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번 여행에서 말레이시아 페낭을 가고자 했던 이유는 요즈음 한달 살기 좋은 도시로 페낭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라면 페낭에서 2~3주, 태국 후아힌에서 3주 정도 머물려고 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초반에 사촌 언니와의 동행이 결정되었고 그 때문에 페낭은 그냥 며칠 머물다 가는 계획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록 며칠이라도 되도록 많은 시간을 머물면서 한달 살기에 필요한 정보를 탐색해 보고자 했다. 그래서 3박 4일은 조지타운 역사 지구 내에 머물면서 주변 몇 곳을 둘러보고 나머지 2박 3일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일반 아파트나 콘도 같은 형태의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별 다른 정보 없이 내가 찾은 곳은 '바투 페링기(Batu Feringghi)'라는 북쪽 해안가 지역으로 조지타운에서 차로 약 35~4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이 지역에는 호텔이나 리조트, 아파트 단지가 여럿 있고, 야시장, 작고 오래된 쇼핑 센터, 식당 등도 있어서 어느 정도의 상권이 형성된 곳이었다. 내가 예약한 곳은 스리 사양 리조트 서비스 아파트먼츠(Sri Sayang Resort Service Apartment)였는데 규모가 크고 야외 수영장, 잘 가꿔진 정원, 주차장 등이 갖춰져 있긴 했지만 오래된 건물이라 내부는 꽤 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큰 장점은 넓은 거실과 주방, 두 개의 침실을 갖추고 있음에도 2박에 225링깃(한화 약 67,000원)으로 숙박비가 매우 저렴했다는 것이다.
숙소에 조금 일찍 도착했더니 아직 퇴실하지 않은 손님이 있어서 1층 로비에 가방을 맡겨두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이 숙소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변에 식당이나 편의점 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5분쯤 걸어가서 식당을 찾았고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배를 채운 후 우리는 길을 건너 바닷가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해변으로 나가 사진도 찍고 돌아와 짐을 풀었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서 저녁에는 바투 베링기 야시장(Batu Feringghi Night Market)에 가보기로 했다. 시장은 저녁 7시 무렵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에 맞춰 숙소를 나와 시장으로 갔다. 거리를 따라 크고 작은 노점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여느 야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옷, 악세서리 등의 생활용품, 음식, 과일, 음료 등 먹을거리가 주를 이루어 있었다. 우리는 시장 입구에서 농장에서 오늘 따 온 두리안을 판다는 노점에서 먼저 적당한 크기의 두리안을 골라 먹어 보기로 했다. 잘 익은 두리안을 골랐는지 맛이 좋았다. 중국계 주인 아주머니는 본격적인 두리안 철이 시작되는 6월부터는 농장으로 투어를 오는 팀들이 많다면서 농장 명함을 건네기도 했다. 그렇게 가볍게(?) 두리안을 먹고 난 후에 우리는 야외 푸드코트 같은 곳으로 가 우리나라의 꼬지와 같은 사테(Sate, Satay), 태국식 오징어볶음과 공심채볶음을 시켜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시장을 구경했다. 시장 근처에는 해변에 면한 스타벅스가 있는데 밤이라 바다를 볼 수는 없었지만 굳이 들어가서 음료 한 잔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간단한 샌드위치도 사서 돌아왔다.
다음 날은 어제 갔던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모스크와 큰 쇼핑몰인 거니플라자까지 가 보기로 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어서 차를 타야 했는데 다행히 숙소 앞으로 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길은 하나뿐이니 가는 방향만 맞는다면 쉽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구글 검색을 통해 알아본 버스 도착 시간과는 일치하지 않았지만 드디어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일단 버스에 올라타고 목적지를 말했더니 1인 1.4링깃(약 420원)이란다. 3링깃을 냈더니 거스름돈은 주지 않고 종이 영수증을 준다. 참고로 싱가포르에서는 트래블월렛 카드로 지하철을 탔는데, 이곳 버스 안에는 카드 태그하는 장치가 있었음에도 교통카드 기능은 하지 못했다. 또 버스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고 거스름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매번 충분한 잔돈을 준비해 타는 것이 좋겠다. 버스에서는 안내 방송을 따로 하지 않아서 나는 다음 정류장을 알려 주는 안내판을 계속 주시하고 구글 지도로 위치를 확인하면서 내려야 할 정류장이 되면 벨을 눌렀다.
그렇게 페낭에서 첫 버스를 무사히 타고 우리가 내린 곳은 물 위에 떠 다니는 이슬람교 사원이라는 플로팅 모스크(Floating Mosque(Masjid Terapung))였다. 이 사원은 '탄종 붕가 플로팅 모스크(Masjid Terapung Tan Jong Bungah)'로도 알려져 있는데, 1967년 이곳 탄종붕가 지역에 작은 모스크로 처음 세워졌다고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면서 확장할 필요가 생겼는데, 이때 육지 쪽으로 넓힐 공간이 부족해 바다 위로 짓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2003년 공사를 시작하여 약 1,500명이 예배를 볼 수 있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2007년에 말레이시아 총리가 참석하여 공식적으로 개장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바다 쪽으로 기둥을 세워 그 위에 건물을 앉힌 형대인데, 바닷물이 들어오는 만조 때가 되면 모스크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단다.
모스크를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찾아간 곳은 타이 팍 쿵 사원(Thai Pak Koong Temple Tanjong Tokong)이라는 중국식 도교 사원이었다. 사실 이곳은 유명한 곳도 아니고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도 아니지만 나는 다민족 국가인 이 나라에서 다양한 여러 사원을 보고 싶어서 굳이 들러본 곳이었다. 사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언제, 어떻게 지어졌고 어떤 신을 모시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와서 향을 피우고 마음 속으로 무언가를 기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사원은 바다와 바로 연결돼 있어서 우리는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다. 작은 고기잡이 배들이 여러 척 떠 있는 바다는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들과는 대조적으로 낡고 작은 어촌의 풍경이 정겨웠다. 우리는 바다를 보면서 모래사장을 밟으며 사원 뒤편으로 가 봤다. 물이 맑아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지만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모래사장 한쪽에 쌓아놓은 바위로 가 손만 잠시 적시고 돌아나왔다.
다음으로 큰 쇼핑몰인 거니 플라자(Gurney Plaza)에 갔다. 숙소를 옮길 때 차를 타고 지나오면서 눈여겨 본 곳이었는데, 이 근처에는 거니파라곤 등 다른 대형 쇼핑몰도 있고 호텔, 고급스러운 최신 콘도나 아파트 같은 건물들이 몰려 있다. 세련된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내부가 매우 낙후돼 있고 손님도 별로 없어 한산했던 우리가 처음 묵었던 조지타운 역사 지구 가까운 곳에 있던 쇼핑몰들과는 매우 달랐다. 최근에 지어진 깨끗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 활기가 넘쳤다. 우리는 더운 날씨에 지쳐 있었지만 몰(Mall) 안에서 더위를 식히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푸드코트가 있는 층으로 갔다.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 가지고 중앙에 있는 식탁에서 맛있게 먹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몰 내부를 잠시 둘러보고 지하층 어느 카페에서 커다란 두리안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커피도 마셨다. 그저 두리안 맛을 조금 내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케이크는 거의 대부분 두리안으로 차 있어서 달고 진한 두리안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지하 슈퍼마켓에서 저녁거리와 다음 날 먹을 간단한 아침거리를 조금 사서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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