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일) 나플리오 → 코린토스 운하 → 수니온곶 → 아테네(Athens) 1일(4,600보 / 2.8km (4시간 14분 / 273km))
- 나플리오(Nafplio) 숙소 → 아크로나플리아 성(Akronafplia's Castle) → 코린토스 운하(Corinth Canal) → 수니온 곶 포세이돈 신전(Sounion Cape, Temple of Poseidon) → 아테네(Athens)
오늘은 오전에 나플리오 아크로나플리아 성과 바닷가 쪽 시내를 둘러보고 코린토스 운하를 지나 수니온 곶에 있는 포세이돈 신전을 보고 저녁 무렵 아테네에 도착해야 한다. 조금 빠듯한 일정 때문에 우리는 숙소에서 아침을 일찍 먹고 짐을 챙겨 나와 출발을 서둘렀다.
아크로나플리아 성(Akronafplia's Castle)은 아크로나프플리오 요새와 함께 나플리오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로 BC 7세기 무렵부터 요새의 기능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던 13 세기에는 재구축되어 요새로서의 기능이 더욱 강화되었다. 구시가지 신타그마 광장에서 아크로나플리오까지는 도보 15분 정도로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다. 팔라미디 요새로 오르는 계단이 부담스럽다면 아크로나플리오 정상에서 시내 전경을 보는 것으로 대신해도 괜찮을 듯 싶다.
우리가 떠나기 전 이곳에 간 이유는 드라마 '초콜릿'에 나오는 배경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식당을 찾는 것은 포기했지만 나플리오를 떠나기 전, 드라마 메인 포스터의 배경이 된 장소를 굳이(?) 찾아보고 싶었다. 우리는 배경이 된 장소 앞에 차를 세우고 등장인물과 같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항구와 신타그마 광장이 있는 구시가지의 중심으로 내려갔다. 항구의 풍경은 여느 항구의 일상적인 모습과 다름 없었다.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노천 카페들이 늘어서 있었다. 신타그마 광장 근처에는 카페, 식당, 각종 상점들이 늘어선 골목이 반듯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모습이다.
항구에서 바라보면 눈앞에 작은 성처럼 보이는 곳이 잇다. 이곳이 브르치 요새(Κάστρο Μπούρτζι, Bourtzi Castle)인데 베네치아인들이 1473년에 지은 것이다. 원래는 암초였던 것을 바다를 통해서 들어오는 적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요새로 지은 것인데 19세기 이후 감옥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항구에서 보트를 타면 5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600m)에 있어 쉽게 오갈 수 있고, 여름이면 각종 문화 공연이 열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다.
선착장 앞 노천 카페에서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면서 느긋하고 여유롭게 배가 드나들고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즐기지도 못했다. 광장 뒤편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며 아기자기한 기념품도 사고 그림도 구경해 볼 걸 그랬다. 이 도시를 제대로 느껴볼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기만 하고 쫓기듯 떠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 인연이 다시 닿는다면 항구의 어느 한 귀퉁이에 앉아 떠나는 배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바다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노을을 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셔 보고 싶다. 짙어진 어둠을 밝히기 위해 하나둘 조명이 켜지는 때를 기다려 낭만적인 나플리오의 밤을 느껴 보고도 싶다.
우리는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플리오를 떠나 코린토스 운하로 향했다. 사실 일정상 코린토스를 갈 수 없었던 우리는 아테네로 들어가는 길에 이 운하라도 잠시 들러 보고 가기로 한 것이다. 코린토스 운하(Διώρυγα της Κορίνθου, Corinth canal)는 이오니아 해의 코린토스 만과 에게 해의 사로니코스 만을 연결하는 운하이다. 길이 6.3km, 폭 24m, 깊이 8m의 비교적 소규모 운하이기 때문에 이용하는 선박은 주로 관광용 여객선들이다.
운하 건설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는데 구체적으로 처음 운하 건설을 시도한 이는 네로 황제였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 네로가 죽자 공사는 중단되었다. 그 후 여러 번의 시도는 있었지만 기술 부족으로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 다이너마이트가 발명되고 수에즈 운하 건설이 성공하면서 1882년 4월 그리스 정부는 본격적으로 운하 건설에 착수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도 많은 변수와 문제가 있어서 착공 11년 만인 1893년 7월에 완공되었다. 현재 운하 위로는 여러 개의 다리가 있어서 차량이나 도보로 운하를 건널 수 있다. 또한 다리 위에서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데 모험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코린토스 운하를 건너 우리는 아테네로 들어가지 않고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수니온 곶(Cape Sounion)으로 향했다. 차량이 없는 경우 대부분은 아테네에서 수니온 곶을 다녀오는 데 하루 일정이 소요된다. 그래서 우리는 사전에 렌트카 반환 시간을 저녁 시간에 맞춰 예약하고 아테네에 들어가기 전 다녀오기로 했다.
'곶'은 한자로 '관(串)' 또는 '갑(岬)'이라고 하는데 바다나 호수 쪽으로 튀어나온 모양을 한 육지를 말한다. 곶에는 등대가 설치된 곳이 많고 그 규모가 크면 보통 '반도(半島)'라고 한다. 곶의 반대말은 우리말로 '후미', 한자어로는 '만(灣)'인데 바다가 육지 쪽으로 들어와 있는 지형을 가리킨다. 아테네가 있는 그리스 본토의 남쪽 끝에 있는 수니온 곶은 그리스의 땅끝인 셈이다.
부지런히 차를 달린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수니온 곶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테네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약 80km 정도 떨어진 수니온 곶에는 포세이돈 신전(Ναός Ποσειδώνος, Temple of Poseidon)이 있다. 신전이 있는 유적지로 올라가는 입구에 카페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신전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Poseidon)은 바다, 지진, 돌풍의 신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넵툰 또는 넵투누스(Neptūnus)라고 한다. 제우스와는 형제지간으로 성격이 급하고 까다로워 다툼이 많았다. 돌고래, 물고기, 말, 소가 상징물이고 흔히 삼지창(트리아이나)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포세이돈은 한 도시를 놓고 제우스의 딸이자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Αθηνά, Athena)와 경쟁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여러 신들이 나서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선물을 주는 신이 그 도시의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그러자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땅을 쳐서 말과 샘을 만들어 주었고 아테나는 올리브 나무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투쟁과 슬픔을 상징하는 말 대신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를 선택해 아테나가 승부에서 이기게 되었다. 이후 아테나는 그 도시의 수호신이 되었고 도시의 이름은 아테네가 된다. 경쟁에서 진 포세이돈이 화를 참지 못하고 인간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홍수를 불러왔는데, 인간들은 이곳 수니온 곶 꼭대기에 포세이돈 신전을 짓고 아테나 다음 가는 지배권을 그에게 맡겨 화를 달랬다고 한다.
포세이돈 신전은 기원전 444~440년 사이에 건축되었다고 추측하는데, 당시에는 42개의 대리석 기둥이 있었고 신전 안에는 6m 높이의 포세이돈 동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신전을 지탱했던 도리아식 기둥 16개와 부속 건물이었던 입구, 망루 등의 터만 남아 있을 뿐이다.
포세이돈 신전에는 또 하나의 유명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Lord Byron)이 포세이돈 신전에 자기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이다.(구체적으로는 바다쪽을 바라보는 신전의 네번째 기둥의 좌대라고 한다.) 바이런은 오스만 터키의 지배 아래 있었던 그리스에 특별한 애정이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 인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시를 쓰기도 했고 터키에 항전하는 대열에 참여해 1년 후 병사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유럽인은 그리스인이다.(We are all Greeks.)'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고, 그의 시를 통해 유언처럼 이곳에 묻히기를 희망했다.(그리스를 사랑한 바이런에 대해서는 동아일보 참조)
이곳에는 포세이돈 신전 외에 6세기에 지어진 또 하나의 신전이 있던 흔적이 있다. 포세이돈 신전에서 동북쪽으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아테네 신전이다. 하지만 지금은 잡목으로 우거져 방치된 채 흔적만 남아 있는 상태란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테네 신전 터에는 가 보지 못했다. 포세이돈 신전은 언덕 위에 있어서 맑은 날이면 멀리 있는 여러 섬들과 펠로포네소스 반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신전에서 바라보는 에게 해의 해질녘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하니 시간을 맞추어 가면 좋을 듯하다.
드디어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수니온 곶을 등지고 아테네로 향했다. 우리는 아테네까지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가기로 했다. 아테네에서 수니온 곶에 이르는 이 길을 '아폴로 코스트(Apollo Coast)'라고 하는데 차를 타고 지나며 보는 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워 그리스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단다. 우리는 그렇게 에게 해의 바다를 마음껏 눈에 담으며 아테네 시내로 들어섰다. 예약한 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엿새 동안 우리를 무사히 데려왔던 차를 시간에 맞춰 렌터카 회사에 돌려주고 나서야 긴 하루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 일일 경비: €102.63/3(≒₩43,300)
입장료(포세이돈 신전) €15
도로비 €9.1, 지하철 €2.4, 기름값 €31
Naos Cafe(필터커피, 카푸치노, 카모마일차, 와플, 팁) €18.1
슈퍼(채소, 연어, 치킨너겟, 꿀, 와인, 우유, 깨과자,키친타올) €2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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