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0 기상
07:00 Patricia와 차로 집 출발
07:20 Bluebridge Ferry 부두 도착(Patricia와 작별), Check-in
07:30 탑승(Boarding)
08:00 Ferry 출발
08:30 아침(옥수수, 밀크커피, 넛트바), 배 안 매점(커피+밀크) 3.5$(현금)
09:10 Patricia에게 문자(엊그제 버스 안에서 남편에게 5$ 빌린 것 못 갚았음)
11:35 픽턴(Picton) Bluebridge Ferry 부두 도착,
차량 이동 후 사무실에서 짐 찾고 다시 같은 차량으로 이동
11:50 Interislander Ferry 부두 입구 하차
12:00 버스 승객 명단 확인 후 탑승
12:35 버스 출발(원래 12:15 차였으나 이곳 페리 연착으로 늦게 출발)
14:40 넬슨(인터시티 트래블 센터) 도착
14:50 거리 푸드 트럭에서 점심(Fish Slider(아보카도 많이 든 일종의 작은 피쉬 버거)) 8$(현금)
15:25 Accent on the Park 도착(29$/1박당, 여성6인실, 드라이기, 아침 포함, 와이파이(컴퓨터는 유료))
3박 87$(현금, 10$ 열쇠 보증금)
16:50 Countdown(호박小2개, 체리400g, 쌀500g, 크래커, 요플레6개 묶음) 15.6$(현금)
19:00 저녁(밥, 참치김치찌개, 체리, 요플레)
21:00 샤워
23:00 취침
6시 10분, 미리 맞춰 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어제 오전 크리스와 등산을 다녀온 후 오후 내내 집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낸 터라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가 그나마 수월했다. 다른 식구들이 깨지 않도록 소리를 죽여 가며 간단히 세면을 하고 어젯밤 정리한 대로 가방을 쌌다. 10분 전 7시에 조용히 가방을 1층 출입문 앞에 내려다 놓았다. 두 번째 가방을 옮기려 다시 계단을 오르자 파트리샤가 주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다른 식구들 아침을 미리 준비해 둔 모양이다. 내가 짐을 다 내려다 놓자 차 열쇠를 들고 나와 함께 짐을 차에 실었다.
토요일 이른 시각이라 거리에 차는 별로 없었다. 파트리샤는 가는 길에 오늘은 날씨가 흐리긴 해도 물살이 세지 않아 편안히 갈 수 있을 거란다. 내가 예약한 Bluebridge Ferry 부두는 4일 전 네이피어에서 도착했던 기차역 바로 앞에 있었다. 파트리샤와 처음 만나고 헤어진 곳이 서로 지척에 있다니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짐을 내린 후 짧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하고 마지막 포옹을 한 후 그녀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Bluebridge Ferry 부두)
부두 대기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기다리고 있었다. 체크인을 하기 전 짐표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뉴질랜드에서 내게 전화할 사람이 있을 리 없는데 깜짝 놀라 받았더니 카운터에 있던 여직원이었다. 지척에서 내가 전화 받는 것을 보고 손짓을 한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 짐을 부치고 나자 보딩패스라며 플라스틱 막대기 같은 걸 하나 준다.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린 안내 방송에 따라 배를 타기 위해 출입구로 간다. 문앞에서 한 직원이 작은 통을 들고 좀 전에 받은 보딩패스를 하나씩 받아 담는다. 종이도 아끼고 여러 번 사용 가능하니 이런 보딩패스도 좋은 아이디어인 듯하다.
배는 생각만큼 컸다. 좁은 계단을 따라 차량을 실은 1, 2층을 지나자 3, 4층에 객실, 라운지, 스낵바, 식당, 화장실 등이 있다. 커다란 벽면 TV 2대에서는 영화도 상영해 준다. 아침 일찍 나온 승객들이 여기저기 소파에 편안히 기대거나 또는 담요까지 들고 와 누워 잠을 청하기도 한다. 나는 식당에서 밀크 커피 한 잔을 사 어제 저녁에 삶아온 옥수수와 작은 넛트바 하나로 아침을 해결한다.
(↑Bluebridge Ferry 외관)
(↑Bluebridge Ferry 실내)
아침을 먹다가 갑자기 그제 아침 버스 안에서 버스 1일권을 살 때 잔돈이 모자라 크리스에게 5$를 빌린 것이 생각났다. 중간에 생각은 했었는데, 더구나 어제는 아침부터 크리스와 등산도 하고 하루 종일 집에 같이 있었는데 돌려줄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런데 떠나는 배 안에서 그게 생각난 거다. 그래서 얼른 파트리샤에게 어쩌면 좋을지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그녀는 괜찮다면서 넬슨에서 편지 봉투에 5$ 짜리 우표를 붙여 보내라며 답장이 왔다. 나는 곧 그러마고 다시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내일을 일요일이라 우체국 문을 열지 않을 텐데 어쩌나? 월요일까지 기다리다 또 잊어버릴까 걱정이다.
배를 타는 동안 날씨는 좋지 않았다. 흐리고 약한 빗방울도 떨어졌다. 배가 떠난 후 30분쯤 뒤에 갑판에 나와 멀어져 가는 웰링턴 쪽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리고 픽턴에 다다를 즈음 다시 가까워지는 픽턴 부두를 카메라에 담았다. 배가 부두에 도착하기 10여 분쯤 전 안내 방송이 나왔다. 출입구에 줄을 서 기다리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다시 내려와 배 문이 열리기를 다시 기다린다. 잠시 후 드디어 문이 서서히 올라가며 열리자 어둡던 배 안으로 빛이 들기 시작한다. 문이 완전히 위로 젖혀지며 열리자 사람들이 움직인다. 밖으로 나오자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2분여 거리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 차를 멈춘다. 거기에는 이미 승객들의 짐이 도착해 있었다. 짐을 찾고 좀 전 그 버스에 다시 올랐다. 넬슨으로 가는 인터시티 버스는 다른 페리 회사인 Interislander Ferry가 서는 부두까지 가야하는데 이 버스는 그곳을 지나 시내 여행 안내소 i-Site까지 간다고 한다. 2~3분 거리에 여러 회사의 차량이 대기해 있는 곳이 보인다. Interislander Ferry 부두 앞에다. 버스는 나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을 내려놓고 나머지 승객들을 태운 채 다시 떠났다.
(↑Bluebridge Ferry 하선)
(↑Bluebridge Ferry가 도착한 픽턴 부두)
내가 탈 넬슨 행 인터시티 버스는 이미 대기 중이다. 흰 반팔 셔츠에 검은 색 반바지 유니폼 차림 머리를 빡빡 민 기사 아저씨는 참 친절해 보인다. 자기 승객뿐 아니라 길을 묻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세세하게도 길을 안내해 준다. 나는 기사 아저씨가 갖고 있는 승객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짐을 실은 후 차에 올랐다. 이곳 Interislander Ferry가 연착해 페리와 연계된 승객들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버스는 예정 시각보다 20분쯤 늦게 출발한다.
(↑Interislander Ferry 부두 앞에 대기 중인 인터시티 버스와 친절한 기사님)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버스를 타고 지나는 곳마다 한적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난다. 양떼나 소떼가 드넓은 초지에서 풀을 뜯거나 울창한 숲을 지나기도 하고 크고 작은 강도 따라 지난다. 그런데 버스가 넬슨을 향해 픽턴에서 조금씩 멀어지자 길 양쪽으로 끝없이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기사 아저씨 설명을 대부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주변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이 있는 지역이란다. 아주 오래 전 화산 지대였다가 지금은 평원이 된 곳으로 일조량이 많고 물과 공기가 맑고 깨끗해 포도 농사가 잘 된다는 얘기인 것 같았다. 이 지역 와이너리만도 160여기 이상이 있다는 설명도 한다.
(↑픽턴에서 넬슨으로 가는 길에 만난 포도밭)
드넒은 포도밭이 끝나자 멀리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번엔 끝이 뵈지 않는 해변을 따라 달린다. 풍경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마치 부산의 낙동강 강변 도로 같은 곳처럼 느껴졌다. 물론 부산은 강을 따라 놓인 길이고 이곳은 해변을 따라 달리는 길이니 그것도 다르긴 하지만. 해변 도로가 거의 끝나자 버스는 다시 도시 안으로 들어선다. 오후 2시 40분쯤 드디어 버스는 예정된 정류장에 도착했다.
짐을 다 내리고 친절한 기사 아저씨께 주소와 이름이 나와 있는 예약 바우처를 보여 주며 내가 가야 할 숙소 위치를 물었더니 역시 차근차근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다. 머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남기고 다시 내 무거운 여행 짐을 끌고 걷기 시작했다. 버스를 내린 정류장에서 코너를 돌아 50여 미터 앞에 가다 보니 식탁 두 개 와 의자를 놓아 둔 푸드 트럭이 보인다. 메뉴에 8$짜리 Fish Slider라는 게 있는데 넙치와 아보카도, 야채를 넣은 작은 버거 같은 거였다. 주문을 하니 바로 생선을 구워 만들어 내놓는다. 크기가 내가 여러 번 먹었던 맥도날드 피쉬버거와 비슷했는데 물론 값은 좀 더 비쌌지만 빵과 생선, 채소들이 신선하고 맛있었다. 내가 마지막 손님인지 다 먹고 일어나자 의자들을 정리한다. 물어보니 점심 시간에만 장사를 한단다.
(↑아보카도를 넉넉히 넣은 생선 버거)
그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짐을 끌고 다시 숙소로 향한다. 구글 검색 결과 450m 거리라 그리 멀리는 않았다. 다행인 것은 뉴질랜드는 어느 도시나 휠체어나 자전거, 나 같은 여행객이 가방을 끌고 다니기에 편리하도록 거의 모든 보도가 평평하다. 그나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내가 예약한 숙소 Accent on the park는 이 도시 매인 거리가 끝나는 곳에 있는 공원 안에 있는 커다란 성당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버스 터미널에서 숙소로 가는 길)
숙소에 도착해 리셉션에서 사람을 부르니 젊은 아가씨가 짜증스런 얼굴로 나온다. 예약증을 확인하고 방값을 지불하려는데 카드는 수수료를 더 물어야 하니 현금을 달란다. 어쩔 수 없이 3박 숙박료로 현금 100$를 내니 잔돈 3$을 주고 10$은 열쇠 보증금으로 맡기란다. 방 열쇠를 주는데 304호, 3층이다. 눈앞에 가파른 계단이 있는데 23kg짜리 캐리어를 도저히 들고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낮은 층 방은 없느냐고 했더니 열쇠들을 걸어놓은 벽 쪽을 한번 돌아보더니 6인실 방이 없다고 한다. 내가 짐 때문에 하도 난감해 하니 문 안에 다른 젊은 여자를 불러 뭐라 몇 마디 하더니 그냥 나더러 알아서 하도록 놔두라는 눈치다. 뒤에 다름 손님이 있어 계속 시간을 끌 수가 없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네이피어에서처럼 두 번에 걸쳐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결국 혼자 짐을 끌어올렸다. 어쨌든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리셉션 있는 곳이 2층이라 한 층만 오르면 3층인 것이 다행이었다.
방에 짐을 옮긴 후 땀을 닦고 식당이며, 세탁실, 휴게실 등을 혼자 확인하고 다시 리셉션에서 직원 아가씨를 불렀다. 가까운 슈퍼마켓이 어딘지 물었더니 지도 위에 표시르 하며 길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귀찮은 듯 다 됐냐고 한다. 식당 벽에 붙은 안내문을 찍은 사진을 보이며 한 가지 더 토요일 무료 관람 갤러리가 있다는데 어떻게 가느냐고 했더니 지금은 리노베이션 중이란다. 나는 이 퉁명한 아가씨에게 더 이상 질문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숙소를 나와 바로 그녀가 가르쳐 준 슈퍼마켓 Countdown으로 갔다. 가져온 참치와 캔에 든 볶은 김치를 넣어 참치 김치찌개를 하기로 하고 쌀 500g과 체리,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의 작은 호박 2개, 요플레도 샀다. 작은 콘센트를 사려고 다시 근처 창고형 매장 Warehouse도 가 봤으나 여기 3발형과 우리 식 2개짜리 콘센트가 둘 다 있는 것은 없었다.
(↑슈퍼마켓으로 가는 주변 풍경)
다시 숙소를 돌아오니 6시가 다 되었다. 주방으로 가니 사람들이 북적인다. 그 틈에 끼어 나도 쌀을 씻어 안치고 참치캔과 김치캔을 섞어 찌개도 만들었다. 후식으로 요플레와 체리도 먹었으니 그만하면 넉넉한 저녁 식사가 아닌가? 밥도 반찬도 남겨뒀으니 내일 저녁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밥과 참치김치찌개)
저녁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8시, 더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이제야 새벽부터 세 도시를 거친 오늘 하루 여정이 마무리된다.
2/1(일) 비, 넬슨(Nelson)
07:00 기상
08:30 Milfordsound Cruze 쿠폰 구매(Grabone 홈페이지) 35$(신한카드)
08:40 아침(토스트, 버터(제공), 체리, 요플레, 믹스커피)
10:20 숙소 옆 성당 헌금 10$
11:30 숙소 출발
13:20 Mitre 10 Mega(각종 장비, 도구를 파는 창고형 마트) 도착(약 7km 도보)
13;50 다용도(이중) 플러그 9.5$, 마트 내 카페 점심(칠리소스 피자) 8$
14:55 Mitre 10 Mega 근처(도보 15분 거리) 버스 정류장 도착
15:16 버스(넬슨↔리치몬드) 도착, 버스비 3$
15:30 넬슨 시내 도착
15:55 Countdown(복숭아小5개, 방울토마토250g, 우유1L, 달걀6개, 냉동새우300g) 20.4$
16:00 i-Site(와인투어 문의 95$ 오전11:30~오후5:00라 포기하기로 함)
16:30 숙소 Accent on the park 도착
19:20 저녁(밥, 참치김치찌개, 호박새우볶음, 달걀프라이, 요플레, 복숭아)
20:20 샤워
23:20 취침
지난 밤 웬일인지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3번이나 잠을 깼다. 지금 당장 별다른 걱정도 없고 몸 상태가 나쁘지도 않은데 깊은 잠을 설쳤다. 결국 휴대전화기로 시간을 확인하고 게임을 하며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7시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잠시 침대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을 챙겨 먹으러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이 숙소는 여러 가지 빵과 버터만 제공해 주었다. 그래서 믹스 커피를 따로 챙겨와 빵을 먹으며 함께 마셨다. 후식으로 어제 산 요플레와 체리까지 먹고 든든히 배를 채웠다.
3층 방으로 올라와 보니 옆 침대 독일인 아가씨가 페리를 타기 위해 픽턴으로 간다고 짐을 챙겨 나온다. 작별 인사를 하고 방안으로 들어오니 길 건너 옆 언덕에 있는 성당에서 아침 예배 종소리가 길게 울리고 있다. 갑자기 오늘이 일요일임을 깨닫고 성당 미사에 참여하고 싶어졌다. 마치 종소리가 나를 부르는 듯해 얼른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었다. 창문을 열어보니 밖에는 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 캐리어 밑바닥에 넣어 둔 양산 겸 우산을 챙겨 들고 작은 언덕을 올라 성당으로 갔다. 미사(예배)는 이미 시작되어 신부님이 한창 설교 중이시다. 성당 안에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반쯤 찼는데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고 젊은이는 드물었다. 나는 소리를 죽여 문을 열고 들어가 뒤에서 세 번째 줄 중년 여성 한 명이 앉아 있는 옆 자리에 가 앉았다. 그녀는 기도문과 성가가 쓰여 있는 인쇄물을 내 쪽으로 밀어 준다.
신부님의 설교는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진실한 믿음으로 하나님(신) 안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신의 뜻대로 새롭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신은 그런 힘을 우리게 주신다는 것이다. 아멘! 나는 옆 자리 아주머니가 주신 인쇄물에 적힌 대로 기도문도 따라 읽고 찬송도 따라 불렀다. 그러더니 사람들이 하나 둘 차례로 교단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신부님들이 준비하신 예수님의 피와 살의 상징인 밀떡과 포도주를 받아먹는다. 비록 교인은 아니지만 나도 이 성스런 의식에 참여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기도와 찬송을 하고 마지막으로 신부님의 인사 말씀으로 예식(미사)는 끝이 났다.
단에서 미사를 주관하시던 신부님들이 출입문으로 이동해 대기하시자 신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문앞에 선 신부님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건넨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우선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신부님이 청하신 악수를 했다. 낯선 동양인인 내게 어디서 왔냐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부님은 아, 그러냐시면서 한국인 여행객들이 가끔 이렇게 미사에 참여한다고 했다. 내게도 여행 잘 하라는 축복의 말씀을 주시며 환하게 웃으신다.
(↑숙소 옆에 있던 성당)
성당을 나오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 뭘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어제 어떤 가게에서 직원 아주머니가 가르쳐 준 대로 시내 외곽에 있는 마트에 가서 우리 식 220볼트 두 발 형태의 플러그를 한 번에 두 개 이상 꽂을 수 있는 콘센트(소켓)를 사기로 했다. 지도를 펼쳐놓고 가는 길을 살피고 방향을 잡고 11시 반쯤 숙소를 출발했다. 1시간 이상은 걸을 각오로 길을 나섰는데 이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다. 겨우 방향을 제대로 잡고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걸으면서도 여러 번 돌아갈까 말까를 고민한다. 1시간을 걸어도 지도상으로는 목적지까지 반쯤 온 것 같았다. 이제는 오기가 나서 끝까지 가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중간 중간 예쁜 집이나 풍경이 보이면 잠시 서서 사진도 찍었다. 아, 문득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쓸모없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이 도시 외곽을 걸으며 즐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거세지는 빗속을 걸으며 옷도 신발도 젖었지만 다른 여행객은 볼 수 없는 한적한 도시 외곽의 풍경을 이렇게 하루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자 걸음이 가벼워졌고 어느 새 목적지가 눈앞에 보였다. 시계를 보니 약 7km 거리를 1시간 50분쯤 걸었다.
(↑Mitre 10 MEGA로 가는 길)
목적지인 Mitre 10 MEGA는 온갖 목공, 정원 가꾸기, 집안 장식이나 수리에 필요한 온갖 도구들을 파는 특화된 마트인 셈이다. 크고 작은 넛트에서 전기 톱, 나무 판자 등 대형 건자재 시장 같았다. 품목별로 구역이 잘 정리돼 있어 각종 콘센트가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형태의 것은 없고 아쉽지만 조금 크고 기능이 약간 다른 것으로 하나 사기로 했다. 그 작은 물건 하나만 사고 나오려니 아쉽기도 하고 배도 고파서 매장 내에 있는 카페에서 피자를 시켜 점심을 대신했다.
(↑각종 생활 도구들을 파는 Mitre 10 MEGA)
(↑Mitre 10 MEGA에서 산 어댑터)
(↑Mitre 10 MEGA 매장 내 카페에서 먹은 피자)
매장을 나와 보니 바로 옆에 WOW라는 갤러리 겸 박물관이 있었다. 비는 잦아졌으나 오는 길에 봐 두었던 버스 정류장 시간표에 맞춰 가려면 박물관을 들를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건물 외관 사진만 찍고 돌아서야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버스 이동 횟수가 평일보다 적어 미리 예정된 시간보다 좀 넉넉히 먼저 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에는 약 20여분 먼저 도착했다. 버스는 예정된 시각보다 2분 앞서 3시 16분에 도착했다. 거리에 따라 버스비가 다르긴 한데 내가 탄 구간은 편도 3$이었다. 각 정류장마다 시간을 맞추느라 잠시 대기하다가 드디어 내가 1시간 50분이나 걸어왔던 길을 거슬러 다시 넬슨 시내 중심지로 차가 들어선다. 돌아올 때 이렇게 버스를 탈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아침 성당에서 기도한 덕에 하나님께서 돌아오는 길을 수월하게 해 주셨나 보다.
(↑넬슨 시내로 가는 버스 정류장)
(↑Mitre 10 MEGA 옆 WOW 갤러리)
버스 정류장은 어제 인터시티 버스가 섰던 바로 그 곳이었다. 시내외 대부분 버스가 이곳 정류장에서 출도착을 하는 모양이다. 돌아오는 길에 Countdown에 들러 달걀과 과일 몇 가지를 샀다. 그리고 와인 투어를 할 수 있을까 해서 근처 i-Site에 들렀다. 다행히 일요일인데 문을 열고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알아본 와인 투어는 아침 11시 반쯤 출발해 오후 5시쯤 돌아오는 것뿐이란다. 와인 시음을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해 한두 시쯤 돌아오는 투어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언뜻 가격을 보니 1인당 95$였다. 내가 와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포도밭을 구경하고, 와인 만드는 공정을 볼 수 있으면 되는데 시음이 많은 이런 투어는 내게 맞지 않아 결국 포기하기로 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장 본 것들을 냉장고에 정리해 넣어 두고 6시가 조금 넘어 저녁 준비를 했다. 어제 남은 밥과 참치김치찌개, 호박새우볶음, 달걀 프라이까지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려 먹었다.
(↑푸짐하게 차린 저녁 식사)
내일은 오늘 아침 떠난 독일 아가씨가 알려준 대로 오전에 공원을 산책하고 강가에 나가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겠다. 그리고 오후에는 도서관에 가 나머지 일정을 정확히 확정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애니와 파트리샤에게 편지도 써야겠다.
2/2(월) 흐림→비, 넬슨(Nelson)
07:00 기상
08:00 아침(토스트, 밀크커피, 토마토, 요플레) 빵, 버터, 차, 커피, 소금, 후추 등 몇 가지 양념 제공
09:30 세수 후 외출 준비했으나 비가 와 대기함.
11:00 숙소 출발, Queens Park, 강가 산책(스마트폰 액정 깨짐)
13:20 점심(맥도날드 치즈버거(1$월요일 특가), 아이스크림콘) 1.7$, 후식(체리, 방울토마토)
14;30 스타벅스 카페라테(small, 기본 1시간 무료 wifi, 이후 직원에게 말하면 연장 쿠폰 줌.) 4.1$, 문구점 마커펜 2$
16:50 숙소 귀환, 24시간 wifi 사용권 4$(프란츠조셉, 와나카, 테카포 숙소 예약)
19:10 저녁(밥, 호박새우볶음, 달걀프라이, 고추장으로 비빔밥, 과일)
20:00 샤워 후 같은 방 옆 베드 아가씨에게 내일 06:00 알람 부탁
23:30 취침
외출을 위해 아침부터 준비를 했으나 비가 부슬부슬 내려 잦아들기를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이내 어제 계획했던 대로 오전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퀸즈파크(Queens Park)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길을 찾는데 잠시 헤매긴 했지만 크지 않은 예쁜 교회가 있는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니 공원 입구가 보였다.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진 화단이며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나무들, 오리와 물고기들이 어울려 노는 연못,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연못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까지 이름대로 '여왕의 공원'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공원이다. 어마어마한 규모라고까지 할 만하지는 않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커 여기저기 구석구석 천천히 둘러보고 사진을 찍느라 꽤 시간을 지체했다.
(↑아름다운 빅도리아 정원)
아, 그렇게 이 예쁜 공원에 마음을 삐앗겨 여행 오기 전 남대문 시장에서 샀던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고 휴대전화를 셀카봉에서 제거하려다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놀라 바닥에 드러누운 전화기를 얼른 주웠으나 불행히도 액정이 깨져 작동하지 않았다. 순간 정신이 아뜩해지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미 마음은 앞으로 일정에서 해야 할 각종 예약을 휴대전화로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고장난 전화기는 가방 안에 넣고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로 계속 찍었다.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공원을 나와 작은 강이 있는 곳까지 갔다. 강 너머 주택가가 있고 강변을 따라 나무 그늘 아래 여기저기 벤치들이 놓여진 산책로 길게 뻗어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라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는 없었다. 강변을 한동안 걸어 주택가를 가로질러 상점들이 모여 있는 시내 중심가로 왔다. 휴대전화 액정을 고치는 곳이 있긴 했으나 오늘따라 휴점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런, 내일은 이곳 넬슨보다 더 작은 도시 그레이마우스로 가야 하는데 그곳에서 과연 휴대전화 수리점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강 주변 풍경)
숙소로 돌아와 저녁으로 비빔밥을 해 먹고 방으로 일찍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야 해서 같은 방 옆 침대에 있던 아가씨에게 휴대전화 알람까지 부탁하고 잠을 청했다.
Accent on the Park
예약 사이트 : www.hostelbookers.com
가격 및 조건 : 29$/1박당, 여성6인실, 드라이기, 아침 포함, 10$ 열쇠 보증금, 와이파이(컴퓨터는 유료))
평점 : 시내 중심, 버스 터미널과 멀지 않음. 건물은 대체로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나 직원들은 불친절함.
(↑숙소를 찾는 이정표가 되는 성당, 이 성당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숙소가 보인다.)
(↑방과 주방,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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