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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06년 1월 베트남

일별 상세 일정3(1/8~1/13 호아루․땀꼭 투어, 후에, 호이안)

2006년 1월 8일(9$, 60,000d)

07:00 기상

08:30~10:50 호치민 묘, 주석궁, 호치민 생가 5,000d, 모토 20,000d/2인

12:00 문묘(5,000d), 모토(문묘vko 센터 10,000d/2인)

13:00 vko 센터 춘하추동 점심(5$)

14:00 하노이 대우 호텔, 간식(크로와상 5,000d, 우유 3,000d, 시장 도넛 6,000d), 인터넷(30분) 2,000d

16:00 버스(대우 호텔→호안끼엠 호수 3,000d)

18:30 저녁(밥 20,000d, 베트남 차 5,000d)

19:30 숙박비(7$+1$/2인)

 

 오늘은 이정모 아저씨 부자의 하롱베이 당일 투어가 있는 날이다. 7시 30분쯤 오기로 한 여행자 직원이 8시가 되어서야 나타났다. 그러려니 했지만 내가 아니고 아저씨 부자 투어를 대신 예약한 터라 기다리는 동안 다소 조급함이 생겼다. 다행히 아저씨가 충분히 이해하는 눈치다.

 아저씨네를 보내고 최선생과 나는 오전 중에 호치민 묘에 가기로 한다. 호텔에서 모토를 불러 20,000동에 갔다. 11시에 닫는다는 묘 입구는 사람들의 행렬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방부 처리를 해 유리관에 모신 호치민은 작은 몸집에 강건하고 의지가 굳는 얼굴을 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주석궁, 호치민 생가를 함께 둘러본다. 평생 소박한 삶을 살았다는 말대로 그의 집은 규모가 작고 단순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의 화려함은 찾을 수 없다. 주변은 매우 깨끗하고 단정하게 잘 꾸며져 있다. 입구에서 짐을 맡기는 바람에 사진을 전혀 찍을 수가 없었던 것이 다소 아쉽다.

 다시 근처 공자 사당이자 대학이었다는 문묘에 갔다. 과거에는 수도가 아니었던 탓에 하노이는 오래된 건물이 많지 않은데 문묘는 꽤 잘 보존돼 있었다. 중국에서 지었다는 맨 안쪽 공자 사당은 당시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듯 보였다. 베트남을 상징하는 거북 위에 중국에서 하사(?)한 주작이 올라 있는 석상이 대표적인 것이다.

 문묘에서 나와 점심은 한식을 먹기로 한다. 문묘에서 만난 한국인 가이드가 안내해 준 VOK센터 한국 식당 춘하추동으로 간다. 최선생은 김치찌개, 나는 북어콩나물국을 시킨다. 값은 각각 5$씩이다. 맛도 가격도 커피 서비스도 모두 한국식 그대로다. 식당을 나와 대우 호텔로 간다. 추운 날씨에 떨다가 밥을 먹은 뒤라 잠이 쏟아진다. 호텔 로비 큰 소파에 앉아 잠을 눈을 붙인다. 나중에 최선생 말에 따르면 내가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단다. 잠시긴 하나 눈을 좀 붙이고 나니 영 개운하다. 호텔을 나와 이번엔 버스를 타고 호수 근처에 가기로 한다. 호텔 맞은 편에서 탄 버스 요금은 1인당 3,000동이다. 버스는 우리 숙소에서 호수를 건너 맞은 편에 세워준다. 오늘은 모토 두 번, 버스까지 이용해 봤다. 이곳 하노이에 있는 교통 수단 중 시클로만 빼고 모두 타 본 샘이다. 오면서 시장에서 튀김빵(?) 몇 개와 수퍼에서 우유를 샀다. 어디나 그렇지만 시장에서 먹는 음식들은 위생상 다소 걱정스러워 그렇지 대체로 맛이 있다. 하롱베이 투어에서 두 부자가 돌아올 때까지 잠시 호텔에서 쉬기로 한다.

 

2006년 1월 9일(63,000d)

07:30~17:30 호아루, 땀꼭 투어

18:00 인터넷 2,000d, 간식(과자, 우유) 58,000d

22:00 하노이 역 도착

23:00 하노이→후에(기차)

 

 7시 30분 호아루.땀꼭 투어를 시작한다. 두 시간여 차로 달린 뒤 호아루사를 먼저 둘러본다. 사찰 두 개가 벌판에 남아 있다. 가이드가 어느 시대 어느 왕이 지었노라고 설명을 하나 베트남 역사를 알 수 없으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난 후 우리는 땀꼭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작은 배를 탄다. 금방 끝날 것 같던 강을 따라 1시간 넘게 배를 저어 간다. 뱃사공들은 모두 여자들이다. 베트남 여자들이 생활력이 강하다더니 어딜 가나 힘겨운 그러나 강한 여자들을 만난다.

 땀꼭은 육지의 하롱베이란 별칭 그대로 그야말로 경치가 장관이다. 이정모 아저씨는 연신 하롱베이보다 여기가 훨씬 낫다고 칭송이다. 아이들 말대로 '대박'이다. 작은 강을 두고 넚은 벌판에 크고 작은 돌산들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다. 작은 동굴도 있고 벌판도 펼쳐진다.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가이드가 귀뜀해 준대로 뱃사공 아주머니들에게 10,000동씩 팁은 준다. 힘겹게 살지만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투어를 마치고 하노이에 다시 도착한 시각은 대략 5시. 이정모 아저씨는 회사(POSCO) 동료를 만나고, 우린 저녁을 먹고 그 동안 정들었던 프린스 호텔과 작별한다. 비록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며칠을 묵는 동안 사람들과 정이 들었나 보다. 최선생은 그들 중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고 불친절했던 여자와 개인적인 얘기를 나눈 후 특별한 정이 들었는지 자기가 만든 귀걸이를 선물한다. 여자의 얼굴이 갑자가 환해진다. 우리는 모두 프린스를 떠나 기차를 예약한 로얄 호텔로 간다.

 기차는 밤 11시에 떠나기로 돼 있으니 9시 30분쯤 직원이 택시로 우리를 데려다 주겠단다. 그 동안 나는 세수를 미리 한다. 기차역에는 10시가 조금 못되어 착했다. 호텔 직원이 우리 짐을들어 차 안까지 갖다 준다. 약간의 수수료를 받는 대신 이들은 우리가 기차에 완전히 타는 것까지 모두 챙겨 준다. 후에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10시간 이상을 지내야 한다. 침대칸이고 밤 시간이라 잠을 자고 나면 그나마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네 사람이 한 칸을 쓰게 되니 사파 갈 댑다는 한결 심정적으로 안심이 된다. 편안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잠을 잘 잔 편이다.

 

2006년 1월 10일(10$, 177,000d)

11:30 후에(HUE) 역 도착, Bihn Duong2 Hotel (세탁 7,000d, 1박 10$)

13:00 점심(Xuan Trang) 20,000d

15:00 보트투어 예약 20,000d, 후에→호이안 버스 예약 35,000d

17:00 후에 성 입장료 55,000d

19:00 동바 시장(과일, 과자, 국수 25,000d)

19:30 시클로(동바 시장→호텔) 10,000d

20:20 빵, 우유 12,000d

 

 아침에 깨어 보니 승무원이 베트남식 컵라면을 준다. 이정모 아저씨가 화룡관에서 싸온 김치와 우리 컵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기차은 예정보다 1시간 정도 지체되어 11시 30분 경에 후에역에 도착한다. 역에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여러 호텔들의 차가 우르르 우더니 그 중 하나가 얼떨떨한 우리를 테우고 자기에 호텔로 간다. 일단 방을 보고 최선생과 이군이 묵을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방이 괜찮아 방 2개에 2박씩 묵는다는 조건으로 1박당 10$씩에 결정한다.

 짐을 푼 뒤 우선 내일 보트투어를 예약하고 호이안까지 갈 버스 티켓도 끊었다.(AhPhu 여행사) 여행사를 찾느라 많이 걸었던 탓에 다리 건너 후에성까지 걷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서 모토를 탔더니 정문 앞에 세워준다. 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웅장하다. 북경 자금성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규모도 크고 놀랍다. 마치 일본의 오사카성처럼 성 주변에 운하(해자)를 파 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어느 나라든 과거 화려했던 역사를 갖지 않은 나라는 없는 듯 싶은 생각이 새삼 든다. 베트남의 잠재력과 함께 과거의 화려함도 나를 다시 놀라게 한다.

 성에서 나와 저녁엔 동바 시장으로 간다.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활기차다. 여기저기를 그냥 기웃거리다 시장 바닥에 둘러앉아 국수 한 그릇을 사 먹는다. 10,000동(700원)에 저녁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다.

 

2006년 1월 11일(10$, 114,000d)

08:40~16:00 보트 투어(티엔무사→뜨득 황제릉→혼쩬사→점심(12:30)→카이딘 왕릉→민망 왕릉)

        뜨득 입장료 55,000d, 모토 15,000d, 혼쩬사 입장료 22,000d, 커피 외(카이딘 마을 입구 cafe) 10,000d

17:30 호텔→궁중 요리 식당(Thin Gia Vien) 씨클로 12,000d

18;00 궁중 요리 코스 10$

21:00 호텔 귀환

 

 8시 30분 호텔로 오토바이 두 대가 왔다. 한 사람씩 태워 배가 있는 선착장까지 데려다 준다. 배 안에 사람이 하나 둘 채워지자 배가 시동을 건다. 배는 티엔무사를 시작으로 뚜득황제릉, 혼쩬사당, 카이딘.민망황제릉을 차례대로 들른다. 뚜득릉이나 카이딘릉은 선착장에서 걸어가기에는 다소 거리가 멀어 모토를 타고 간다. 무덤의 도시라 할 만큼 후에는 왕릉이 많다. 데체로 잘 다듬어져 관리되는 곳이라 입장료가 비싸다.(각각 55,000동) 돈도 아끼고 비슷한 무덤일 것 같아 뜨득황제릉만 가 보기로 한다. 통치 기간이 길었던 뜨득왕이 살아 생전 직접 정교한 무덤을 설계했다고 한다. 다른 무덤의 모범이 될 만큼 잘 만들어진 왕릉이다. 다음 카이딘황제릉은 포기하고 대신 주변의 마을을 돌아본다.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아이들이 뛰놀고 아줌마들이 빨래를 하고 노부부가 찻집을 지키고 있다. 찻집에 들어가 앉아 주문을 하니 한쪽 팔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가 베트남식 진한 커피를 내온다. 따로 내주는 베트남식 따뜻한 차는 손님에 대한 노부부의 마음 같다. 내가 산 먼지를 털어낸 과자 한 봉지는 우리 주위에서 놀던 아이들을 잠시 기쁘게 한 간식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저녁 4시쯤 투어가 끊났다.

 저녁 6시 우리 일행은 후에의 궁중요리를 먹기로 한다. 1인당 10$짜리 거한 음식이다. 궁중요리가 그런지 공작, 용, 거북 등을 파인애플, 무, 당근, 고추, 파 등으로 만든 장식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먹기 전에 사진을 찍느라 모두들 바쁘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화련한 장식만틈 맛은 그다지 모르겠다. 내일은 호이안으로 간다.

 

2006년 1월 12일(37$, 113,000d)

08:00 숙박비(2박X10$/2인) 10$, 팁 10,000d, 아침(분보 후에, 빵, 떡) 17,000d

08:40~13:00 후에→호이안(버스), 랑꼬 해변(과자 10,000d)

13:00 호이안 안푸(An Phu) 호텔(추천!)

13:30~18:00 호인안 둘러보기(종합 티켓 75,000d), 바나나 튀김 1,000d

        Open Bus 티켓(호이안→(나짱)→달랏→무이네→호치민) 예약 23$

        미선 투어(버스, 보트, 점심, 가이드, 입장료) 예약 4$

18:50~21:30 저녁(우사장님 샀음)

 

 8시 호텔 앞으로 차가 왔다. 호이안까지 가는 도중 차는 랑코 해변에 잠시 정차했다. 차에서 내려 해변을 보자 우리는 모두 탄성을 지른다. 하얀 백사장에 야자수가 길게 늘어서 있어 날씨만 춥지 않다면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풍경이다. 랑꼬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차는 다시 오행산(일명 마블마운틴)에 잠시 선다. 시간이 촉박해 산 입구에 잠시 머무는 것으로 만족하고 대신 주변에 대리석 상품 가게를 둘러보고 다시 호이안으로 향한다.

 오후 1시쯤 호이안에 도착한 차는 AnPhu호텔에 우리를 내려 준다. 누군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놓은 표현대로라면 '기절할 만큼'(물론 가격대비) 좋은 호텔이다. 협상에 능한 최선생이 방 두 개를 21$에 묵기로 결정해 온다. 또 안푸 여행사 있는 호텔이라 호이안에서 달랏, 무이네, 호치민까지의 이른바 오픈투어버스 티켓을 예약한다. 호이안에서 나짱까지는 12시간, 다시 나짱에서 달랏까지 5시간을 가야 하는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여러 번의 상의 끝에 기차를 타기 위해 다낭으로 다시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과 적당한 시간의 열차를 탈 수 있는 보장도 없는 상황을 고려한 힘든 선택이었다. 하지만 모두들 한번 해 보자는 분위기다. 나이에 '흔'(마흔, 쉬흔 등)자 붙는 사람도 할 수 있음을 보여 주자는 오기(?)도 생긴다. 내일은 또 미선 유적지를 가야하므로 투어를 예약한다.

 오늘 나머지 시간은 각자 흩어져 종합티켓을 끊어 올드타운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다. tv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본 호이안은 일본교(일본다리)를 중심으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곳에 직접 와서 본 호이안의 모습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그 규묘가 생각보다 매우 작다. 그중에서도 일본교는 정말 작았다. 중국인에 의해 처음 건설된 이 작은 다리는 그 후 일본인들에 의해 다시 지어져 지금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다리를 중심으로 길게 늘어선 거리에는 거의 중국풍 고가옥들이 들어서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물 화교회관에 들어갔는데 내부를 꽤 화려하게 장식해 놓았다. 고가옥들도 대부분 중국식 목조 건물로 지어졌다. 옛날 이곳에 무역을 하던 중국 상인들이 집단적으로 살았던 흔적이다. 그다지 크지 않은 거리에 제법 갖춰진 시장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그렇지만 북적대는 시장 골목을 돌아보는 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온갖 것들이 늘어선 시장길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사람들 틈에 끼어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 걸 나는 좋아한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손님'에 대한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가 가는 곳마다 느껴진다. 갈수록 자꾸 정이 드는 나라다. 저녁에는 하노이에서부터 이정모 아저씨에게 전화로 연락하신 우사장님이 내신다고 하여 중국품 식당에서 이것저것 근사하게 먹었다. 그래도 5명이 저녁 식사비로 지출한 총금액은 우리 돈 2만 3천원 정도였다.

 

2006년 1월 13일(6.5$, 65,000d)

08:00 ~14:30 호텔 check out(11$/2인), 미선 투어(버스, 보트, 입장료) 60,000d,

        기념품(소형 동전 지갑 8개) 1$

18:30 호텔 출발(호이안→나짱→달랏)

13:30 휴게소(귤 4개 5,000d)

 

 아침에 버스는 정각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린다. 유적지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60,000동짜리 입장권을 사고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유적지로 들어서는 입구에 작은 무대가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서 참족의 공연이 있다. 춤과 음악이 있는 이 공연에서 여성 무용수들은 흡사 앙코르 유적지의 부조에 있던 압사라를 연상케 했다. 복장뿐 아니라 손, 발의 모든 동작들이 부조 그대로다. 뒤에 우연히 들은 어느 한국인 말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부조의 여신들이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자 다시 유적지 안으로 들어선다. 캄보디아 앙코르에 비할 바가 못될 정도로 유적지는 처참하게 파괴돼 있었다. 온전히 남아 있는 부조는 거의 볼 수 없다. 지금은 한창 발굴 중인 상태로 어느 정도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성한 풀들로 뒤덮인 폐허가 되다시피 한 이 유적지에서 나는 잠시 무수히 긴 세월을 느낀다. 참파왕국이 성립되고 번성해떤 3세기에서 11세기 사이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던 걸까? 그리고 그 후손들은 왜, 어디로, 어떻게 흩어지게 되었을까? 같은 자리에 누군가는 태어나고 자라고 언젠가는 죽어간다. 한 나라나 민족도 생성, 번성하다가 언젠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다만 훗날 누군가가 이런 폐허에 와서 한번쯤은 몇 백년 혹은 몇 천년 전의 사람들의 흔적을 보며 그들을 기억해 주겠지. 내 삶도 훗날 누군가가 잠시나마 그리워하며 기억해 줄 수 있을까? 밀림 속 앙코르 유적들을 보며 가졌던 느낌보다 이곳 미선에서는 왠지 가슴 한쪽이 아린다. 사라진다는 것, 역사 속에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는 건 이렇게 허무하고 슬픈 것인지... 짧은 시간 동안 폐허의 미선에서 나는 나를 보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보트를 탔는데 우리는 'Kin'이라는 작은 마을에 들른다. 각종 수공예품을 파는 마을 입구에서 아주 작은 동전지갑을 몇 개 사기로 한다. 10개 1$라는 말을 최선생이 잘못 알아들었는지 5개에 1$인 줄 알고 흥정 끝에 1$에 8개씩 샀다. 나는 굳이 최선생에게 10개에 1$였음을 말하지 않고 파는 이도 사는 우리도 모두 만족했다. 배는 일본교가 보이는 올드타운쪽 강가에 우리를 내려준다. 투어가 끝난 오후 2시 30분 이후 우리는 각자 충분히 휴식를 취한다. 저녁 6시 30분에 12시간 짜리 버스를 타야 하는 우리는 다시 올드타운은 한 바퀴 돌며 아쉬움을 달랜다. 우리는 오늘 생일을 맞은 이정모 아저씨 아들 이승현군과 함께 저녁에 그의 아버지가 준비해둔 케익을 자르며 호텔 맞은편 기념품 가게에서 조촐한 생일 파티를 했다. 이들 부자는 이 가게 주인인 자매(20살, 18살)와 친해져 5시 30분쯤 이 자매와 함께 우리 모두는 저녁을 먹기로 한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식당으로 갔는데 그들 자매가 주문한 전골(러우) 요리는 맛이 좋았다. 시간에 쫓겨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보니 이미 차가 떠날 준비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린다. 이제 나짱까지 12시간의 긴 여행이 시작된다. 차는 밤길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달린다. 그들 특유의 시끄러운 경적 소리에 나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 밤 11시쯤 차는 휴게소에 선다. 이곳에서 음료를 마시고 귤 4개를 5,000동에 산다. 다시 차가 달린다. 밤새 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동안 새벽 6시쯤 나짱 해변에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