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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12년 7월 러시아 몽골

2012 러시아, 몽골 여행15(남은 이야기)

8/12(일)~8/15(수) 맑음(울란바타르) 남은 이야기

 

고비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날 박OO씨 부부와 몽골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먹고 헤어진 후 나는 로터스게스트하우로 돌아와 짐만 던져놓고 그대로 잠들었다. 그 동안의 피곤과 긴장이 풀리면서 다음 날 아침 9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느즈막히 일어났다. 오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쉬기만 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투어 가이드였던 가나씨에게 전화를 하고 방문하겠다고 알린다. 그리고 동행을 데려가도 되냐고 물으니 환영이라고 한다. 그래서 전날 같은 방에서 만난 홍콩 출신 캐나다인 cleona(30대 초반인 이 아가씨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원어민 교사로 2년 간 있었다고 한다.)와 함께 가나씨 집을 방문하기로 한다. 가나씨는 우리가 오는 시간에 맞춰 늦은 점심을 준비해 주었다. 놀러와 있던 아들 조지의 외사촌 여동생 메리와 우리 5명은 점심을 먹고 가나씨와 조지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구경했다. 한 달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는 조지의 기타 연주도 듣고 영어가 유창한 조지, 메리, 캐나다 아가씨가 서로 얘길 했고 나와 가나씨가 한참 얘길 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참 좋은 사람들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몽골에 가게 된다면 이들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 그들은 이제 내 마음 속에 좋은 친구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우리 가이드 가나씨 집에서)

 

7월 31일 몽골에 들어온 이후 8월 15일 떠날 때까지 투어를 갔다온 날을 제외하고 울란바타르에만 8박 9일 간 있었다. 그것도 로터스게스트하우스 한곳에서만 지냈다. 내가 이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한 가지, 로터스 어린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론니플래닛에 이 게스트하우스가 추천돼 있는데 시설도 깨끗하고 직원들도 친절하지만 무엇보다 이곳 수익금이 로터스 재단의 고아원에 사용되며 직원들도 그곳 출신들이 많다는 것이 내 마음을 끌었다. 이곳은 또 여름이면 자원봉사들을 모집하여 캠프를 여는데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이메일로 개별적인 신청을 하고 이곳에서는 그들을 모아 차량 이동비 등 약간의 경비를 받고 캠프에 참여시킨다. 같은 방에 있었던 캐나나 아가씨도 이 캠프에 일주일 간 참여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수년 전 캄보디아 앙코르왓이 있는 시엠립 어느 사원에서 새벽에 기념품을 팔러 나온 10살 전후의 계집아이와의 기억 때문에 내가 여행을 할 때는 몇 가지 꼭 하는 게 있다. 그 하나는 즉석 카메라를 가져가 아이들이나 현지인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숙소를 이용하거나 기념품을 사거나 투어를 할 때 공정 여행을 하거나 최소한 현지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되도록이면 여행경비를 줄여 적은 돈이라도 기부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로터스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투어시 여행자용 게르 캠프가 아니라 현지인 게르를 이용한 것도 내 나름의 작은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약간(약 10만원 정도)의 기부를 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매니저에게 고아원을 방문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매니저는 내가 여름 캠프에 가기를 원하는 줄 알고 시 외곽에 있는 고아원을 갔다가 다시 캠프까지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거기서는 울란바타르로 돌아오는 차편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캠프에 참가하는 캐나다 아가씨 일행을 따라 울란바타르시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고아원에 갈 수 있었다. 아이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어 주고 비록 많지는 않지만 경비를 아껴서 작은 성의를 표시하고 나왔다.

 

하지만 이런 여행을 하고 나면 왠지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하다. 누구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하고 누구는 여가는 고사하고 생계를 위해 힘들게 일해야 한다. 왜 세상은 공평하지 않은 것인지? 왜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하지 않은지? 나는 이 불편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받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닌지, 결국은 내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건 아닌지 생각이 복잡해진다. 그러면서도 한편,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다시 위안을 삼는다.

 

(우리가 방문한 로터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 언어문화연구소
  • 2012.09.03 20:15
  •  

    오늘은 먼저 사진만~! 사진만 봐도 얼마나 현지에 잘 적응해서 멋진 여행을 했는지 보입니다!!!

     

     

     

    • 소리
    • 2012.09.20 11:03 
    현지에 갔다 온 것처럼 현장감이 팍팍 오는군요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여행후기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