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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2021년 7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소금 광산(Salzwelten Hallstatt) 투어

2021년 7월 3일(토) 맑음

07:00 기상, 08:20 아침

09:35 호텔 체크아웃

09:50 할슈타트 행 페리 출발(09:45 예정, 약 15분 소요, 왕복12€)

10:20 소금광산 매표소(푸니쿨라 포함 투어 36€)

10:35 푸니쿨라 정상, 약 10분 도보 후 광산 입구 도착(11:00 투어 시작, 12:40 투어 종료)

        옷 입기(광산 터널 안은 8°C 정도), 2층 전시장 관람, 광산 내부 가이드 투어

13:20 소금광산 기념품 가게 냉장고 자석 3 개 13.7€(4.9×2, 3.9×1)

13:40 간식, 커피 5.4€

14:00 할슈타트 > 오베르트라운 페리 출발(약 30분 소요)

15:10 호텔 > 오베르트라운 역

18:50 린츠 중앙역 도착 19.4€

19:10 Ibis Hotel 도착(아침 포함 1박 74.2€) Accor All에서 예약

20:00 저녁 폭립(린츠 Jack the Ripperl) 18.6€(팁 3€ 포함)

 

<1일 여행 경비> 약 245,000원

교통비: 31.4€ (≒43,000원)

숙박비: 74.2€ (≒101,000원)

식   비: 24€ (≒33,000원)

투어 및 관광: 36€ (≒49,000원)

쇼   핑: 13.7€ (≒19,000원)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가 정원과 호수를 바라보는 큰 창이 있는 식탁 앞에 자리를 잡았다. 아침 메뉴는 소박하고 단순했다. 햄, 치즈, 과일, 빵, 요거트, 커피, 시리얼 등이 전부다. 그렇지만 빵 한 입 베어물고 창밖 풍경 바라보고, 다시 커피 한 모금 머금고 풍경을 보며 느긋하고 게으른 식사를 하는 것은 행복했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

오전에 할슈타트 소금광산 투어를 할 계획이라 아침 식사 후 바로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짐을 프론트에 맡기고 9시 50분쯤 배를 탔다.(배 시간표는 평일과 주말, 여름과 겨울에 따라 달라진다.) 할슈타트 선창작에 내려 어제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호숫가를 따라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와 식당,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길을 그냥 무심히 지나치기는 쉽지 않다. 기념품도 사고 커피도 마시고 싶었지만 한 시간 반 이상 걸린다는 소금광산 투어를 먼저 하기로 하고 모두 지나쳐 갔다.

(↑오베르트라운 선착장)

소금광산 매표소 뒤로 가파른 산 중턱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선 푸니쿨라(케이블카) 레일이 아찔하다. 입구에서 투어를 예매하고 곧 바로 푸니쿨라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여기서 다시 광산 투어를 시작하는 곳까지 경사진 산길을 잠시(15~20분 정도) 걸어올라야 한다. 투어를 시작하는 곳에 이르면 짐을 맡기고 위에 덧입을 옷을 지급받는다. 헐렁한 긴 소매 윗옷과 긴 바지를 입고 기념촬영(?)으로 사진도 한 장 남긴다. 광산 내부는 평균 8도 정도라니 특히 여름에는 꼭 필요한 옷인 듯 싶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건물을 나온 후 계단을 올라 광산 입구까지 간다. 평균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이 투어를 하는 동안 대부분은 걸어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편한 신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소금광산 매표소)
(↑투어 사무실이 있는 곳 가는 길)
(↑소금광산 입구)

할슈타트 소금광산의 역사는 아주 오래돼서, 약 7천 년 전부터 소금을 채취하기 시작했고 현재에도 매년 18만톤 정도의 소금을 캔다고 한다. 고고학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선사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2002년에 발견된 목조 계단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계단(The oldest wooden stiarcase in Europe)'으로 알려진 것으로 복원을 거쳐 내부에 그 원형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1734년에는 갱도 내에서 기원전 1,000년경의 사람으로 밝혀진 아주 잘 보존된 미라 한 구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후 미라는 'The Man in Salt' 라 불리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계단)
(↑멋진 유니폼을 입은 가이드)

다소 긴 투어 시간이지만 광산 내부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동안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여러 가지 장치들이 많았다. 이동하는 도중 두 번이나 광부들이 갱도 안에서 이용하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는 아찔하고 재미있는 경험도 할 수 있고, 중간중간 다소 넓은 장소에서는 광산의 역사나 소금 채취 방식 등을 알려 주는 짤막한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을 볼 수도 있다. 줄곧 걸어서 이동하던 투어의 마지막은 레일 위에 의자만 놓인 미니 열차를 타고 출구로 나가는 것이다.

(↑광부들이 쓰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간다. 나는 옆의 작은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미니 열차가 끝나는 종착지)

투어를 마치고 산 아래 매표소로 내려가는 길에 푸니쿨라를 타기 전 전망대로 갔다. 광산으로 오르는 길 입구에 있는 이 전망대는 긴 다리를 건너간다. 다리 바로 앞에 있는 식당 아래로 돌아가면 시야가 확 트인 전망대가 있다. 마을이 있는 산 아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참 평화롭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풍경)

푸니쿨라를 타고 매표소로 내려와서 기념품 가게에 들러 작은 기념품 몇 개를 사고 다시 마을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오전에 그냥 기나친 기념품 가게들 앞에서 예쁘고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을 구경하고 간식거리도 사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호수 주변 풍경을 오랫동안 눈에 담았다. 예정된 2시에 출발한 페리는 오전에 내가 타고온 것보다 커서 승객도 많았다. 이 배는 바로 오베르트라운으로 가지 않고 소금광산 매표소 가는 길에 있는 또 다른 선착장에 들러 승객을 더 태운 뒤 할슈타트 마을과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게 해 주었다.

(↑할슈타트 호숫가 풍경)

선착장에 도착하니 2시 30분쯤 됐다. 오베르트라운에서 린츠로 가는 기차는 3시 30분 경에 있으니 30분 정도 사람 없는 호텔 식당에 앉아 핸드폰 충전도 하고 린츠에 대한 검색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3시가 되자 짐을 찾고 호텔 여주인과 인사를 나눈 후 역으로 출발했다. 역에 여유롭게 도착해 얼마쯤 기다리자 기차가 왔다. 역에서 기다리던 다른 여행객 서너 명과 함께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한 정거장을 지난 후 우연히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탄 차 안에 사람이 안 보인다. 뭔가 불길하고 서늘한 느낌이 감지되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차창 밖에 내가 올 때 봤던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구글 지도를 열고 기차가 지나는 방향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나는 린츠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는 것이다. 혹시 몰라 객차 안을 둘러보니 등산복을 입고 배낭을 갖고 앉은 중년의 여자 한 명이 있었다. 나는 이 난감한 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가 이 기차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녀에게서 돌아온 답은 내가 확인한 대로 나는 지금 린츠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하도 기가 막힌 상황이어서 헛웃음이 났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반대 방향으로 가는 다음 기차를 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녀가 내 옆 자리로 오더니 자신은 지금 집으로 가는 길인데 린츠 근처에 살기 때문에 린츠 행 기차를 타러 가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니 자기와 함께 가서 기차를 같이 타고 차장에게 내 사정을 말해 보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나는 오늘 안으로 린츠까지 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구세주를 만난 듯이 기뻤다. 그래서 그녀를 따라 기차를 두 번 갈아 탄 끝에 린츠 행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차장이 객차 내를 지날 때 그녀는 나의 사정을 그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사정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인상 좋아 보이는 차장 아저씨는 내쪽을 보더니 "It's OK. You can go to Linz."라고 한다. 나는 그러면 추가 요금은 얼마나 내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허공에 손을 저으며 그럴 필요 없으니 그냥 가라고 한다. 나는 그를 향해 여러 번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말을 했다. 차장이 가고 나서 나는 앞에 앉은 나를 도와준 여자를 향해서도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녀는 이름이 에리카(Erika Grankl)이며 이번 학기에 엔지니어가 되는 학부 공부를 마쳤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에 이 지역의 산을 등산하고 산장에서 하루를 잔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에리카에게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부다페스트에 오면 꼭 우리 집에서 묵어 가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이메일을 주고 받았고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릴 곳을 거의 놓칠 뻔한 그녀가 급하게 기차에서 내리면서 헤어졌다.

 

린츠에 도착하니 7시가 다 되어 있었다. 다행히 예약한 이비스 호텔은 역 맞은편에 있어서 바로 호텔에 짐을 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시내로 갔다. 적당한 식당을 찾아 한참을 헤매다 겨우 들어간 식당에서 폭립(Pork rib)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린츠 중앙역)
(↑린츠 중앙역 맞은 편에 있는 이비스 호텔)
(↑린츠 시내 입구 공원)
(↑저녁 식사)
(↑린츠 시내 광장)
(↑내 광장 앞 리벨룽겐 다리(Nibelungenbrück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