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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24년 5월 동남아시아 3개국

후아힌(Hua Hin) 2 후아힌 해변, 라차팍 공원, 수언손 해변, 카일랏 사원, 카오 따끼압 사원, 후아힌 아티스트 빌리지

  후아힌(ตำบลหัวหิน, Hua Hin) 해변은 타이 만(Thai Bay)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이 해변을 따라 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줄지어 있다. 해변은 동쪽 바다에 면하고 있어서 석양을 보기는 어렵지만 일출을 보기에는 좋은 곳이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큰길을 건너 조금만 걸어가면 해변을 볼 수 있어서 나는 두어 번 해변으로 나갔다. 해변은 파타야나 푸켓처럼 온갖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는 사람들로 많이 북적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한가롭게 해수욕이나 일광욕을 즐기기에 더 좋은 듯 보였고, 태국 왕실 사람들이 했다는 해변 승마 체험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한적한 해변에서 평화로운 바다 풍경을 보며 모래사장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 후아힌 해변으로 가는 길. 왼쪽은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연결된 길)
(↑ 후아힌 해변의 한적한 풍경)
(↑ 해변에서 물놀이, 승마,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후아힌 해변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수언손 해변과 연결된다. 나는 그랩으로 차를 불러 수언손 해변으로 가기 전에 먼저  라자박티 공원(อุทยานราชภักดิ์, Rajabhakti Park)(또는 우타얀 라차팍(Utthayan Ratchaphak)으로 가기로 했다. 이곳은  하도 넓은 지역인데다가 쉴만한 그늘진 장소가 없어서 걸어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일반 대중 교통을 이용해 가려면 태사랑 정보 참조) 내가 탄 차는 입구에서 주차장이 있는 쪽으로 들어와 정차했다. 나는 여자 기사님에게 이곳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빨리 돌아보고 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차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작은 박물관(기념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직원인 듯한 사람이 여기서 공원 중앙 동상 앞으로 가는 전기차를 기다리라고 한다. 

  이 공원은 왕실 군대 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수코타이 시대부터 현재의 차크리 왕조까지 업적이 뛰어난 태국의 왕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박물관 안에 각 왕들에 대한 정보가 있기는 하나 자세히 알 수 없어서 그냥 지나치고 나왔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일렬로 늘어선 거대한 크기의 일곱 왕의 동상이다. 이 공원에서 유일한 볼거리인 이 동상이 있는 곳까지는 주차장을 왕복하는 전기차가 운행 중이어서 그나마 뙤약볕 아래를 걷는 수고로움은 덜 수 있었다. 이 공원은 2015년 9월 26일 당시 왕세자가 참석하는 개장식을 하고 정식 개장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일곱 명의 이 태국 왕들의 동상은 평균 높이가 13.9m인테, 길이 134m, 너비 43m, 높이 8m의 기단(基壇) 위에 세워져 있어서 크기가 압도적이다. 나는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동상 앞으로 가 사진 몇 장을 찍고 와 바로 떠나는 차를 잡아 타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참고로 이곳에는  앞으로 두 명의 왕 조각상을 추가해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 라자박티 공원(อุทยานราชภักดิ์, Rajabhakti Park) 입구에서 본 일곱 동상(좌), 공원 내 이동)
(↑ 라자박티 공원 내 박물관)
(↑ 태국 일곱 왕들의 동상)

  차로 돌아와서 나는 기사님에게 오늘 수언손 해변과 사원 두 곳을 함께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기사님은 10시 반쯤 예약된 손님이 있는데, 내가 사원을 둘러보는 동안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해서 다음 차를 일일이 호출할 필요 없이 짧은 투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라자박티(라차팍) 공원을 나와 다음으로 간 곳은 후아힌 해변 남쪽에 있는 언손 해변(สวนสนประดิพัทธ์, Suan Son Pradiphat Beach)이다. 이 해변은  후아힌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9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주변에 식당, 카페, 호텔 등의 숙박 시설들이 있기는 하나 왕실 군대의 영향력이 미치는 군사 지역이라 후아힌 해변에 비해 더 조용하고 한적하다. '소나무 정원'이란 뜻을 지닌 이 해변에는 이름에 걸맞게 소나무 그늘이 있어 넋을 놓고 바다를 보며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 수언손 해변(สวนสนประดิพัทธ์, Suan Son Pradiphat Beach))

  카오 끄라이럿 사원(วัดเขาไกรลาศ, Wat Khao Krailart)는 반 카오 따끼압(Ban Khao Takiab) 공동체 마을 주민들의 협력으로 1931년에 지어진 불교 사원이라고 한다. 입구에서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사원 위로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보며 땀을 식힐 수 있다. 계단을 따라 계속 오르면 사원이 보이는데 몇 개의 불상과 탑, 기도실, 정원이 있다. 

(↑ 카오 끄라이럿 사원(วัดเขาไกรลาศ, Wat Khao Krailart) 입구)
(↑ 카오 끄라이럿 사원)
(↑ 카오 끄라이럿 사원에 바라본 풍경)

  카오 끄라이럿 사원에서 차로 약 7~8분 거리에 있는 카오 따끼얍 사원(Wat Khao Takiab, วัดเขาตะเกียบ)으로 갔다. 원숭이가 살고 있어서 '원숭이 사원'으로도 불리는 이 사원은 높이 272m 카오 타끼압 산(Khao Takiab Mountain)에 위치해 있다. 산 정상에 사원 건물이 있지만 산 아래 따끼얍 해변에도 커다란 황금색 부처님의 입상이 서 있다.

(↑ 따끼얍 해변과 황금 불상)

   이 불상 뒤로 산(언덕) 꼭대기에 있는 사원으로 올라가는 계산이 있으나 너무 가팔라서 나는 다시 차를 타고 돌아서 사원으로 가는 오르막길 입구에서 내렸다. 높이 272m의 카오 타끼압산(Khao Takiab Mountain)은 그리 높지 않아 언덕에 가까운데, 이 산에는 원숭이 떼가 모여 살고 있어 정상에 있는 사원을 '원숭이 사원'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아닌 게 아니라 언덕을 오르는 동안 말 그대로 여기 저기 원숭이들이 보였다. 낮은 언덕이기는 하나 햇볕이 내리쬐는 낮 시간이라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 카오 타끼압산(Khao Takiab Mountain) 오른 길)
(↑ 카오 타끼압산의 원숭이들)

  땀을 흘리며 도착한 곳은 주차장, 기념품점, 사원 부속 건물들이 있었고, 정작 카오 따끼압 사원(วัดเขาตะเกียบ, Wat Khao Takiab)은 내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가파른 계단 끝 위에 있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계단은 무려 100개가 넘었다.) 이 계단 앞에서 나는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두 다리는 계단을 하나씩 오르고 있었다. 이 계단 끝, 저 사원에 이르면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왕 이곳에 온 이상 사원이 있는 곳에는 가 봐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니 드디어 사원 앞에 닿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 사원은 특별한 것은 없었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좋았다. 잠시 사원 안팎을 둘러보다 사진 몇 장만을 찍고 다시 계단을 내려왔다.

(↑ 카오 따끼압 사원(วัดเขาตะเกียบ, Wat Khao Takiab))

  다시 계단을 내려오니 계단을 등지고 오른쪽에 우리나라 사찰 입구의 일주문같은 붉은색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자가 병기된 걸로 봐서 아마도 중국식 사원이나 건물이 있을 것 같아 길을 따라가 본다. 예상대로 중국색이 짙은 여러 구조물들이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이곳의 동상과 건축물들은 모두 바다를 향해 서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황금색 천수관음상(千手観音像)은 팔만 여러 개가 아니라 여섯 단으로 사면에 얼굴을 쌓아올린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고, 옆에는 채색이 된 중국 설화 속 인물인지 선녀 같은 동상도 보인다. 또 옆에는 팔각정, 용기둥, 중국인들이 좋아한다는 배불뚝이 스님 포대화상(布袋和尙) 등이 있다. 단 아래는 굽이치는 물결처럼 용을 장식해 놓았다. 나는 이런 화려한 구조물들도 좋지만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풍경에 더 눈길이 갔다.

(↑ 중국식 여러  구조물들)

  아침 9시 반에 숙소 앞에서 출발한 짧은 투어(?)는 라차팍 공원, 수언손 해변, 카이락 사원을 차례로 들러 카오 따끼압 사원을 마지막으로 11시 40분 경 숙소 근처 블루포트(Bluport)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약 두 시간의 짧은 투어로 내가 지불한 금액은 600바트(≒23,000원)였다. 차에서 내리면서 기사님의 명함을 받고 며칠 후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다시 며칠 후 나는 라마 6세의 여름 별궁인 마루카타이야완 궁전(Mrigadayavan Palace, พระราชนิเวศน์มฤคทายวัน)에 가기 위해 하루 전날 그랩 기사 농(น้อง) 씨에게 라인(Line)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이곳은 공사 중이라 갈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다시 찾아보니 정말 현재 공사 중으로 폐업 상태여서 6월 14일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6월 13일에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나는 하는 수 없이 급히 장소를 변경해 이곳 예술가들의 작업실이자 전시 공간인 후아힌 예술가 마을(หมู่บ้านศิลปินหัวหิน(บ้านศิลปิน), Hua Hin Artists Village(Baan Sillapin))에 가기로 했다. 다음 날 약속한 시간에 농 씨가 도착했고 약 15분 후에 예술가 마을 주차장에서 내렸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 돌아보는 동안 농 씨는 예약된 손님을 태우러 가야 해서 문자로 연락하기로 했다. 

  후아힌 예술가 마을은 태국의 유명한 수채화 화가 '타위 케사 응암(Tawee Kesa-Ngam)'이 주도해 1998년 후아힌 예술가 마을 재단을 설립하면서 만들어진 곳으로 현재 약 15명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 후아힌 예술가 마을(หมู่บ้านศิลปินหัวหิน(บ้านศิลปิน), Hua Hin Artists Village(Baan Sillapin)) 입구

  내부로 들어서면 여러 개의 개별 건물들이 있는데 갤러리, 작가들의 작업실, 카페, 식당, 기념품점, 그림이나 조각 등의 워크숍을 위한 교실 등으로 쓰이고 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나 타위 케사 응암(Tawee Kesa-Ngam)의 수채화 작품과 그의 다양한 수집품(collection)들을 전시한 갤러리는 따로 입장료 80바트(약 3,000원, 작년까지 40바트였다던 입장료가 두 배로 올랐다.)를 지불해야 한다. 전시실 내부는 여러 개의 방으로 구분돼 있고 전시 작품 수도 꽤 많았다. 전시된 수집품들은 조각, 회화, 공예품 등 종류도 다양하고 많았다. 또한 주로 수채화를 많이 그렸다는 타위 케사 응암의 작품 중에는 네델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Johannes Vermeer)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패러디한 작품, 모네(Claude Monet)의 작품 '수련'을 연상시키는 대형 수련 시리즈가 특히 눈에 띄었다. 

(↑ 예술가 마을의 갤러리 내부와 전시 작품들)

  갤러리를 나와 나는 크지 않은 마을 여기저기를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천천히 둘러봤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면진 정원도 있고 물고기가 사는 큰 연못도 있다. 또 한쪽으로는 카페,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다. 나는 그늘 진 곳을 찾아 한쪽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눈에 들어오는 몇 곳의 작업실에도 가 보았다. 이곳의 작가들은 목각, 점토 조각, 보석 및 의상 디자인, 골동품 예술 장식, 사진, 수채화, 유화 및 현대 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창작한다고 한다. 

(↑ 예술가 마을의 정원과 휴게 시설)
(↑ 예술가 마을의 작은 전시실 및 작업실)

  예술가 마을은 전체적으로 태국의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후아힌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 볼 만한 곳이다. 다만 실내에도 에어컨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 더울 수 있고, 주변에 모기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마을을 다 둘러보고 잠시 땀을 식히며 앉아 있는데 농 씨에게서 입구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녀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른 몇 곳을 소개하면서 둘러보겠느냐고 물었으나 거리가 먼 데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될 것 같아 사양했다. 그러자 그녀는 가는 길에 있는 옛 후아힌 역에 잠시 정차해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나는 그녀의 사진을 찍어 내 블로그에 올려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 그랩 기사 농(น้อง) 씨 차 안에 있던 투어 안내문과 연락처)
(↑ 그랩 기사 농(น้อง) 씨와 그녀의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