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울 7일(화) 흐림->비, 쿠스코->아구아스깔리엔떼스(Aguas Calientes)
07:20 기상
07:50 아침(빵, 커피, 주스)
09:10 숙소 El Puma 출발 1박 17sol
09:20 시티카드 출금(700sol)
09:40 쿠스코 봉고 터미널 도착
10:00 터미널 출발
11:20 우루밤바 주차장에서 택시로 갈아탐 10sol
11:40 오얀따이땀보 광장 도착
11:55 화장실 1sol
12:05 옥수수 2sol
12:40 기차 탑승
12:58 기차 출발
13:20 간식(음료, 빵 또는 바나나칩)
14:20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기차역 도착
14:50 Hostels Pirma Backpackers 3인 도미 35sol
15:20 호스텔 출발
15:40 마추픽추 버스 티켓(왕복) 19$(편도 10$)
15:50 미국 LA 한인 리아김 만남, 기차역 배웅
16:15 Los Inkas Pub 세트 메뉴(토마토스프, 메인(송어구이, 밥, 감자튀김), 파인애플 주스) 15sol
17:00 호스텔 도착, 근처 가게 바나나 1개 0.5sol
18:10 노천 온천 입구 구경 후 숙소로 돌아옴
22:00 취침
오늘 드디어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 아구아스 깔리엔떼스(Aguas Calientes)로 간다. 새로 옮긴 El Puma에서 아침을 먹고 9시가 조금 넘어 리마로 같이 가기로 한 미선씨와 함께 숙소를 나선다. 쿠스코에 도착하면서 환전한 돈이 바닥이 나 가는 길에 은행에 들러 씨티체크 카드로 700sol을 인출해 미선씨에게 300을 빌려주고 나는 기차역이 있는 오얀따이땀보로 가는 봉고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간다.
차는 순서대로 대기하고 있다가 인원이 차면 출발하는 형식으로 내가 제일 먼저 탑승한 후 20여 분쯤 후에 출발한다. 쿠스코에서 가는 길에 있는 친체로, 우루밤밤 등에서 사람들 몇몇이 내린다. 우루밤바 터미널까지 왔는데 남은 사람은 나름 포함해 3명. 기사는 우리를 모두 내리라고 하더니 차비 10sol씩을 받고 택시 영업을 하는 자가용에 옮겨 태운다. 봉고차 기사는 택시 기사에게 얼마를 주고 오얀따이땀보까지 손님을 넘긴 것이다. 뭐 좀 희한한 상황이지만 다른 손님도 있고 또 제대로 가기만 하면 그만이니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결국 차는 오얀따이땀보 마을 광장에 도착해 선다.
광장에서 기차역까지는 약 6~7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 우비를 입긴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빗속을 걸어 기차역까지 갔다. 기차표와 여권을 확인받고 이 지역 주산물인 옥수수 하나를 사 허기를 달래며 기차를 기다린다. 12시 40분쯤 대기하고 있던 기차에 오르니 출발 예정 시각인 12시 58분에 정확히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출발 후 안내 방송이 나오고 간식으로 음료와 스넥(빵 또는 바나나칩)을 서비스한다.
(↑마을 전통 행사가 있던 오얀따이이땀보)
(↑기차 역사와 마추픽추 행 기차)
출발 후 약 1시간 30여분 후 기차는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역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우루루 쏟아지는 방향으로 따라나가 기념품 상점이 대부분인 시장을 지나오니 물살이 거친 강을 사이로 다리 몇 개가 보인다. 일단 다리 하나를 건너 카페, 레스토랑, 숙박 시설들이 늘어선 경사진 길을 따라간다. 우선 방을 잡아야겠기에 며칠 전 미선씨와 경아씨가 묵었다는 호스텔을 찾아갔다. 명함을 내밀며 친구 추천으로 왔다며 방이 있느냐니까 빈 방이 없단다. 근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숙소들이 있으니 아래로 한 블럭 내려가 골목 안으로 들어갔더니 'Backpackers'라는 반가운 단어가 쓰인 숙소가 보인다. 일단 들어가 방이 있느냐고 물으니 싱글이냐, 도미를 원하느냐고 되묻는다. 이런 물가 비싼 데선 당연히 도미를 선택해야지. 3인 도미토리룸 베드 하나 가격이 35sol로 괜찮은 편이다.
얼른 체크인을 한 후 배낭을 던져 놓고 내일 마추픽축 올라가는 버스 티켓을 사러 가기로 한다. 프론트의 직원은 지도를 펴 놓고 위치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내가 올라온 길에서 골목 하나를 지나면 강을 따라 난 길이 있는데 그 길로 내려가며 다리 세 개를 지나니 바로 버스 정류장이다. 일단 다녀온 사람들의 조언대로 왕복 티켓을 산다. 내일은 5시에 일어나 6시 차를 타고 올라가야 하니 체력을 아낄 겸 다리 하나를 건너 주변 사진만 몇 장 찍고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빗줄기가 거세 잠시 어느 카페 앞 처마 밑에 서 있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익숙한 얼굴을 한 이가 길을 묻고 있다. 알고마스에서 만났던 LA에 산다는 리아씨였다. 그녀는 어제 저녁에 와 오늘 새벽 와이나픽추, 마추픽추를 올라갔다가 두어 시간 전 내려와 이제 쿠스코행 기차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반가움에 길에서 잠시 수다를 떨다 기념 사진을 찍고, 기차 시간이 다 되어 기차역까지 함께 가 그녀를 배웅했다.
(↑기차역과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전경)
리아씨를 배웅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른 저녁을 먹고 내일 산을 오를 때 비상 식량이 될 바나나도 하나 샀다. 방으로 돌아오니 먼저 와 있던 일본인 청년은 감기로 누워 있고 남은 한 침대에도 프랑스인 여자가 들어왔다. 방 구조가 희한해 우리 방 안쪽으로 1인용 베드가 있는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는데 여기에는 스페인 남자가 묵고 있다. 먼저 스페인 남자와 인사를 나눴는데 그는 이미 어제 와 오늘 새벽 4시반에 걸어서 마추픽추까지 올라갔단다. 마추픽추를 여유 있게 보기 위해 오늘 하루를 다 쓰고 내일 떠날 예정이란다. 같은 방에 들어온 프랑스인 여자는 마침 비가 세차던 때에 도착해 흠뻑 젖어 있었다. 문 밖에서 이 둘이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자기들은 이곳 노천 온천에 갈 계획인데 함께 가겠느냐고 묻는다. 근처 어디 온천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곳에 왔던 한국인들 중 온천을 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어 아무 준비를 하지 않고 왔다. 나는 이곳 온천이 어떤지 궁금해 목욕은 하지 않겠지만 함께 따라가 보겠다고 했다. 숙소에서 한 블럭쯤 올라가니 온천 입구가 나온다. 성인 입장료가 10sol인 이곳 온천은 입구에 사진을 보니 우리나라나 일본과는 달리 유럽식으로 수영복을 입고 즐기는 야외 온천이다. 두 사람이 온천 안으로 입장하고 나자 나는 진작 알았으면 수영복을 가져올 것을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내일 경사가 거의 90도에 가깝다는 그 가파르고 아슬아슬한 와이나픽추를 어찌 올라갈지 여간 걱정이 아니다. 다녀온 사람들마다 모두 힘들었다고 하는데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무슨 일생일대의 대업을 앞에 둔 것처럼 다소 떨리기도 한다. 거기다 오늘 하루종일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날씨는 또 어떨지, 마추픽추는 내게 자신의 참 모습을 고스란히 환하게 보여줄지도 궁금하다.
2014년 1월 8일 흐림,맑음,비, 와이나픽추.마추픽추->쿠스코
04:50 기상
05:10 아침(빵, 코카차) 준비
05:30 숙소 출발
05:45 마추픽추행 차량 출발
06:10 마추픽추 주차장 도착
06:40 와이나픽추 입구 도착
07:00 와이나픽추 입장
08:00 와이나픽추 정상(안개 걷히기 대기)
09:25 와이나픽추 하산
10:15 와이나픽추 입구 도착
~14:00 마추픽추 돌아보기
14:10 마추픽추 출구에서 여권에 도장 찍기
14:15 아구아깔리엔떼스 행 버스 출발
14:35 아구아깔리엔떼스 도착
14:45 Hostls Prima 도착, 물 1.5sol
15:00 체크아웃
15:10 Manu식당 세트메뉴(야채스프, 메인(밥,스테이크,야채), 팬케익1조각) 25sol
16:10 페루레일 기차 탑승
16:27 기차 출발
18:00 오얀따이땀보 도착
18:20 쿠스코행 콜랙티보(봉고합승차) 출발
20:05 쿠스코 산프란시스코 광장 도착 10sol
20:15 El Puma 도착
22:30 취침
드디어 그 가파르다는 와이나픽추를 오르는 날이다. 긴장을 해서인지 알람을 맞춰 둔 5시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간단한 세수만 하고 아침은 빵 2개에 버터와 잼을 발라 싸고 어제 산 바나나 1개도 비상 식량용으로 함께 봉지에 담았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5시 40분이 넘었다. 사람들이 꽤 와서 줄을 서 있고 이미 차 한 대는 출발했다. 내가 탄 차가 출발해 마추픽추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2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여권과 입장권을 준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한 서양 아가씨가 돌아나온다. 왜냐고 물으니 음식물 반입이 금지돼 있어 먹고 들억가야 한단다. 나도 하는 수 없이 줄 뒤로 빠져 가져온 빵 하나와 바나나를 급하게 먹어치웠다. 그리고 하나는 잘 싸서 카메라 가방 밑에 살짝 숨겼다. 그러고 보니 입장객 줄 한쪽 벽에서 열심히(?) 뭔가 먹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단, 물 반입은 허용하는 듯했다.
(↑마추픽추 행 버스 정류장)
(↑마추픽추 입구)
여권과 입장권을 확인받고 입구에서 와이나픽추로 가는 입구를 물으니 직원이 지도를 꺼내 설명해 준다. 지도는 입장객마다 주는 것이 아니므로 입장시 꼭 요청해야 할 것 같다. 마추픽추 입구를 지나 와이나픽추로 가는 입구에 도착한 것은 6시 40분. 1차 7시 개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한다. 드디어 7시가 되자 직원 두 사람이 열쇠를 갖고 와 나무로 만든 허술한 입구 문을 열고 입장을 받기 시작한다. 일단 여권과 입장권을 제시하고 이름, 국적, 나이, 여권번호 등을 적어 등록을 한 후 입장한다.
입장 후 산길을 걷기 시작한지 10여분쯤 지나자 끝없는 계단들이 연속해 이어져 나온다. 한 고비를 돌면 또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고 그 계단이 끝났나 싶으면 살짝 고개를 돌아 계단이 계속 이어지는 식이다. 나는 앞서 출발했지만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길을 먼저 내 줘야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 속도에 신경쓰지 말고 내 체력에 맞는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계속 주문처럼 되뇌였다.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지만 내 나름으로는 잘 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거의 죽음(?)의 난코스가 눈앞을 가로막고 버티고 있다. 말로만 듣던 경사 90도(사실 80도 정도는 될 듯했다.)에 가까운 발을 옆으로 디딜만한 아주 좁은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이런... 나는 과연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이 좁고 가파른 계단 끝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그러나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으므로 용기를 내기로 했다. 다른 이들처럼 양 손을 위 계단에 짚고 거의 기다시피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랐다. '다른 곳은 보지 말자, 바로 눈앞의 계단만 보고 천천히 하나씩 오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저 끝에 닿을 것이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나는 이런 생각만을 하며 계속 올랐다. 아, 그러니 드디어 계단의 끝이 보이고 신전인 듯한 허물어진 돌집도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올라서니 내가 올라온 계단이 저 아래 아득하게 보인다.
그런데 그게 정상이 아니다. 무너진 신전을 들어서서 돌아나오자 다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2700m여 미터라 적힌 푯말을 지나 다시 가파른 돌길을 걸어가니 앞서 올라 간 사람들이 큰 바위 위에 여기저기 앉아 있다. 나도 기어 올라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1시간여 나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 끝에 정상에 오른 것이다. 산 아래 골짜기는 온통 운무로 가려져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잠시 후 순식간에 운무가 걷히면서 저 아래 황톳빛으로 흐르는 우루밤바 강과 주변 계곡들이 하나 둘 제 몸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저 아래 운무가 흩어지면서 마추픽추도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TV에서, 책에서만 보던 세계에서 가장 신비롭다는 그곳, 마추픽추의 온전한 모습을 지금 눈 아래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보려고 며칠 동안 일정도 변경하고 긴장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이제야 그 고생한 수고로움이 한순간에 씻겨 가는 듯하다.
(↑와이나픽추 입구)
(↑와이나픽추를 오르는 끝없이 이어진 계단)
(↑운무에 싸인 와이나 픽추 정상에서)
(↑와이나픽추에서 바라본 마추픽추)
정상에서 서서히 운무가 걷힌 마추픽추와 주변 고산들로 둘러쳐진 아슬한 계곡들을 둘러보고 나니 이젠 서서히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하루 400명으로 입장객을 제한하는 와이나픽추는 7시 입산 팀은 10시까지는 하산을 완료해야 한다. 그런데 거의 네 발로 기다시피 올라온 가파르고 좁은 그 계단을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어쩌랴? 내 두 발로 내려가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을!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제 온 비로 바닥이 젖어 있는 아슬한 돌계단을 내려오는 일은 오르는 일만큼이나 조심스럽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끝없이 이어진 수많은 계단을 계속 내려가다 보니 드디어 처음 시작했던 오르막(올라갈 땐 내리막이었지만)이 보인다. 오르막 계단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드디어 조금만 더 가면 입구에 도착한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라 입구 근처에 다다르자 10시 입장 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내가 해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일종의 교만함일까? 나와 스치며 올라가는 사람들이 앞으로 오르는 동안 고생할 일을 생각하니 조금은 측은해 보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입구(정확히 말하면 출구지만)가 보인다. 올라갈 때 썼던 장부에 내 이름을 찾아 하산했다는 확인 싸인을 하는 것으로 와이나픽추 등정은 완료되었다. 입구에서 아침에 함께 올랐던 서양인 노부부와 와이나픽추 등정길을 그려놓은 지도 앞에서 우리는 해냈다며 기념 사진 한 장씩을 찍었다.
(↑와이나픽추 정상 등정을 자축하며)
이제 슬슬 마추픽추를 둘러볼 차례다. 와이나픽추를 나와 길을 따라 가며 콘돌의 신전, 계단식 농경지가 있는 일반 주거 지역을 둘러보았다. 학자들은 그 산속 도시에 당시의 농경 기술과 밭의 규모 등을 고려해 약 800명 이상이 거주했을 거라는 추측을 한단다. 계단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수로 시설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수로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식수를 공급했을 것이다. 계단 끝 제일 높은 곳에는 마을 출입구를 감시하는 망지기의 집이 있다. 마을의 입구와 광장이며 신전, 주거 지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망지기는 매일 번을 섰을 것이다. 다시 이정표를 따라 산길을 돌아 20여분을 가니 잉카의 다리(Inca brige)가 나온다. 아슬아슬한 절벽에 돌을 깎아 좁은 길을 만들고 나무 다리를 놓았다. 단순한 이동 목적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굳이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돌아나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수로와 계단식 밭)
(↑망루에서 본 정경, 맞은 편 저 뾰족한 봉우리가 내가 오른 와이나픽추다.)
(↑잉카 브리지)
(↑태양의 신전과 콘도르의 신전)
(↑망루와 마을 정문)
여행 책자와 입구에서 준 지도에 있는 몇 군데 신전과 여러 용도로 쓰였을 집터 등을 둘러보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언덕이 또 하나 있길래 근처에 있는 관리자에게 물으니 해시계가 있는 천문관측소였다는 인띠와따나(Intiwatana)란다. 다시 힘겨운 걸음을 옮겨 올라가 보지 않을 수 없다. 상단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돌이 해시계 역할을 했다고 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마추픽추를 한 바퀴 돌아 성스러운 바위를 찾아갔다. 와이나픽추 입구에 있던 거대한 돌이었는데 오고 갈 때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다시 가서 앞면을 보니 정말 크긴 하다. 가로 길이가 6m나 된다는데 어떤 이들은 이 돌의 신성한 기운을 받기 위해 굳이 만져보기도 한단다. 나는 이 성스러운 바위를 보고 다시 출구로 나가는 길에 보수 공사 중인 태양의 신전을 둘러보는 것으로 7시간에 걸린 와이나픽추, 마추픽추와의 대면을 마무리했다.
(↑와이나픽추 입구에 있던 성스러운 바위)
(↑저 멀리 보이는 인띠와따나(Intiwatana))
출구로 나오는 길에는 여권에 기념 도장도 찍었다. 이로써 나는 마추픽추를 내 발로 다녀온 것이 증명된 샘이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다시 차를 타고 산을 내려와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마을로 돌아왔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묵었던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고 근처 식당에서 3시쯤 점심 겸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4시 28분에 출발하는 기차을 타기 위해 4시가 조금 넘어 역사에 도착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여권과 기차표를 확인하느라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기차에 오르자 지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냥 잠에 빠졌다. 중간에 음료와 간식을 먹긴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차는 오얀따이땀보 역에 도착했다. 나는 당연히 쿠스코 외곽에 있는 역까지 가는 줄 알았더니(처음 예매할 땐 분명 그렇게 끊었다.) 차장에게 차표를 보이니 이런... 종착역이 오얀따이땀보였다. 최종 확인을 안 한 내 잘못이니 어쩔 수 없이 기차에서 내려 얼른 쿠스코로 가는 봉고차(콜렉티보)를 탔다. 원래 이런 차량은 사람이 다 차야 출발하는데 내가 타고 10분쯤 기다리자 한 좌석을 제외하고 인원이 거의 차 곧 출발했다.
차가 쿠스코 산프란시스코 광장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가 갓 넘은 시각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아르마스 광장 끝까지 걸어가 El Puma에 도착해 세수만 겨우 하고 더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미선씨와 따뜻환 차 한 잔을 나눠 마시며 잠시 얘기를 나누다 10시가 조금 넘어 그대로 쓰러져 잤다.
<마추픽추 경비 : ₩64,980>
달러 : $19(≒₩20,520)
페루 솔 : Sol 117(≒₩44,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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