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7일(금) 흐림, 소나기, 우유니->라파즈
07:00 기상
07:40 아침(사과3, 빵3) 22.5B
08:30 Hotel Avenida->우유니 공항 택시 10B(1인)
09:40 스케줄 변경(3:00PM->9:5AM), 공항세 11B
10:00 탑승
11:05 라파즈 공항 착륙
12:10 Wild Rover Hostels 도착, 공항택시40B(80/2인)
16:40 Hostel 출발
16:50 큰길 사거리에서 수진 만남
17:20 학생광장, 놀이공원, 시장, 지상 육교
18:00 시장 튀김간식 3B, 물 4B
18:30 Corea town 한식당 육개장 60B(수진 짬뽕 70)
20:20 호스텔 앞 가게 물 2병 7B, 길거리 쓰레기 줍는 할머니 50B 기부
20:40 Hostel 귀환, 쿠스코 알고마스 숙박 예약 및 투어 문의
23:30 취침
오후 3시 비행기로 라파즈로 갈 계획이었던 나는 우유니 마을에서 딱히 할 일이 없어 택시도 함께 타고 갈 겸 수진, 토루와 함께 9시 50분 비행기 시간에 맞춰 숙소를 나섰다. 아마 대부분 만석이 아니니 잘 하면 비행 스케줄도 오전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뭐 안 되면 공항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영화나 한 편 보면 될 것이다.
토루와 만나기로 한 7시 50분보다 조금 먼저 방에서 나와 맡겨둔 짐을 찾고 체크아웃을 했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옆 가게로 가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빵과 사과를 각각 3개씩 샀다. 호스텔 앞에서 토루와 만나 택시를 잡는데 잠시 시간을 보내고, 겨우 막 도착한 택시 한 대를 잡아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발권 데스크에 스케줄 변경을 문의했더니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 때 상황으로 봐서는 좌석이 남을 텐데 왜 안 바꿔 준다는 건지 알 수 없었으나 더 이상 묻지 않고 돌아섰다. 토루, 수진과 함께 탑승 시간을 기다리다 토루가 2층 카페에 커피를 시켜 놨다며 올라오란다. 수진은 마시지 않겠다며 남아 있고 토루와 나는 함께 커피를 마셨다. 차 안에서 아침으로 준 빵과 사과에 대한 답례를 굳이 하겠다는 마음인 듯했다. 토루는 오사카에 본사가 있는 회사에서 현재 에콰도르에 파견돼 1년째 일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이 스페인어와 인터넷 비즈니스라고 했는데 영어도 수준급으로 잘했다. 나이는 27살, 대학 졸업 후 멕시코에 2년 근무하다가 본사로 돌아왔다 다시 에콰도르로 파견됐다고 했다. 청년은 여러 나라 말도 잘 했지만 무엇보다 심성이 좋아 보였다. 어제 하루종일 장애인 딸을 데리고 온 중년 부부를 대하는데 시종일관 성실하고 진심으로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어제 수진이와 그런 얘길 했다고 하니 부끄러워 한다. 자기 형수가 한국 재일교포라는 이 청년이 참 맘에 들었다.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는 이 청년에게 누구든 착하고 예쁜 아가씨를 소개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커피를 마시고 1층으로 내려가 토루는 아마 좌석이 있을 거라며 다시 한번 내 비행 스케줄을 바꿔 줄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는 티켓팅 시간이 지나 좌석이 남으면 변경 수수료 없이 바꿔 줄 테니 잠시 더 기다리라고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15분쯤 지나자 처음에 내가 물었을 때 안 된다던 항공사 여직원이 와서 좌석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얼른 따라가 마지막으로 보딩패스를 받고 공항세를 지불했다. 결국 5시간 이상을 공항에서 지루하게 보내야 했는데 친절한 토루 덕분에 나도 그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비행기에 탑승해 보니 왜 항공사 직원이 보딩 직전에야 내 스케줄을 바꿔줬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라파즈에서 타고올 때와 달리 비행기가 유독 작았다.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한 석씩 모두 20석짜리 소형 비행기였다. 타고 보니 내 뒤 한 좌석만 겨우 비어 있었다.
수진은 우유니에 도착해 열흘 이상 여행을 함께한 오빠와 싸워 헤어졌는데 공항에 오자 오빠를 발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수진 몰래 내가 오빠를 불러 먼저 말을 붙여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대답이 없다. 성인인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할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더 이상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둘은 라파즈 공항에서도 각자 다른 길로 갔다.
라파즈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토루는 칠레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국제선 청사로 가야 했고, 수진과 나는 라파즈 시내로 가야 했다. 토루는 굳이 다음 비행 시간까지는 4시간 이상 여유가 있으니 우리가 택시 타는 것까지 봐 주겠단다. 공항 택시는 거의 공정가로 70B가 적정 가격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숙소가 달라 두 군데를 가야 하니 80B를 달란다. 토루는 기사와 한참을 얘기하더니 5B을 깎아 75B까지 두 사람을 데려다 주기로 협상을 봤다. 우리는 그와 헤어지며 여러 번 잘 가라,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기사는 공항에서 복잡한 도심으로 들어서 여러 골목을 지나 거의 정확하게 수진의 숙소 앞에 차를 세웠다. 혹시 시간이 되면 카톡으로 연락해 한식을 먹자고 하며 수진과 헤어졌다. 드디어 차는 내가 예약한 숙소 앞에 섰다. 오면서 보니 길이 정말 복잡해 정신이 없었는데 이 기사는 길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80B을 내밀자 잔돈을 찾길래 그만두라는 시늉을 했다.
Wild Rover Hostel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체크인 후 안내받은 방은 복잡한 건물 구조 탓에 2층으로 올라갔다가 복도를 지나 다시 내려가야 하는 곳에 있다. 4인실에 69B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두침침한 방에 청년 하나가 누워 있었다. 나중에 보니 3명이 모두 남자고 2층 침대 위쪽이 내 자리였다. 주로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곳이라 밤새 호스텔에 있는 바에서 술을 마시거나 밤에 나가 술을 마시고 아침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일단 가방을 펼쳐 빨래감을 분리해 봉지에 담고 3일 간 할 일을 정리했다. 오늘은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내일은 달의 계곡쪽으로 시티투어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리고 모레 하루는 라파즈 외곽에 있는 띠와나꾸(Tiwanaku) 유적지 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 대충 일정을 짜고 짐을 정리해 놓고 공항에서 가져온 한인 식품점, 식당이 있는 지도가 든 안내문과 데스크에서 받은 도심 주변 지도를 받아들고 길을 나섰다. 숙소를 나와 4블럭을 내려가니 큰길이 나왔다. 데스크에서 받은 지도와 여행책자의 지도를 보니 그 길을 따라 위쪽으로 가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산프란시스코 광장이 나오고 아래로 내려가면 학생 광장이 나오는데 그쪽으로 가는 어디쯤에 한인 식당 'Corea'가 있다.
큰길 입구에서 지도를 보며 길을 익히고 서 있는데 아까 호스텔에서 카톡 연락이 안 되던 수진이가 나를 발견하고 부른다. 자기는 내가 준 한식당 전화번호가 연락이 안 돼 그냥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한끼 해결하고 돌아다니고 있던 차였단다. 우리는 일단 학생광장 쪽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 저녁은 6시부터 문을 열고 점심 시간 이후에는 쉰다는 안내문이 붙은 'Corea' 식당을 지나 학생 광장까지 내려갔다. 광장에서 올려다보니 공중에 매달린 듯한 길다란 육교 비슷한 것이 보였다. 수진은 그곳 근처가 공원인 것 같다며 자기는 먼저 한번 갔었는데 멀지 않다고 했다. 긴 다리가 이어지 곳까지 가는 길에는 시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이른지 여기저기 좌판을 펼치는 모습이 보인다. 다리 입구까지 올라가니 대관람차도 돌아가고 아이들이 자전거도 타고 노는 놀이공원이 있다. 거기서 다리를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공중에 매달린 듯한 긴 다리를 1/3쯤 걸어보고 내려왔다. 시간이 좀 지났는지 아직 문은 다 열지 않았지만 시장은 우리가 올라갈 때보다 훨씬 활기찼다. 시장을 돌며 간식거리를 하나씩 사 먹고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올라갔다.
(↑학생 광장 근처 공중 육교에서 본 풍경)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어 있었다. 한식당 'Corea'가 문을 열었으니 당연히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나는 육개장을, 수진은 짬뽕을 주문했다. 깔끔한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배가 고팠던 나는 반찬을 먹으며 흐믓해했다. 나중에 주인 아줌마가 우리 자리로 오더니 김치전을 서비스로 주셨다. 볼리비아에 오신지 오래되었다는 주인 아주머니는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종업원들에게 1년에 한 달은 휴가를 줘야 하고 각종 공휴일은 무조건 쉬게 해야 한단다. 가족이 경영하는 경우는 알아서들 하지만 현지 고용인을 쓰는 경우는 이를 엄격히 지켜야 해서 요즘 힘드시단다. 어쨌든 솜씨 좋은 한국인 아주머니의 맛있는 저녁을 실컷 먹었더니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한식당 'Corea'에서 먹은 육개장)
이제 수진과는 정말 헤어질 시간이다. 결국 오빠와는 화해하지 않고 내일 페루로 건너가 리마에서 미국으로 돌아간단다. 잘 가라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2013년 12월 28일(토) 맑음->소나기, 라파즈(시티투어)
07:30 기상
09:00 아침(빵, 잼, 버터, 커피)
09:30 씨티 체크 출금(500B)
09:50 큰길->Plaza Isavel Catolica(투어버스 타는 곳) 버스 1.5B, 한쿠바교육협회 살사 아저씨 부부 만남
10:45 씨티투어버스 도착 티켓 60B(달의 계곡행)
11:25 달의 계곡(Moon Valley) 입장료 15B
12:30 투어 종료, 산프란시스코 광장 근처 살사 아저씨 부부 숙소 택시 4B(15/3인)
13:00 Cafe del La Paz 오늘의 메뉴(Almuerzo) 26B, 에스프레소 6B
14:20 카페 맞은편->Isabel Catolica 버스 1.5B, 거리 기부 2B
15:10 씨티투어 Zona Central 60B(정부청사, 교육부, 콜럼부스 동상, 마녀시장, Kili Kili 전망대)
15:40 무리요 광장 근처에서 하차
16:00 산프란시스코 광장
17:00 근처 시장 구경, 등산화 수선 10B, 길거리 기부 10B
18:00 숙소 근천 큰길 빵집 호두빵, 치즈크로와상 15B
18:20 The line adventure tour 티와나꾸 투어(차량, 가이드) 60B, 코카카바나 버스 50B
18:50 호스텔 귀환, 저녁 치즈크로와상, 과일샐러드 주문 18B
21:00 와이나픽추, 마추픽추 입장권(156Sol 시티체크), 페루레일 왕복(123$, 삼성카드)
23:30 취침
호스텔에서 아침을 챙겨 먹고 시티투어 차량 타는 곳을 물으니 여행 책자에 있는 대로 어제 갔던 학생광장을 지나 대여섯 블럭 아래에 있는 이사벨라 카톨리카 광장(Plaza Isabela la Catolica)이라고 한다. 티켓은 차 안에서 끊으면 된단다. 큰길로 걸어나와 방향을 확인한 후 지나는 사람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광장 이름을 대니 이곳 버스인 봉고차를 세워 준다. 기사에게 다시 한번 광장 이름을 확인하고 탔다. 기사가 내리는 곳을 알려줘 버스비를 내는데 1.5B. 서민들에겐 참 착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광장에는 도착했으나 정작 버스가 서는 곳을 알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근처 호텔에 들어가 물었더니 양복을 입은 젊잖은 직원 아저씨가 광장을 가로질러 호텔 맞은편을 가리킨다. 정류장으로 갔더니 먼저 와 기다리는 사람 몇이 앉아 있다. 그 중 중년의 한국인인 듯한 부부에게 눈인사를 했더니 한국어 인삿말이 돌아온다. 잠시 얘기를 해 보니 수진이네 남매가 쿠스코에서 만났다던 '살사' 아저씨 부부였다. 아저씨는 살사댄스를 하면서 한·쿠바 친선협회에 관여하며 쿠바를 네번 다녀왔고 체 게바라의 딸도 한국으로 초청해 만난 적도 있단다. 수진이 말대로 아저씨는 유쾌한 사람인 듯했다.
버스는 10시 30분이 조금 넘어 도착했다. 책에 있는 정보대로 두 개의 다른 코스로 각각 오전, 오후 두번씩 운행을 한다. 도심을 돌아보는 센뜨로 코스는 오전 9시, 오후 3시, 남쪽 달의 계곡쪽 코스는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에 있다. 부산의 시티투어 버스처럼 2층으로 돼 있는데 우리는 2층 맨 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남쪽 방향은 시내 중심에서 약간 벗어나 한적하고, 신도시로 형성돼 있었다. 차가 지나는 곳마다 헤드폰으로 각 나라별 6~7개국 언어로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는데 일본어는 있으나 한국어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영어로 들어야 했다. 중간중간 주요 지역에 대한 안내를 하기도 하고 볼리비아 전체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들려주었다.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이른바 '달의 계곡(Velle de la Luna)'에 도착했다. 흙에 가까운 사암이 빗물에 침식돼 생겨 계곡을 형성한 곳이다. 칠레에 산 뻬드로 데 아따까마 사막에 이와 비슷한 지형이 있는데 그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아담하단다. 달의 계곡만 볼 예정이라면 굳이 씨티투어를 하지 않고 버스를 타도 된다. 나는 지리를 익힐 겸 굳이 시티투를 선택했다. 입장료 15B를 주고 들어가 둘러보니 중국 운남성 사림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들이 둘러보는 동안 차량은 약 30여 분 대기했다 다시 투어를 시작했던 이사벨 광장으로 돌아왔다.
(↑달의 계곡 가는 길)
(↑달의 계곡 전경)
여행 책자에 티켓은 하루 동안 유효하다고 적혀 있어 오후 3시 차로 센뜨로 코스를 둘러보기로 하고 살사 아저씨 부부와 산프란시스코 광장 근처 아저시네 숙소까지 택시를 탔다. 아저씨 부부는 저녁 6시에 몇 명이 밥을 해 같이 먹기로 했으니 꼭 오라고 했다. 나는 광장에서 내려 오벨리스크와 무명 용사의 동상이 있는 카페 라파즈(Cafe del Club de La Paz)로 가 '오늘의 메뉴(Almuerzo)'를 꼭 먹어 보기로 했다. 점심 특선인 오늘의 메뉴는 야채와 고기가 든 따뜻한 스프와 빵이 나오고 메인은 몇 가지 고기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다른 건 알아들을 수 없어 나는 닭고기를 시켰는데 감자 샐러드와 야채, 닭고기 스테이크, 밥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과일을 넣은 요구르트가 후식으로 나왔다. 한식을 제외하고 여행 중 내가 먹은 최고의 만찬이다. 그런데 가격이 26B, 에스프레소 한 잔 값이 6B, 다 합쳐 32B 우리 돈 5,000원 정도다. 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만족하며 즐거워해 본 적이 그리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Club La Paz)
(↑Club La Paz의 점심 세트 메뉴)
아주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시간 맞춰 다시 버스를 타고 이사벨 광장으로 갔다. 역시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더니 잠시 후 차장이 와 티켓을 달란다. 당당히 아침에 산 티켓을 보였더니 이건 코스가 달라 표를 다시 끊어야 한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센뜨로 코스는 굳이 탈 필요가 없었는데... 이 코스는 시내 전체를 볼 수 있는 낄리낄리 전망대(Mirador Kili Kili)를 굳이 오르고 싶지 않다면, 남쪽 이사벨 광장이나 학생 광장에서 천천히 걸어 올라오며 무이요 광장, 산프란시스코 광장을 거쳐 주변의 시장 몇 곳을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므로 굳이 시티 투어를 이용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종점인 이사벨 광장까지 가지 않고 무이요(Plaza Murillo) 광장 근처에서 내려 산프란시스코 광장으로 갔다. 여행사와 숙소가 많은 지역이니 내일 띠와나꾸(Tiwanaku) 유적 투어도 알아볼 겸, 왼쪽 밑창이 반쯤 떨어진 신고 있는 등산화도 고칠 겸 주변 시장도 구경할 심산이었다. 띠와나꾸 투어는 차량, 가이드 포함 60B, 유적지 입장료 80B이 별도였다. 투어는 당장 신청하지 않고 시장을 둘러보며 신발 고치는 곳을 어렵게 찾았다. 아이 셋이 가게 안에서 놀고 있어 기다리는 동안 단어 몇 마디로 이름과 나이를 서로 묻고 대답했다. 그 중 4살 딸아이는 유난히 애교스러워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이럴 때 즉석 사진기를 갖고 왔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티투어로 둘러본 라파즈 시내)
(↑구두 수선 집 예쁜 삼남매)
하루 두 번의 시내 투어에 신발 수선 가게를 찾느라 시장 골목을 여기저기 오르내렸더니 피곤했다. 그래도 숙소로 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 내일 점심으로 맛있는 빵 2개를 사고, 숙소 근처 여행사에서 내일 아침 출발하는 띠와나꾸 유적지 투어도 신청하고 모레 아침 숙소 픽업 서비스가 포함된 코파카바나행 버스표도 샀다.
숙소에 돌아와 오전에 쿠스코 알고마스에 숙소를 예약하면서 성스러운 계곡 투어와 연계해 와이나픽추까지 올라가는 투어를 메일로 문의했는데 답장을 보니 가격이 300$이 넘었다. 생각보다 너무 높아 내가 따로 알아보겠노라고 답장을 다시 보냈다. 입장객을 하루 400명으로 제한하는 와이나픽추를 가려면 어떻게든 사전 예약을 해야 하니 휴게실 앞에 있는 컴퓨터로 검색해 스페인어 사이트(영어 버전이 있으나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로 사는 방법을 상세히 써 놓은 어느 블로그로 들어가 일단 와이나픽추, 마추픽추 입장권을 시티 비자 체크카드로 예매했다. 그런데 페루 레일에서 오얀따이땀보에서 마추픽추, 마추픽추에서 쿠스코 행 기차표를 예매하려는데 여기는 카드사 보안 파일이 잘 안 깔려 네 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결재를 마치고 PDF파일로 티켓을 다운받았다. 어렵게 두 가지 티켓을 확보하는 동안 저녁으로 아까 산 크로와상 하나와 함께 먹으려고 과일 샐러드를 주문했다. 과일은 큰 접시에 한 가득 나와 반은 내일 먹을 요량으로 비닐 봉지에 담았다. 이렇게 2시간여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종업원들이 칵테일이 담긴 술병을 들고 '프리샷'을 외치며 입에 한 모금씩 부어 준다. 젊은 여행객들이 좋아할 만한 이벤트인 듯하다.
라파즈에서 3박이라 여유있는 일정이라 생각했는데 오늘도 꽤 돌아다녀 피곤한 하루다. 더욱이 내일 투어도 하루종일 걸릴 예정이니 역시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2013년 12월 29일(일) 맑음->소나기, 라파즈 띠와나꾸(Tiwanaku) 유적 투어
07:30 기상
08:20 아침(빵, 커피, 어제 남긴 과일)
08:50 차량 도착(8:30 픽업 예정, 여러 투어사에서 모여 대형 버스로 이동)
09:20 만석 채우고 출발
10:40 차 안에서 가이드가 입장료 미리 거둠 80B
10:50 박물관 도착, 영어, 스페인어로 나눠 투어 시작
13:40 유적지 근처 기념품 노점 사진 찍어 주고 답례로 작은 기념품 받음. 점심(애플파이, 물)
14:00 마을 식당 앞 차량 주차 식사 시간
14:55 마지막 Puna Punku 유적지
15:15 출발
17:20 산프란시스코 광장 하차
17:40 기부 5B, 바나나 2B, 간식 2.5B
18:00 기부 3.5B, Brosso 빵집 빵 2개 10B, (씨티카드 500B 인출)
18:40 Wild Rover Hostels 숙박 207B(69*3박), 세탁 10B, 과일샐러드 18B, 수건 대여 5B
18:50 저녁(햇반, 고추참치)
11:00 취침
어제 시켜 먹다 남긴 과일 샐러드에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8시 30분 예정 시간에 로비로 나갔다. 8시 50분에 가이드가 도착했는데 차량은 대형 버스로 여러 투어사에서 사람을 모아 출발하는 모양이다. 골목골목 숙소를 돌며 거의 만석이 되어서 9시 20분쯤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차가 서서히 언덕을 올라가자 어제 낄리낄리에서 보았던 풍경이 펼쳐진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6년 전까지는 종교의 자유가 있었으나 현재는 오직 카톨릭만을 선택할 수 있고 국민 전체의 80% 이상이 카톨릭 신자란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드디어 광활한 평원에 여기저기 유적지의 모습이 보인다. 차가 정차하자 먼저 박물관을 비롯한 너댓 군데의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통합 입장권을 80B에 사야 했다. 스페인어와 영어 가이드 두 팀으로 나눠 넓은 유적지를 돌아본다.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이곳 유적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기원전 600년까지 올라가나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의 흔적들은 2만명이 거주했다는 가장 절정기였던 기원후 700년경의 것이란다. 가이드는 박물관 안에 있는 커다란 신상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이곳 고대인들은 각기 3가지 토템을 상징으로 삼았는데 뱀, 자칼, 콘도르란다. 또 그들은 이미 1만년 전에 예수가 이곳에 왔다고 믿었으며 여기에 상징으로 쓰인 다소 복잡한 형태의 십자가가 유럽에 전해저 단순한 지금의 십자가가 됐다는 얘기도 한다. 이 띠와나꾸 문명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갑자기 멸망했는지 여러 고고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한데 전쟁, 지진, 티티카카 호수의 범람, 자연 재앙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단다. 이 띠와나꾸 문명은 후에 잉카 등 주변 다른 문명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 광활한 유적지는 많은 부분 파괴되었는데 돌로 쌓은 벽면의 돌벽돌을 스페인 침략자들이 뜯어다가 근처 성당을 짓는 곳에 써 버렸기 때문이란다. 이곳 마을에 세워진 교회가 그 증거라는데 따로 가 보지는 못했다.
허물어진 거대 피라미드와 몇 개의 신전을 둘러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데만 약 2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점심 시간에 맞춰 식당 앞으로 갔고 나는 근처 기념품을 파는 노점 옆에 앉아 어제 준비한 빵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니 여기저기 집들이 들어서 있고 생필품을 파는 가게며 식당, 교회 등 제법 마을다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빵을 다 먹고 옆에 있던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양해를 구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그래서 옆 노점에 있던 아이들을 불러 먹을 것을 주고 잠시 놀아주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처음엔 수줍어 하다가 곧 허락해 준다. 내가 즉석 사진기를 꺼내 그들에게 주었더니 엄마 있는 곳으로 달려가 자랑한다. 젊은 엄마는 자기도 아기와 함께 찍어 달란다. 역시 한 장을 찍어 주니 아주 고마워하며 팔던 작은 기념품을 선물로 준다. 그런데 처음 사진 찍기를 거부한 옆의 아주머니가 오더니 자기도 찍어 달란다. 그 아주머니에게도 흔쾌히 한 장을 찍어 드렸는데 역시 답례로 팔던 작은 기념품을 주신다. 역시 이곳에서도 내 즉석 사진기가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데 큰 몫을 하는 순간이다.
식사가 끝나자 차가 출발해 돌아가는 줄 알았더니 약 5분쯤 지나 다시 선다. 우리가 내린 곳은 근처 또 다른 유적지로 푸마가 상징인 푸마푼쿠(Puma Punku)란다. 이곳도 약 20여분 둘러보고 오후 3시가 넘어 라파즈로 다시 출발한다. 라파즈 시내에서 띠와나꾸까지는 약 71km로 직접 가는 버스도 있으니 혼자 가 볼 수는 있으나, 사실 허허벌판 이곳저곳에 유적의 흔적이 남아 있어 어디가 어딘지도 알 수 없고, 다 밝혀지진 않았다 하더라도 이 문명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으려면 다소 비싸더라도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투어차량)
(↑띠와나꾸 유적지의 박물관)
(↑마을 풍경)
(↑띠와나꾸 유적지 전경)
돌아오는 길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 차가 라파스 산프란시스코 광장 근처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20분. 근처 시장에서 간식과 바나나도 사고 어제 갔던 큰길가 Brosso 빵집에서 내일 아침 먹을 빵도 샀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므로 3박 숙박료에 세탁비, 과일 샐러드, 타월 사용료를 모두 포함해 미리 정산을 마쳤다.
저녁은 주방에 가서 즉석밥을 전자랜지에 돌려 고추참치와 함께 먹었는데 뜨거운 밥에 찬은 오직 하나였지만 아주 맛있게 먹으며 행복했다.
<라파즈 경비 : ₩129,402>
볼리비아 볼리비아노 : B829.5(≒₩12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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