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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24년 4월 MSC 크루즈

요코하마(横浜市, Yokohama), 나리타(成田, Narita)

  고치를 떠난 우리 배는 해상에서 하룻밤을 더 보낸 후 다음 날 새벽, 이번 크루즈의 목적지인 요코하마 항에 도착했다. 요코하마(横浜市, Yokohama)가나가와현(神奈川県)의 현청 소재지이자 도쿄 다음으로 두번째로 인구 수가 많은 도시이다. 오래 전부터 국제 무역항으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항구가 발달해 상선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선사들의 크루즈 선들이 입출항하는 중심지이기도 하다. 실제로 크루즈를 위해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아시아 또는 극동 아시아 쪽 크루즈는 일본 노선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 중에서도 요코하마는 크루즈 노선의 대표적인 출도착지임을 알 수 있다. 도시 자체가 가고시마나 고치에 비해 크기도 했지만 항구의 규모도 아주 컸다. 

(↑ 배 위에서 본 요코하마(横浜市) 항)

  요코하마 도착 전날 선내에서 안내해 준 바에 따르면 미리 짐을 부칠 경우, 하선 전날 밤 11시까지 객실 앞에 놓아 두라고 했으나 우리는 가방이 작고 무겁지 않아 각자 끌고 내리기로 했다. 그래서 전날 각자 캐리어를 정리해 놓고 배가 항구에 닿은 후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하선 시간에 맞춰 방을 나섰다. 모든 승객이 하선을 하는 날이니 이날도 시간이 꽤 걸렸다. 6층에서 시작된 대기 줄을 지나 배의 출입구에서 최종 하선 확인을 받고, 다시 터미널로 가(이때 일부 승객들은 길게 늘어놓은 짐을 찾아야 한다.) 여권을 확인받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긴 줄은 이어졌다. 물론 가고시마에서의 입국 심사 때만큼은 아니지만 참 엄격하고 꼼꼼하게 일처리를 한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터미널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우리가 내린 곳은 닛폰마루 메모리얼 파크(日本丸メモリアルパーク)였다. 이 공원에는 '범선 닛폰마루(帆船日本丸)'라는 실물 범선이 전시돼 있는데,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또 이 근처에는 대관람차가 있는 놀이공원도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범선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길 건너편에 있는 빌딩인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横浜ランドマークタワー)로 갔다. 크루즈 선에서 하선한 직후라 가방을 끌고 멀리 갈 수 없는 상태여서 이 빌딩에 있는 전망대에서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빌딩은 지상 70층, 지하 3층 건물로 호텔, 쇼핑몰, 사무실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참고로 이 빌딩은 건물이 완공된 1993년부터 2014년까지 약 21년 간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 범선 닛폰마루( 帆船日本丸)와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 横浜ランドマークタワー))

  요코하마 랜드마크 69층에 자리한 '하늘 정원(Sky Garden)'이란 이름의 전망대는 지상에서의 높이가 273m라는데, 엘리베이터로 약 40초 안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는 전방 약 80km에 걸친 전망을 360도로 볼 수 있는데, 요코하마 항구는 물론, 멀리 눈 덮힌 후지산도 보인단다.(하지만 아쉽게도 내 사진에는 담지 못했다.) 건물로 들어가 전망대로 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마침 지나가던 제복을 입은 직원에게 물었더니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나는 미리 클룩(KLOOK)에서 예약한 바우처를 보여 주고 티켓을 받았다. 매표소에서 가방을 맡길 수 있는 곳을 물었더니 이 건물 내에는 짐 보관소가 따로 없단다. 어쩔 수 없이 가방을 끌고 전망대로 오르는 입구에서 차례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곳에서 직원에게 부탁해 가방을 한쪽에 놓아두고 다닐 수 있었다. 전망대는 예상보다 공간이 넓었고 360도로 한 바퀴를 돌며 전경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중간중간 걷다가 쉴 수 있는 곳, 작은 기념품점, 카페도 있었다. 

(↑ 전망대 입구(좌)와 중간 쉼터(?))
(↑ 시내 전경을 바라보시는 두 분 선생님)
(↑ 전망대에서 본 시내 전경)

 

  전망대에서 내려와 우리는 미리 예약해 둔 나리타 공항 근처 호텔로 가기로 했다. 사전에 요코하마 역에서 나리타 공항까지 가는 열차를 예약해 뒀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했다. 지하철을 타고 요코하마 역으로 갔다. 그런데 이곳은 지하철역과 기차역이 함께 있는 곳이라 승차장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한동안 헤매다가 결국 제복을 입은 역무원의 도움으로 예약한 티켓을 실물로 바꾸고 겨우 승차장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승차장은 기차와 전철(지하철)이 모두 서는 곳이어서 열차를 잘 구분해 타야 했다.

  원래 내가 예약한 열차는 14:28 출발이라서 아직 한 시간 이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해 그만 일찍 도착한 열차를 타는 바람에 우리는 중간에 도쿄의 어느 지하철역에서 내려야 했다. 이때도 전철에 함께 타고 있던 청년 두 명이 도와줬는데, 그들은 어느 역에서 내려 어느 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줬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리는 먼저 도착한 다른 열차를 탔는데 목적지는 같았지만 시간이 다른 열차라 차장이 우리가 내민 표를 보더니 즉석에서 표를 끊어주며 새로 사야 한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7,120(약 67,000원/3인)을 더 지불하고 나리타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타고 우리가 하룻밤을 묵을 호텔닛코나리타(Hotel Nikko Narita)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 두어 시간을 쉬고 난 후 저녁을 먹으러 나리타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호텔은 오래되긴 했지만 깨끗하게 잘 관리돼 있었고 규모가 꽤 컸다. 오가며 만나는 직원들도 매우 친절해서 어렵게 도착한 호텔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 주었다. 

  공항 근처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에는 나리타 공항과 시내를 오고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닛코 호텔에도 셔틀버스가 있어서 나는 리셉션에서 시간표를 얻어 버스 출발 시간을 확인했다. 예정된 시각에 호텔에서 출발한 셔틀버스는 나리타 역을 거쳐 이온몰(イオンモール成田, Aeon Mall)로 가는데 약 25분 정가 걸렸다. 

(↑ 닛코 호텔 셔틀버스 승차장)
(↑ 닛코 호텔 내부)

  버스를 내린 곳에서 차를 다시 타야 해서 위치를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몰(Mall)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 있는 안내 데스크에서 푸드 코트가 어디 있는지를 묻고 알려 준 대로 2층으로 갔다. 늘어선 가게를 죽 둘러보고 라면 세트와 스테이크를 주문해 저녁을 해결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는 다시 1층 슈퍼마켓으로 가 몇 가지 식료품과 기념품을 샀다. 몰에서 돌아나오다가 홋카이도 우유로 만들었다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는데 우유 맛이 진해서 참 맛있었다. 이후 여유 있게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가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예정된 정확한 시각에 버스가 도착했고 편안하게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 이온몰 2층에 있는 푸드코트)

   다음 날은 아침에 일어나 먼저 호텔 조식을 먹으로 갔다. 식당에는 일식과 서양식의 간단한 메뉴들이 있었는데,  음식의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정갈하고 깔끔했다. 식사 후에는 시간에 맞춰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것으로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 닛코 호텔의 조식)

 

<마무리>

  이번 상하이-요코하마 5박 6일 MSC 크루즈는 출발항이 상하이였던 때문인지 승객 중 중국인이 70 퍼센트 이상 되는 듯했다. 특별히 중국인을 비하할 마음은 없지만 그 동안 내가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중국인들의 대다수는 시끄럽고 무례하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야 한다. 내가 만난 소수의 중국인 중에는 그렇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어떤 여행지를 가든 중국인들 특히 단체 여행객들은 피하면서 다녔다. 하지만 배 안의 대부분의 승객들이 중국인들이니 여기서는 피해갈 도리 없이 이들과 늘 지나치고 부딪혀야 했다. 그러다 보니 여행 내내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시끄럽고 무례한 모습을 조용히 견뎌야 했다. 이런 약간의 마음의 불편함을 제외하면 이번 여행은 충분히 좋은 여행이었다. 특히 두 분 선생님들과 함께 무사히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어서 무엇보다 고맙고 다행이었다. 그리고 두 분 모두에게도 이번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