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5일(월) 세부 맑음
11:30 Citadel 체크아웃
11:50∼12:20 숙소→딱빌라란 부두 300p+팁50p
12:50 점심 컵라면(진라면) 80p, 과자 51p
13:10 맹인 공연단 팁 50p, 포터비 30p
13:40∼15:40 딱빌라란→세부
16:30 세부항→Quest Hotel 택시 150p
16:50 호텔 보증금(1,000p)
17:40 아얄라몰 입구 감자튀김(치즈맛) 25p
18:40 아얄라몰 내 침사추이 딤섬 부페 350p
20:20 마사지 400p,
21:00 슈퍼(요구르트, 말린 두리안, 산미구엑, 마늘빵 2조각) 175p
Quest Hotel 숙박비 59,000원
미리 연락해 둔 트라이시클 기사 준(Jun)씨가 12시 전에 오기로 돼 있던 터라 11시 30분쯤 방을 비우고 체크 아웃을 한다. 로비에 짐을 챙겨 놓고 앉아 기사 아저씨가 오기를 기다린다. 11시 50분쯤 기사 아저씨가 왔다. 데스크에 앉아 있던 아가씨에게 'Bye'라는 인사를 했으나 아무 대답이 없다. 론리플래닛에 소개된 이 숙소 Citadel은 관리는 깨끗하게 잘 하는 편이나 친절하지 않다. 첫날 내가 이 집에 예약할 때 더운 물 샤워가 안 된다고 해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망설이자 그럼 근처 다른 숙소로 가라며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또한 이곳 직원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드나들면서 마주치거나 뭔가를 물어볼 때 한번도 웃는 낯으로 친절하게 응대해 준 적이 없다. 무표정한 얼굴에 아주 간단하고 짧게 답변할 뿐 먼저 인사하는 법도 없다. 참 이렇게 장사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친절하다.
팡라오 섬을 나와 부두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렸다. 부두는 보라카이에서와는 달리 꽤 규모가 컸다. 기사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대합실로 들어갔다. 세부로 가려는 여행객들이 꽤 많이 대기하고 있다. 짐 검사를 하고 체크인을 마친 후 짐 부치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내가 알아본 바로는 짐값을 따로 받지 않는다는데 여기서는 50페로를 내란다. 그래서 배표에 어차피 짐값이 포함돼 있는데 왜 따로 받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이건 짐값이 아니라 짐을 나르는 포터들의 수고비란다. 하는 수 없이 포터비를 내고 배 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동안 맹인 악단이 연주를 한다. 방송으로 배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가 나오자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간다. 악단의 리더인 듯한 사람이 노래를 마치고, 빠져 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잘 가라는 인사를 한다.
(맹인 공연단)
내가 받은 open air 표는 3등석쯤 되는 것 같다. 2층은 천장만 있고 벽이 없어 바람은 잘 통하나 의자가 고정돼 있어서 다소 불편했다. 배는 딱빌라란 항에서 거의 정확히 2시간쯤 물 위를 달려 세부 항에 도착했다. 세부항에서 나오자 택시들은 있으나 미터로 가지 않고 가격을 흥정하잔다. 어쩔 수 없이 Quest Hotel까지 150페소에 흥정을 하고 짐을 싣는다.(실제 미터로 가면 약 100페소 정도 나온다.) 기사는 택시 안에서 자꾸 팁을 요구했으나 주지 않고 무사히 호텔 앞에 내렸다.
(아얄라몰)
(호텔 방에서 바라본 풍경)
호텔은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깔끔한 시설과 함께 직원들의 세심하고 친절한 서비스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길 하나만 건너면 보이는 곳이 대형 쇼핑몰인 아얄라몰이니 그도 편리했다. 일단 짐을 던져 놓고 아얄라몰로 가 천천히 구경을 하다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 거리를 간단히 준비해 호텔로 돌아왔다. 이 쇼핑몰은 규모도 크고 건물 가운데를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서 쇼핑하면서 쉴 수도 있어 좋았으나 식당가, 의류, 전자, 화장품 등 영역별로 구분돼 있지 않은 것이 다소 불편했다. 어쨌든 규모에 놀랄 만은 한 것 같다.
2013년 2월 26일(화) 세부 맑음
12:00 Quest Hotel 체크아웃, (환전 50$=2,029페소)
12:20 숙소→까르본시장(Carbon Market) 택시 80p
13:00 시장 안 점심(생선, 생선국, 밥) 45p, 수박 1조각 10p
13:30 성베드로 요새(Fort San Pedro) 입장료 30p
14:00 산토리뇨 성당, 마젤란 십자가, 시청
14:30 덜 익은 망고(고추 기름에 찍어 먹음) 30p
14:55 산토리뇨 성당→BTC 택시 130p
17:00 그랜드 로얄 스파(Grand Royal Sap) 마사지(바디, 풋, 얼굴 패키지 약 2시간) 544p, 팁 50p
17:20 BTC→Quest Hotel 택시 80p
19:00 Quest Hotel 저녁 부페 549p, 팁 50p
20:10 아얄라몰 수퍼(네스카페 믹스 15.8×2, 피넛키세스 34.5×4, 피넛핑거34×5 ) 420p, 말린 망고(52.5×10) 525p,
20:45 Quest Hotel 40p
21:20 Quest Hotel→Cebu 공항 택시200p, 팁 20p
21:30 공항세 550p
딱히 바쁜 일정이 없어 늦잠을 자고 뒹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11시 30분! 체크아웃 시간이 12시라고 알려 준다. 12시가 되어 프론트로 가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다. 느지막이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간 곳은 까르본 시장(Carbon Market)!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보니 사람도 많고 소매치기도 많으니 조심하라고 해서 시장에 내려 꽤 긴장했다. 시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히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세부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시장이란다. 건어물, 채소 등 구역별로 나뉘어져 있는 듯한데 특별히 쇼핑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니 여기저기 기웃거려 본다. 세상 어느 나라 어느 시장을 가도 그렇지만 이곳 시장도 사람들로 활기차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의 삶의 기운이 느껴진다. 가벼운 농담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도 보이고, 서로 주거니받거니 흥정이 오가기도 하고, 손님을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상인도 있다. 닭장에 산 닭을 가둬 놓고 팔기도 하고, 여러 가지 채소를 일일이 잘라 쌓아 놓고 팔기도 한다.
점심 무렵이라 시장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밥집을 찾아본다. 보통 시장에는 밥집들이 줄지어 늘어선 곳이 있기 마련인데 여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채소를 파는 어느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입구 바로 지나 작은 밥집 두 곳이 있다. 나는 익숙한 듯 한 집으로 가 내게로 쏠리는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빈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주인에게 밥과 구운 생선, 맑은 생선국을 주문한다. 배가 고팠던 터라 맛있게 먹고 그릇을 비운 후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주인 아주머니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진다. 우리 돈 약2,000원의 소박한 한끼 식사에 나도 아주머니도 흐믓하다.
까르본 시장(Carbon Market)
(시장 안 점심 식사)
시장을 나와 천천히 20여 분쯤 걸어 간 곳은 성베드로 요새(Fort San Pedro). 1565년 필리핀의 정복자가 처음 지었다는 이곳은 그 동안 군사 주둔지, 포로 수용소, 동물원 등으로 쓰였다는데 지금은 그저 한적하고 조용한 휴식처처럼 보인다. 요새 위로 올라가면 확 트이지는 않았지만 세부항의 모습도 살짝 보이고 정문 맞은 편은 넓은 공원이 펼쳐져 있는데 해질 녁의 풍광이 더 좋다고 한다. 요새를 따라 쭉 걸으며 작고 소박한 박물관도 들러 보고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산페드로 요새(Fort San Pedro))
성베드로(산페드로) 요새에서 공원을 가로질러 다시 5분쯤 걸어가니 '성스러움의 극치'라는 산토니뇨 성당(Basilica Minore del Santo Nino)이 보인다. 성당 주변 길가에는 양초와 향을 파는 노점과 성물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정문 입구부터 신도들과 관광객이 수없이 들고난다. 예배당 안은 오가는 사람들과 공사 소음으로 정신이 없는데 신도들은 곳곳에 마련된 기도단에서 성스러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곳 신도들이 특별히 숭배하는 제단 왼쪽에 따로 모셔진 아기 예수상이 있다는데 나는 불행히도 깜빡 잊고 찾아 보지 못했다. 다만 론리플래닛에서 말한 '천국처럼 아름다운 천장화'는 보았다.
(산토니뇨 성당(Santo Nino Church))
(산토니뇨 성당의 천장화)
성당 마당을 가로질러 뒷문으로 나오면 마젤란의 십자가(Magellan's Cross)가 보인다. 이 십자가는 1500년대 마젤란이 세웠다고 알려졌는데, 천장 벽화에 당시 모습을 그려 놓았다. 마젤란의 십자가에서 바로 보이는 건물이 세부 시청이다. 그러니 산토니뇨 성당과 마젤란의 십자가, 시청사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이다.
(마젤란의 십자가(Magellan's Cross))
큰 길로 나와 택시를 잡아 타고 내가 간 곳은 싸고 괜찮은 마사지로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그랜드 로얄 스파(Grand Royal Spa)다. 내가 마사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날 늦은 비행기 출발 시각으로 여유가 많아 굳이 찾아간 곳이다. BTC라는 쇼핑몰 건물 2층에 있는데 입구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내가 받을 마사지를 선택하고 10여분쯤 기다리니 차례가 됐다. 약 두 시간 짜리 패키지(얼굴, 발, 전신)였는데 가격, 서비스, 마사지하는 사람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그 동안 필리핀에서 내가 받았던 것 중 가장 좋았다.
(BTC 2층에 있는 그랜드 로얄 스파(Grand Royal Spa))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퀘스트 호텔에서 하기로 했다. 아침, 저녁 부페식으로 운영되는 1층 식당은 주로 일본 손님들을 의식해서인지 생선회와 일본식 김밥 종류, 샐러드, 몇 개의 즉석 요리 등이 있다. 전체적으로 메뉴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직원들의 서비스가 좋았다.
(퀘스트 호텔 부페 식당)
드디어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 저녁 식사 후 짐을 찾아 정리한 후 친절한 호텔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으로 간다. 2주 전, 약간의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불안과 두려움을 말끔히 씻어준 건 언제나 친절하고 고마운 필리핀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나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바나웨의 다랑이논(라이스테라스), 마차를 끄는 말발굽 소리가 인상적인 역사 도시 비간, 야자수 그늘 아래 펼쳐진 맑고 푸른 보라카이와 팡라로 섬의 해변, 수많은 세월을 간직한채 신비롭게 펼쳐진 초콜릿 힐을 무사히 돌아볼 수 있었다. 여행을 통해 언제나 깨닫게 되는 건 역시 아름다운 풍광과 위대한 문화유산도 그것을 지키고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더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지나왔던 곳곳에서 낯선 이에게 크고 작은 친절을 베풀어준 선한 얼굴들을 다시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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