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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영화, 공연, 전시

시인의 가슴으로 혁명가의 삶을 산 그 <체게바라 : 뉴맨>

작품명 : 체게바라 : 뉴맨

감독 : 트리스탄 바우어

내레이션 : 문성근

관람일 : 2012년 11월 29일(목)

극장 :  국도예술관(가람아트홀)

 

저녁 5시 30분 상영 시각에 맞추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동료 선생님 차로 함께 달려간 대연동 국도예술관. 문화회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도 극장에 도착하니 20분이나 남았다. 표를 끊고 입구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정문 입구>

<내부 입구>

 

  오늘 영화는 다큐멘터리 <체게바라 : 뉴맨>이다. 본명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델 라 세르나(1928-67)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 전 체게바라의 평전을 읽은 후 그가 피델 카스트로와 혁명을 성공시킨 쿠바와 마지막으로 게릴라 활동을 벌이다 사살당한 볼리비아는 내가 남미 여행을 꼭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후 그가 중남미 일대를 오토바이로 여행하며 민중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혁명가의 삶을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월터 살레스 감독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봤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이제 갓 의과대학을 졸업한 23살의 청년은 긴 여행 중 잉카와 마야의 문명이 남긴 유적지뿐 아니라 주름지고 갈라진 피부만큼 거친 삶을 살아가는 남미 대륙의 민중의 모습을 카메라와 가슴에 담는다. 영화는 혁명가로서 '체'라는 이름을 얻기 전 '에르네스토'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 주며 끝을 맺는다.

  이와는 달리 철저한 고증과 자료 수집에 의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체게바라 : 뉴맨>은 체게바라의 육성 녹음과 친필 기록 등이 공개돼 마치 죽은 체가 살아서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메인 포스터>(이 모습이 알베르토 코르다의 유명한 체게베라의 사진이다.)

(감독 트리스탄 바우어)

 오래된 필름 속의 어린 체는 아무 부러울 것 없는 유복한 가정의 천진난만한 아이 모습 그대로다. 피말리는 격전이 오가던 전장에서도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혁명에 대한 이론을 확고히 하고 신념을 견고히 다지고 지휘관으로서 부대를 통솔하고 경영하는 모든 일들이 그의 손에서 종이 위에 기록으로 남겨졌다.

(시가를 문 체게바라)

(독서 중인 체게바라)

  쿠바에서 혁명이 성공하고 정부의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도 그는 편안한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쿠바 혁명의 성공과 베트남의 승리를 아프리카, 남미 대륙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기로 마음먹는다. 카스트로와 몇몇 지인들에게는 편지를,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육성 녹음을 남기고 비밀리에 아프리카 콩고로 떠난다. 콩고에서의 게릴라전은 실패로 끝나고 체는 그의 트래이드 마크인 수염을 깎고 변장을 한 채 유럽으로 간다. 변장한 채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난 체를 아이들은 그저 좋은 아저씨로만 알았단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혁명가, 게릴라로서 활동하기 위해 남미에 돌아온 체는 볼리비아 바예그란데 밀림에서 미군에게 생포되어 사살돼 최후를 맞는다.

(볼리비아에서의 게릴라전)

  39년 체의 짧은 생은 천식으로 유약했던 유소년기와 민중의 삶에 눈뜨기 시작한 청년기, 거칠 것 없이 혁명가로서의 삶을 산 마지막까지 자신의 신념을 삶으로 실천한 강인한 인간으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돼 있다.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시가를 문 모습, 알베르토 코르다의 사진 속 베레모를 쓰고 제복을 입은 당당한 모습은 강한 남성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그는 아내에게 시를 녹음한 육성을 남겼고, 아이들에게도 시를 읽어 주는 아빠였다. 영화 속에서 그의 여러 기록들 중 시가 많이 소개됐는데, 시대가 그를 혁명가로 만들지 않았다면 그는 좋은 의사가 되었거나 훌륭한 시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그는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유복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그가 민중들의 삶에 마음이 움직여 혁명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것도 다정한 성품과 문학적 감성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수염을 깎고 머리를 자른 체게바라)

(아이들과 하바나에서)

  다큐멘터리가 끝난 후, 나는 처음 그이 평전을 읽고 났을 때와 같이 그가 끝내 편안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혁명가로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던 힘은 내면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 시심(詩心)을 지닌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