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화) 테살로니키 3일(12,500보 / 7.6km)
- 아야 소피아 → 성모 마리아 성당 → 아요스 디미트리오스 성당 → 로만 포럼(로만 아고라) → 비잔틴 성벽 → 아리스토텔레스 광장
아야 소피아(Αγία Σοφία, Hagia Sophia)는 그리스 고대어로 '하기아 소피아'라고 발음했다고 하는데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기독교 성당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아야 소피아 자리에는 3세기부터 교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아야 소피아가 건축된 시기는 8세기로 동로마 제국(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 소피아(성 소피아 성당)를 본떠 만들었다. 건축 이후 한동안 정교회 성당으로 사용되다가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모스크로 개조되기도 했다. 그러다 1912년 데살로니카가 그리스에 편입되면서 정교회 성당으로 다시 돌아왔다. 1917년의 대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고 성당의 돔은 1980년에 복구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리스는 그리스 정교가 국교이기 때문에 이곳 아야 소피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성당은 그리스 정교 소속이다. 데살로니키에는 모두 15개의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 있는데 아야 소피아도 당연히 그 가운데 하나이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입구에 전시된 예수님 성화(이콘 εἰκών, icon)는 진본인지 알 수 없으나(원래 이곳에 있던 것을 비잔틴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확인하지 못했다.) 14세기에 제작된 것이란다. 또 긴 회랑을 이루며 늘어선 여러 개의 그리스식 원기둥들은 5세기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성당 안에는 비록 낡기는 했지만 최소 수백 년에서 천 년에 이르는 여러 개의 성화와 모자이크화가 있는데 성당을 건축하던 당시에는 종교와 관련한 인물을 그림 등으로 묘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별, 십자가, 문자 등으로 대신 표현했다고 한다. 10m 높이의 돔에 있는 모자이크화는 9세기 것으로 가운데 예수님을 중심으로 원을 따라 어머니 마리아와 열두 사도가 묘사돼 있다.
아야 소피아가 있는 주변이 아야 소피아 광장(Πλατεία Αγίας Σοφίας, Agia Sofia Square)인데 이곳을 지나 다음으로 간 곳은 성모 마리아 성당(Ιερός Ναός Παναγίας Αχειροποιήτου, Church of the Virgin Mary Acheiropoietos(5th c.))으로 불리는 아헤이로포이에토스 성당이었다. 한눈에도 아주 오래된 모습이었는데 우리는 내부를 볼 수 없어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아요스 디미트리오스 성당(Ιερός Ναός Αγίου Δημητρίου Πολιούχου Θεσσαλονίκης, Agiou Dimitriou)은 5세기 중엽에 테살로니키의 수호 성인인 성 드미트리오스(Saint Demetrius)가 순교한 자리에 세워졌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 중 하나인 이 건물은 초기 기독교와 비잔틴 양식을 볼 수 있는 건축물로 그리스 내에서 가장 큰 바실리카식 성당이란다. 바실리카식 성당은 외벽을 돌벽돌로 쌓고 내부에 중앙과 측면 양쪽으로 복도를 두고 중앙 복도 끝에 재단이 있는 사격형 형태의 건축 양식을 말한다. 이러한 형태는 유럽의 성당 건축에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성당 앞 광장은 돌로 덮혀 있는데 이 돌들은 데살로니키에 살았던 유대인들의 묘지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그런 연유에서 유대인들도 그들의 조상을 생각하며 이 성당을 찾는다고 한다.
성당이 지어진 이후 대화재로 크게 소실되었다가 원형을 살려 7세기에 재건된다. 이후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모스크로 사용되는데 그때 성당의 이름도 이슬람식 '카시미예 자미'(Kasimiye Camii)로 바뀐다. 여기서 '카시미예'는 성 디미트리오스의 이스람식 이름이라고 하니 '디미트리오스 모스크'(?) 쯤 되는 것이다. 모스크로 사용되면서 성당의 이름이 이렇게 바뀐 것은 디미트리오스가 이슬람인들에게도 존경 받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란다. 그런 까닭에 모스크로 사용되던 동안에도 정교회 교인들이 디미트리오스의 무덤을 참배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한다. 그러다 1917년 큰 화재로 다시 한번 성당이 큰 피해를 입게 되는데 현재의 모습은 이 화재 이후 재건된 것으로 7세기의 성당 모습을 최대한 살린 것이라 한다. 성당 내부의 회랑을 이루며 아치를 받치고 있는 원기둥들의 색이 다른 것은 1917년 화재의 흔적을 보여 준다. 또 성당 안에는 8세기에 모자이크로 장식된 제단과 성 디미트리오스의 유해를 안치해 놓은 곳도 있다.
성당 지하에는 고대 로마 시대 목욕탕 유적과 카타콤베(카타콤 Catacombs, 초기 기독교인들의 지하 무덤)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전 정보가 없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다.
아요스 디미트리오스 성당에서 가까운 곳(약 250m)에 로마 시대의 유적인 로만 포럼(Ρωμαϊκή Αγορά Θεσσαλονίκης, Roman Forum of Thessaloniki, 혹은 '로만 아고라'(Roman Agora)라고도 한다.)이 있다. 이 유적지는 1962년 버스 정류장공사를 하기 위해 땅을 파다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BC 30~143년까지의 도시 관련 기록이 새겨진 명문이 발굴됐는데, 신약 성경에 언급된 바울의 전도 여행 이야기를 증명하는 기록도 함께 나왔다고 한다. 유적지의 동쪽으로 조폐국, 도서관, 극장이 남쪽으로는 상점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도 발굴이 진행 중이다.
지금은 폐허가 되다시피 방치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때는 활발했던 도시의 모습을 보여 주는 흔적들이 긴 세월의 풍랑을 고스란히 견디며 살아낸 백발 노인의 등 굽은 뒷모습처럼 쓸쓸하다.
우리는 로만 포럼에서 나와 도시를 조망하기 위해 언덕 위 아노폴리 지역에 있는 비잔틴 성벽(또는 데살로니키 성벽 Τείχη της Θεσσαλονίκης)으로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12월이라고 해도 위도가 낮은 그리스는 겨울에도 그리 추운 편이 아니고 한낮 햇볕도 꽤 따가웠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우리는 곧 숨도 가빠 오고 땀도 나서 지쳤다. 이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버스가 있기는 했으나 이미 중간 정도 올라간 후에 안 사실이라 끝까지 걸어서 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낮의 뙤약볕 속에서 힘들게 겨우 성벽이 보이는 곳에 다다랐다.
비잔틴 성벽은 BC 4세기 경에 지어졌는 테살로니키의 고대 건축 양식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 한다. 이 성을 쌓을 때 고대 로마의 기념물에서 가져온 대리석을 포함한 석재가 사용되기도 했단다. 건설 당시에는 몇 개의 성문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현재는 위 사진에 보이는 북문이 유일하게 남았다. 19세기 후반에 도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성벽의 대부분이 철거되었기 때문이다. 성벽은 에그나티아 길(Egnatia Road) 서쪽 끝에서 언덕을 따라 곡선 형태로 지어졌는데 지금은 폐허로 남아 있는 성벽 북쪽의 엡타피르지오(Eptapyrgio)는 이 성벽 요새의 일부로 외부 방어선이 무너졌을 때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 성벽에서 가장 높은 곳은 트리고니온 타워(또는 채인 타워 Πύργος Τριγωνίου (Αλύσεως), Trigonion(Chain) Tower)인데 오스만 제국 시절인 15세기 후반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타워 꼭대기로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여서 테살로니키 시내와 에게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맑은 날에는 올림푸스 산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일몰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언덕을 내려왔다.
우리는 성벽을 내려가기 전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사전 정보 없이 근처에서 검색으로 찾은 식당은 성문 가까운 곳에 있는 ACOSTA Flavors Factory였다. 맥주와 문어 구이, 피자, 수블리키, 짜지기 등 그리스 요리를 시켰는데 꽤 맛있었다. 특히 문어 구이는 이후 그리스 여러 도시에서 먹어 본 것들보다 식감이 가장 부드럽고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내려가기로 했다. 우리가 타야 하는 23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꽤 길어서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힘들게 올라왔던 꼬불꼬불한 길을 아슬아슬하게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부산의 산복도로 풍경을 떠올렸다. 새삼 이곳이나 우리나라나 고지대를 오가는 버스를 모는 기사님들은 베테랑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버스로 도착한 목적지는 아리스토텔레스 광장(Πλατεία Αριστοτέλους, Aristotelous Square)이었다. 근처에 숙소가 있었던 탓에 하루에 한두 번씩 오갔던 곳이다. 테살로니키의 번화가이자 중심인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은 1918년 프랑스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으나 실제 광장의 대부분은 1950년대에 지어졌다고 한다. 에게 해를 따라 테르마이코스만(Thermaic Gulf)에 연해 있으며 광장 한쪽에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동상이 있다.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이라 광장 중앙에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돼 있었다. 이 광장은 크리스마스와 새해 행사를 비롯해 테살로니키의 거의 모든 집회와 행사가 열리는 곳이란다.
이날은 친구 명숙의 생일이었던 까닭에 우리는 선물도 준비하고 작은 케이크와 와인으로 조촐한 생일 파티를 했다. 우리는 그렇게 짧지만 알찼던 테살로니키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내일은 차를 빌려 메테오라로 향할 것이다.
◈ 일일 경비: €62.45/3 + €85.9/2(≒₩86,400)
아야 소피아 양초 3개 1.5€,
점심(ACOSTA Flavors Factory 식당) 문어 구이, 피자, 수블리키, 짜지기, 맥주) 38€+팁3€=41€
23버스(비잔틴 성벽 → 아리스토텔레스 광장) 3€/3,
버팔로젤리또 카페 커피2, 차, 바나나너트 10.5€
슈퍼 물,식빵,맥주6.45€
생일 파티(케이크 €3.9, 스파클링 와인 €12, 폴리폴리(귀걸이, 팔찌 €70)) €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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