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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2021년 12월 그리스

그리스 테살로니키 1일, 2일 화이트 타워, 고고학 박물관, 갈레리우스 개선문, 로톤다

12월 12일(일) 부다페스트트 → 테살로니키 1일

  • 부다페스트 → 테살로니키 항공(Air wizz) 이동

약 2년 간의 세종학당과의 계약이 만료되어 12월 말로 헝가리를 떠나야 했다. 그래서 2학기 수업을 마치자마자 미뤄둔 휴가를 모두 쓰고 마지막 여행을 가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로 헝가리에 있는 지난 2년 동안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로마를 제외하고 긴 여행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리스로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더구나 이번 여행은 10월 말부터 부다페스트 우리 집에 와 있던 내 오랜 친구 명숙과 동생 명지와 함께 가는 첫 여행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설레는 마음이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불안했다. 유럽의 코로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여서 그리스에 입국하기 위해 사전에 보건국 사이트에서 코로나 예방 접종을 증명서를 입력하고 확인 메일을 받아야 했고, 비행 스케줄도 여러 번 바뀌어서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여행을 무사히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예정된 그리스 여행을 떠날 수 있었고 밤 비행기를 타고 약 1시간 40분의 비행 후에 테살로니키(Θεσσαλονίκη, Thessaloniki)에 무사히 도착했다.

(↑숙소가 있던 아리스토텔레스 광장 근처의 밤 풍경)

 

◈ 일일 경비: €38.4 + 2,700HF(≒₩61,110/3) ₩20,040

   부다페스트 시내 → 공항 100E 버스 2,700HF/3인(≒₩9,870)

   테살로니키 공항→ 숙소(아리스토텔레스 광장 근처) 택시 €27/3인

   슈퍼(물, 우유, 햄, 치즈 등) €6.8, 빵 €4.6

 

 

12월 13일(월) 테살로니키 2일(10,600보 / 6.4km)

  • 레프코스 피르고스(화이트 타워)→ 알렉산더 대왕 동상 → OTE 타워 → 고고학 박물관 → 갈레리우스 개선문 → 로톤다 → 재래 시장

 

내가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아테네 다음으로 가 보고 싶었던 도시가 테살로니키(Θεσσαλονίκη, Thessaloniki)였다. 신약 성경에서 사도 바울이 선교 여행을 했던 도시로 그가 떠난 이후 교우들에게 보내는 편지서 데살로니카 전서와 후서가 있어 처음 이 도시의 이름을 알게 됐다. 사실 신약의 이야기는 대체로 약 2천 년 전의 일이므로 이야기 속 인물이나 장소는 내게 그저 먼 전설처럼 아득하고 현실성이 없었다. 그런데 그 오래된 전설(?) 속의 도시가 있다니, 꼭 한번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살로니키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여동생과 결혼한 마케도니아 왕 카산드로스가 왕비 '테살리케'의 이름을 따 BC 315년 처음 이 도시를 건설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그리스, 로마,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차례로 받았기 때문에 이들이 남기고 간 문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현재 전체 인구 약 110만 명에 이르는 이 도시는 그리스에서 아테네 다음으로 큰 제 2의 도시이자 마케도니아 지방의 중심지이다. 또 하나 2010년 3월 8일 당시 두 도시의 시장이 자매결연협정서에 서명하면서 부산과 테살로니키는 자매 도시가 됐다. 참고로 현재 부산의 자매 도시는 테살로니키를 포함해 모두 26개가 있다.(부산시 홈페이지 참조)

 

그리스어로 레스고스 피르고스(Λευκός Πύργος)는 영어로 화이트 타워(White Tower), 우리말로는 백탑(白塔)인데 12세기 경 비잔틴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스만 제국 시대 항구의 성벽을 만들 때 개축했는데 처음에는 도시의 항만을 보호하기 위한 요새로 나중에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감옥으로 사용될 당시 이곳에서 대량 학살이 일어나 한때는 '피로 물든 탑'이라 불리기도 했단다.

내부 6층, 직경 23m의 원통형 모양으로 높이 약 34m인 이 탑은 1912년 테살로니키가 그리스 령이 되면서 보수되어서 하얗게 색을 칠해 '화이트 타워'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교도소로 사용되던 시절 한 죄수가 자유를 조건으로 탑을 흰색으로 칠했다는 설도 있고, 그리스인들이 투르크 족의 흔적을 지우고 도시를 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흰색으로 칠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이 탑은 1980년대에 비잔틴 시대의 유물들을 전시하는 박물관(Museum of Byzantine Culture)으로 개조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물관으로 들어가 탑의 꼭대기에 오르면 에게 해(Αιγαίο Πέλαγος, Aegean Sea)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참고로 겨울 비수기 기간이라 대부분의 유적지나 박물관 등은 입장료를 반값으로 할인하고 있었다. 이곳 화이트 타워도 할인 가격인 1인 3유로에 입장할 수 있었다.

(↑레스고스 피르고스(화이트 타워) 외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탑 내부)
(↑탑에서 바라본 풍경)

에게 해를 따라 연해 있는 테르마이코스만(灣)(Θερμαϊκός Κόλπος, Thermaic Gulf)에는 긴 해안길이 조성돼 있는데 그 중 화이트 타워가 있는 주변부터는 넓은 광장이 있다. 이곳에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약 6 미터 높이의 알렉산드로스 3세 대왕(Ἀλέξανδρος Γ' ο Μέγας, 영어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 동상이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마케도니아 왕국 아르게아스 왕조의 26대 왕으로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하고 헬레니즘 제국(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소아시아, 이집트, 아케메네스 왕조, 그리고 지금의 파키스탄 일부까지를 점령해서 건설한 제국으로 '알렉산드로스(알렐산더) 제국'이라고도 한다.)을 만든 왕이다. 그러나 그는 방대한 영토를 남기고 서른둘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만다. 이후 제국은 네 개의 왕국으로 분리되어 부하들에 의해 통치되는데, 그의 누이와 결혼하고 테살로니키를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왕 카산드로스가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러니 이 도시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기마상(Άγαλμα Μεγάλου Αλεξάνδρου, Alexander the Great Statue)을 볼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알렉산드로스의 기마상)

OTE 타워(Πύργος ΟΤΕ, OTE Tower)는 그리스 건축가 Alexandros Anastasiadis가 설계해 1965년에 완공했다. 다음 해인 1966년 이 타워에서 처음 그리스 흑백 텔레비전의 방송 신호를 송출했고, 1970년대 이후에는 휴대 전화 네트워크의 안테나를 지원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한다.

탑의 꼭대기 층에서는 간단한 햄버거나 샌드위치, 음료수 등을 파는 회전 레스토랑인 Skyline Café-Bar가 있는데 가격은 비싸지만 우리는 샌드위치와 커피로 간단히 점심을 먹으면서 도시를 천천히 조망했다.

(↑OTE 타워 회전 레스토랑에서 먹은 점심 메뉴)
(↑OTE 타워에서 본 시내 풍경)

OTE 타워에서 큰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고고학 박물관(Αρχαιολογικό Μουσείο Θεσσαλονίκης, Archaeological Museum of Thessaloniki)이 있다. 전시실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잘 정비돼 있었고, 마케도니아의 유물들과 초기 로마의 유물들이 주로 전시되고 있다. 마케도니아의 주거, 종교, 문화 등을 알 수 있는 유물과 로마 시대 유물도 있는데 특히 무덤에서 발견된 섬세하고 화려한 금세공품은 꼭 볼 만하다. 전시실에는 2.48m에 이르는 아기아 파라스케비(Agia Paraskevi(고대 Anthemous)) 지역에서 발견된 고대 무덤 입구에 있던 대리석 문이 있다. 이 유물은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아 4세기 경 마케도니아의 상류층 무덤 양식을 보여준다고 한다. 대리석 문의 바닥 쪽에 바퀴를 달아 무거운 문을 쉽게 여닫을 수 있게 했다. 또 박물관 입구와 안뜰에는 여러 개의 석관이 있는데 조각이 너무도 화려하고 섬세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자료를 찾다 알게 된 사실인데 2019년 6월 5일부터 9월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그리스 유물전을 했는데, 그때 아테네 박물관 등 그리스 내 주요 박물관의 여러 유물과 함께 이 고고학 박물관의 유물도 한국에 온 일이 있었다(2019.04.25 매일일보 기사 참조) 하니 참 반가웠다.

(↑고고학박물관 입구와 안뜰)
(↑박물관 내부 전시실과 Agia Paraskevi 무덤의 대리석 문)
(↑금세공품 화관과 조각이 아름다운 석관)

갈레리우스 개선문(αψίδα του Γαλερίου, The arch of Galerius)은 로마 황제 갈레리우스가 페르시아의 한 왕조인 사산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으로 세운 문이다. 갈레리우스 황제는 이 개선문을 세울 때 근처에 테살로니키 궁전과 무덤인 인 로톤다를 함께 지었는데 이 세 개의 건축물은 개선문을 중심으로 일직선이 되도록 설계했다 한다. 갈레리우스 개선문은 벽돌로 만들어졌으며 표면에 부조를 새긴 대리석을 붙여 장식했다. 303년에 세워진 이 문은 본래 여덟 개의 기둥과 문이 있었으나 지금은 세 개의 기둥과 두 개의 석조 아치(arch) 부분만 남아 있다. 기둥의 대리석 부조는 전쟁을 이끌던 갈레리우스 황제의 영웅적인 모습을 주로 담고 있는데 비록 오래되어 손상이 되긴 했으나 당시 전쟁 상황을 아주 실감 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갈레리우스 개선문)

갈레리우스 개선문과 약 150m 거리에 갈레리우스 황제가 자신의 무덤으로 쓰기 위해 건축한 로톤다(Ροτόντα, Rotonda)가 있다. 로톤다(Rotonda)는 일반적으로 돔이 있는 원형의 건물을 말하는데, 그래서 '원형 건물' 또는 '원형 홀'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이 로톤다는 306년에 완성된 이 원통형 건축물로 천장은 벽돌로 만들어졌고 높이가 약 30m 정도 되는데 거의 수평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원래는 로마의 판테온과 같이 오쿨루스('Oculus'는 원래는 라틴어로 '눈'을 의미하지만 로마 판테온의 돔 정상부에 있는 원형 구멍의 이름이 되었다.)가 있는 돔(Dome) 형식으로 계획했다고 한다. 311년에 사망한 갈레리우스는 현재 세르비아에 묻혀 있기 때문에 로톤다는 그의 뜻대로 무덤으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로톤다는 로마 콘스탄티누스 1세 시절 그리스 정교회 교회로 사용되기 시작해 약 1,200년 간 이어져 왔다. 이후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미나레트(미나렛, Minaret, 모스크의 부수 건물로 예배 시간을 알릴 때 사용되는 탑이다.)이 추가되어 모스크로도 사용되었다. 1912년 데살로니키가 그리스의 영토로 편입되면서 현재는 다시 정교회 성당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로톤다, 건물 왼쪽으로 미나렛이 보인다.)

테살로니키에서의 온전한(?) 첫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시장(Αγορά Καπάνι, Kapani Market)에 들렀다. 우리 숙소와 가까운 아리스토텔레스 광장 근처에 있는 이 시장에서 우리는 새우와 오징어를 사 와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시장의 모습과 저녁 만찬)

 

 

◈ 일일 경비: €88.9(≒₩118,600/3) ₩39,530

화이트 타워 입장료 €9, 고고학 박물관 €12(겨울 비수기에는 관광지 입장료 반값 할인)

OTE 타워 카페 점심(샌드위치2, 라떼, 그릭 커피) €35

재래 시장(오이, 오렌지, 사과, 파, 양배추 €5.3, 오징어, 새우 500g €12)

슈퍼(물, 올리브 오일, 맥주, 올리브, 발사믹 식초)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