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금) 흐림(비), 시드니→캔버라(Canberra)
07:30 기상
08:30 아침(밀크커피, 건포도빵, 달걀)
09:00 YHA Central 체크아웃
09:30 그레이하운드 버스 탑승, 출발
13:40 Canberra Jolimont Centre 도착
14:00 Canberra City YHA 체크인
14:30 점심(옥수수, 달걀)
16:30 숙소 근처 슈퍼(닭다리6개 2.33, 파1단 1.99, 감자475g 1.9, 자두555g 3.88) 10.1$(롯데아멕스)
17:00 그리핀 호수(Lake Burley Griffin)
17:20 국회의사당(Parliament House) 국기게양대(YHA 워홀 한국인 여자(26살) 직원과 차로 이동)
18:20 저녁(밥, 닭매운탕, 요구르트, 자두)
20:30 샤워
23:00 취침
전날 미리 예약해 둔 기차를 비싼 수수료를 물어가며 취소하고 굳이 버스로 캔버라로 이동하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캔버라의 기차역 위치가 숙소(YHA)나 국회의사당이 있는 지역과는 거리가 멀어 이동이 쉽지 않아 보인 데다 버스와 가격도 꽤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기차 왕복 112.98$, 버스 왕복 65.28$) 그래서 도시 간 장거리를 운행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Greyhound Bus)를 타고 가기로 했다. 마침 버스 승차장도 중앙역 한쪽 편에 있어서 아침 시간에 이동하기도 편리했다. 다만 내가 묵은 YHA Central에는 유료 짐 보관소가 있는데 보관료가 매 4시간 당 3~6$로 아주 비쌌다. 하는 수 없이 체크아웃을 하면서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해야 했다.
(↑보안과 시설, 위치가 좋아 시드니에 있는 동안 머물렀던 Sydney Central YHA. 비싼 짐 보관관료가 한 가지 흠이다.)
거의 정확한 시간에 출발한 버스는 우리나라 고속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좌석이 편안했고 차내에 화장실도 갖춰져 있다. 또 먹는 물도 제공되고 차내에서 Wifi도 가능했고 좌석마다 USB로 충전도 할 수 있었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중간 경유지 굴번(Goulburn)을 제외하고 고속도로 주변은 건물을 찾아볼 수 없는 끝없는 들판이 이어졌고 수십 대의 풍력발전기 돌아가고 있는 곳도 있었다. 참 넓은 땅에 와 있음을 새삼 느꼈다. 비슷한 풍경이 지루하리만큼 길게 이어지는 까닭인지 도로 중간 중간에 차량들이 휴식할 수 있는 장소(Rest Area)가 있다는 것과 앞에 다른 차가 없는 탁 트인 길이었음에도 내가 탄 버스가 100km 속도를 끝까지 유지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레이하운드 버스(Greyhound Bus)
시드니에서 약 4 시간을 달려 버스가 멈춰 선 곳은 캔버라(Canberra)의 졸리먼트 센터(Jolimont Centre). 우리의 고속버스 터미널인 곳이다. 무거운 짐 가방을 끌고 숙소인 YHA를 향해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거리가 텅텅 빈 것처럼 휑하다. 대부분의 상가나 빌딩들은 문을 닫았고 오가는 차량도 사람들도 드물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4월 3일(금)부터 4월 6일(월)까지 부활절이 낀 연휴 기간이었던 것이다.
(↑캔버라 장거리 버스 터미널 졸리먼트 센터(Jolimont Centre))
(↑캔버라 YHA(Canberra City YHA))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1층 리셉션 근처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익숙한 한국말 소리가 들렸다. 젊은 남녀 두 사람의 얘기를 잠시 들어보니 남자 직원이 갓 들어온 듯한 신입 여자 직원에게 창고, 사무실, 식당 등을 돌며 일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업무 지시가 대충 끝나갈 즈음 신입 여직원에게 말을 붙여 보았다. 워홀러인 20대 중반의 이 아가씨는 호주에 정착하기 위해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왔단다. 호주의 몇 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일하면서 몇 달씩 살아봤는데 그 중에도 캔버라가 특히 마음에 들어 두번째 왔다고 했다. 오늘은 여기 YHA에서 일을 시작하는 첫날이라 한국인 선임자로부터 오리엔테션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오랜만에 한국인을 만나 반가워서 젊고 씩씩한 이 아가씨에게 저녁을 대접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일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 근처 슈퍼마켓으로 함께 가 장을 봐 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식사하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라 그녀가 근처라도 잠시 드라이브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녀와 함께 차로 이동해 간 곳은 캔버라 시가를 남북을 가르는 그리핀 호수(Lake Burly Griffin)다. 그리핀 호수는 1964년 강을 막아 만든 인공 호수인데 계획 도시인 캔버라를 설계한 두 사람의 건축가 중 월터 벌리 그리핀의 이름을 따 명명했다고 한다. 하루에 세 번 캡틴 쿡 기념 분수에서 137m 높이의 시원한 물줄기를 쏘아올린다는데 나는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계절이 반대인 이곳은 단풍이 들고 길 위로 낙엽이 구르는 가을이다.)
(↑그리핀 호수(Lake Burley Griffin))
다시 호수 건너 편 국회의사당(Parliament House)으로 이동했다. 내가 굳이 캔버라를 찾아온 까닭은 한 나라의 중심지인 수도를 빼 놓고 그 나라를 여행했다고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캔버라는 1900년대 초 호주의 수도를 정할 때 대표적인 대도시 시드니와 멜번이 서로 충돌했을 때 이 두 도시의 중간(실제로는 시드니에서 280km, 멜번에서 660km 떨어진 거리에 있다.)에 새로 건설된 도시로 호주의 국회의사당, 최고 재판소, 연방 정부와 산하 기관 대부분이 들어서 있다. 공공 기관들은 주로 호수 남쪽 사우스 캔버라(South Canberra)에 모여 있는데 그 중에서도 호주 연방 의회가 있는 국회의사당은 세계 최대 높이라는 81m의 국기 게양대가 있어 사방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건물이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내부가 무료로 일반에 개방된다는데 하필 내가 간 때가 공휴일이니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지하 주차장에서 국기 게양대로 올라가는 계단)
(↑국회의사당 국기 게양대)
동행한 친절한 한국인 워홀러와 함께 숙소로 돌아와 미리 장을 봐 둔 재료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메뉴는 밥에 닭매운탕 뿐이었지만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먹는 식사여서 그런지 푸짐하고 맛있는 저녁이었다.
4/4(토) 흐림 캔버라(호수 남쪽 국회의사당 주변)
08:00 기상
09:30 아침(밀크커피, 건포도빵, 포도)
10:40 YHA 자전거 1일 대여 20$(신한비자)
11:40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12:50 호주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15:30 국립 도서관(National Library)
16:40 대한민국 대사관(그리스, 태국 대사관 사이, 길 건너 일본 대사관)
17:35 시내 맥도날드(스테이크 BBQ랩) 7.95$
17:55 YHA Canberra City 귀환
18:10 저녁(맥도날드 랩, 김치찌개)
20:30 샤워
23:00 취침
캔버라의 이틀째 날, 나는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숙소 리셉션에 얘기했더니 자전거가 보관된 지하로 가 내게 알맞은 걸로 골라 오라고 한다. 보관된 자전거들은 대체로 상태가 좋았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 다리 길이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안장을 낮춰 몇 대의 자전거에 올라 봤으나 발끝이 겨우 땅에 닿는 정도로 내겐 위험했다. 하는 수 없이 어린이 용(?)인 듯한 키가 작은 자전거 한 대를 빌리기로 했다. 그런데 높이가 내 다리 길이에 비해 안정적이긴 했으나 핸들이 낮아 상체를 만이 굽혀야 해 시종일관 불편한 라이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다리가 짧아 슬픈 내 몸이여!
(↑옆에 서 있는 성인용에 비해 유난히 작아 보이는 내 자전거)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잘 정돈된 가로수 길)
그리핀 호수 위로 시원하게 뚫린 다리를 건너 남쪽 사우스 캔버라(South Canberra) 지역으로 갔다. 이 지역은 각종 공공 기관뿐만 아니라 국립 미술관, 국립 도서관 등 호주 최고를 자랑하는 문화 시설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리를 건너 먼저 들른 곳은 국립 초상화 미술관
(National Portrait Gallery). 이름에 걸맞게 내부 전시 작품 대부분은 인물을 주제로 한 회화나 사진들이었다.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내부 전시 작품들)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서 나와 다음 건물로 이동하는 길에 우리나라의 대법원 쯤에 해당하는 호주 최고재판소를 지났다. 일정 기간(매달 첫 2주 동안의 화~목요일)에는 흰 가발과 검은 망토를 입고 진행하는 재판을 견학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역시 운이 따르지 않아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정면 벽면이 대형 유리로 된 이 건물은 그리핀 호수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고 한다.
(↑호주 최고 재판소(High Court of Australia))
호주의 주요 도시마다 크고 작은 미술관이 있지만 수도 캔버라의 국립 미술관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약 7만여 점의 미술품을 소장한이 미술관에는 에보리진관, 아시아관, 호주관 등의 전시관이 있으나 역시 유럽의 여러 나라 작품이 가장 많다. 세잔, 모네,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 잭슨폴록 등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아시아관, 에보리진관)
(↑클로드 모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야외 전시 작품)
(↑국립 도서관(National Library of Australia))
이곳 사우스 캔버라 지역 서쪽으로 야랄룸라(Yarralumla) 지구에는 각국의 대사관과 공관이 모여 있는 대사관 마을(Embassy Village)이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 대사관도 있으니 한번 가 보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따라 길을 나섰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거리가 꽤 멀게 느껴졌다. 가는 길에 방향을 잘못 들어 잠시 헤매기도 하고 몸을 구부려 낮은 핸들을 잡고 자전거를 타느라 조금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문 닫힌 한국 대사관 앞에서 태극기를 보니 반갑기는 했으나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도 없고 지나는 사람조차 없는 곳이라 이내 적막한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대사관 마을에 있는 중국, 미국 대사관)
(↑태극기가 반가운 한국 대사관)
한국 대사관을 끝으로 사우스 캔버라에서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묵었던 캔버라 YHA는 상가와 식당 등이 모여 있는 시빅 스퀘어(Civic Square)와 가까운데, 시빅 스퀘어는 노스 캔버라(North Canberra)의 중심 지역이다. 광장에는 1960년에 제작되었다는 중앙 분수도 있고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시빅 스퀘어가 캔버라의 가장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상가들이 철시한 데다 지나는 사람들조차 드물어 광장은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과 더불어 쓸쓸함마저 감돌았다.
(↑시빅 스퀘어(Civic Square))
(↑시빅 스퀘어 분수)
(↑재미있는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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