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2013년 5월 11일) 경주 읍천의 벽화마을과 주상절리을 다녀왔다. 오전 10시 부산 노포동 터미널에서 울산을 거쳐 경주 양남면 나아에 내려 벽화로 단장한 해안 마을과 주상절리를 둘러봤다. 그리고 다시 버스로 골굴사 입구까지 가 선무도로 유명한 절을 구경하고 보문단지에서 하루를 숙박하는 일정이었다.
가는 길(대중 교통 이용)
부산에서 울산을 거쳐 경주 읍천항까지 가는 길은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다소 번거롭고 시간도 꽤 걸린다. 그러나 바다를 바라보며 긴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마다할 일이 아니므로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 울산에서 시외버스로 나아에 내린 후 벽화마을을 거쳐 주상절리까지 약 4.2km 정도 해안로를 걸어 하서항 근처에서 숙박을 하거나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면 된다. 나는 읍천항에서 다시 골굴사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보문단지까지 가는 여정이었는데 벽화마을을 거쳐 주상절리로 걸어 나오니 울산 방향으로 다시 내려온 꼴이 돼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되었다. 그러니 일정이 이곳을 거쳐 경주 시내로 들어가는 경우 울산에서 감포행 버스를 타고 하서항 근처에서 내려 북쪽 방향으로 주상절리 산책로를 겨쳐 벽화마을 해안로를 둘러보면 좀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즉, 부산-울산-하서항-주상절리-벽화마을-나아-경주 시내의 순서로 여정을 잡을 것을 추천한다.
- 부산(노포동 버스 터미널)→울산(시외버스 터미널) : 약 1시간, 4,500원
- 울산(시외버스 터미널)→나아(감포행 버스) : 약 1시간, 3,800원
- 진리마을→골굴사, 기림사 입구(150번 버스) : 약 30분, 1,500원(교통 카드)
- 골굴사, 기림사 입구→보문단지(110번, 150번 버스) : 약 40분, 버스비 모름(실제는 택시 이용 19,950원)
↑나아 정류소
↑진리마을 정류소
↑기림사, 골굴사 가는 길
↑지도로 본 여정
읍천항 벽화마을
읍천의 벽화마을은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벽화가 그려졌는데 인근의 월성원자력이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펼친 ‘아름다운 지역만들기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단다. '읍천항 갤러리'라 이름 붙인 마을은 2.4km의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집집의 담벽에 크고 작은,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그림들이 알록달록 채워져 있다. 이곳의 그림들은 벽화 공모전을 통해 그려진 작품이라 그림마다 제목도 있고 작가도 있다. 그림의 주제는 마을 풍경, 어촌의 일상, 아이들, 바다 등 재미있고 익숙한 것들이다.
↑벽화마을 입구
↑마을의 벽화 작품들
↑마을 끝나는 곳에 있는 마지막 작품인데 실제 의자처럼 앉을 수 있어 재미있다.
마을 중간쯤 고래등을 타고 노는 아이들이 그려진 벽화 옆으로 낮은 경사로 위에는 예쁜 성당도 있다. 토요일이라 한적한 성당의 넓은 마당 한쪽 그늘에 앉아 잠시 다리도 쉬고 바다 풍경도 감상했다.
↑성당 오르는 길
↑성당 전경
↑성당에서 바라본 풍경
벽화를 보며 길게 늘어선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산 미역을 널어 말리는 일손 바쁜 어촌 사람들, 그 옆에서 한가롭게 햇볕을 쬐는 강아지들, 텃밭에서 푸성귀를 가꾸는 할머니, 벽화 속 오줌 누는 아이 옆에서 뛰노는 아이들도 만난다.
↑바쁘게 일손을 놀리는 사람들
↑한가로운 개
↑텃밭을 가꾸시는 할머니
↑벽화가 그려진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
↑읍천항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경주시 양남면 하서항에서 읍천항에 이르는 1.7km의 '파도소리길'은 특이하고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된 해안 산책로이다. 주상절리(柱狀節理)는 바다로 흘러온 용암이 식으면서 다각형의 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이다.(위키피디아 참조 http://ko.wikipedia.org/wiki/%EC%A3%BC%EC%83%81%EC%A0%88%EB%A6%AC)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주상절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도에 있는 것뿐이었는데, 이곳 경주 해안의 것은 그 규모는 작지만 누워 있는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 세워져 있는 주상절리 등 다양한 모양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주상절리 입구
↑등대
↑산책로 입구
↑산책로에서 내려다 본 풍경
↑흔들다리
↑이정표
↑누워있는 주상절리
↑가장 압권인 부채꼴 주상절리
또한 산책객들을 위해 중간중간 정자며 전망대 등의 시설이 조성돼 있어서 걷었다 쉬었다 하며 나만의 속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에 담으면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가 되는 이곳은 그동안 군사 보호 구역이어서 개방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지금껏 이런 비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건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았던 까닭 아닐까?
↑산책로에서 바라본 풍경(멀리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보인다)
↑산책로에서 바라본 풍경
↑잘 가꿔진 산책로
↑곳곳에 마련된 정자
↑우체통도 있다
휴일이라 사람들이 많아 다소 붐비긴 했지만 화창한 날씨 덕분에 해안을 따라 조성된 숲길을 걸으며 동해의 맑고 시원한 푸른 바다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골굴사
6세기 경 창건되었는 골굴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석회암 절벽을 깎아 만든 석굴사원으로 한국의 '둔황석굴'로도 불리고, 우리에겐 스님들의 무술로 알려지긴 했지만 불교 수행법의 하나인 선무도의 총본산으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절 올라가는 입구에서부터 선무도 조각상들을 배치해 놓아 역시 선무도의 도량임을 알려 준다.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된 이곳은 규모가 큰 선무도 수련원이 따로 자리잡고 있으며 선무도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을 쉽게 마주치기도 한다.
↑골굴사 입구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곳곳에 등을 달았다.
↑법당 올라가는 길
↑선무도 수련원
이 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으뜸은 역시 12개의 크고 작은 석굴 중 가장 위쪽에 있는 마애불이다. 공식 명칭은 '경주 골굴암 마애여래좌상'으로 우리나라 보물 581호로 지정돼 있다. 이 마애불을 만나기 위해서는 긴 계단을 따라 험난하고 가파른 바위를 올라야 한다.
↑마애불을 보기 위해 올라가는 길
↑위에서 내려다본 법당
↑올라온 계단 위에서
↑마애불 아래 있는 작은 석굴
높이가 4m나 되는 이 마애불은 원만한 얼굴 윤곽에 평온한 미소를 엷게 띄고 있어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듯하다. 불행히도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는 이 아름다운 미소의 부처님을 가까이서 만나지 못하고 바로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래에서 바라본 여래좌상
↑법당
↑법당 건너편 부도탑
↑부도탑에서 바라본 전경
골굴사를 나와 느린 걸음으로 20여분을 다시 걸어와 버스 정류장에 다달았을 때 눈앞에서 150번 버스를 놓쳤다. 검색해 보니 배차 간격이 1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택시에 오르자마자 곧 이어 110번 버스가 도착했다. 보문단지까지 택시비는 무려 19,950원이나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버스를 놓쳤다는 것! 다음엔 꼭 버스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다시 도전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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