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7일(일) 비간(Vigan) 맑음
00:40 시손(Sison) PARTAS 버스터미널 도착
00:45 비간(Vigan) 행 버스 출발, 티켓 337p
04:20 비간 PARTAS 버스터미널 도착
06:00 파르타스 터미널→마이비간홈 호텔(My Vigan Home Hotel) 트라이시클 50p
06:30 호텔 숙박비 48.05$(≒52,540)
10:30 아침(컵라면)
14:20 성바울 성당
14:25 멕도날드 감자튀김 29p
16:00 슈퍼(속바지) 25p
16:50 카페 레오나(Cafe Leona) 저녁(밥 30, 아이스티, 삐냑벳(PINAKBET) 150, 롱가니자(LONGANIZA) 3PCS) 243p
18:30 마사지 300+30(팁) 330p
18:50 물 13p
4시 20분, 버스는 비간에 도착했다. 호텔로 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터미널 대합실에 앉아 6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터미널을 빠져나오니 길가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트라이시클 기사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을 건넨다. 재빠르게 선한 인상(?)을 한 기사를 택해 짐을 싣는다. 호텔 이름만 알려줬는데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호텔은 주로 Crisologo 거리 메스티조 구역 주변에 몰려 있어 이곳 주민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겨 있는 호텔 문을 두드리니 직원이 나온다. 예약 확인을 하고는 일찍 떠나는 손님이 있으니 방 청소를 할 때까지 잠시만 기다리란다. 30분쯤 로비에 앉았있자 2층 방으로 안내해 준다. 낮이 될 때까지 로비에서 기다릴 각오로 왔는데 다행히 방을 내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두어 시간을 자고 일어나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간단한 빨래를 하고 밖으로 나서니 2시가 다 되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성바울 성당. 정면으로 살세도 광장(Salcedo Plaza), 측면으로 부르고스 광장(Burgos Plaza)을 끼고 있다. 16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이 성당은 들어갈 수는 있으나 내부는 공사 중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길 건너 종탑과 나란히 들어선 하얀 외벽이 인상적이다. 성당을 나와 부르고스 길을 따라 시청을 지나 부르고스와 쿠에존 에비뉴(Quezon Ave.)가 만나는 교차로에 있는 주청사(Provincial Capital)로 간다. 청사 앞에서 보니 Elpidic R. Quirino 동상, 살세도 광장, 성바울 성당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 낮 시간에 주청사는 개방돼 있는지 안으로 들어가 봤으나 제재하는 사람이 없다. 청사 안쪽은 □자 모양으로 사무실이 둘러 있고 정문 맞으편에 후문이 있다. 청사를 나와 부르고스 길에 있는 파드레 호세 부르고스 박물관(Padre Jose Burgos National Museum)으로 갔다. 그런데 이런, 여기도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다. 왜 이렇게 공사 중인 데가 많은 건지... 다시 박물관 옆 사잇길 안쪽에 있다는 교도소 건물로 갔다. 1657년에 지어졌다는 이 주립 교도소는 외부인에게도 공개한다고 하는데 나는 굳이 들어가 보고 싶은 호기심이 조금 속된 것 같아 입구 사진만 찍고 돌아나왔다.
(성바울 성당과 종탑)
(주청사)
(주립 교도소)
주청사가 있는 부르고스 길과 쿠에존 애비뉴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쿠에존 애비뉴가 끝나는 Cemetery까지는 채 400미터가 안 되는 거리다. 거기서 다시 200여 미터를 가면 크리솔로고스(Crisologos)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북쪽(성바울 성당이 있는 방향)으로 150미터쯤 가면 스페인 식 전통 가옥들이 남아 있는 메스티조 구역(Mestizo District)이 있다. 즉, 비간의 볼거리들은 북쪽 성바울 성당에서 좌우로 쿠에존 길과 크리솔로고스 길 사이 안의 지역에 몰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굳이 마차나 트라이시클을 타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비간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 그 중심은 역시 스페인 식 건물과 깔레사라는 마차로 유명한 이곳 메스티조 구역이다. 건물들은 19세기 이후 현지인과 결혼한 중국인들이 정착하면서 멕시코와 중국의 건축 양식이 혼재돼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개인 주택으로 쓰이고 있다는데 일부는 B&B 형태의 숙소, 박물관으로 개조된 곳도 있다. 그러나 특히 건물 1층은 대부분 기념품 가게가 차지하고 있다. 밤이 되면 밝은 조명을 켜 고흐의 '카페 테라스'를 연상케 하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마차를 끄는 말의 편자가 돌로 깔린 바닥과 부딪히며 내는 '따각따각' 소리는 묘한 리듬으로 경쾌하게 들린다. 어떤 여행자는 낮의 비간보다 밤의 비간을 추천했다는데 그도 바로 이런 풍경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메스티조 구역)
저녁은 카페 레오나(Cafe Leona)에서 먹기로 한다. 론리플래닛에 '다른 곳은 찾아볼 필요가 없는 훌륭한 식당'이라고 소개된 곳으로 일로코스 지방 음식으로 유명하단다. 전통적인 피낙벳(Pinakbet)과 롱가니자를 주문한다. 열대성 야채들을 국물이 자작하게 끓인 야채찌개나 볶음쯤에 해당하는 피낙벳은 고기 종류를 먹기에 부담스럽다면 밥 반찬으로 먹기 괜찮다. 롱가니자는 이 지역의 전통 소시지라 할 수 있다. 세 개만 주문했는데, 끝은 묶은 실이 그대로 있고 다진 고기가 씹히는 식감에 다소 짠 맛이 난다. 식당을 나와 뭉친 어깨를 풀기 위해 마사지를 받고 숙소로 돌아오니 8시다.
(카페 레오나에서의 저녁 식사)
2013년 2월 18일(월) 비간→(라왁)→마닐라 맑음
08:00 기상
09:00 아침(토스트, 베이컨, 달걀 프라이, 망고, 커피)
11:00 호텔 체크아웃
11:20 도자기 가마
12:00 성바울 성당 앞 노천 식당 점심(삐냑벳, 감자 소 간 볶음, 밥) 70p
12:40 졸리비(Jollibee) 망고파이 25, 콜라 29p
15:20 기념품(동전 지갑) 80p
15:45 시쿠아 맨션(Syqua Mansion) 입장료 20p
16:00 마사지 350+50(팁) 400p
17:20 My Vigan Home Hotel→PARTAS 트라이시클 20p, 물 25p
18:10∼20:20 비간→라왁(입구 2km 전방) 버스 티켓 137p
20:30 라왁 입구→공항 트라이시클(80+팁 20) 100p
20:50 라왁 공항세 40p
21:00 스넥 코너 짬뽕 컵라면 50p
22:30∼23:30 라왁→마닐라
00:30 마닐라 공항→이사벨가든 호텔(Isabelle Garden Hotel) 공항 택시 430p
이사벨가든 호텔 숙박비 1,350p, 팁20p
아침은 간단하다. 토스트, 베이컨, 달걀 프라이, 버터, 망고 한쪽과 커피. 이 호텔 2층은 휴게 공간과 식당이 꽤 넓다. 혼자만 앉은 식당이 휑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라왁 공항에서 밤 11시 비행기로 마닐라로 가야 한다. 비간에서 라왁까지는 버스로 2시간 거리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 무렵 출발하면 될 것이다.
11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선 곳은 도자기를 굽는 큰 가마가 있다는 곳이다. 숙소에서 20여 분을 걸어가니 초벌구이만 한 맨살의 토기들이 쌓인 곳이 보인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우리나라 옹기 같은 그릇들이 겹겹이 쌓여 있고 깨진 파편들을 모아둔 곳도 보인다. 옹기를 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 가볍게 눈인사로 안으로 들어가도 되냐는 시늉을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가마 입구가 나타난다. 1000여 개의 그릇을 한번에 굽는다는 이 가마는 길이가 10미터는 훨씬 넘어 보인다. 가마 옆에 쌓아둔 장작으로 규모를 짐작케 한다.
(도자기 가마)
가마를 돌아나와 길을 따라 살세도 광장쪽으로 간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 있는 곳을 보니, 주립 고등학교가 있다. 학교 앞에는 아이들을 상대로 먹을 것을 늘어놓고 팔고 있는 노점들이 있고 이 주변을 아이들이 에워싸고 서 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다니는 트라이시클들이 있긴 하지만 예쁜 꼿들로 장식한 집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큰길로 나오다가 마차를 타고 지나는 결혼식 행렬도 만났다.
(주립고등학교)
(결혼식 행렬)
광장으로 돌아와 맥도날드 앞 시계탑 옆으로 늘어선 노천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미리 해 놓은 음식들을 둘러보며 어제 먹었던 피낙벳과 소 간 감자볶음을 시켰다. 음식의 질이나 맛이 카페 레오나에 비해 별 다를 것이 없었으나 값은 고작 70페소다. 굳이 비싼 레오나에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노천 식당)
점심 식사 후엔 다시 메스티조 구역을 돌아다니다가 박물관으로 개방해 놓은 스페인식 대저택 하나를 둘러보기로 했다. 시쿠아맨션(Syqua mansion)이란 이름의 이 집은 2층 정원에 작은 분수도 만들어 놓았을 뿐 아니라 규모도 꽤 크다. 넓은 식당, 응접실 등은 물론 침실도 꽤 많다. 마차를 타고 오는 관광객들이 여럿 들어오고 있었는데 입장료 20페소를 지불하고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Syqua mansion)
비간에서의 일정을 조금 일찍 끝내고 교통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어 라왁 공항으로 서둘러 출발하기로 한다. 파르타스(PARTAS) 터미널에서 50여 분을 기다려 6시 10분쯤 차를 탔다. 라왁 공항에 간다고 말해 둔 터라 2시간 쯤 후에 버스는 라왁 공항 2Km 지점이라는 표지가 있는 근처에 내려준다. 여기서 다시 트라이시클을 타야 하는데 가격 흥정을 해 80페소에 가자고 한다. 어두운 밤길을 달리는 동안 잠시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기사는 무사히 공항에 나를 데려다 주었고 나는 고마움에 100페소를 내밀며 거스름돈을 가지라는 시늉을 한다. 순간 기사의 얼굴에 환하게 웃음이 번진다.
비행기는 승객이 모두 일찍 탑승했는지 예정 시각보다 30분 일찍 이륙한다. 거의 정확히 1시간쯤 후 비행기는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공항을 빠져나오니 12시가 지나고 있다. 노란색 공항택시를 탔는데 야간 할증이 붙었는지 미터기는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예약한 숙소가 공항과 가까우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공항을 낀 큰길을 돌아 주택가에 있는 캄캄하고 외진 길을 한참 가 어느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서 택시가 멈춘다. 요금은 무려 430페소! 아고다에서 위치만 보고 예약했던 이 호텔은 내 큰 실수 중의 하나다. 픽업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사전에 전화로 알아보니 서비스가 안된다고 했다. 어쨌든 내일 아침 9시 택시를 불러줄 것을 부탁하고 체크인을 했다. 다행히 객실은 작지만 깔끔하게 잘 정리돼 있었으며 싱크대도 갖춰져 있다. 그런데 잠만 자고 내일 아침 바로 떠나야 하는 내게 이 싱크대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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