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힌에는 세 개의 야시장과 두 개의 대형 쇼핑몰이 있어서 장기 체류를 계획하거나 한 달 살기를 할 경우 각종 생필품을 구매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 편리하다.
두 개의 쇼핑몰은 후아힌 기차역을 중심으로 모두 남쪽에 위치해 있다. 블루포트(Bluport)는 3.8km, 마켓 빌리지(Market Village)는 2.9km 거리에 있어 차로 약 8~1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는 이 두 쇼핑몰의 중간 지점에 있어서 나는 하루씩 번갈아 다니면서 카페에 가거나 저녁을 먹고 식료품을 사 날랐다.
먼저 마켓 빌리지(Market Village)는 13년 전 내가 처음 후아힌에 왔을 때 시내의 유일한 대형 쇼핑몰이었다. 총 4층 건물에 식당, 영화관, 놀이공원을 포함해 모두 150여 개의 매장이 입점해 있다고 한다. 정문이 있는 넓은 야외 공간에서는 가끔 다양한 이벤트를 하기도 하는데, 내가 갔던 어느 날은 무슨 미인 대회 행사가 있어서 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적도 있었다. 나는 주로 지하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거나 1층 슈퍼마켓에서 요거트나 과일 등을 샀다.
블루포트(Bluport HUA HIN RESORT MALL)는 마켓빌리지와는 도보 약 15분, 1.2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두 쇼핑몰 모두 후아힌의 주도로인 펫 카셈 대로(Phet Kasem Rd.)와 면해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찾기도 쉽다.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쇼핑몰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길 건너 맞은편의 인터콘티넨탈 후아힌 리조트와 육교로 연결돼 있다. 마켓빌리지에 비해 대체로 한산한 느낌을 주지만 슈퍼마켓을 비롯해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IT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미니 테마 파크, 복합 영화 상영관(Cineplex)도 있다. 이 쇼핑몰 안에도 1층에 슈퍼마켓과 푸드코트가 있어서 즐겨 찾았다. 참고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금, 토요일에는 오후 10시까지) 호텔 간 무료 셔틀버스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한다.
후아힌 야시장(ตลาดโต้รุ่งหัวหิน, Hua Hin Night Market)은 음식 노점상, 의류 등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있는 전통 야시장이다. 휴일 없이 매일 오후 6시에 장이 열리고, 후아힌 기차역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좋으며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오래된 곳으로 현지의 전형적인 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내가 머물던 숙소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걸어서 약 30분 이상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나는 그랩으로 오토바이를 불러 타고 갔다. 해가 지고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점차 활기를 띈다. 가판대나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생활용품, 전통 기념품, 공예품이나 특산물, 실크 등 매우 다양해서 장이 열린 길을 천천히 따라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부터 꽤 값이 나가는 해산물까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여러 음식을 비롯해 다양하고 맛있는 디저트, 타이 차, 과일 주스 등 여러 음료수도 있어서, 북적이는 시장 노점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돌아보기 좋다.
타마린드 시장과 시카다 야시장은 후아힌 야시장에서 남쪽으로 약 4.5km 떨어진 곳으로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주말 야시장이다. 두 시장은 서로 인접해 있어서 장이 열리는 주말에 두 시장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두 곳 모두 주말 야시장이기는 하지만 열리는 날짜와 시간이 다르다. 타마린드 시장(แทมารีน มาร์เก็ต หัวหิน, Tamarind Market)은 매주 목요일~일요일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시카다 야시장(ซิเคด้า มาร์เก็ต, Cicada Night Market) 금요일~일요일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열린다. 주말 야시장으로 나란히 위치해 있는 두 시장은 성격과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타마린드 시장은 음식 위주의 매장이 주를 이루고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시카다 야시장은 규모도 크고 매우 현대적인 분위기에 미술품, 의류, 장식품,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많고, 대형 무대가 두 곳이나 있어서 라이브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후아힌에 머문 3주 간 나는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나면 근처 카페로 갔다. 블루포트나 마켓 빌리지 내에 있는 카페나 숙소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와 후식을 먹고, 밀린 블로그 글을 쓰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하고 실제 여러 곳을 가 봤는데, 어떤 곳은 전원을 연결할 곳이 마땅하지 않고, 또 다른 곳은 탁자 높이가 낮거나 의자가 딱딱해서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런가 하면 공간이 너무 좁거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집중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 또 드물게는 커피가 맛이 없거나 커피와 함께 먹을 디저트가 마땅하지 않아 아쉽기도 했다. 이런 내 까탈스러운 기호에 맞춤한 몇 곳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널리 알려진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독특하고 안락한 분위기는 없지만, 컴퓨터로 작업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잘 갖춰져 있고 음료나 디저트를 선택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어 근처에 적당한 곳이 없을 때는 큰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다. 내가 이용한 곳은 블루포트 1층의 스타벅스(Starbucks)와 마켓 빌리지 2층의 블랙캐년(Black Canyon)이었다.
스타벅스(Starbucks)는 전 세계 64개국 약 23,200여 개의 지점을 보유한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커피 전문 매장이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아닐까 한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첫 매장을 연 스타벅스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대체로 평준화된 커피 맛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물가가 높은 나라(북유럽 등)를 제외하고 국민 소득이나 물가가 그리 높지 않은 나라에서도 커피를 비롯한 각종 음료와 디저트 등의 가격이 비슷하게 높은 편이다.(가격도 평준화?) 내가 갔던 블루포트 내 스타벅스도 타 지점들과 큰 차이가 없어서 매장이 넓고 메뉴도 다양한 편이었다. 전원 연결을 쉽게 할 수 있는 콘센트가 갖춰진 널찍한 탁자와 편안한 의자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기는 했지만 크게 방해 받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켓 빌리지(Market Village) 쇼핑몰 2층에는 블랙캐년(Black Canyon)이 있다. 블랙캐년(Black Canyon Coffee & Eatery)은 1993년 태국에서 시작해 동남 아시아 전역에 체인점을 둔 커피 전문점이다. 그래서 스타벅스만큼은 아니라도 동남 아시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커피 전문 브랜드이다. 본사 홈페이지에서 "프리미엄 커피는 악마처럼 검어야 하고... 지옥처럼 뜨거워야 하고... 천사처럼 순수해야 하고... 사랑처럼 달콤해야 합니다."(“Premium coffee should be black as the devil…hot as hell…pure as an angel…and sweet as love.”)라고 소개하고 있는 만큼 커피도 대체로 괜찮은 편이고(나는 커피에 대한 조예(造詣)가 있지는 않지만) 고를 수 있는 디저트도 여럿 있다. 또 조금 특이하게도 블랙캐년의 영어 정식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커피나 디저트 외에도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타벅스에 비해 가격이 조금 저렴하다는 점이다. 카페 내외부를 찍은 사진이 없어 내가 먹은 커피와 디저트 사진만 남긴다.
브리프(BRIEF coffee & more)는 숙소에서 4분 정도 걸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작은 카페로 후아힌에 도착한 다음 날 처음으로 간 곳이다. 규모가 작고 의자가 딱딱해 조금 불편했으나 커피와 디저트가 맛있고, 탁자 높이도 적당해서 컴퓨터 작업하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큰길가에 있어서 쉽게 눈에 띄고 찾기도 좋은 곳이다.
미테미테(MTTE MITTE Huahin - Café & Brunch)는 숙소에서 10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아 블루포트로 걸어가며 늘 보이던 곳이었다. 그런데 자주 가지는 못하고 감기 몸살로 고생하던 때 커피만 한 번 테이크아웃하고, 떠나오던 마지막 날 커피를 마시러 갔다. 문을 연 지 몇 달 되지 않아서 내외부 모두 깔끔하고 청결했다. 나중에 나올 때 종업원이 한 말에 따르면 원래 치앙마이 올드타운 쪽에 본점이 있고 이곳은 지점 같은 곳이라 했다. 메뉴에는 커피 뿐만 아니라 간단한 브런치 종류도 있었는데, 나는 달달한 디저트와 커피를 주문했다. 장식이 예쁜 디저트는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졌고 종업원들도 아주 친절했다. 이들 덕분에 후아힌에서의 마지막도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떠나기 전 준비하는 동안 행복하다. 막상 집을 나서면 내 통제를 벗어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래서 늘 '내가 왜 돈 들여서 이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매번 짐을 싸는 건 일상이 무료하고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 파닥이는 물고기처럼 내가 세상 어느 한 곳에 살아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곧 다시 짐을 쌀 것이다. 이번엔 베트남이다.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하노이 어디에서 파닥이며 내 생존을 증명할 것이다. 부디 무탈한 날들이 계속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