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일) 흐림, 더니든→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07:00 기상
08:10 아침(토스트, 우유커피, 사과1/2, 요플레)
10:10 on Top Backpackers 체크아웃(6인여성, 2박, 보증금 20$ 환수) 56$
버스 시간 대기 중 인터넷 검색, 이메일, 여행기
12:45 택시 도착 (택시비) 8.5$
12:50 InterCity 버스 정류장 도착, 12:55 버스 출발
13:25 휴게소 카페(25분 휴식) 우유홍차(밀크티) 1.8$
16:05 티마루(Timaru) 15분 정차
19:00 크라이스트처지 InterCity 버스 정류장 도착
19:20 Around the world Backpackers 체크인(3박, 4인혼성, wifi 무제한, 티, 커피 제공) 93$(신한카드)
20:00 저녁(밥, 컵라면(달걀, 파), 토스트) 김태훈 학생과 함께
20:55 Super Value 슈퍼(사과4개, 우유1L, 콘프레이크300g, 식빵700g, 옥수수2개) 10.5$
21:30 샤워
23:30 취침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10시쯤 체크아웃을 했다. 버스 정류장까지는 거리가 멀고 바로 가는 시내버스가 없어서 리셉션에 택시를 불러 달라고 요청해 놓고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 인터넷 검색을 했다. 그런데 버스 출발 시간이 임박해 오는데 예약한 택시가 도착하지 않는다. 한동안 리셉션과 입구를 오가며 애를 태우다 한참만에 택시가 왔고 나는 버스 출발 전 아슬아슬하게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더니든에서 오후 1시쯤 출발한 차가 7시쯤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인터시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두 번 중간 휴게소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크라이스트처치 버스 정류장은 시내 중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다소 한적한 곳이었다. 다행해 숙소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으나 길을 잘못 들어 힘들게 찾았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인터시티 버스 정류소)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숙소는 조금 큰 일반 주택처럼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예약증을 보이고 체크인을 마치고 2층 방으로 가려는데 낯익은 얼굴 하나가 문으로 들어선다. 퀸즈타운에서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함께 저녁도 먹었던 인천에 산다는 김태훈 학생이었다. 참 신기한 인연이라면 두 사람 모두 서로 반가워했다. 이 넒은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에서 하필이면 같은 숙소에 그것도 같은 날 묵게 되었으니 우연 치고는 드문 일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각자 배정받은 방으로 가 짐을 풀고 휴게실에서 다시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남은 밥에 파와 달걀까지 넣은 컵라면, 토스트로 저녁을 차려 함께 먹었다.
식사 후에는 내일 아침 먹을거리가 없어 근처 슈퍼마켓으로 간단한 식료품 몇 가지를 사러 나갔다. 숙소 직원의 말에 따르면 10분 내의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이라고 했는데 실제 가 보니 15분 이상 걸리는 거리였고, 마침 우리가 도착한 8시 40분 무렵 문을 닫기 직전이라 서둘러 물건을 골라야 했다. 가끔 차가 다니는 큰 길이었으나 어두웠고 인적이 드문 밤 시간이라 든든한 젊은 청년과 함께 다녀온 것이 다행이었다. 숙소에 돌아와 사온 식품들을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내일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아침 일찍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가야 한다는 태훈 학생은 먼저 방으로 갔다.
2/16(월) 대체로 맑음,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07:00 기상
08:20 아침(토스트, 우유커피, 사과)
12:05 숙소 출발(구 성당(Old Cathedral), 쇼핑몰(Cathedral Square), 캔터베리 박물관(Canterbury Museum), 해글리 공원(Hagley Park), 공원 내 식물원(Botanic Gardens)
14:20 식물원 내 기념품 가게(엽서 6장) 6$
15:00 공원 출발(점심 겸 간식 옥수수), 강변 산책
16:00 쇼핑몰(Re:Start City Mall) 도착, 거리 가수 기부 2$
16:30 쇼핑몰 내 우체국 엽서(형아에게) 보내기 2.8$
17:50 Countdown 슈퍼(오이1개, 양파1개, 당근1개, 옥수수2개, 체리300g, 신라면1개, 바나나2개, 토마토4개, 감자547g, 해물2팩, 요플레4개, 우유300ml, 너트바6개, 고춧가루30g, 달걀小6개, 우동면, 종합비타민(Centrum for women’s 60정), 귤5개) 62.33$(신한카드)
18:20 새 성당(Cardboard Cathedral) 기부 10$
18:30 숙소 귀환, 저녁 준비
19:30 저녁(밥, 해물탕, 감자볶음, 체리, 토마토, 요플레, 홍차) 김태훈 학생과 함께
21:30 샤워
24:30 취침
오전에 아침을 간단히 먹고 편안히 쉬다가 12시 무렵 시내 중심가로 나갔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 남섬 중 가장 큰 도시로 인구가 약 40만 정도이다. 그런데 2010년 7.1, 2011년 6.3의 지진으로 도시 중심의 많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사상자도 나왔다. 특히 1864년 첫 주춧돌이 놓인 후 오랜 시간을 공들여 완공한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The Anglican cathedral of ChristChurch)은 2010년의 지진에는 아무 피해를 입지 않았다가 2011년 지진에 지붕과 한쪽 면이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한다. 63미터 높이의 첨탑이 인상적이라는 이 도시의 상징인 성당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성당 광장 쪽으로 들어서니 여기저기 공사 현장들이 보인다. 그야말로 지금 크라이스트처치는 4년 전 지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도시 곳곳이 공사 중이다. 몇 군데의 공사 현장을 지나 쇼핑가가 있는 번화가로 들어서니 무너진 대성당과 아트센터(Art Center) 재건축 현장이 눈에 띈다. 한쪽이 붕괴된 채로 아직 재대로 손대지 않은 건물 잔해를 보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을지 짐작이 된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지금 공사중)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크라이스처치 대성당과(The Anglican cathedral of ChristChurch) 아트센터(Art Centre))
광장을 지나쳐 박물관(Canterbury Museum)으로 갔다. 아트센터 맞은편에 있는 이 박물관은 네오고딕(Neo Gothic) 양식으로 지어져 1867년에 개관한 역사 깊은 곳이다. 그리고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물론 기부금을 요구 받긴 하지만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 캔터베리 개척 시대, 마오리 문화, 유럽 이민자들의 정착 과정 등 역사적인 자료와 함께 남극 탐험 관련 자료도 전시돼 있고 특별 기획전도 볼 수 있었다.
(↑캔터베리 박물관(Canterbury Museum) 입구)
(↑상설 전시)
(↑특별 기획전)
(↑남극 관련 전시)
박물관 뒤편으로는 해글리 공원((Hagley Park)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전체 면적이 165 헥타르나 된다는데 이 넓이를 평으로 환산하면 약 50만 평이다. 290 헥타르의 여의도 면적의 약 57%에 해당한다. 이 어마어마한 공원에는 테니스장, 하키장, 축구장, 심지어 12홀의 골프 코스까지 각종 스포츠 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북쪽으로는 에이번 강(Avon River)이 흐르고 크라이스트처지 식물원(Christchurch Botanic Gardens)이 인접해 있다.
(↑스포츠 행사 중인 경기장)
넒은 공원을 가로질러 다다른 30 헥타르 넓이의 식물원에는 뉴질랜드 국내외서 수집한 1만 종 이상의 식물이 전시돼 있다고 한다. 기념품점이 있는 카페, 허브 정원, 장미 정원, 온실 등에 전시된 식물들은 꽃이 만개한 채로 관리가 잘 되어 있어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각종 꽃들을 배경으로 넋을 놓고 사진 찍기에 몰두하느라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식물원 안내판)
(↑식물원의 다양하고 예쁜 꽃들)
걸음을 천천히 옮겨 다다른 곳은 식물원을 상징하는 건축물인 분수 앞이다. 이 분수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장식이 아름답고 섬세하다. 1906년 존 피콕 백작이 처음 기증했다는데, 복구를 거쳐 1997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진 것이란다. 나는 벤치에 앉아 분수가 뿜어내는 물줄기가 아주 작은 물방울로 흩어져 한낮의 눈부신 햇살을 받아 한순간 빛을 발하며 사라지는 모습을 잠시 감상했다.
(↑분수대)
뉴질랜드 어딜 가나 한결같이 에이번 강(Avon River)의 여름 풍경도 여유롭고 평화롭다. 새들이 모여든 곳에서 모이를 주는 사람, 강변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사람, 작은 보트를 타고 천천히 강물 위를 떠내려가는 사람, 번화한 시내 한복판이지만 누구 하나 서두르는 사람이 없다. 사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들도 4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쯤은 어느 정도 복구가 완료되었을 법도 하건만 어찌 보면 도시의 흉물스런 모습을 대하는 이 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느긋하기만 하다. 이 한없이 느긋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강변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여유로운 에이번(Avon River) 강가)
한적한 풍경 속에서 나와 큰길가로 나서니 길 건너 늘어선 컨테이너 박스들이 보인다. 무슨 공사장인가 하고 지나치려다 행인에게 물으니 뜻밖에도 쇼핑몰이란다. 호기심에 가려던 방향을 바꿔 입구로 들어섰다. <Re:Strart>, 이 컨테이너 박스 쇼핑몰의 이름이다. 전체가 재건 중인 이 도시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자 착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쇼핑몰 안에는 식당, 카페, 각종 상점, 우체국도 있고, 길거리 가수의 공연도 하고 있다. 나는 식물원 기념품 가게에서 산 엽서에 짤막한 사연을 적어 우체국에서 부치고 거리 공연도 잠시 감상했다.
(↑외관이 인상적인 Re:Start 쇼핑몰)
쇼핑몰을 나와 큰 슈퍼마켓(Countdown)으로 갔다.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식료품을 사고 장을 본 비닐 봉투를 양손에 들고 숙소를 향에 걸었다. 가는 길 중간쯤에 눈에 띄는 독특한 외관을 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무너진 대성당이 복구될 때까지 사용하기 위해 만든 카드보드 대성당(Cardboard Cathedral)이다.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Shigeru Ban)이 설계한 이 성당은 50년 정도의 수명을 예상하고 지어졌는데 2013년 8월에 완공되었단다. 컨테이너로 기초를 쌓고 98개의 판지로 만든 튜브들을 A자 모양으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건축되었는데 7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잠시 둘러보고 나자 마음이 숙연해졌다. 출구를 나오면서 성의를 담은 작은 기부금을 냈다. 크라이스트처치를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지진으로 무너진 옛 성당과 이를 대신해 지어진 새 성당을 꼭 함께 찾아봤으면 한다. 그러면 당신도 지진의 흔적으로 남은 아픈 상처를 서두르지 않고 치유해 가는 시민들의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반가운 countdown 슈퍼마켓에서의 쇼핑)
(↑카드보드 대성당(Cardboard Cathedral) 외관)
(↑카드보드 대성당(Cardboard Cathedral) 내부)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준비했다. 아침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일찍 나간 태훈 학생을 기다리며 냉동 해물과 무를 넣어 칼칼하게 끓인 해물탕과 감자채볶음을 만들었다. 식사 시간에 맞춰 돌아온 태훈 학생은 패러글라이딩은 그에게 신세계를 열어주었다며 흥분했다. 비록 뛰어내리기 전 잠시 두려움도 느꼈지만 이번 뉴질랜드 여행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식사 후에는 과일을 곁들여 함께 차도 마셨다. 그는 내일 시내 구경을 하고 모래 아침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저녁 해물탕)
2/17(화) 맑음,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07:00 기상, 인터넷 검색(호주), 이메일(버나드 선생님) 보내기
10:00 아침(토스트, 유유커피, 사과)
14:00 점심(달걀우유토스트, 옥수수)
2/24 Brisbane→Gold Coast(Surfers Paradise) Greyhound 버스 예약 AU$15.3(신한)
2/27 Gold Coast(Surfers Paradise)→Morisset NSW Train Line 기차(First Class) 예약 AU$112.93(신한)
19:20 저녁(밥, 해물탕, 감자볶음, 토마토, 요플레)
브리즈번 숙소(2/22, 23 2박) Hostelworld 예약(AU$52 보증금만 지급))
골드코스트(서퍼스 파라다이스) 숙소 3박 Agoda 예약 AU$86.19(신한)
20:30 샤워
24:00 취침
뉴질랜드 여정의 마지막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투어나 액티비티 등 특별한 일정이 없어 나흘 간의 시간이 느슨하고 여유롭다. 원래 계획은 공항 근처에 남극 체험을 할 수 있는 국제 남극 센터(International Antarctic Centre, http://www.iceberg.co.nz/ 참조)가 있다길래 가보고 싶었으나 차량이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
아침 식사 후 오전에는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메일을 점검하고 답장을 보냈다. 이틀 후 도착할 호주에서의 일정 중 브리즈번, 골드코스트를 거쳐 시드니에 들르기 전 학원의 영어 강사인 버나드(Bernard) 선생님을 만날 예정이다. 그래서 현재 신학박사 과정 논문 마무리를 위해 몇 달 간 호주에 머물고 있는 선생님에게 내가 도착할 일정을 미리 알려야 했다. 오전에는 이렇게 정확한 일정을 확정해 메일을 보내느라 시간을 썼다.
오후에는 호주에서의 일정에 맞춰 교통편, 숙소 등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식당, 휴게실, 뒷마당 등 숙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한가롭게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엔 어제 남겨둔 해물탕으로 식사를 하고 후식도 챙겨 먹었다. 내일은 이 숙소에 자리가 나지 않아 공항에서 조금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옮겨가야 한다. 모레 호주 브리즈번으로 가는 비행기 시각이 이른 새벽이라 미리 예약해 놓은 곳이다.
2/18(화) 맑음,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07:00 기상, 인터넷 검색(호주), 이메일(버나드 선생님) 보내기
08:20 아침(우유달걀 토스트, 유유커피, 사과)
10:00 Around the world Backpackers 체크아웃
11:10 Dorset house Backpackers 도착(약 50분 소요)
13:00 점심 겸 간식(바나나, 귤, 너트바)
13:40 Dorset house Backpackers 체크인(1박, 5인 혼성, wifi) 41$, 내일 공항 셔틀 버스 예약 20$
결국 방이 나지 않아 오늘 Dorset house Backpackers로 옮겨야 한다. 그런데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이곳 숙소에서 약 2km 떨어진 곳으로 그냥 걸어도 30분 정도는 걸리는 거리다. 적당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으니 무거운 짐까지 끌고, 매고 갈 일이 꿈만 같다.
일단 일어나 식당으로 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냉장고에 넣어둔 것들 중 더 남은 식빵과 씨리얼, 감자 하나, 오이 반 개, 태훈군이 남기고 간 딸기잼까지 Free Food 상자에 담았다. 그리고는 오늘 점심과 저녁을 위해 오이무침을 해 작은 통에 담아 내 가방에 넣었다.
짐을 챙겨 나와 체크아웃을 하고 식당 한쪽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지도를 보니 이틀 전 돌아다녔던 시내 중심가와는 조금 떨어진 반대 방향이다. 한 시간쯤 걸어야 하겠거니 생각하고 드디어 숙소를 나섰다. 구글 지도로 내비게이션이 된다는 사실을 닷새 전에 알았던 나는 지도에서 목적지를 선택한 다음 내비게이션을 시작한다.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하니 천천히 방향을 가리키는 삼각형이 움직인다.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고 가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내가 어렸을 때 상상하던 이상으로 세상은 참 숨가쁘게, 너무도 빨리 변화하고 있다. 이 낯선 곳에서 누구에게도 길을 물을 필요 없이 손바닥 안에 든 기기 하나만으로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런 일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젊은 세대에게는 또 얼마나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엊그제 내가 봤던 중심가나 마찬가지로 이쪽도 도로든 건물이든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날이 맑아 햇볕이 좋으니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몇 블록을 지나 도로를 건너며 힘든 길을 가고 있는 내 앞에 이름이 빅토리아(Victoria)인 공원이 하나 보인다. 내비게이션에서는 이 공원을 사선으로 가로질러 가라고 가리킨다. 시내 중심에 있는 해글리 공원에는 규모나 정비한 상태로나 훨씬 못 미치지만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공원 입구에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서 있고, 한편에는 아벨 타스만(1642년) 이후 1769년 두 번째로 뉴질랜드를 방문해 뉴질랜드 해도를 제작했다는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의 동상도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에이번 강(Avon River)을 건너는 작은 다리도 있고, 전시용인지 무슨 상점인지 전차도 보인다. 공원을 가로질러 나가니 나무로 된 터널 모양의 조형물도 있다. 다시 길을 하나 건너니 이번에는 커다란 카지노 건물이 보인다. 유리 정문 안에는 오전 11시부터 문을 연다는 팻말이 걸려 있다. 하긴 아침부터 도박을 할 수는 없겠지!
(↑공원 광장의 빅토리아 여왕상과 제임스쿡 동상)
(↑광장 근처의 풍경)
(↑카지노)
거리는 대체로 한산하고 지나온 몇몇 카페에는 드문드문 한가로이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큰 오거리가 나온다. 한쪽에 첨탑 끝이 예쁘게 장식된 커다란 시계탑이 보인다. 시계는 10시 55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 목적지가 꽤 가까워졌나 보다. 내비게이션에서는 남은 시간이 10여분쯤으로 표시된다. 시계탑 오거리에서 길을 잘못 들어 잠시 헤맸지만 다시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제대로 길을 찾았다. 드디어 깨끗하고 조용한 길 끝에 공사 중인 목적지가 보인다. 예약하자 받은 이메일에 지금 공사 중이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그래서 바로 알 수 있었다. 건물은 깔끔하고 예뻤다. 공사가 끝나면 외관도 훨씬 좋아질 테고 수국과 접시꽃이 핀 정원도 넓은 창으로 더 잘 감상할 수 있겠다. 비록 1시간 가까이(물론 중간에 다리쉼도 하고, 사진도 찍긴 했지만) 힘들게 걸어와 숙소를 옮긴 것은 또 다른 크라이스처치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출발 전엔 약 2km나 되는 이 먼 길을 어찌 가야할지 걱정이 앞섰는데 언제나 모든 일이 그렇듯 항상 좋은 것만도 그렇다고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힘든 일을 만나면 이렇게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감상하듯 또 다른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첨탑의 장식이 아름다운 시계탑)
리셉션에 들어서자 직원 아가씨는 지금은 청소 중이라 체크인이 안 되니 짐을 맡기고 부엌이나 라운지를 이용하며 기다리란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큰 캐리어만 맡겨두고 무슨 점검을 나온 공무원인 양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부엌은 청소 중이고 테라스는 한쪽이 공사 중이라 쉴 수 없어서 리셉션 있는 1층 안쪽에 너른 라운지를 찾아갔다. 일단 콘센트 있는 옆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 충전을 하고 밀린 여행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너트바 하나와 바나나, 귤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나니 1시 반쯤 되었다. 리셉션 쪽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체크인이 가능한가 보다 싶어 얼른 나가 봤다. 예상대로 가족인 듯한 중국인들이 체크인 중이다. 그들이 끝나기를 기다려 나도 체크인을 하고 내일 공항 행 셔틀버스도 예약한다. 아침 5시 20분쯤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하니 4시 40분에는 숙소 앞에 나와 있어야 한단다. 일찍 잠자리에 들긴 하겠지만 제대로 자긴 글렀다. 어쨌든 열쇠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 짐을 옮겼다. 널찍한 방에 놓인 5개의 침대가 모두 2층이 아니라 다행이다.
이것으로 오늘 내가 할 일은 거의 끝났다. 적당한 시간에 저녁을 챙겨 먹고 샤워를 한 후 되도록 일찍 잠들면 된다. 결국 어제부터 가려던 공항 근처에 있다는 놀이공원처럼 조성돼 남극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남극센터(International Antarctic Centre)를 포기한 것이 못내 아쉽다.
평소보다는 다소 이른 저녁을 먹고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짐 정리를 한다. 일단 먹을 것들을 담았던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롯데면세점 비닐 가방 내용물을 정리해 식품은 숙소 주방 냉장고에 기증(?)하고 가져가야 할 것만 큰 캐리어 안에 옮겨 짐 가방 하나를 줄였다. 일찍 샤워를 끝내고 알람을 내일 새벽 4시에 맞춰 놓고 아침에 입고 갈 옷으로 갈아입은 채 잠자리에 든다.
Around the world Backpackers
예약 사이트 : www.hostelbookers.com
가격 및 조건 93$/3박, 4인혼성, wifi 무제한, 티, 커피 제공
평점 : 시내 중싱심가와는 충분히 걸을 만한 거리에 있고 주변이 주택가라 조용하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휴게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깨끗하다. 직원들이 친절하고 헤어드라이기도 빌릴 수 있다.(★★ 추천)
(↑Around the world Backpackers 외부)
(↑리셉션)
(↑주방)
(↑도미토리 방)
(↑욕실)
(↑실내외 휴게실)
Dorset house Backpackers
예약 사이트 : www.hostelbookers.com
가격 및 조건 : 41$/1박, 5인 혼성, wifi 무제한
평점 : 시내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공사 중이긴 했으나 시설은 잘 관리 돼 있고 청결하며 직원들도 친절하다.
(↑Dorset house Backpackers 외관)
(↑리셉션)
(↑도미토리 방)
(↑2층 복도)
(↑2층 주방 옆 야외 휴게실)
(↑넓고 쾌적한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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