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일) 함피(Hampi)
04:40 호스펫 버스정류장 도착
05:20 Kalyan Guest House(주인 Mass의 연락처 8277479962) 오토 300Rs
06:20 Matanga Hill 일출
07:20 숙소 귀환
09:20 뿌리4개, 고추튀김2개 35Rs, 물2개40Rs, 아이스크림3개 70Rs(숙소 근처)
16:40 김치볶음밥100Rs, 스윗라시40rs
19:30 샤워
21:30 취침
뱅갈로르에서 출발한 버스는 처음 예약했던 것과는 달리 함피(Hampi)가 아니라 호스펫(Hospet) 도로 위에 나를 내려주고 떠나 버렸다. 분명히 함피까지 가느냐고 묻고 탔는데 호스펫에 내려주다니, 인도인들의 말은 도통 믿을 수가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도시 간 이동하는 버스나 기차는 함피까지 들어가지 않고 모두 호스펫에 도착한다. 5시도 채 안 된 어두운 새벽이라 하는 수 없이 달려드는 오토 기사 중 한 명을 골라 가격 흥정을 하고 함피까지 가야 했다.
호스펫에서 30분쯤 달려 내가 묵으려 했던 칼리안 게스트하우스(Kalyan Guest House)에 도착했다. 주인을 깨워 방을 얻었으나 쉽게 다시 잠들 수 없어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나 때문에 잠이 깬 주인이 나와 일출을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를 따라 간 곳은 크고 작은 돌로 이루어진 작은 언덕 마탕가 힐(Matanga Hill)이었다. 함께 온 주인은 돌아가고 나는 드물게 보이는 몇 사람들의 뒤를 따라 바위를 올랐다. 해가 떠오르며 어둠에 가려졌던 풍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온 풍경은 놀라웠다. 거의 돌로 쌓아올린 듯한 크고 작은 산과 언덕들이 둘러쳐져 있고 그 사이로 사원과 왕궁이었음직한 흔적들이 폐허처럼 남아 있다. 마치 지상이 아닌 어느 우주의 한 별에 잠시 불시착한 것 같은 생각마저 드는 독특한 풍경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풍경과는 전혀 달라 이상하고 낯설고 기괴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탕가 힐(Matanga Hill)의 일출과 주변 풍경)
낮이 되니 가만히 앉아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덥다. 방 안팎에서 왔다갔다 그저 빈둥대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 옆방에 묶는다는 20대 한국인 커플을 만나 잠시 얘기도 했다. 한 달만에 처음 만난 한국 여행자들이다. 수라상에서 받아온 '태양의 후예' 1, 2 편도 봤다. 4시 반이 넘어 한국 음식을 판다는 옆 수다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양배추로 담근 신 김치를 넣은 김치볶음밥과 옆방 커플이 맛있다고 추천한 시원한 스윗 라시도 한 잔 마셨다.
3/28(월) 함피(Hampi)
06:00 기상
07:00 숙소 출발
07:10 뿌리2장, 차30Rs, 물30Rs(함피 바자르)
08:00 Queen's Bath 앞 하차, 버스7Rs
09:10 Zenana(Royal 안내판 표시) Enclosure 입장료 250Rs
10:30 Vittala Temple 입구 오토100+10Rs, 입구에서 전용차 탑승(무료인 듯)
12:20 Hampi Bazar
12:30 티벳식 튀김만두(Fried Momo)150, 오렌지 주스80, 사이다25(Mango Tree)
13:10 스윗 라시2잔 80Rs(Sudha Guest House)
17:00 빨래(바지, 티셔츠)
18:00 드라마 '태양의 후예' 3회 시청
19:20 참치, 멸치 통조림, 모모+볶음밥+냄뚝(수제비) 세트, 스윗라시, 초콜릿 쉐이크, 파인애플 주스 470Rs 옆방 한국인 커플과 저녁 식사 (티벳 식당)
20:10 스윗 라시2잔, 초콜릿 쉐이크(옆방 커플이 삼)
21:30 샤워
23:30 취침
함피는 1336년 건설돼 인도 남부의 가장 큰 제국으로 군림했던 비자야나가르(Vijayanagar 1336~1614) 왕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비록 지금은 거의 폐허가 되었지만 거대했던 왕국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유적지 탐방보다는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 며칠씩 머물며 게으름을 벗삼아 유유자적 풍경을 즐긴다. 아직도 초보 여행자의 티를 벗지 못한 나는 하염없이 풍경을 바라보는 대신 거대했던 옛 힌두 왕국 비자야나가르의 흔적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마을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유적지 근처에서 내렸다.
왕궁과 사원, 각종 수리 시설, 공공 시설 등이 들어섰던 지역의 흔적은 넓게 흩어져 있었다. 차도에서 입장료를 내야 하는 제나나 엔클로저(Zenana Enclosure)까지 가는 길에 있는 공중 목욕탕(이었다고는 하나 크고 깊었다. 아마 농수를 저장하던 곳이 아닐까?), 몇 곳의 폐허가 된 건물들을 지나 벽면과 기둥에 새긴 수많은 조각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사원(Hazara Rama Temple)도 들렸다.
(↑이른 아침 마을 풍경)
(↑수로 시설이 갖춰진 목욕탕)
(↑하자라 라마 사원(Hazara Rama Temple))
높은 벽으로 둘러쳐진 제나나 엔클로저(Zenana Enclosure) 안에는 Queen's Place(여왕궁), Lotus Mahal, Watch Tower(감시 탑), Water Pavilion(물 저장소), Elephant Stable(코끼리 우리), 박물관 등이 있다. 로터스 마할(Lotus Mahal)은 힌두와 이슬람식 건축 양식이 혼합돼 있는데, 가운데 돔 모양의 지붕에 새겨진 연꽃 조각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코끼리 우리(Elephant Stable)는 왕실의 코끼리를 기르던 곳인데, 15세기 힌두와 이슬람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11개의 널찍한 방에는 각각 한 마리씩의 왕실 코끼리가 있었다고 한다. 한쪽에는 규모가 작은 박물관이 있는데 유적지에서 출토된 듯한 여러 돌 조각품들을 모아놓았다.
(↑제나나 엔크로저(Zenana Enclosure) 입구)
(↑로터스마할(Lotus Mahal))
(↑감시탑(Watch Tower))
(↑여왕궁(Queen's Place)))
(↑코끼리 우리(Elephant Stable))
(↑박물관)
비탈라 사원(Vittala Temple)은 제나나 엔클로저 입장권으로 관람할 수 있는데, 제나나 엔클로저에서는 꽤 떨어진 곳에 있어 오토를 타고 갔다. 오토는 사원까지 진입하지 못해 입구에서 내렸는데, 입구와 사원까지는 햇볕 쨍쨍한 낮에는 걷기가 힘든 거리다. 그래서인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전용차가 무료로 운행한다. 비탈라 사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중 하나로 지정된 곳으로 함피의 유적지 중 단연 압권이라 할 수 있다. 16세기 지어진 이 사원은 현란하리만치 장식이 화려한 다양한 조각들이 볼 만하다. 입구에 일렬로 늘어선 석주는 두드리면 음악 소리가 난다고 한다. 특히 마당 가운데 있는 가루다(Garuda)가 조각된 돌 마차는 실제 움직이기도 했다니 그저 신기한 뿐이다.
(↑큰길에서 사원 정문까지 오가는 전용차)
(↑비탈라 사원(Vitthala Temple) 정문)
(↑사원 정문 앞에 있는 음악 소리가 난다는 열주)
(↑비탈라 사원 내부의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들)
(↑실제 움직였다는 돌마차)
비탈라 사원을 등지고 입구와 반대 방향으로 2km 정도를 걸어가면 마을 입구의 함피 바자르(Hampi Bazar)가 나온다. 이 길가에는 무너진 사원, 여러 형태로 쓰였던 많은 건물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아주 일부는 보존을 잘 하고 있지만 대부분 허물어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우리의 고려말쯤 해당하는 시기에 인구가 50만으로 융성했던 한 왕국의 수도가 허망하게 멸망한 흔적들이다.
(↑비탈라 사원에서 함피 바자르로 가는 길에 있는 무너진 건물과 사원들)
(↑바닥에 새긴 돌조각)
(↑강가 주변 풍경)
숙소로 돌아와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식당 망고트리(Mango Tree)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앞 수다 게스트하우스(Sudha Guest House) 식당에 가 라시도 한잔 마셨다. 마침 식당에는 한국 음식을 먹으러 온 한국인 배낭여행자도 있었다. 20대의 듬직한 이 청년은 현재 세계 여행 중이라 했다. 이런 낯선 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반갑다. 저녁에는 옆방 커플과 티벳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함피 바자르)
(↑함피 바자르의 랜드마크 비루팍샤 사원(Virupaksha Temple))
(↑망고트리(Mango Tree)의 티벳식 튀김만두(Fried Momo))
(↑한낮의 마을 풍경)
(↑한국 음식을 하는 수다게스트하우스 입구)
3/29(화) 함피(Hampi)
07:00 기상
08:30 도사, 차 40Rs
09:20 강 건너기 바구니 배50Rs
10:30 Hanuman Temple 오토130Rs
12:00 닭볶음면, 중국식 소스 닭튀김, 로띠, 사이다, 콜라, 망고쉐이크, 수박 주스 510Rs(강 건너 식당)
16:00 숙소 귀환 모터 보트10Rs
19:00 바나나, 오렌지40Rs, 휴지40Rs, 칼리안 게스트하우스(Kalyan Guesthouse) 3박 1,800Rs
22:30 취침
아침에 강을 건너 가 보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그런데 강가로 갔더니 배 운행 시간인 10시가 안 됐다며 1인당 10루피인 뱃삯을 느닷없이 50루피를 달란다. 처음에는 모든 여행자가 항의했으나 몇 명이 배에 오르자 우르르 타고 떠난다. 나와 두 명의 독일인 아가씨만 남았다. 결국 한참을 기다려 독일 아가씨와 뒤에 온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바구니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배를 타는 곳)
(↑바구니 배)
강을 건넌 후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산 정상에 있는 하누만 사원(Hanuman Temple)에 가기로 했다. 걷기에는 힘든 거리라 차량을 타야 하는데 협상이 쉽지 않다. 결국 큰길까지만 나가서 걸어가겠다는 독일인 아가씨를 설득해 함께 가기로 하고 왕복 200루피에 협상했다. 함께 간 독일인들은 편도만 이용하고 나머지는 내가 부담하기로 했다. 산 아래에서 오토를 대기시키고 사원까지 오르는데, 그리 높지는 않지만 끝없이 이어진 수많은 계단을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다. 중간 중간 쉬면서 눈 아래 펼쳐진 놀라운 전경을 감상하면서 겨우 돌산 정상에 오른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사원은 이름대로 하누만(원숭이 신)을 모시는 것 같은데 참배하러 오는 현지인들이 꽤 많다. 그런데 사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오르는 이유는 하누만 사원보다는 신비롭게 펼쳐진 함피의 전경을 한눈에 담기 위해서일 것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돌덩이들이 언덕과 산을 이루고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마을과 푸른 논밭을 한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므로 힘들게 오르는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다.
(↑하누만 사원(Hanuman Temple) 올라가는 길)
(↑하누만 사원(Hanuman Temple)에서)
(↑하누만 사원(Hanuman Temple)에서 바라본 풍경)
사원에서 내려와 다시 강가 주변으로 돌아왔다. 내가 머물고 있는 함피 바자르 주변에는 나처럼 며칠씩 짧게 머무는 여행자들이 많다면, 강 건너 이 주변 비루파푸르 가디(Virupapur Gaddi)에는 싼 숙소가 많아 주로 장기로 머무는 여행자들이 많다고 한다. 강가의 풍경을 즐기며 하루를 느긋하고 게으르게 보내기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어제 수다 게스트하우스 식당에서 만난 한국 청년도 강가에 있는 숙소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오늘 점심은 그 청년과 함께 먹기로 했다. 그가 묵고 있는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함께 푸짐한 점심을 먹으면서 오랜만에 긴 수다를 즐겼다. 스물일곱의 이 청년은 요리사로 졸업 후 몇 년 간 일을 한 후 세계 일주 여행 중이라고 했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생활 현장으로 돌아가 살아야 하는 그의 미래가 지금처럼 밝고 씩씩했으면 좋겠다.
(↑강 건너 비루파푸르 가디(Virupapur Gaddi) 주변)
내일 새벽 고아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하므로 나는 일찍 숙소로 돌아와 숙박비도 정산하고 짐도 정리했다. 주인장이 미리 예약해 준 오토 기사가 새벽에 오기로 했으니 오늘 저녁은 편안히 일찍 잠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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