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시아/2012년 7월 러시아 몽골

2012 러시아, 몽골 여행12(고비 투어 4일 : 홍고르엘스)

 8/8(수) 맑음(욜링암->홍고르엘스) 고비투어 4일

 

 

07:00 기상

07:40 달걀샌드위치, 커피 아침 식사

08:40 출발

11:55 감자, 양고기볶음밥, 점심식사

13:00~15:00 홍고르엘스(Sweet(honey) sand) 근처 게르 도착

17:30 야채 감자 호쇼르(군만두) 저녁식사

18:30 낙타 타고 홍고르엘스 가기

21:00 모래 언덕에서 OO씨 생일 축하(맥주, 초코파이)

 

캠핑지의 아침은 고요하다. 텐트 앞 창을 젖히니 물소리와 새소리가 청량하다. 두 팔을 벌려 맑은 바람을 한껏 호흡한다. 4일만에 처음으로 개울물에 세수를 한다. 일상의 것들이 낯설고 새삼스럽다. 세수는 아침, 저녁 물휴지 하나면 되고, 양치질에 필요한 물은 종이컵 하나면 충분하다. 새삼 너무 많은 것을 낭비하며 많이 가지고 살았음을 깨닫는다.

 

둘러보니 지난 밤 우리가 묵었던 캠핑지에는 너댓 대의 차들이 더 들어와 있다. 입지가 좋았는지 곳곳에 불 피운 흔적이 남아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다른 팀들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가 제일 먼저 출발한다.

 

30여 분 계곡을 지났나 싶더니 다시 끝없는 들판이다. 흥이 많은 우리 기사 메가씨는 몽골 노래를 크게 틀고 따라부른다. 우리는 박자에 맞춰 박수도 쳐 주고 괴성(?)을 질러 추임새도 넣는다. 나는 흔들리는 차에 몸을 맡기고 산맥이 지평선을 이루며 길게 누운 들판을 다시 바라본다. 나는 지금 책에서 배웠던 그 알타이 산맥의 끄트머리 어디쯤에 있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문자로만 배웠던 그 작은 지식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책 속의 문자들이 살아 움직인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 문자들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나는 잠시 황홀하고 혼돈스럽다.

 

바뀔 것 같지 않던 풍경들이 초원이었다가 황무지였다가 다시 산이 가까워지고 이제 작은 모래 언덕으로 변하여 멀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는 어쩌면 이 들판에서 점점 작아져 먼지 하나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끝내는 아득한 곳에서 달려온 바람에 실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아, 누군가는 기억해 주기를, 내가 여기 알타이 산맥 끝자락 어느 벌판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음을.

 

11시 50분, 우리 차는 들판에 서서 바쁜 손길로 점심을 준비한다. 점심은 비트로 물들인 감자, 양고기볶음에 밥이다. 다시 2시간을 달려 모래 언덕인 홍고르엘스가 바라보이는 어느 게르에 도착해 짐을 푼다. 낮잠을 한숨 자며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린다. 작은 게르 안에 우리 여행객 3명, 조지, 기사 아저씨 메가씨가 누워 쉰다. 게르 천장을 보며 조지는 중앙의 동그라미는 하늘을, 사방을 둥글게 두른 막대는 바람을 상징하고, 중앙을 받치고 있는 두 기둥은 모든 액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하므로 함부로 기대지 않는다고 알려 준다. 아직 어린 녀석이 저런 얘기들을 어디서 들었는지 참 기특하기도 하지.

 

6시 30분, 눈앞에 보이는 모래 언덕을 향해 낙타를 타고 가기로 한다. 우리 여행객 세 사람, 조지, 그리고 맨 앞에는 낙타 주인이자 가이드가 선다. 우리를 실은 낙타들은 바짝 쥔 고삐 때문에 일렬로 길게 한 줄로 늘어서 천천히 걷는다. 그렇게 천천히 한 시간쯤 걸어서 모래 언덕에 다다르자 우리는 낙타들을 보내고 눈앞의 모래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만만하게 봤던 모래 언덕은 오를수록 숨이 가쁘다. 더욱이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발목 깊이까지 파이면서 자꾸 뒤로 미끄러지니 오르기가 쉽지 않다. 숨을 고르며 쉬고 오르기를 여러 번, 결국 높아만 보이던 언덕 꼭대기에 올랐다. 우리가 올라온 반대편으로는 가파르게 혹은 완만한 곡선을 그린 모래 언덕이 여기저기 늘어선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조지는 힘이 넘쳐 이곳저곳 언덕을 날듯이 뛰어다니고 OO씨 남편은 조지를 따라하느라 기운이 다 빠진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기사 메가씨와 가이드 가나씨가 오늘 생일을 맞은 OO씨를 축하하기 위해 맥주와 초코파이를 들고 온다.(사실 우리는 OO씨의 생일을 이 모래 언덕에서 축하하기 위해 낮에 오는 길에 작은 도시에 들러 맥주와 초코파이를 샀다.) 우리 여섯 사람은 모래 언덕에 앉아 넘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OO씨의 생일을 빌미로 사막을 통째로 세를 내기라도 한 듯 소리도 지르고 노래도 부르며 맘껏 즐거워했다.

 

사막의 밤하늘은 어둠이 깊어질수록 셀 수 없는 별들로 채워진다. 누군가 장난처럼 검은 융단 위에 반짝이는 가루를 뿌려놓은 듯하다. OO씨 남편은 별똥별을 세 번이나 봤다는데 나는 아쉽게도 그저 인공위성인 듯한 움직이는 작은 불빛만을 보았을 뿐이다. 우리는 이렇게 또 사막에서의 하루를 보낸다.

 

(욜링암의 계곡)

(길에서 만난 모녀에게 즉석 사진을 찍어 주었다.)

(홍고르 엘스)

 

 

 

 

  • 박민영
  • 2012.09.03 17:54
  •  

    몽골에서 생일을 보내는 영광스런 기회를 가졌던 저는 정말 행운아겠지요?!
    가는 곳마다 새롭고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는 몽골은 진짜 어메이징한 나라예요!! ㅎㅎ

    조지 따라하다 뻗은 신랑으 많으 안타까웠던 날이었지요 ㅋㅋ
    • 청우
    • 2012.09.04 16:23
    그럼, 몽골의 모래 언덕에서 모랫바람을 안주 삼아 맥주도 마시고 생일 축하 받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이겠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