문이 잠겼다. 전기가 나가 오후에는 가게를 열 수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피곤해 보이는 미선씨는 숙소로 먼저 보내고 상욱 청년과 나는 아까 보았던 바랑코 공원 조금 지나 큰 슈퍼마켓으로 다시 장을 보러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메트로(Metro)라는 제법 규모가 있는 수퍼라 부위별로 손질돼 있는 닭이 있어 닭다리 8개와 야채 조금, 그리고 후식으로 수박 1/4조각을 샀다. 장을 봐 돌아오자마자 부산하게 서둘러 밥상을 차리니 8시가 됐다. 볼일이 있다며 나간 상욱씨 몫을 따로 챙겨놓고 미선, 매니저 아가씨, 사장님, 그리고 내일 밤 귀국한다는 대구 청년 둘 모두 7명이 밥을 먹었다. 식사 후에는 내가 사온 수박과 사장님이 사온 망고까지 후식으로 나눠 먹고 나니 배가 두둑해졌다. 유머스러운 이곳 사장님 덕분에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다만 두어 시간 우리를 안내하고 장까지 함께 봐 준 상욱 청년이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해 다소 아쉬웠다. 내일 그가 먹을 양을 따로 남겨두었으니 돌아오면 맛있게 먹어 주었으면 좋겠다.
2014년 1월 11일(토) 맑음, 리마(미라폴로레스 지역)
07:30 기상
08:30 아침(사과, 달걀, 빵, 커피)
10:30 세탁비 2.5kg 7.5sol
11:15 포비네 출발
11:30 전철 Ricardo Palma 역 하차 2sol
12:00 길거리 환전(100$*2.78=278sol), 감자칩 1.25sol
12:30 세비체 전문점 뿐도 아줄(Punto Azul)(세비체2, 볶음밥2, 해물튀김1, 잉카콜라2 150sol/6명), 25sol
14:30 해변 쇼핑몰 카페 아메리카노 7sol
16:50 사랑의 공원
18:30 Estadio Union역 2sol+2sol=4sol
18:40 감자, 양파 1sol
19:30 저녁(밥, 된장찌개, 달걀찜, 호박볶음, 김치), 후식 망고, 맥주
22:20 대구 청년 2명 귀국 환송
23:30 취침
아침은 어제 산 사과와 미선씨가 산 빵에 삶은 달걀, 커피로 간단하게 먹고 어제 맡긴 세탁물을 찾아왔다. 오늘은 오전 중 리마의 강남이라는 미라폴로레스 지역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 새벽 도착한 부산이 고향인 청년, 호주에서 왔다는 청년, 오늘 밤 귀국한다는 대구 청년 2명, 미선씨, 나 이렇게 6명이 함께 포비네를 출발했다. 포비네 사장님이 일러 준 대로 이곳 지상철을 타고 6 정거장을 지나 리카르도 팔마(Ricardo palma)역에 내렸다. 같은 역에서 함께 내린 페루 할머니 한 분의 도움으로 쉽게 길을 찾아 우선 각각 필요한 돈을 인출하거나 환전했다.
이곳 미라폴로레스 지역은 성당, 시청을 사이로 나란히 있는 센뜨랄(중앙) 공원과 케네디 공원을 중심으로 커다란 삼각형 형태를 그리며 상가와 각종 서비스 시설들이 형성돼 있다. 두 공원 사이에 있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 장식으로 양 창쪽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화려했다. 마침 결혼 미사가 진행 중이어서 약간 미안한 마음으로 몰래 사진 두어 장을 찍고 나왔다. 다음으로 큰길을 따라 우리가 찾아간 곳은 이곳의 대표 음식인 세비체(레몬으로 신맛을 낸 우리의 생선회와 비슷)로 유명하다는 식당 '뿐또 아줄(Punto Azul)'이다. 듣던 소문대로 입구부터 사람들이 몰려 있다. 겨우 2층에 자리를 확보한 우리는 여행 안내 책자에서 추천한 대로 모둠 세비체(Ceviiche, 다양한 해물을 섞은 것) 2개, 해물밥(Aroz con Mariscos) 2개, 해물 모둠 튀김(Chicharron Mixto) 1개, 잉카 콜라 2병을 시켰다. 차례대로 나온 음식들은 소문대로 깔끔하고 우리 입맛에도 맞았다. 여섯 명은 하나씩 나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다는 말을 연발했다. 모두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흐믓한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다.
(↑센트럴 공원 앞에 있는 교회)
(↑Punto Azul에서 먹은 세비체와 해산물 모둠튀김, 해물밥)
다음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갔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메리어트 호텔 앞 해변 앞에 있는 반 지하 형태의 3층 대형 쇼핑몰 라르꼬마르(Larcomar)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해변 전망대 같았는데 막상 다가가 보니 반원형 형태로 바다 쪽이 트인 지하 쇼핑몰이 느닷없이 나타난다. 식당, 카페, 각종 상점들이 즐비한 이곳에는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붐벼 특히 바닷가쪽 자리는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우리 여섯 명은 그런대로 바다가 보이는 노천 카페에 자리를 잡고 각자 음료를 시켰다. 내가 시킨 아메리카노는 거품이 덮인 카프치노 같았는데 맛있었다.
(↑미라폴로레스 지역)
(↑라르꼬마르(Larcomar))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바닷가를 계속 걸어 키스하는 연인의 동상이 유명한 사랑의 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 바닷가에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깨알같이 많고 상공에는 패러 글라이드가 아슬아슬하게 빌딩과 바닷가 사이를 날고 있다. 사랑의 공원 풀밭에는 여인들이 여기저기 앉아 밀어를 나누고 우리는(엄밀히 말해 나는) 쓸쓸히 주변만 잠시 돌다 동상 앞에서 사진 몇 장만 찍고 돌아나왔다.
(↑중앙의 두 연인의 동상이 인상적인 사랑의 공원)
다시 길을 따라 느린 걸음으로 20여 분을 가니 처음 우리가 도착했던 케네디 공원과 중앙공원이 있는 맞은 편에 다달았다. 미선씨는 다음 행선지 비행기표 예약을 위해 시내에 따로 남고 젊은 청년 4명과 나는 다시 지상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갔다. 카드에 인원수만큼 충전을 하고 전차를 기다리는데 막상 도착한 전차가 만원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밀려 들어가 탔는데 나중에 보니 함께 간 청년 4명이 차에 오르지 못했다. 나는 일단 먼저 가 숙소 근처에 있는 Estadio Union역에 내려 청년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있나? 차의 방향이 반대였던 것이다. 그것도 8 정거장이나 가 이름이 비슷한 역에 내려 역사 밖으로 나와서야 반대 방향의 차를 탄 것을 깨달았다. 역무원에게 도움을 청하니 차비 2sol을 받아 다른 승객의 카드에 충전 시킨 뒤 역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 그리고 반대 방향 차를 타라고 친절히 일러 준다. 결국 내린 곳에서 14 정거장이나 가 겨우 숙소 근처 Estadio Union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역에서 오는 길에 다시 감자와 양파를 좀더 사 숙소로 돌아왔다. 벨을 누르자 사장님이 나와 문을 열어 주는데 바로 뒤에 차를 놓쳤던 청년 4명이 마침 돌아온다. 일단 미선씨까지 이미 숙소로 돌아와 있어 우리는 얼른 저녁을 해 먹기로 했다. 미선씨는 밥을, 나는 반찬으로 된장찌개와 달걀찜, 호박복음을 준비했다. 오늘 하루 함께 다닌 우리 6명과 포비 사장님, 이곳 장기 체류자 상욱씨까지 모두 둘러앉아 넉넉한 저녁 시사를 했다. 거기에 후식으로 망고와 맥주까지 마시고 저녁을 마무리했다.
새벽 1시 45분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대구 청년 2명과는 밤 10시 20분쯤 택시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작별했다. 비록 오늘 하루였지만 재미있고 유쾌한 청년들로 나중에 카톡으로 연락하기로 하고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왠지 아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인생에서 참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만, 여행에서만큼 흔하게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잦은 것도 없다. 그 중 대부분은 잊혀지지만 가끔은 오래 기억에 남거나 여행 후에도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보내며 이번 여행에서도 그런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2014년 1월 12일(일) 맑음, 리마(센트로)
07:30 기상
08:00 아침(방, 커피, 사과, 달걀 후라이)
10:30 전철 유니온(Union) 역 출발 5sol 충전
11:20 아르마스 광장
11:40 대통령궁 근위병 교대식, 대성당 예배, 추러스 1sol
13:20 산프란시스꼬(San Francisco) 성당 및 수도원 카타콤 투어 7sol
14:40 Rokys 점심(볶음밥, 잉카콜라 20.4so/2sol) 10.4sol.
16:00 라 우니온(La Union) 거리(명동 분위기)
16:20 산마르틴(San Martin) 광장 아이스크림 6sol
16:40 산마르틴->아씨마켓 버스 6sol(3인)
17:30 아씨마켓(김, 오징어채, 라면2개) 42sol
17:35 아씨마켓->포비네 택시 12sol(3인)
18:25 포비네 도착
19:30 저녁(밥, 참치김치찌개, 달걀찜, 감자볶음)
20:40 내일 이카 투어 130$(4명 모객이 안 돼 결국 미선씨와 둘이 가기로 함.)
11:00 취침
오늘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미선씨, 수원에서 온 남자 대학생 한 명과 센트로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일단 숙소 근처 유니온 역에서 전철을 타고 대성당, 대통령궁이 있는 아르마스 광장으로 갔다. 마침 일요일이라 대성당은 예배 중이어서 입장료 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당은 외벽의 화려한 조각들만큼이나 내부도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신에 대한 이들의 깊은 신앙심의 표현이리라.
대성당을 나와 옆에 있는 대통령궁으로 갔는데 근위병 교대식을 하는 시간이었다. 가이드북에는 월~토까지만 교대식이 있다고 했는데 일요일인데도 교대식이 진행됐다. 대통령궁은 오전 10시부터 무료로 가이드 투어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 시간을 놓쳐 밖에서 교대식을 봐야 했다. 먼저 하얀색 제복을 입은 군악대가 나와 연주를 하고 잠시 후 근위병들이 등장하더니 건물 중앙 문이 열리고 경호실장쯤으로 보이는 제복을 입은 이가 이들의 교대식을 지켜 보며 인사를 받는다. 20분 이상 진행되는 교대식이 끝나자 사람들이 흩어지고 우리도 걸음을 옮긴다.
(↑대성당(La Catedral de Lima))
(↑아르마스 광장)
(↑근위병 교대식 중인 대통령궁)
대통령궁 옆길을 따라 두어 블럭 뒤로 가면 마당과 건물 곳곳에 유난히 비둘기가 많은 산 프란시스꼬 성당 및 수도원이 나온다. 7년 동안 바로크와 안달루시아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교회)은 벽면을 스페인산 타일로 장식했다고 한다. 이곳은 특별히 수도사, 신부 등 성직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묻혀 있는 교회 지하 무덤인 까따꼼(Catacombs)으로 유명하다. 입장료를 내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따로 들어갈 수 있는데 당시에는 수도사들만 2천명이 살았다고 한다. 현재는 다른 수도원도 많이 생겨 20여 명 정도 살고 있는데 이들이 여기서 사망하면 전례를 따라 이곳 지하 무덤에 묻힐 것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갔는데 건물이 지어진 1500년대 후반 당시 성직자들이 사용했던 도서관, 기도실, 회의실, 식당, 휴게실, 사물함이 갖춰진 탈의실, 갤러리, 성가대석 등 다양한 용도의 방들이 당시 기물들과 함께 잘 보존돼 있다.
지하 무덤인 카타콤으로 들어가자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는데, 수많은 유골들이 칸칸마다 정리돼 있다. 가이드북에는 약 7만명의 유골이 발견됐다고는 하나 가이드는 유골의 정확한 숫자는 얘기하기 않았다. 이곳 무덤은 성직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당시의 풍습에 따라 여기에 묻혔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둘러본 곳은 일반인들의 유골이 안치된 곳이고 성직자들이 묻힌 곳은 출입구가 따로 있어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산프란시스꼬 성당)
수도원 투어를 마치고 근처 패스트푸드점(Rokys)에서 닭고기 볶음밥에 음료를 시켜 점심을 해결했다. 다시 아르마스 광장으로 와 페루의 명동 거리라는 라 우니온(La Union) 거리를 걸어 산 마르띤 광장(San Mrtin)까지 갔다. 전체적으로 센트로 지역은 고풍스런 성당이나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 어제 우리가 갔던 신 시가지에 해당하는 젊음과 활기가 넘치는 미라로폴로네스 지역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물론 라 우니온 거리는 여느 도시의 번화가와 크게 다를 것 없이 각종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사람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아르마스 광장에서 마주친 민속 행렬)
(↑우니온 거리와 산마르틴 광장)
센트로 지역을 이렇게 대충 훑어 보고 우리는 한국 식품점을 찾아가기로 했다. 사람들한테 길을 여러 번 물은 끝에 버스를 타고 내렸으나 7블럭이나 더 걸어 겨우 한국 식품점 '아씨네'를 찾았다. 생각보다 파는 물건이 다양하진는 않았는데 나는 김, 라면 2개, 오징어채를, 다른 두 사람도 각자 필요한 식품들을 구입했다. 세 사람이 택시를 타고 포비네로 돌아온 시각은 석양이 지기 시작한 6시 반쯤이었다.
저녁은 어제 저녁 떠난 두 청년이 기부(?)한 참치 하나와 내가 산 참치 캔 하나를 더해 참치 김치찌개, 달걀찜, 감자볶음으로 먹었다. 오늘은 밥이 넉넉하지 않아 다들 뭔가 아쉬운 듯했다. 미선씨와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시간이 맞지 않아 고민 끝에 이까, 파라카스 당일 투어를 늦은 밤에야 결국 둘이만 하기로 하고 각각 130$에 예약했다.
<리마 경비 : ₩261,726>
달러 : $130(≒₩140,400)
페루 솔 : Sol 319.28(≒₩12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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