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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2013년 7월 남부 아프리카

트럭 여행 4(힘바부족마을, 에토샤국립공원, 빈훅)

2013년 8월 1일(목) 맑음, 트럭킹 9일째(힘바 부족 마을)

06 : 00 기상

06 : 40 아침(프렌치 토스트, 커피)

07 : 20 출발

09 : 50 휴게소

11 : 10 길가 현지 부족 기념품 가게

12 : 00 점심(빵, 닭고기볶음)

16 : 00 수퍼

16 : 30 힘바 부족(Himba tribe) 캠프 도착

17 : 00 마을 돌아보기

19 : 20 저녁(밥, 소고기야채볶음)

21 : 00 취침

  우리는 스피치코프에서 평소보다 느긋하게 출발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찻길 옆 한쪽에 기념품 가게를 차려놓고 전통 복장을 한 여인들이 차를 세우기 위해 길가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요란한 호객행위를 한다. 우리 일행은 결국 이들의 춤과 노래에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며 차를 세웠다. 전통복장을 입고 춤과 노래를 하는 그들의 사진을 찍고 손님인 우리는 R10씩 내놓았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 좌판에 펼쳐진 장신구들을 둘러보며 몇 개씩 사 주기도 했다.

(↑지나는 차를 세우기 위해 이들은 길가로 나와 이렇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들의 기념품 가게와 전통 옷을 입은 여인들)

 

  힘바 부족 마을에 도착하기 전 시내 마트에 들렀는데 요리사 엘로이가 우리에게 1인당 10R씩 걷어 마을에 약간의 생필품을 사 가자고 했다. 약 3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이었지만 엘로이는 수퍼에 들러 식용유, 옥수수 가루, 쌀, 설탕을 조금씩 샀다. 캠프에 도착해 보니 간소하지만 칸막이가 쳐진 샤워 시설과 역시 드나드는 문이 없는 화장실 변기도 있었다. 그래도 상황은 스피치코프보다는 나았다. 각자 텐트를 치고 나자 가이드 투투씨는 5분쯤 걸어 우리를 마을 입구 작은 학교 앞으로 안내했다. 언뜻 보기에도 초라한 건물 안에는 여선생님 한 분이 있었다. 전깃불이 없는 건물 안은 어두웠다. 우리가 사 간 얼마 되지 않는 식료품을 한쪽에 놓아두고 작은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10여분 쯤 후, 여선생님은 우리를 길 건너 마을로 안내해 주었다. 주로 나미비아의 북부 지역에 흩어져 사는 힘바 부족들은 목축을 하며 살아 간다. 진흙으로 머리부터 온 몸을 치장한 특이한 외모로 유명한 부족이다. 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한 독일인 남성과 힘바 부족 여인이 결혼하게 되었고 그 뒤 우여곡절을 겪은 후 이곳에 마을이 생기게 되어 지금은 십여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 들어서니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여기저기 모닥불이 지펴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를 보자 달려와 좋아한다. 나는 그들의 진흙으로 덮힌 머리가 궁금해 만져 봐도 되느냐고 양해를 구한다. 젊은 여인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는데 길게 땋은 머리에 묻힌 진흙은 마르지 않은 채로 눅진했고 손바닥에 묻어난다. 가져간 사탕 한 봉지를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돌아나오는데 왠지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다.

(↑마을로 가는 길)

(↑초라한 학교)

(↑학교 내부)

(↑힘바 부족 마을)

 

2013년 8월 2일(금) 맑음, 트럭킹 10일째(에토샤 국립공원)

06 : 00 기상
06 : 50 아침(빵, 커피)
07 : 30 캠프출발
09 : 10 인터넷카페 휴게소(1시간10분)
10 : 50 길가 개미집(크기 다양 1~2m)
12 : 00 에토샤 공원 도착
(입구근처 학교 방문 사탕 한 봉지 전달,  16살 여학생 안내 방명록 교사14 학급 13)
12 : 30 점심

13 : 00 출발(스프링복 임팔라 얼룩말 타조 자칼 코뿔소 코끼리 기린)
13 : 50 제1캠프 도착(Okaukuejo, 18km)
17 : 00 제2캠프 도착(Halali ,80km)

19 : 40 저녁(스파게티 옥수수 소고기 소시지)

   '아프리카' 하면 늘 생각하던 것이 있었다. TV에서 보던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드넓은 초원과 그곳에 사는 수많은 동물들! 아프리카에 와서 사파리를 하는 건 그래서 당연한 것이고 또 무슨 의무(?) 같다는 생각조차 든다.

 '너 아프리카 갔었다며?'

 '그래.'

 '그럼 사자도 보고 코끼리도 다 봤겠네.'

 '당연히 다 봤지. 기린, 하마, 스프링복, 얼룩말 다 있더라.'

  아프리카를 여행했다면 최소한 이런 대화는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어쨌든 오늘은 그 '동물의 왕국'을 보러 가는 날이다. 우리가 가는 에토샤 국립국원(Etosha National Park)은 나미비아 북쪽에 있는데 100년 전인 1907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특히 일년 중 건기인 7, 8월에 들판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물웅덩이(Waterhole)가 드러나기 때문에 물을 마시러 오는 동물들을 만나기에는 최적기라고 한다. 에토샤 국립공원에 도착하기 전 인터넷 카페가 있는 작은 도시에서 1시간 가량 휴식을 취하고 길가 여기저기에 길다랗게 솟은 흙기둥(?)도 봤다. 언젠가 동물의 왕국에서 봤던 거대한 개미집이다. 작은 개미들이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흙더미를 쌓아올리는지 보고 있으면서도 그저 신기할 뿐이다.

(↑인터넷 카페가 있던 작은 시내) 

(↑높게 쌓아올린 개미집들)  

(↑에토샤 국립공원 입구) 

 

  우리가 에토샤에 도착한 시각은 점심 무렵, 공원을 들어서서 바로 차를 세우고 점심 준비를 한다. 잠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교복 입은 아이들이 가는 길을 따라 근처에 있는 학교를 방문했다. 작은 사탕 한 봉지를 손에 들고 무작정 교무실로 갔다. 인상 좋아 보이는 선생님께 여행객인데 그냥 학교를 좀 둘러봐도 괜찮느냐고 물었더니 선뜻 그러라고 하며 지나는 여학생 한 명을 부른다. 나를 안내해 주라는 것이다. 손에 든 초라한 사탕봉지를 내밀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더니 방명록에 이름까지 적으란다. 부끄러웠지만 이름을 적고 여학생을 따라 학교를 잠시 둘러본다. 신기해 하며 따라오는 아이들과 사진도 찍으며 교실이랑 식당, 전교회를 할 때 모인다는 지붕만 덮인 강당도 둘러봤다. 낯선이에게 이렇게 경계심 없이 웃어주는 참 고마운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다.

(↑나를 안내해 주던 예쁜 여학생)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곳 국립공원 내에는 모두 3 개의 캠프가 있는데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먼저 입구에서부터 18km 떨어진 제1 캠프 Okaukuejo에 도착했다. 근사한 수영장과 멋진 바가 있는 이 캠프가 마음에 들었으나 오늘은 다시 약 80km 떨어진 두번째 캠프 Halali까지 가야 한단다. 내일은 이곳 Okaukuejo로 돌아와 캠프를 한다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Halali로 향한다. Halali에서 다시 80여km 더 안쪽에는 Namutoni라는 캠프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결국 이 드넓은 국립공원에서 동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만들어 놓은 차로를 따라 캠프를 오가며 동물들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워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 이른바 게임 사파리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Halali 캠프까지 가면서 본 동물들은 스프링복, 임팔라, 얼룩말, 타조, 자칼, 코뿔소, 코끼리, 기린들이었다. 창밖을 유심히 살피던 우리가 '스프링복'하고 소리를 치면 투투씨는 우리가 가장 잘 볼 수 있도록 차를 세워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려 준다. 그리고 앞 좌석에 앉은 투투씨와 엘로이가 먼저 발견하면 차를 세우고 차내 마이크로 동물들의 위치를 알려 준다. 아, 정말 여기가 동물의 왕국이다!

(↑사파리에서 만난 동물들) 

 

  천천히 사파리를 마치고 도착한 Halali 캠프도 시설이 좋았다. Okaukuejo 캠프에 있던 것보다는 작았지만 수영장도 있었다. 샤워 시설이나 화장실도 꽤 잘 갖춰져 있었고 팀별로 사용할 수 있는 주방과 야외 식당도 마련돼 있었다. 저녁은 옥수수, 소고기, 소시지 바베큐에 스파게티로 아주 푸짐하게 먹었다. 식사 후 투투씨는 내일 아침 6시 반에 캠프의 메인 게이트를 여니 6시 25분에 차를 출발해 아침 사파리를 할 계획이란다. 결국 내일도 새벽에 일어나야 하겠다.

(첫날 묵었던 Halali 캠프 입구)


2013년 8월 3일(토) 맑음, 트럭킹 11일째(에토샤 국립공원)

05 : 30 기상
06 : 25 출발(6시 반에 게이트 오픈)
08 : 50 아침 사파리 종료
09 : 10 아침(짜장범벅, 커피)
09 : 50 Okaukuejo 캠프로 출발
12 : 15 캠프도착
13 : 10 점심(파스타 양배추샐러드)
13 : 20 워터홀(코끼리 얼룩말 스프링복 뿔긴영양)
~17 : 30 휴식(일부 사파리, 수영)
19 : 10 저녁(밥, 닭고기)
19 : 40 워터홀(기린, 코끼리) 조용한 다큐를 보는 듯
20 : 20 취침

  오늘 아침은 어제 왔던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파리를 나간다. 정확히 캠프 게이트를 여는 6시 반에 차를 대기하고 있다가 노련한 가이드 투투씨의 설명을 들으며 벌판 이곳저곳을 다닌다. 대체로 어제와 비슷한 동물들을 만났는데 아침 해가 뜨는 벌판에서 떼지어 다니거나 홀로 떨어져 다니는 동물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시간을 거슬러 아주 오래 전 원시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든다. 아침 사파리를 마치고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한다. 오늘 아침은 그 동안 아껴두었던 짜장범벅 두 개를 꺼내 먹었다. 작은 통에서 물에 불린 시커먼 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희한한지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캠프 입구에는 이렇게 일출과 일몰 시각이 표시돼 있다.) 

(↑아침 사파리에서) 

 

  아침 식사 후 어제 지나쳐온 Okaukuejo 캠프로 출발한다. 가는 길에 우리는 비록 멀리서나마 표범을 만났다. 표범을 보기는 쉽지 않은데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란다. 점심 식사 후에는 모두들 우리가 텐트를 친 곳에서 2분 거리에 있는 커다란 물웅덩이(Waterhole)로 갔다. 제법 큰 물웅덩이에는 코끼리떼와 얼룩말, 스프링복, 뿔이 긴 영양(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음) 등이 물을 마시러 와 있다. 웅덩이 주변을 길게 팬스를 둘러쳐 놓고 팬스 주변으로 벤치도 마련해 놓았는데 밤이면 조명까지 켜 준다. 그래서인지 이 큰 물웅덩이 주변에는 항상 동물들이 몰려들었다. 오늘 일정에는 낮에 한번 더 근처로 짧은 사파리를 나간다고 했는데 몇 명만 나가고 나와 동료 선생님은 그냥 휴식을 취하기로 했고 일부는 수영을 하러 가기도 했다. 저녁 식사 후 해가 지고 어두워져지자 우리는 다시 물웅덩이로 갔다. 환한 조명이 조금 눈부실 정도였는데 밤에는 기린떼와 코끼리떼가 와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해서인지 이들은 우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정적 속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했다. 실제를 보면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는 건 또 뭘까? 그건 아마 현실감이 떨어질 만큼 황홀한 경험이었던 때문이 아닐까?

(↑캠핑장에 있던 물웅덩이에서) 

(↑우리 캠프에 찾아온 손님(?)들) 

(Okaukuejo 캠프 주변)

 

2013년 8월 4일(일) 맑음, 트럭킹 12일째(에토샤→빈훅(Windhoek))
05 : 10 기상
06 : 10 아침(식빵, 커피)
06 : 50 제1캠프 OKAKUEJO 출발
07 : 15 드디어 사자를 만남
09 : 30 마트(화장실 없음)
09 : 50 부쉬토일렛 ㅋㅋ
12 : 10 차안 점심(샌드위치, 샐러드)
13 : 00 오카한자(빈훅 가는 길목 기념품 가게 많음) 커피숍
14 : 00 휴식 후 다시 출발
15 : 00 빈훅 입성(유럽 도시 같이 잘 가꿔진 곳)
15 : 15 시내 교회 근처 1시간 구경(기린 판화 40R)
16 : 30 숙소 AREBBUSCH Travel Lodge 도착(www.arebbusch.com 무지 넓고 시설 좋음)
19 : 00~21 : 30 저녁(립, 치킨샐러드, 와인 1병)
22 : 30 취침

  에토샤 국립공원에서의 사파리 투어를 모두 마치고 오늘은 나미비아의 수도 빈훅(Windhoek)을 향해 다시 남쪽으로 달린다. 트럭이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들판에서 나무 사이에 앉아 있는 사자를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 투투씨는 차를 앞으로 뒤로 움직여 가며 우리가 잘 볼 수 있도록 세워 기다려준다. 나는 거의 마지막 순간에 발견해 겨우 형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점심은 마트에서 산 1인용으로 포장된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차 안에서 각자 해결했다.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은 일반 방이 있는 큰 숙소이긴 한데 야외 캠핑장이 있는 곳이라 우리는 탠트를 쳐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전화로 숙소 직원과 한참이나 통화를 하던 엘로이가 우리에게 좋은 소식을 알리겠다고 한다. 오늘 예정에 없었지만 방을 배정받아 잘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환호성을 질렀고 기대에 부풀었다. 가는 길에 기념품 가게가 길게 늘어선 오카한자라는 도시에 잠시 들렀다. 기념품 가게 맞은편에는 예쁜 커피숍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 시간 가량 기념품도 구경하고 쉬어 가기로 했다.

  빈훅(Windhoek)에 들어서자 도시는 마치 유럽의 여느 도시처럼 깨끗하고 잘 가꿔져 있어 첫인상이 좋았다. 독일의 식민지였던 탓에 독일 문화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우리가 본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1910년에 세워졌다는 <Lutheran Church>였다. 많은 부자재들을 독일과 이태리 등에서 수입해 지었다는 이 교회는 외관이 크고 화려해 한눈에 띄었다. 1시간 정도 도심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은 상점도 많고 오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왠지 휑한 느낌조차 들었다. 거리에서 기린을 그린 작은 판화 하나를 40R(약 5,000원)에 샀는데 뒷면에 화가의 사인도 받았다.

(↑가장 인상적인 Lutheran Church)

(↑빈훅 시내)

(↑내가 산 그림에 화가의 사인을 받고 있다.)

 

  드디어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 AREBBUSCH Travel Lodge 도착했다. 여행자 숙소로는 예상 외로 규모도 크고 시설도 좋았다.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묵었던 세 군데(스와곱문트, 빈훅, 빅토리아폴) 중 단연 최고였다. 넓은 땅 여기저기에 단층으로 네 개의 숙소를 모아 지었는데 중간 중간에 화단도 꾸며놓았다. 리셉션과 커다란 식당 사이에는 꽤 넓은 수영장도 갖춰져 있었다. 저녁은 이 숙소 식당에서 단체로 먹었다. 음식도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아 와인도 한 잔 곁들였다. 좋은 시설에서 편안하게 잠든 밤이었다.

(시설이 좋았던 AREBBUSCH Travel Lo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