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3일(수) 맑음
07:40 탑승, 눈 제거 작업 대기
08:20 이륙
11:15 니노아키노 공항 착륙
12:00 공항->Our awsome hostel 택시 (235+팁+통행료(20)) 320p
숙박비 600p(디파짓 200 별도)
13:50 숙소->Market Market 택시 80p
14:30 점심(오징어 덮밥(99), 달걀프라이(12), 미나리 볶음(29)) 140p
15:50 Market Market->Cubao Victory Liner(250p),->Camias Terminal(60p),->Sampaloc Ohayami Terminal(160p),->마카티 아얄라 씨티은행(180p)
17:50 바나웨 버스 티켓 480p, 물 20p
18:00 버스12p, 케익 300p
19:00 아얄라 SM 몰 수퍼마켓 망고 3개(95), 물, 조각과일, 요거트 176p
19:30 저녁 국수(소) 30p
20:00 SM 몰->숙소 택시 80p
공항에서 나오자 인포메이션 직원에게 제일 먼저 물은 건 공항 택시가 안전하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필리핀 여행객 실종 관련 TV 프로그램과 인턴넷에서 읽은 몇 가지 글들로 출국하기 전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다행히 공항을 나서자 택시가 줄지서 있는 부스가 있고 직원이 택시을 잡아주며 해당 택시에 대해 간단한 메모를 해 준다. 70페소부터 시작하는 노란색 공항 택시(일반 택시는 40페소가 기본료다.)는 다소 비싸긴 해도 안전한 편이란다. 기사에게 미리 휴대전화에 다운로드한 주소가 적힌 예약증을 보여 주니 고개를 끄덕인다. 택시는 어렵지 않게 내가 묵을 숙소가 있는 ABBA 빌딩을 찾아 세워준다. 그런데 235페소가 나와 300페소를 줬더니 거스름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내가 머뭇머뭇하니까 씨익 웃으며 팁이냐고 묻는다. 나는 얼결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결국 공항에서 숙소까지 통행료 20페소를 합해 모두 320페소의 택시비를 지불하고 말았다.
Our awsome hostel은 도미토리형 숙소로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무엇보다 큰 개인용 사물함이 있어 편리했다. 직원들도 늘 웃으며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고 내가 예약한 8인실이 다 차 여성 전용 6인실을 배정해 주었는데 나와 중국인 여자 둘만 사용하게 돼 조용하게 지냈다. 다만 아침이 포함돼 있지 않고 시내 중심인 마카티나 올드마닐라(인트라무로스) 지역을 가기에는 적당한 교통 수단이 없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더구나 마닐라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거의 하루종일 교통 정체가 심해 택시를 이용할 때는 시간과 비용이 꽤 들 것을 예상해야 한다.
나는 짐을 풀고 가장 가까운 씨티은행과 바나웨 행 버스 티켓을 살 수 있는 곳을 묻고 현금 인출과 내일 저녁 바나웨 행 버스 티켓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먼저 택시로 가장 가깝다는 쇼핑몰인 Market Market으로 간다. 그러나 쇼핑몰 안에 있다던 씨티은행은 4층 한 구석에 작은 부스 형태로 차려져 직원 한 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불행하게도 이곳엔 ATM기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직원에게 마카티 아얄라 지점 주소를 받아들고 몰(Mall)을 나왔다. 100불을 환전하고 나와 보니 쇼핑 센터 앞은 작은 놀이기구들이 늘어서 있고 바닥 분수도 있어 아이들을 데려온 사람들로 붐볐다. 근처에서 오징어를 잘게 다져 볶아 얹은 덮밥과 달걀프라이, 미나리(?)볶음을 점심으로 먹었다. 특별한 향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대로 입맛에 맞았다.
(Market Market 쇼핑몰)
택시 승강장에서 숙소 직원이 알려준 대로 쿠바오(Kubao) 지역 Victory Liner 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갔다. 먼 거리여서 택시비만 250페소가 나왔다. 그런데 이곳에는 바나웨 가는 편이 없단다. 다시 직원이 종이에 적어준 Camias Terminal로 간다. 이런, 여기도 없단다. 다시 옆에 있는 Florida에도 물으니 역시 없단다. 여기 직원은 삼팔록(Sampaloc)의 Ohayami Termial로 가라고 적어준다. 하는 수 없이 다시 택시로 오하야미 버스 터미널로 간다. 결국 숙소 직원이 버스 터미널이 있는 지역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450페소 짜리 바나우에 행 버스 티켓을 사기 위해 택시비만 총 490페소가 들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이런 정보를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왔으나 내가 제대로 보지 않고 숙소 직원에게만 물었던 것이다. 내가 가져온 자료를 한번만 확인했어도 이렇게 수고롭지는 않았을 텐데... 어쨌든 덕분에 버스 터미널도 미리 익혀두었고 표도 예매할 수 있었으니 다행 아닌가?
이제 현금을 찾기 위해 마카티 아얄라 씨티은행을 찾아간다. 은행은 대로변에 있어 찾기는 쉽다. 최근에 씨티은행 ATM기가 여러 군데 철수하는 바람에 이런 번화가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어쨌든 현금을 확보하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기는 듯하다. 근처 쇼핑센터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내일 아침 거리도 좀 사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사무실 건물들뿐이고 쇼핑센터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거리에서 이제 막 퇴근하는 젊은 아가씨를 붙들고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이 있는 쇼핑센터가 어디냐고 물으니 SM 몰을 알려준다. 가는 방법을 설명하다가 같이 가 주겠다며 함께 가자고 한다. 쇼핑센터 찾기는 쉽지 않다. 일단 지하도로 길을 건너 버스를 탔다. 12페소라는 환상적인 가격! 그런데 퇴근 시간이라 길은 거의 주차장이다. 결국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 조금 걷는다. 친절한 아가씨가 고마워서 케익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내일이 발렌타인 데이니 선물하겠다고 하며 먹음직한 300페소 짜리 초콜릿무스 케익을 건냈더니 고맙다며 환하게 웃는다.
(씨티은행이 있는 마카티 아얄라 지역)
슈퍼마켓 앞에서 아가씨와 헤어지고 잘라놓은 과일과 망고를 사고 저녁으로 국수 하나를 시켜 먹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8시다. 어서 숙소로 돌아가 편히 눕고 싶다. 하루종일 긴장한 가운데 택시로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더니 많이 피곤하다.
2013년 2월 14일(목) 맑음
12:30 숙소->산티아고 요새 택시 240p, 입장료 75p
13:20 마닐라 대성당
13:40 성어거스틴 교회 입장료 100p
15:20 리잘공원
16:00 LRT UN 역→Vito Cruz 역 12p, 바나나 튀김 10p, 찐 옥수수 25p
16:40 소피텔 호텔→Mall of Asia 택시 70p
18:00 저녁(당면볶음, 생선, 밥, 아이스티) 383p, 수퍼(줄, 1회용 수저, 물, 휴지) 쇼핑 162p, TAHO(콩음료) 25p
20:20 Mall of Asia→숙소 택시 200p
21:30 숙소→삼팔록 오하야미 터미널 택시 200p
어제 밤 늦게 우리 방에 한 사람이 더 왔다. 잠결에 눈을 떠 동양인임을 확인하고 다시 잠들었는데 아침에 보니 중국인이란다. 중국인 두 명 중 한명은 오늘 중국으로 돌아가고 한 명은 이제 도착했다. 어제 도착한 중국인 아가씨는 오늘 떠나는 중국인 아가씨에게 뭔가를 묻더니 아침 일찍 짧은 인사를 남기고 나간다. 오늘 떠나는 중국인 아가씨는 짐을 싸며 내게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 교사라고 했더니 자기도 고등학교 정치 교사라며 반가워한다. 12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10가 조금 넘은 시각, 이 교사 아가씨도 떠난다. 11시쯤 나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고 올드마닐라(인트라무로스) 지역으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바나웨 행 버스는 저녁 10시에 있으니 천천히 이 지역을 돌아보면 될 것이다.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라는 이 지역은 성곽 안쪽 지역을 일컫는다. 먼저 택시로 성곽 제일 안쪽에 있는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로 간다. 입장료 75페소를 주고 들어서니 몇 군데 대포가 전시돼 있기는 하나 주변은 그저 작은 공원처럼 꾸며져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서니 해자를 두른 요새가 나온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많이 허물어지긴 했어도 그런대로 깔끔하게 잘 보존돼 있는 듯하다. 요새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잠시 바라보다 내려오니 필리핀 독립 영웅이라는 리잘(Rizal)을 기리기 위한 박물관이 보인다. 이곳은 현재 요새로서의 기능은 하지 않고 리잘을 기리 것이 주가 된 곳이란다. 이곳에 독립운동을 하던 리잘이 갇혀있던 독방과 그의 어록, 소지품 등이 잘 전시돼 있다.
(산티아고 요새)
산티아고 요새 정문을 등지고 500~600 미터 전방에 마닐라 대성당(Manila Cathedral)이 있다. 요새에서 길 하나를 건너 바로 보이는 이곳은 내부가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는데 불행히도 공사 중이라 당분간 개방을 하지 않는단다. 하는 수 없이 왔던 방향으로 계속 다시 5분 정도 걸어가니 성어거스틴 성당(San Augustin Church)이 나온다.(입장료 100페소) 성당 안은 화려하고 고풍스럽게 장식돼 있다. 1, 2층에 걸쳐 꽤 많은 전시물들이 있다. 사제들의 의복, 각종 성물, 심지어 2층에는 도자기만을 전시한 방이 따로 있다. 입장료가 비싸긴 해도 한번 둘러볼 만하다. 성어거스틴 성당을 나와 간 곳은 리잘 공원. 성당에서 역시 같은 방향으로 계속 내려가면 되는데, 성곽을 나와 큰 길을 건너야 한다. 내가 들어간 곳은 공원의 뒷문 쯤인 것 같다. 안쪽으로 계속 내려가니 그늘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나와 있다. 오늘 저녁 7시에 무료 공연이 있다는 안내문이 보이고 그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렬로 늘어선 이름을 알 수 없는 흉상들을 보며 나도 그늘 한쪽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마닐라 대성당(Manila Cathedral))
(성어거스틴 성당(San Augustin Church))
(리잘공원(Rizal Park))
(리잘 공원의 이 동상은 세부 막탄섬의 추장 라푸라푸(Lapu Lapu)라는데 우리나라에서 기증했다고 한다.)
지도를 보니 근처에 LRT UN역이 멀지 않다. 길을 물어 역으로 가 LRT 노선을 타 보기로 한다. 공원 한쪽에 커다란 동상이 있고 이 동상을 지나 역이 있다. 역 앞에서 꼬지에 꽂은 맛있는 바나나 튀김을 샀다.(10페소) 기름에 튀겨내 카라멜을 입혀 달고 따뜻했다. LRT는 세 정거장까지는 12페소, 그 다음은 15페소였다. Vito Cruz역은 세번째 정류소라 12페소에 티켓을 산다. 교통 체증이 심한 마닐라에서는 참 유용한 교통 수단인 듯한데 노선이 많지 않은 게 흠이다. Vito Cruz역에서 차로 5분 거리라는 소피텔 호텔까지 걸어가 보기로 한다. 길은 생각보다 멀어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30분은 될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소피텔 호텔은 크고 화려하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화려하게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호텔 로비에 붐볐다. 직원에게 물으니 오늘 칵테일 파티가 있단다. 마닐라에서 유명하다는 이곳 부페를 먹어보기 위해 한 층 아래 식당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입구에 있는 가격표에는 발렌타인 전후 저녁 값이 성인 1인당 3,000페소에 가깝다. 한 끼 식사에 우리 돈 8만원이 넘는다. 이런... 아무리 오늘 한끼를 호사하기로 했으나 이건 아니다 싶어 돌아나온다. 다시 택시를 타고 가까운 아시아몰(Mall of Asia)로 간다.
(소피텔 호텔)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라 그런지 몰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시간이 넉넉하다 싶어 몇 군데 돌아봤더니 저녁 먹을 시간이다.
몇 군데 식당을 둘러본 후 한 곳에 들어가 당면볶음, 생선, 밥, 아이스티를 시켰다. 당면볶음은 몇 가지 야채와 새우, 얇은 당면을 우리 잡채처럼 볶은 것인데 맛이 괜찮았다. 저녁 식사 후 슈퍼에서 물과 휴지를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택시를 탔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교통 체증이 심하다. 시간이 넉넉할 줄 알았는데 8시 20분에야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간단히 양치질만 하고 맡겨둔 짐을 찾아 나왔더니 택시가 잡히질 않는다.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져 발을 동동 구르다가 내가 왜 또 이렇게 서두르는지를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되는데 그리고 내일도 안 되면 그냥 포기하면 되는데 이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그렇게 길가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마침 빈 택시 하나가 내 앞에 선다. 미리 적어온 터미널 주소를 보여줬더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택시는 9시 30분쯤 터미널 앞에 나를 내려 준다.
버스 안은 만원이다. 출발 무렵에는 통로에 간이 의자를 놓고 입석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차 안에는 현지인보다 서양 여행객이 월등히 많다. 어제 비록 고생은 좀 했어도 미리 표를 사 두길 잘 했다 싶다. 버스는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출발했다. 여전한 긴장감 때문인지 밤새 잠은 들지 못했다. 좌석이 편하지 않기도 하지만 휴게소에 두 번 섰는데 설 때마다 불을 환히 밝히니 잠을 깰 수밖에 없다. 결국 두번째 휴게소에서 아예 잠을 깨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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