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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 남태평양/2015년 1~4월 뉴질랜드, 호주

뉴질랜드 4 웰링턴(Wellington)

1/28() 맑음, 네이피어(Napier)웰링턴(Wellinton)

07:40 기상

08:40 아침(토스트(버터+), 밀크커피, 체리(내가 가져 건 것))

10:20 Criterion Art Deco Backpackers 체크 아웃(휴게실에서 인터넷 검색)

12:40 숙소 출발

13:00 버스 정류장 근처 Countdown 체리800g 6$(현금), 맥도날드 피쉬버거 5.6$(현금)

13:40 버스 정류장 출발(버스 안 점심(피쉬버거, 체리))

16:25 파머스톤(Palmerston) 중간 정차(30분 휴식)

16:55 버스 출발

18:05 와나카나이(Wanakanae) 정차

19:05 웰링턴 기차역 도착(Patricia 마중 나옴)

19:30 Patricia네 집 도착(남편 Chris와 인사)

20:00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치킨샐러드), 테라스에서 저녁 풍경 보며 함께 차 마심.

21:20 남편 도와 저녁 설거지

22:00 샤워

  오늘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마지막 도시인 웰링턴(Wellinton)으로 간다. 며칠 전부터 카우치서핑(https://www.couchsurfing.com/users/sign_in) 사이트에서 미리 연락한 호스트 파트리샤(Patricia) 씨 네 집에서 묵을 예정이다. 이메일로 버스 도착 시간과 장소를 미리 알려줬더니 파트리샤씨는 직접 마중까지 나오겠노라고 한다. 오클랜드에서의 첫 카우치서핑의 경험이 좋았던 터라 더욱 그렇겠지만 주인 파트리샤씨도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겨 만남이 기대된다.

  네이피어 숙소에서 여유롭게 오전 시간을 보낸 후 예약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간다. 점심 시간 무렵이라 근처 맥도날드에서 피쉬버거를 사 차안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버스가 출발한 지 3시간 반쯤 지나 중간 지점(파머스톤)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네잎어에서 웰링턴 가는 길) 

  웰링턴 시내로 차가 도착했을 무렵 나는 파트리샤씨에게 도착 문자를 보낸다. 버스가 최종 목적지인 웰링턴 기차역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7시 5분쯤. 차창 밖으로 사진으로만 봤던 파트리샤씨와 흡사한 인상의 짧은 머리의 중년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리자 그녀와 나 우리 둘은 거의 동시에 서로를 알아차렸다. 첫 만남이었지만 이미 알고 지낸 사이인 듯 가벼운 포옹으로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그녀의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가 짐을 싣고 시내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 위의 주택가쪽으로 차를 달렸다. 시내를 지나는 동안 파트리샤씨는 눈에 들어오는 거리 여기저기 건물이나 지역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드디어 차가 도착한 곳은 전망 좋은 나무 숲 곳곳에 그림처럼 예쁜 집들이 자리잡은 조용하고 아늑한 산 중턱 주택가였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파트리샤씨의 남편 크리스씨가 우릴 반겨준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단정하고 인상 좋아 뵈는 아저씨다. 내가 묵게 될 미리 준비된 작고 아담한 방으로 짐을 옮긴 후 부부는 내게 집안 곳곳을 안내했다.

  부부는 또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내게 청했다. 나는 고맙고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으로 그들 부부와 식탁에 앉았다. 간단하지만 신선한 채소와 담백한 닭고기, 올리브유에 새콤하고 달콤한 소스가 곁들여진 치킨 샐러드가 나왔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넓은 거실 너머 바다를 낀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원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함께 마셨다. 과하게 수다스럽지도 않고 어색하게 무뚝뚝하지도 않은 이들 부부와 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 크리스씨는 몇 달 후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퇴직 후에 좀 더 일을 하기 위해 미리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부인 파트리샤씨는 공무원인데 우리로 치면 인력 관리 공단 같은 곳에서 일하는 듯했다. 나는 그러니 부인이 남편의 퇴직 후 일자리를 쉽게 알아봐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노을이 물드는 저녁 풍경을 잠시 함께 바라봤다.

(↑파트리샤, 크리스 부부와 함께 한 맛있는 저녁 식사) 

(↑정원에서 바라본 해질 무렵의 멋진 풍경) 

(↑넓고 아늑한 거실) 

(↑내가 묵은 방 벽에 붙여 놓은 버스 시간표와 아늑한 침대) 

  나는 미리 준비해 간 화장품 파우치와 연한 색동이 둘러진 작은 액자를 선물로 내놓았다. 부부는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여러 번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남편 크리스씨와 나는 저녁 설거지를 함께 했고 설거지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내 잠자리가 마련된 작은 방으로 들어갈 무렵 외출했던 이들 부부의 두 아들이 차례로 귀가했다. 이렇게 이 집 식구들과의 인사를 끝낸 후 나는 아늑한 방에서 웰링턴에서 편편한 첫밤을 보내게 되었다.          

 

1/29() 맑음, 웰링턴(Wellinton)

07:30 기상

08:30 아침(토스트, , 체리)

10:45 20번 버스(집 앞이 종점임. 1 day bus pass 9.5$)

11:15 Mt. Victoria 가기 전 수도원(Monastery) 하차(한국인 선교사 남녀 2명 만남. 일본인 여자가 수도원 내부 안내)

12:00 빅토리아산 전망대(Mt. Victoria Outlook)

12:45 11번 버스 i-Site(쓸 만한 자료 없음)

13:20 점심 맥도날드(피쉬버거5.6, 아이스크림콘 0.7) 6.1$(현금)

14:10 국회의사당(Beehive)(지하철역 종합 버스 정류장 옆)

15:25 New World(쇠고기750g, 500g, 당근1, 양파1, 오이1, 1, 옥수수4개묶음, 키위3, 버섯1) 30.3$(신한카드)

16:25 종합 터미널에서 20번 버스 출발

16:50 Patricia & Chris , 저녁 준비

19:20 저녁(, 불고기, 오이무침, 감자국) 4명 식사(부부, 큰아들, )

20:30 부부와 중국차 마심

21:10 샤워

23:20 취침

  오늘은 오전에 웰링턴을 한눈에 전망하기 좋다는 빅토리아산(Mt. Victoria)에 가 보기로 했다. 파트리샤 씨네 집과는 맞은 편 방향이라 일단 집앞에서 시내를 거쳐 빅토리아산까지 가는 20번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9.5$짜리 하루 교통권을 끊었다. 뉴질랜드에 온 지 열흘이나 지났지만 이곳 물가 특히 교통비와 식비가 유독 비싸다는 것에 아직 적응이 어렵다. 그 동안 동남아, 인도, 몽골, 남미 등 비교적 물가가 싼 지역을 주로 다닌 탓도 있지만 유럽이나 북미, 뉴질랜드 등의 여행자 체감 물가는 주머니가 가벼운 나로서는 가장 큰 불만 사항 중 하나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밥값이나 교통비가 얼마나 싼지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빅토리아산 입구 버스의 종점에 다다르기 전 나는 외관이 예쁜 성당 앞에서 내렸다. 건물 앞 주차장에서 세차를 하던 동양인 남자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익숙한 한국말이 들린다. 알고 봤더니 이곳은 성당이 아니라 수도원이고 이분들은 마침 한국에서 온 선교사들이란다. 내부를 둘러보기를 청하자 일본인 여자 선교사가 나서 안내를 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도서관 예배실, 휴게실 등이 단정하고 깨끗하게 잘 갖춰져 있다.

(↑우연히 들른 수도원)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수도원을 나와 버스가 지나간 길을 따라 높지 않은 경사길을 걸어 빅도리아산 전망대를 향해 갔다. 도로 한쪽 편 숲으로 향하는 입구에 이정표가 보여 잠시 숲길 트래킹을 했다. 숨이 차고 땀이 났지만 숲을 빠져나와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전경은 몸과 마음을 모두 시원하게 했다.  

(↑빅토리아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산에서 내려와 시내로 들어와서 먼저 들른 곳은 여행 안내소. 그러나 이곳에는 내게 맞는 정보나 자료가 별로 없었다. 점심은 맥도날드에서 버거와 아이스크림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웰링턴에서 가장 특이한 외관의 건물인 비하이브(The Beehive)로 갔다. 비하이브는 원래 국회의사당 부속 건물로 영국인 건축가에 의해 네오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단다. 그러나 외관이 마치 벌집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 비하이브로 널리 불린다. 어느 여행 사이트(VirtualTourist)에서 세계에서 가장 흉한 건물 3위로 선정되기도 했다는데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 내겐 이 건물이 그저 재미있고 독특하게 보일 뿐이다. 사전에 미리 알았다면 내부 무료 가이드 투어에도 참여해 볼 수 있었는데 내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무료 가이드 투어 정보는 http://www.parliament.nz/en-nz/about-parliament/visiting/centre/00VisitVisitingCentre1/visitor-centre 참조.) 

(↑특이한 외관의 비하이브와 주변 풍경) 

  어제 저녁 초대에 대한 답례로 나는 파트리샤 씨 부부에게 오늘 저녁은 내가 한식으로 준비하겠노라고 약속했다. 메뉴는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무난히 즐길 수 있는 불고기로 정했는데, 문제는 소고기는 많으나 우리처럼 얇게 저민 형태로 파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내 슈퍼마켓에서 덩어리 채로 고기를 사고 곁들일 몇 가지 채소와 쌀도 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장 바구니를 풀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미리 한국에서 가져간 불고기 양념으로 다소 도톰하게 썬 소고기와 채소를 재워두고 밥을 앉히고 김치 대신 간단한 오이 무침과 맑은 감자국도 준비했다. 저녁 식탁에는 파트리샤씨 부부와 큰아들, 그리고 나까지 모두 네 명이 둘러앉았다. 거의 한식을 접해 볼 기회가 없었던 이들 가족의 반응이 조금은 걱정스럽고 궁금했다. 다행히 부부와 큰아들은 각자의 그릇에 담긴 음식을 남김 없이 아주 맛있게 모두 먹었다. 아직 귀가하지 않은 둘째 아들을 위해 남겨둔 것을 제외하고 식탁 위의 모든 음식이 비워져 다행이었다. 식사 후 부부와 함께 향이 좋은 중국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아쉽게도 내가 준비한 저녁 식사 사진을 찍어두지 못했다.)     

 

1/30() 맑음, 웰링턴(Wellington)

08:00 기상

08:20 아침(토스트, 밀크커피, 체리, 요플레)

09:00 빨래 맡김(Chris네 것과 함께 세탁기 돌림)

09:50 Chris와 등산(산책)

11:55 집으로 돌아옴(2시간)

14:20 점심(삶은 옥수수 2), 오후 내내 인터넷 검색(남섬 버스 예약 완료, 넬슨, 그레이마우스 숙소 예약)

19:10 Chris와 저녁(어제 남은 밥, 불고기, 오이무침)

21:00 샤워

23:00 취침

  오늘 하루는 여유롭게 시작한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자 곧 파트리샤 씨가 출근을 했다. 휴가 중인 남편 크리스 씨는 내 빨랫감까지 가져다 세탁기를 돌린다. 잠시 후 다 된 빨래를 널기 위해 나갔더니 빨래는 이미 줄에 가지런히 널려 있다. 평소 자잘한 목공 일 등 집안 일을 맡아 한다는 부지런한 크리스 씨는 다용도실에서 목재를 다듬고 있었다. 오늘은 한가롭게 이 동네 근처 주변을 산책해 보고 싶다는 내게 그는 마을 뒷산에 함께 오를 것을 제안했다.

(↑집을 나서는 크리스 씨)

 

  물 한 통과 카메라를 들고 나는 크리스 씨를 따라 집을 나섰다. 마을과 바로 연결된 산책로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초입 부분을 제외하면 대체로 평평하고 완만한 편이라 걷기에 좋았다. 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지나니 팬스가 길게 쳐진 경사로가 나왔다.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니 여기저기 수십 개의 거대한 바람개비인 풍력 발전 터빈들이 돌아가고 있다. 크리스 씨의 설명에 따르면 바람이 많은 뉴질랜드엔 곳곳에 풍력 발전기가 설치돼 있고 호수가 유난히 많은 남섬에는 특히 수력을 이용한 발전을 하는 곳도 많단다. 환경이나 안전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오직 경제성만 따져 핵발전소를 늘리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니 새삼 부러웠다. 

(↑산책로와 풍력 발전기가 보이는 주변 풍경)

 

  약 한 시간 남짓 산을 오른 끝에 다다른 곳은 커다란 풍력 발전기가 서 있는 시야가 탁 트인 산마루 조금 못 미친 곳이다. 바람이 다소 거칠게 부는 이곳 주변은 모두 푸른 숲으로 덮힌 크고 작은 산들이 둘러서 있고, 멀리 오밀조밀 건물들이 모여 있는 도시 풍경이 펼쳐져 있다. 저 멀리 맞은 편에 작게 보이는 곳이 어제 내가 다녀온 빅토리아 산 어디쯤일 터이다. 잠시 물도 마시고 땀도 식히고, 다리도 좀 쉰 후 크리스 씨는 아까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올라왔던 길이 직선 거리가 좀 더 가까운 지름길이라면 내려가는 길은 다소 둘러가지만 숲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길이 많은 코스다. 그렇게 두어 시간 남짓 가벼운 등산으로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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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목적지인 풍력 발전기가 있는 주변 풍경)

(↑산을 내려오면서 바라본 풍경) 

 

  오후엔 주로 내일 이후 남섬에서의 일정을 재확정하고 인터넷으로 교통편이며 숙소 몇 군데도 예약했다. 아직도 나는 어느 도시를 가든 일정에 쫓기면서 그 도시의 유명 관광지는 되도록 들러봐야 한다는 숙제 같은 부담을 안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한 도시를 단 며칠만에 다 알 수 있겠는가? 또 그러한 시도가 얼마나 무지하고 어리석은가? 그래서 가끔 오늘처럼 여행자가 잘 들르지 않는 곳에서 나도 현지인들 속에 섞여 원래 있던 풍경처럼 하루쯤 혹은 한 나절쯤 지내보려고 애쓴다.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여행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되도록 바람처럼 물처럼 흐르 듯 시간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그마저도 내겐 아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겠으나, 서서히 조금씩 힘을 빼도 좋을 때 언젠가는 그 곳, 그 시간 속에 내가 있어도 어색해 지지 않을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