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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06년 1월 베트남

일별 상세 일정(12/30~1/3 하노이, 사파)

2005년 12월 30일 (경비:11$)

19:40 KE638 인천->하노이

22:30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도착(노이바이 taxi 10$/2인)

24:00 항베 거리 prince57 1박(6$)

(환전 : 100$(50$↑:15,905, 50$↓:15,825)≒1,583,000동)  

 

 밤 10시 30분 드디어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 도착. 밤 하늘에서 내려다본 공항은 여느 공항과 별 다르지 않다. 내가 탄 비행기(대한항공)와 거의 비슷한 시각에 아시아나 편도 도착한다. 입국장을 나와 짐을 찾고 환전을 하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공항 택시로 들어오면서 보이는 하노이 풍경은 한적한 시골 같다. 간혹 술집 몇 곳이 불을 밝히고 사람들로 북적댈 뿐 도시는 어둡고 고요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인 항베57(남바이) prince57에 도착했다. 함께 간 김민수는 자기는 어차피 잠은 포기한 짧은 여행이니(3박4일) 연신 맛사지를 받겠다고 난리다. 5층과 6층에 있는 방을 보고 각각 6$에 계약했다. 김민수는 내일 아침 7시 하롱베이 1일 투어를 간단다. 투어 예약이 안 돼 있어서 아침 일찍 호텔 앞에 나가면 된단다. 그때 여행사 직원에게 신청하나 보다. 나는 가방을 방으로 옮기고 세수 후 바로 잠을 청하나 쉽게 잠들지 못한다. 여행의 흥분과 내일 할 일로(사파 투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리라.

 

 

 

 

2005년 12월 31일 (경비:77$, 276,000d)

05:30 기상

08:30 아침(볶음밥, 녹차) 25,000d, 파인애플 2봉지 30,000d

09:00 사파 투어 예약(66$ : 왕복 기차 15$X2, 라오까이역↔사파 봉고 버스 2$X2, 사파 1일투어10$,

         호텔Royal 11$X2박, 숙소→하노이 역 taxi 포함)  

10:30 숙소 prince57 check out

12:30 점심(쌀국수) 15,000d

13:00 호안끼엠 호수 내 으엉선 사당 입장료 3,000d, 카페(커피 11,000d, 크로와상 5,000d),

         성요셉 성당, 화장실 사용료 5,000d

16:00 백화점 둘러보기(호안끼엠 호수 맞은편) 에비앙 물 12,500d

18:20~19:00 인터넷(prince57) 4,000d

19:50 저녁(짜까라봉 2인분, 맥주 1병) 154,000d

20:40 식당→숙소 taxi 11,000d

21:00 하노이역 도착

22:00 하노이역 출발

 

 밤새 잠을 설치고 깨어 시계를 보니 5시다. 7시 반에 알람을 맞췄는데 더 자야겠다. 그러나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7시에 일어났다. 방에 늘어놓은 짐을 어제 산 압축팩에 넣어 가방을 정리했다. 부피가 다소 줄었다.(흐믓) 세수하고 8시쯤 프론트로 내려갔다. 아침으로 시킨 볶음밥은 버터인지 마가린인지가 들어갔다. 맛은 고사하고 아침은 영 실패다. 사파 투어를 위해 역에 가서 표를 사기 전 호텔에 있는 Kim Cafe에서 요금을 묻기로 한다. 한참 얘기하던 중 그냥 여기서 투어를 예약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결국 숙소에서 하노이 기차역까지 택시를 태워준다는 조건으로 66$에 예약을 마친다. 오늘 밤 기차로 가서 하루 투어 후 바로 내일 밤 기차로 돌아와야 하는 김민수는 44$에 예약했다. 저녁 5시 반 이후에 티켓을 받을 수 있단다. 그리고 하롱베이, 땀꼭, 흐엉사 투어도 가겨을 대충 알아본다. 내가 가진 정보보다는 가격이 대체로 비싼데 이게 최근 올라서 그렇단다.

 나는 다른 여행사에도 알아보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으~악 ! 엄청나게 이어지는 오토바이, 자전거 물결. 그 복잡한 거리 사이로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다닌다. 오전 내내 신카페, GEO, classic 2 hotel에서도 투어를 알아봤다. 모두들 내가 가진 정보보다는 비싸다. 가격은 대충 비슷하다. 최종 결정은 사파 투어 이후 해야겠다.

 12시에 숙소 check out하고 큰 짐을 맡기고 다시 거리로 나선다. 우선 점심을 먹어야겠다. 쌀국수가 좋겠는데 한 식당에 들어가서 '퍼 보'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는다. 다른 식당에서 쌀국수 삶아 놓은 사리를 보고 손으로 가리켰더니 위세 고명을 고르란다. 야채 3개, 튀김 두부를 골랐다. 그런데 잠시 후 나온 건 밥이 아닌가? 내가 'rice nuddle'이라 했더니 앞의 'rice'만 알아들은 모양이다. 결국 쌀국수로 바꿔준다.

 식당을 나와 호수 안에 있는 흐엉썬 사당부터 들렀다. 여느 절이나 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향을 피우고 무언가를 빌고 한쪽에선 부적 같은 것을 태우기도 한다. 호수를 1/4쯤 돌아 성요셉 대성당으로 갔다.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깨끗하고 성스러운 곳이다. 연단 중앙과 좌우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하다. 마음이 숙연해져 오랜만에 기도를 드린다. 12월 31일, 한 해가 가는 마지막 날에 낯선 곳에서 긴 여행을 무사히 끝내게 해 달라고.

호수를 중심으로 사방에 둘러쳐진 산책로를 걷는 일은 꽤 시간이 걸린다. 흐엉썬 사당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맞은 편쯤 도착했을 때 눈 앞에 커다란 백화점(?)이 보인다. 1층부터 우리나라 상품이 많이 보인다. 4층 수퍼(마트)에 가서는 아예 라면이며, 치약, 콜라, 물 등 가격을 조사한다.

 호수를 둘러친 산책로 곳곳에 벤치가 있어 쉬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다시 돌아오니 5시 30분쯤 되었다. 예약한 티켓을 받고 김민수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롱베이 일일 투어는 거의 8시가 다 되어 끝났다.

김민수가 오는 대로 유명한 <짜까라봉> 식당으로 간다. 모토 하나에 1인당 10,000동을 내라길래 걸어갔다. 듣던대로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다. 메뉴는 오직 하나 '짜까라봉'이라는 생선 요리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음식 2인분과 맥주 한 병을 먹고 나와 택시를 탔다. 기본요금 11,000동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아까 모토를 타지 않은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다.

 숙소로 돌아와 역으로 간다. 택시가 없어 두 사람이 각각 모토 한 대씩 타고 간다. 기차 출발은 10시. 아직 1 시간이 남았다. 숙소 직원을 따라 기차까지 갔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있나? 두 사람의 티켓에 쓰인 열차 칸이 각각 다르다. 게다가 통로로도 연결이 안 된 완전히 다른 칸이다. 또한 침대가 2층이다. 가격 차이도 있지만(1층 204,000동, 2층 195,000동), 오르내리는 게 쉽지 않은(골절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지로 참 난감한 일이다. 기가 막히다고 막 화를 내니까 호텔 직원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전화를 한다. 결국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기차 칸을 옮겨준다. 그러나 여전히 침대는 위층이다. 결국 좀더 기다리다 1층 임자가 오자(중국인1, 베트남인1) 다시 바꿔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엔 안 된다더니 베트남인이 바꿔준다. 고맙다고 인사한 후 바지를 걷어올려 수술 자국을 보여 준다. 고래를 끄덕이며 저희들끼리 뭐라 얘기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침대에는 누웠으나 불안함 때문인지 밤새 자다깨다를 반복한다.

 

 

2006년 1월 1일 (경비:3$, 90,000d)

06:30 라오까이역 도착

07:00 라오까이역 출발(봉고 버스)

08:10 사파 Royal Hotel 도착

09:30 깟깟마을 투어

12:20 호텔 도착, 점심(돼지고기, 밥, 야채) 30,000d

14:00~16:00 함종산(드래곤존) 등산 (가이드 팁 1$) 

17:30 저녁(lyly restaurant 돼지고기, 밥, 야채, 스프링롤) 60,000d(맛이 없고 매우 짬)

18:00 템타 레스토랑 맥주 1병 2$

19:00 호텔 귀가

 

<라오까이 역>

 아침 6시 30분쯤 라오까이(LaoGai)역에 도착한다. 사파까지 가는 차를 예약한 터라 우리를 찾는 사람을 겨우 만나 봉고(미니버스)에 오르니 이미 만원이다. 거기다 모두들 한짐씩이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 출발. 새해 첫날 아침 해를 사파 가는 언덕 길에서 본다. 맑고 선명하다.

 1시간쯤 산길을 돌아 올라가자 예쁘고 아담한 마을이 보인다. 숙소에 짐을 풀고 호텔 식당에 아침을 먹는다. 다른 호텔 투숙객들에게는 아침이 제공되나 보다. 우리는 그냥 쌀국수를 시켜 먹는다. 물론 그릇은 좀 작은 듯했지만 하나에 8,000동이니 참 싸다.  

<함종산> 

<함종산에서 본 사파>

 한 사람이 오더니 우리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내밀어 보인다. 투어를 예약했기 때문에 아침 먹고 9시 30분쯤 출발하잖다. 오전엔 깟깟마을, 오후엔 함종산이다. 깟깟마을은 걸어서 가는데 좀 힘들긴 해도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많이 걸은 탓도 있지만 날도 따뜻한데 겨울옷을 입은 터라 무지 더웠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캠코더가 잠시 고장인 까닭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거다. 다행히 함종산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파의 한 가운데 자리한 함종산은 주변이 잘 가꿔져 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사파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라 유럽풍의 집들과 호수, 마을 중앙의 성당과 어울려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후 4시 30분에 인천공항에서부터 동행했던 김민수가 저녁 7시 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하노이로 떠났다. 그를 배웅하고 나니 오늘 하루종일을 걸어서 그런지 많이 피곤하다. 저녁만 겨우 먹고 샤워한 후에 9시쯤 잠자리에 든다.

 

2006년 1월 2일 (경비:43$, 82,000d)

07:30 아침(과일, 음료, 빵, 국수) 10,000d

09:30~11:50 따핀 마을(횃불 2,000d, 큐션, 지갑 6$, 학교 기부 1$)

11:50~12:20 탁박 폭포(12km)

13:00 점심(대나무밥, 돼지고기) 10,000d, 군고구마 1개 5,000d

13:30~16:30 비루(Bilu, 50km)↔사파

(오토바이 투어비 : 따핀 마을, 탁박 폭포, 비루 왕복 포함 36$)

18:00 차파(Chapa) 식당 저녁(스프링롤, 카레, 맥주) 50,000d(맛있음)

19:00~20:00 인터넷 5,000d

 

 내가 묵은 숙소는 로얄호텔(Royal Hotel)이다. 11$에 예약한 방이라기엔 참 좋은 숙소다. 아침 청소도 해 주고 수건이며 시트도 갈아준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프론트 직원이나 식당 종업원들이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도 아침은 호텔 식당에서 먹기로 한다. 대부분 다른 투숙객들은 프론트에서 아침 쿠폰을 주는데 나는 방값을 싸게 묵는다고 아침이 불포함이란다. 그래서 뭐라고 항의를 했더니 20,000동짜리 아침(국수, 방, 주스, 우유, 커피 포함)을 10,000동에 먹게 해 준다. 환상적인 가격이다. 우리 돈 약 700원에 이런 아침을 먹을 수 있다니!

 아침 식사 후 여유롭게 아침 투어에 나서보기로 한다. 호텔 앞 여행사 입구에서 기웃거리자 모토 기사 둘이 말을 붙인다. 따핀 마을을 가고 싶다니까 다른 좋은 곳도 많다며 사파 주변 지도가 있는 교회 앞 광장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녀석은 좋은 곳이 많다는 설명을 계속 하는데 일단은 따핀 마을을 왕복하는 데 6$에 흥정한다. 결국 이 녀석의 꾐(?)에 빠져 나는 오늘 엄청 비싼 투어를 하게 된다.

 

<따핀 마을에서 만난 모자>

 따핀 마을은 혼자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좀 멀다.(약 10km 남짓) 전날 갔던 깟깟 마을과는 비슷한 풍경이지만 지형은 그리 높지 않다. 마을 입구에서 표(5,000동)를 사고 좀더 들어가자 마을이 보인다. 모토들이 늘어서 있고 마을 사람들(주로 여자들)이 앉아 수를 놓고 있다. 가게에 들러 모토 기사 녀석이 음료수를 사 마신다. 그리고는 좀더 들어가 또 다른 가게 앞에 모토를 세워놓고 걸어간다. 옆에 따라오는 모자에게 초코렛을 주고 사진을 찍는다. 걸어 도착한 곳은 작은 동굴이다. 입구에서 아이들이 막대를 들고 2,000동을 부르며 사란다. 알고 보니 막대는 횃불이다. 내가 가져간 후레쉬를 켜 보니 밝기가 약해 쓸모가 없다. 머뭇거리고 있자 한 아이가 횃불 하나에 1,000동에 사란다. 결국 모토 녀석과 내가 하나씩 산다. 동굴은 작고 좁았다. 특별한 것도 없다.

 다음으로 마을 가운데 있는 학교에 갔다. 작은 아이들이 수업 중이다. 교무실인 듯한 곳에 들러 인사를 하고 1$를 기부함에 넣는다. 수업 중인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학교 주소를 받았다. 아무 약속을 할 수는 없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고 처음부터 무엇을 돕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니니 말이다.

 

 

<탁박 폭포>

 돌아오는 길에 모토 기사 녀석이 무슨 폭포에 갈 거냐고 묻는다. 그러겠다고 하고 다시 사파 광장으로 돌아온다. 교회(성당이 맞을 것이다.) 앞 시장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모토 기사 녀석은 담배를 한 대 피우더니 다시 모토에 타란다. 가늘 길에 이정표를 보니 탁박(ThacBac)이다. 30분쯤 산길을 달리자 높이가 100m나 된다는 폭포가 나타난다. 산들이 크니 폭포가 길기도 하다. 폭포 양 옆으로 계단이 나 있다. 쉽게 생각했던 계단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 중간에 두어 번쯤 쉬어 양쪽 계단이 연결된 다리까지 올랐다. 폭포 정상에서 30m 아래 놓인 다리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내려오자 모토 기사 녀석이 beautiful을 연방 외치며 또 어디를 가잔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쯤 되었다. 오늘은 별 다른 일정이 없으니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가격을 흥정한다. 따핀, 탁박,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마을까지 억지로 14$에 가기로 한다. 모토에 타자 다른 몇 모토가 먼저 앞서 간다. 녀석이 또 나더러 저 사람들은 지금 비루(Bilu)에 간다고 한다. 약 50km쯤 떨어진 곳이란다. 너무 멀다니까 아니라며 모토를 타고 가니 많이 걸을 일도 없단다. 나는 또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그러마고 대답을 해 버렸다. 이것이 나의 두번째 큰 실수(?)가 된다.

 앞서간 모토를 따라가려고 그러는지 녀석이 속력을 낸다. 얼마쯤 가자 앞서 간 모토들이 서 있다. 사진을 찍느라고 여행객들은 바쁘다. 베트남 여자 셋, 미국인 남자 한 명이다. 녀석이 그 미국 남자와 세 여자 중 좀 뚱뚱한 여자가 부부라며 살짝 알려준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미국인과 결혼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말도 덧붙인다. 길은 우리 나라의 강원도 어느 산길과도 같다. 어마어마한 산들이 둘러쳐져 있고 그 산 허리를 굽이굽이 감아돌면서 길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긴 산길은 모두 잘 포장돼 있다. 가는 길은 모두 사진에 담을 만한 풍경이다. 산은 구절양장 창자처럼 휘감아 도는 길에 허리를 내어주고 머리엔 점잖게 구름 띠를 두르고 있다.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은 맑고 푸르고 깨끗하다. 모토의 속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람이 제법 세다. 옷을 여미고 모자는 벗어 가방에 넣는다. 모토 기사 녀석은 가금 뭐라고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여기에 녀석은 계속 담배를 피워댄다. 이 좋은 곳에서 나는 계속 녀석의 등 뒤에서 담배 연기를 마시며 가야 한다.

 

 

 

<비루 마을>

 아~ 그렇게 아름답지만 다소 위험한 길을 한 40~50분쯤 달렸을까? 마을이 보인다. 참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다. 집들을 덮은 지붕은 언뜻 보아 우리나라 기와 같다. 비루 마을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집들이 옹기종기 붙은 작은 마을이 서너 군데는 돼 보인다. 어째든 나는 우리네 시골같은 익숙한 풍경의 이 마을이 마음에 든다. 논도 제법 크고 작지 않은 강도 흐른다. 마을 시장에 들러 모토 기사와 나는 쌀국수로 점심을 먹는다. 녀석은 자꾸 여기서 자고 내일 사파로 가란다. 안 된다고 하니까 'Why not?'이라고 묻는다. 아닌게 아니라 미리 생각을 했더라면 이런 곳에서 하루쯤 묵으면서 여유롭게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루 가는 산길>

 점심을 먹고 녀석은 또 담배를 한 대 피워 문다. 모토에 기름도 넣는다. 이제는 다시 그 산길을 돌아가야 한다. 같은 길인데 아까 갈 때와는 다른 것 같다. 녀석의 속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어서일까? 이런 곳에서 사람 하나쯤 산길 아래로 밀어버리고 신분증 빼내 버리면 누가 알까 싶은 생각이 든다. 동행이 없어 그런가, 아니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불안감으로 바뀐 탓일까? 어쨌든 이런 걱정을 하는 사이 탁박에 도착해 10분쯤 쉬고 무사히 사파에 돌아왔다. 4시 20쯤 된 시각이다.

 이제 녀석과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얼마를 부를지? 녀석은  53$을 내란다. 이런 사기꾼 같은 녀석이 있나? 나는 엄청 놀라는 시늉을 하고 무조건 'expensive'를 되풀이한다. 녀석이 40$ 이하로는 안 된다는 걸 결국 36$에 흥정을 마쳤다. 책자에도 소개되지 않은 좋은 곳을 다녀온 것은 행운이었지만 나는 오늘 생각지도 않은 엄청난 지출을 감당한 셈이다. 반면, 녀석은 오늘 횡재한 거다.

 

<차파 식당>

 모토 기사 녀석과 그렇게 헤어지고 저녁은 론리에 나와 있는 차파(ChaPa) 식당에서 먹기로 한다. 야채커리와 스프링롤,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커리는 냄새만 좀 비슷하고 맛은 우리 것과 다르지만 괜찮은 편이다. 스프링롤은 어제 lyly보다 맛있다. 종업원들도 친절하다. 추천해 주고 싶은 곳이다.

 저녁에 호텔 tv를 보면서 안 사실인데 베트남에선 우리나라 드라마를 비롯한 외화 모두를 여자 성우 혼자서 더빙한다. 그러면 재미가 없을 듯 싶은데 그렇게 더빙된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니 참 알 수가 없다. 오늘도 꽤 피곤하다. 온 종일 먼지 바람을 뒤집어썼더니 씻고 싶은 생각뿐이다. 오늘도 일찍(10시) 잠들기로 한다.

 

 

2006년 1월 3일 (경비:1$, 71,000d)

07:00 아침(국수, 과일, 방 주스, 우유, 커피) 10,000d

08:00~09:00 호수 주변 산책

11:20 호텔 check out (팁 1$)

12:00~16:00 탁박 가는 길 입구 식당 점심(베트남 차, 스파게티 46,000d)

17:00 호수 주변 산책(구운 옥수수 5,000d)

18:00 호텔 앞 노점 저녁(쌀죽, 오이) 10,000d

18:30~19:50 사파→라오까이(봉고 버스)

21:15~05:30 라오까이→하노이(야간 열차)

 

 오늘도 아침을 10,000동에 먹었다. 이 호텔의 직원들이 다소 불친절하긴 해도 이 가격에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오늘은 오전 중 마을 호수에 가 보기로 한다. 영어로 'lake'라고 물었으나 사람들이 못 알아들어 그저께 함종산에서 찍은 호수 사진을 보여주니 가는 길을 가리킨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는 정말 아름답다. 호수 주변은 유럽식 건물들이 줄지어 둘러쳐져 있고 그 뒤로 산들이 배경을 이룬다. 호수 주위를 한 바퀴 천천히 돌아 걷는다. 일하는 사람들이 호수를 둘러싸고 조성된 화단을 가꾸고, 물 위에 떠 있는 부유물을 걷는다. 그렇지, 이렇게 꽃을 심고 가꾸는 노력이 있었구나, 새삼 깨닫는다. 걸으면서 카메라를 어느 위치에 대보아도 모두 달력에 실릴 만한 풍경이다.

 

 

 

 이렇게 느린 걸음으로 호수를 한 바퀴 다 돌고 호텔로 돌아오니 9시다. 결국 한 시간 남짓이면 이 마을을 대충 다 둘러볼 수 있다는 얘기다. 나는 떠나기전 샤워를 하고 짐을 다시 챙긴다. 12시가 chcek out이라 11시 반쯤 나간다. 호텔을 나와 간 곳은 탁박 폭포 가는 길 입구쯤에 있는 미니호텔 레스토랑이다. 스파게티 하나와 베트남식 녹차를 주문한다. 스파게티는 우리 것보다 덜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고 차는 맛있다. 차와 물이 담긴 납작한 주전자와 찻잔, 용수에 막대 달린 것 같이 생긴 작은 거름망을 준다. 우리 녹차와 비슷하고 물도 더 달라니 더 준다.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보낸 뒤 맡긴 짐을 찾으러 로얄호텔로 가야겠다. 버스 출발 시간은 저녁 6시 30분이다. 대략 12시에 들어왔으니 거의 4시간을 이 집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들고나기를 자주 하니 그나마 덜 미안하다.

 결국 너무 지루해서 다시 마을로 내려온다. 호수 주변을 다시 한 바퀴 산책한다. 사람들 모습도 정겹다. 떠나려니 아쉬워 그런지도 모드지. 호텔로 가는 길에 며칠째 눈여겨 봐둔 구운 옥수를 사 먹는다.(5,000동) 마치 누룽지 맛처럼 구수하다. 씹는 맛도 비슷한 게 맛있다. 다시 로얄호텔 로비로 와 차를 기다리기로 한다. 첫날 우리를 가이드했던 청년(구윈이란 이름의 24살 청년이다. 같이 간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18살 벤이라고 했다.)이 다가와 인사한다. 오늘 이후 하노이 일정 등을 물어본다. 며칠을 호텔에서 계속 만나니 이제 정이 들겠다. 그런데 이제 떠나야 한다니 아쉽다. 6시쯤 저녁을 먹는다. 도착 첫날 봐 두었던 호텔 앞 노점에서 쌀죽 한 그릇을 시켰다. 맛은 괜찮은데 조미료를 엄청 쏟아 넣었다. 하노이 백화점 4층 수퍼에서 '미원'을 봤을 때 반갑고 한편 서늘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우리도 한때 저런 조미료를 엄청 먹어댔다. 하지만 그 해로움을 인식하는 데는 몇 십년이 걸렸다. 이들도 그러리라. 이 요상한 화학물질이 주는 해로움이 입안의 즐거움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경악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오이를 하나 더 시켜 먹었다. 입안이 개운해진다. 느억맘(액젓에 오이)를 찍어먹는 맛도 괜찮다.

 6시 30분, 이제 출발이다. 구윈과 서로 행운을 빌며 작별 인사를 한다. 내년에 남편과 다시 오라는 그의 말을 뒤로 하고 사파를 떠난다. 작은 봉고는 빈 자리 없이 사람을 가득 태우고도 가져온 짐들을 꾸역꾸역 쑤셔넣는다. 그렇게 산길을 내려오면서 차창 밖을 올려다보다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이 머리 위로 곧 쏟아질 것만 같다. 3일을 있을면서 왜 아직 한번도 밤 하늘을 쳐다보지 않았을까? 정말 별이 쏟아진다는 말을 실감한다. 7시 50분, 드디어 라오까이 역에 도착한다.

 침대칸을 찾아갔더니 지난 번 기차보다는 상태가 좀 나은 것 같다. 또 2층이다. 잠시 후 열차에 들어온 사람들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태국인들이다. 중년의 남자 한 사람, 여자 두 사람이다.머리가 하얀 중년의 여자가 한참만에 영어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한국인이라고 하자 얼마 전 일본을 거쳐 페리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 봤단다. 한국은 특히 자기 성과 비슷해 좋아하노라고 한다. 앞에 앉은 두 사람은 치과 의사로 부부란다. 자기는 인도사를 가르치는 역사 교사인데 인도에는 한번도 가 보지 못했단다. 올 3월에 한 달 간 인도 여행을 계획 중이란다.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하는 사람인가 보다. 대충 얘기가 마쳐지는 것 같아 양치질만 하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2층 침대로 오른다. 예상대로 좀 위험하다. 12시쯤 잠이 깼는데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 몇 번을 뒤척였는가 싶은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노이 역에 도착했음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