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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영화, 공연, 전시

아픈 영혼들을 위한 진혼 <지슬>

작품명 :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감독 : 오멸

관람일 : 2013년 3월 29일(금) 19:40 감독 GV 상영

극장 :  국도예술관(가람아트홀)

 

 

 

 

 

 

 

   영화는 제주 4.3 사건을 다루고 있으나 사건의 원인을 밝히려고 한다거나 그 책임자를 색출해 벌을 줘야 한다고 선동하지 않는다. 그때 그곳에 있었던 순박한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사실을 바라보게 하고, 비록 60여 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그 억울한 영혼들을 달래고 위로하고 있다.

   감독은 극도의 클로즈업이나 롱테이크 사용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저 그때 그 순간 현장에서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찍었을 뿐이라고 답한다. 또 굳이 어려운 4.3 사태를 영화에 담은 이유를 적극적인 현실 참여 의식이나 역사 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신 분들에 대한 일종의 부채 의식 같은 것이었다고도 말한다. 영화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영상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일상적 삶이 갖는 유머를 놓치지 않고 표현한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제사상 앞에서 신위, 신묘, 음복, 소지의 절차에 따라 절을 하고 술을 따르는 제주가 되어 앉아 있는 듯했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를 관객의 자리에서 영혼을 위한 제사상 앞으로 불러내고 있다. 오늘 우리에겐 비록 불편하더라도 오래 지나지 않은 역사를 외면하지 말고 바라봐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닐까?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이슈는 영화를 보는 이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감독의 말이 새삼 되뇌여진다.

 

 

  2012년 부산영화제 4관왕, 29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등의 화려한 수상 경력은 이 영화에 주는 찬사이자 슬픈 영혼들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참고로 영화 제목인 '지슬'은 '감자'의 제주도 방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