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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16년 2월~4월 스리랑카, 남인도

스리랑카 7 아담스피크(Adam's Peak)

3/6() 누와라엘리야-아담스피크(Adam’s Peak) (7,060)

06:30 기상

07:50 아침(프랜치토스트, 주스, 오믈렛, 과일, )

09:00 호텔 체크아웃

09:20 누와라엘리야 행 버스 탑승 50rs

10:05 누와라엘리야 버스정류장 도착

10:20 해톤(Hatton) 버스 출발 120+100rs(짐값)

11:30 해톤 도착

11:35 Dialog 데이터(2G+4G) 450rs(해톤 버스정류장)

11:40 해톤-마스켈리야(Maskeliya) 버스 40rs

13:00 마스켈리야 도착

13:10 델하우스(Delhouse) 행 버스 출발 40rs

13:40 델하우스 입구 도착. 차에서 내리자 기다리던 삐끼에 이끌려 화이트하우스로 감.

13:50 화이트하우스(White House) 체크인

16:00 낮잠(1시간)

19:30 , 참치, 콩자반(저녁)

갈레 Pedlars Inn Hostel(33.66$/2), 히카두와 L&D Lodge(94$/2), 콜롬보 Clock Inn(23.26$/2) 숙소 예약(아고다)

22:00 취침

   높이 2,243m의 스리랑카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 아담스피크(Adam’s Peak). 다른 이름으로는 스리파다(Sri Padha)라고 하는데 싱할라 어로 위대한 발(발자국)’이란 뜻이란다. 이 이름은 산 정상에 있는 돌바닥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커다란 발자국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발자국을 두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는 인류의 조상 아담의 것이라 하고 힌두교에서는 시바신의 흔적, 불교에서는 부처의 것이라 주장한단다. 그 때문인지 산 정상이 가팔라 쉽지 않은 길임에도 수많은 순례자들이 신심(信心)을 안고 오르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스러운 곳이다.

   내가 여기를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종교적 이유는 아니다. 인생의 중반을 넘어서 조금은 이른 나이게 퇴직을 하고나니 마치 온몸을 옥죄던 사슬이 갑자기 풀린 것 같았다. 이 해방감이 몸과 마음을 가볍게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없는 불안감 같은 것을 몰고 왔다. 그런 심리 때문인지 이번 여행 내내 나는 마음이 편치 않고 이유 없는 우울감에 시달렸다. 내 저질 체력으로 굳이 이 산을 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몸을 고단하게 해 이런 마음을 떨쳐내고 싶었던 것이다.

   누와라엘리야로 가면서부터 아담스피크에 오를 것인지를 놓고 갈등을 거듭하다 결국 이 고행의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아담스피크가 있는 델하우스로 가는 길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보통은 어느 지역에서 출발하든 해톤(Hatton)을 거쳐 델하우스(Delhouse)로 가게 된다. 그런데 해톤 버스 정류장에서 델하우스까지 바로 가는 차가 없다는 말에 마스켈리야(Maskeliya)로 갔다가 여기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델하우스로 들어갔다. 아침 9시 무렵 호텔에서 나와 버스를 모두 4번이나 갈아타고 오후 1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아담스피크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도착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은 내 고된 이동 중 쌓인 피로를 싹 날려줄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델하우스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만난 풍경)


3/7() 아담스피크(Adam’s Peak) (11,030)

00:00 기상

00:20 Adam's Peak(Sri Padha) 출발

01:10 입구 도착 물50rs(입구), 100rs(중간), 스님 기부 50rs

05:20 정상 도착(정상 가까울수록 가파른 경사, 사람이 많아 오래 지체됨.)

06:20 일출 보고 하산

08:30 발 마사지 약 20450+150rs (내려오는 길 마사지 숍)

09:40 하산 완료

10:00 치킨볶음로띠(고푸타), 콜라, 450rs

10:30 숙소(White House) 귀환

11:00 샤워 후 낮잠, 짐 정리, 인터넷 검색, 휴식

18:00 Devaya (고아) 20%(13,601Rs) 입금

18:20 , 참치, 콩자반(저녁)

22:00 취침

   델하우스 입구에서 차를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호객꾼에 이끌려 정류소 근처 숙소에 짐을 풀었다. 대부분의 여행자 또는 순례자들은 밤 1시에서 2시 사이에 등산을 시작해 새벽에 산 정상에 올라 여명이 밝아오는 아침을 맞고 하산한다고 한다. 나는 내 저질 체력을 고려해 천천히 오르기로 하고 12시쯤 출발하기로 했다.

   멀리 올려다 보이는 불빛은 다다를 수 없는 천상의 성() 같았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숨은 갈수록 거칠어진다. 느리게 걷기로 작정하고 일찍 출발했으나, 입구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서양 여행자들이 보이더니 하나 둘 나를 앞질러 간다. 언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완만하던 경사가 급해지고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몸에 오는 고통이 가중되면서 걸음은 더 무거워지고 더디어만 간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와 버린 길, 발만 내려다보고 무념(無念)의 상태로 기계적으로 걷기를 반복한다. 육체의 고통은 모든 상념을 지우고 나는 그저 내 다리의 통증에 집중하며 계단을 오르고 있다.

(↑상가가 늘어선 입구는 불야성이다.)

(↑아담스피크(스리파다) 등산로 지도)

(↑이 부처상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을 오른다.)

(↑계단를 오르고 산길을 따라 걷는다.)


   경사가 갑자기 급해진 정상 입구에는 이미 인파로 꽉 들어차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지경이다. 선 채로 거의 밀려서 한참 만에 겨우 정상에 도착,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꼭대기 바위 위에 있는 작은 사원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줄을 서서 대기하던 참배객들은 종교적 행사(아마도 힌두교)가 진행 중인 사원 안에서 잠시 간단한 기도만 올린 후 맞은편 출구로 바로 빠져나갔다. 나는 발자국 흔적이 있다는 사원 안 바닥을 살폈다. 낮은 펜스가 쳐진 돌바닥 위에 정말 음각으로 조각한 듯한 커다란 발자국 모양이 있었다. 산 아래 숙소에서 무려 5 시간의 긴 등산 끝에 드디어 성스러운 발자국을 친견(?)하는 순간이다.

(↑정상에 있는 사원)

(↑사원 벽에 새겨놓은 발자국)

(↑참배객들은 사원 앞에 있는 이 종을 울리며 기원한다.) 


  좁은 산 정상은 가운데 있는 사원을 둘러 온통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이제 그들 대부분은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동쪽 하늘을 향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댄다. 드디어 붉고 둥근 불덩이가 검은 하늘 한쪽에 나타나더니 천천히 떠오르면서 주변을 밝혔다. 그렇게 해가 뜨고 날이 밝아지자 사람들은 하나둘,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힘들여 올랐던 계단을 다시 밟아 산을 내려왔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하늘에는 아직 달이 떠 있다.)


(↑동쪽 하늘을 향해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드디어 어둠을 밀어내며 떠오르는 해)

(↑아득하게 바라보이는 산 정상)


   어렵게 올랐던 아담스피크 등정은 그저 고행(苦行)이었을 뿐, 특별한 감동이 없었다. 우선 나 자신에게 억지로 떠밀리다시피 한 것이어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호기심도 생기기 않았고 과정에서의 즐거움이나 끝난 후의 성취감도 없었다. 그리고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곳이라는데도 불구하고 계단으로 오르는 길 양쪽에는 크고 작은 상점들이 많았다. 때문에 여러 가게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이 길가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심지어 사원으로 오르는 바로 아래 계단 옆 한켠에는 페트병이며 과자 봉지 등 각종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물론 쓰레기는 이렇게 한쪽에 모았다가 산 아래로 가져가 처리하겠지만. 새벽에 산을 오르며 이런 쓰레기더미를 봐야 한다는 건 불쾌감마저 갖게 했다. 거기다 산을 오르는 동안 만났던 예의도 배려심도 없는 몇몇의 젊은이들은 내 기분을 더 우울하게 했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큰 소리로 떠들거나 지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저희들끼리 키득거리며 웃기도 했다. 그 중 한 명은 숨을 헉헉거리며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내게 손을 잡아 주겠다며 희롱을 걸어오기도 했다.

(↑길가 양 옆으로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산을 내려온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오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내 다른 도시를 향해 떠난다. 하지만 나는 하루를 더 머물며 몸의 피로를 풀고 다음 날 이동하기로 했다. 내가 묵은 숙소는 버스 정류장에서 500~600미터쯤 떨어진 곳 ‘Grand Adam’s Peak’ 팻말이 있는 델하우스의 입구에 있었다. 화이트하우스(White House)라는 이 집에서 나는 또 다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한다. 다른 곳에 비해 특히 비싸다는 이 동네 숙박비는 익히 알고 있었고 미리 얘기가 된 터라 2박에 4,000루피는 감당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식당에서 밥 두 공기와 맥주 한 캔, 아침 식사를 모두 합쳐 1600루피를 달라는 계산서를 내미는데는 하도 어의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근처 식당에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합해 3,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밥 한 공기 값으로 우리 돈 2,500원을 달라니 그저 기가 막힐 뿐이었다. 그렇게 막무가내고 돈을 뜯기고 아담스피크를 떠나오면서 나는 몸도 힘들고 마음도 다시 한 번 상처를 입고 말았다.

(↑Adam's Peak 팻말이 서 있는 델하우스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