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부산영화제>
10월 12일부터 부산 국제영화제가 있었습니다.
부산에 살지만 좋은 영화는 일찍 매진되기 때문에 해마다 표를 예매하기 위해 애를 좀 써야 합니다.
해마다 개.폐막식을 포함 10편 정도의 영화를 봤는데, 언제부턴가 힘이 부쳐서(?)
개.폐막식은 포기하고 영화 편수도 좀 줄였습니다.
올해부터는 상영관을 해운대쪽으로 대폭 옮기는 바람에
토, 일요일 외 평일에는 남포동의 유일한 상영관인 대영극장 한 곳만 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영화제 기간에 7편의 영화를 봤네요. 평소 볼 수 없었던 아시아 영화나 독립 영화를 찾아 봤습니다.
올해도 역시 좋은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의 한 편, <할리(Holly)>라는 미국과 캄보디아 합작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캄보디아에서 십여 년째 도박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패트릭이라는 미국인이
우연히 베트남에서 창녀촌으로 팔려온 12살 소녀 할리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매춘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창녀촌에 며칠 머물게 된 패트릭은 할리를 도와주고
두 사람은 친근감을 갖게 되나 패트릭이 떠납니다.
그 뒤 할리는 바탐방으로 다시 팔려가 매춘을 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패트릭이 아이를 찾아냅니다.
다시 패트릭에게 마음을 열게 된 할리는 그를 사랑한다며 자신을 사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미국으로 함께 가 다른 부인들처럼 아이도 낳아 주고 살림도 하겠다고...
패트릭은 갈등 끝에 할리와 같이 미성년 매춘에 희생된 아이들을 도와주는 구호 단체에 할리를 인계해 줍니다.
이로 인해 인신매매 집단에 쫒기에 된 패트릭에게 친구가 찾아와
미국으로 돌아갈 편도 비행기표를 건내주며 그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됐느냐고. 패트릭이 대답합니다.
캄보디아에는 수백 수천의 '할리'가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그냥 그들을 스쳐지나간다.
나도 그랬었다. 그런데 우연히 가던 길을 멈추고 섰다. 그리고 그만 그 아이의 눈을 봐 버렸다.
그 후 패트릭은 캄보디아를 떠나지 못하고, 할리는 구호단체에서 운영하는 쉼터에서 나오게 됩니다.
영화는 어떤 희망도 보여주지 않고,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그냥 그렇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패트릭이 봤다던 그 아이의 눈, 그 눈을 내가 본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자꾸 그 주위를 맴도는 건 아닌지...
캄보디아의 삶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를, 그래서 그 아이들의 깊은 눈이 슬퍼보이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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