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일) 기차 안
7:30 차이카호텔 아침 식사
9:20 호텔 주변 산책, 물, 복숭아, 체리, 사과, 오이 삼.
10:30 하바역 도착
11:20 이루크츠크 행 기차 탑승
12:00 2시간 정도 긴장 풀고 낮잠 ㅋㅋ
15:00 배 고파서 넛트바 하나 먹음.
20:00 컵라면으로 저녁식사
24:00 취침
하루 종일 좁은 가차 안에서 동행한 선생님과 온갖 잡담을 했다. 점심 먹고 두어 시간, 저녁을 먹고도 세 시간 이상을 얘기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들도 있고 다른 동료 교사나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얘기들도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정차하는 역마다 아주머니들이 먹을 것을 광주리에 이고 팔러 온다고 했는데 웬일인지 그런 장사치들을 볼 수가 없다. 과일 외에는 먹을 것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물론 비상용 컵라면이 있긴 하지만) 끼니를 제대로 찾아 먹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아이들은 차내를 오가며 밤 늦도록 떠든다. 아이들은 그렇게 따분함이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몸으로 푼다. 밤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계속됐다.
(하바로프스크 역 광장)
(하바로프스크 역)
7/23(월) 기차 안
8:30 기상
10:50 넛트바, 커피, 감자, 고로케로 식사(아점)
19:00 <나의 선택> 다 읽음
19:30 컵라면, 감자로 식사(점저)
23:30 취침
기차 안에서의 일과라는 것이 그저 시간을 죽이는 일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오랫동안 내게 로망과 같았다. 무한히 이어지는 빽빽한 자작나무 숲을 지나며 나는 삶을 되돌아보고 무한히 작아져서 외로움에 몸서리를 칠 것이라는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거기에는 일상을 그저 무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드문드문 초라한 집들과 듬성듬성하게 앙상한 줄기의 자작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거나 크고 작은 강줄기를 지나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초원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하바로프스크에서 33 시간을 달려왔지만 나는 그저 서쪽으로 가고 있을 뿐 좌표를 알 수 없는 길 위에 있다. 다행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작고 친철한 젊은 러시아 차장 아가씨가 내가 내려야 할 곳을 미리 알려 줄 것이다. 거기에 옆 침대의 말 없고 단정한 청년은 우리가 내리는 이루쿠츠크 자기 집에 간단다. 나는 그저 이 길 위에서의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잘 견디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먹을거리를 파는 아주머니들을 오늘 아침 어느 역 철길 너머에서 봤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데도 우비를 입고 아주머니 두 분이 먹을 것을 올려놓은 진열대 뒤에 서 있었다. 감자 한 그릇(올리브유에 간을 하고 당근과 로즈마리를 넣어 익힌 것), 삶은 달걀 4개, 야채를 넣은 튀김빵(고로케 맛이 났다) 2개를 샀다. 얼마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이 들고 있던 200루블을 내미니 아주머니는 150루블 가져가고 동전 하나를 거스름으로 돌려준다. 오늘은 감자와 달걀로 식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역사 주변의 매점과 난전)
(기차 내부-복도)
(기차 내부-2층 침대)
7/24(화) 기차 안→울란우데
09:00 기상
10:50 넛트바, 사과, 오이, 커피로 식사(아점)
13:15 울란우데 도착
18:00 컵라면 식사(저녁)
20:15 이르쿠츠크 도착(59시간 45분)
(현지 시간 18:15) 이하 현지 시간
<이루크츠크>
19:00 울란우데→울란바타르 기차표 예매(5997+100루블/2인)
20:00 BK호스텔 도착(택시비 300)
22:30 알혼섬 왕복 차편 예약(3000/2인)
작은 나무숲과 평원이 펼쳐지던 풍경이 사라지고 울란우데를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호수, 바이칼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이곳이 호수라니, 기차로 6~7시간을 지나는 동안 호수는 광활한 수면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고 숲 너머로 살짝 내비치기도 하면서 이르쿠츠크 시내를 들어오는 데까지 이어졌다. 내일은 알혼섬에 가서 바이칼의 속살을 보리라.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하자마자 몽골행 기차표를 샀다. 출발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사면 비싸다는 얘기를 하바로프스크 역에서 들었던 터라 가격이 비싸거나 좌석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러시아 철도청 인터넷 영문 사이트에서 예약한 가격 150$보다 훨씬 싼 100$ 정도에 산 것이다. 그 동안 사지 않고 갈등하며 기다려온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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