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3 코치(Kochi)

3/17(목) 알레피→코치(Kochi, 코친(Cochin))

07:00 기상, 보다폰 개통 성공

09:10 Alleppey 3 Palms Guesthouse 체크아웃 500Rs 1박

09:20 버스정류장 도착. 바나나 튀김, 차 18Rs

10:00 알레피-코치 익스프레스 버스 112Rs

11:20 코치 버스정류장 도착

12:20 포트코치 St. Michael's Inn 툭툭250Rs

13:50 마탄체리 궁전(Mattancherry Palace) 툭툭30+10Rs, 입장료5Rs

14:40 마늘토스트, 새우스프100Rs, 아이스크림70Rs (유대인 지역 카페)

15:10 파르데시 회당(Synagogue Pardesi 유대교 회당(Jew Synagogue)) 입장료 5Rs

15:40 Jew Synagogue-Kerala Kathakali Center 툭툭 40Rs

15:50 까타깔리 입장료 300Rs(분장쇼 포함), 현금 인출(20,000Rs)

16:00 Vodafone 무제한 데이터 649Rs

16:10 물 1L 20Rs

16:40 산타크루즈 대성당(Santa Cruze Basilica)

17:00 Kathakali 분장 시작. 키차카의 분장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19:50 공연 종료

20:20 플래인 도사 30Rs

20:30 도사, 깻잎, 쇠고기고추장볶음(저녁)

21:50 샤워

23:00 취침

   아침 7시 눈을 뜨자마자 전화기 개통을 확인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전화가 무사히 연결됐다. 며칠간 답답했던 문제가 해결되어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음 도시 코치(Kochi)를 향해 알레피를 떠날 수 있게 됐다.

   보트 선착장에서 가까운 알레피 버스 정류장에서 코치 행 버스를 탔다. 무거운 짐 가방을 싣기 위해 한참이나 끙끙대며 겨우 차에 올랐다. 이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차장은 짐을 싣는 것을 도와주기는커녕 겨우 차에 오른 내게 짐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한다. 순간 당황한데다 뭐라 따질 수도 없어서 다시 가방을 들어 다른 자리로 옮겨야 했다. 이때 차가 급정거하면서 내가 넘어졌지만 일어날 때까지 차 안에 있던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 그러다 내가 겨우 일어나 자리에 앉자 차장이 다가와서는 다친 데는 없느냐, 병원은 안 가도 되겠느냐며 여러 번 세심하게 묻고 확인한다. 이럴 거면 진작 좀 도와주기나 할 것이지 하는 야속한 생각이 든다.

(↑코치 행 익스프레스 버스)

   야속함 뒤로 잠시 스친 생각은 인도 남부 지역 사람들은 북부에 비해 훨씬 여유롭고 자존심도 강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타인에 대한 이유 없는 호기심을 보이는 일도 거의 없고 지나치게 호객을 하지도 않으며 아무나 먼저 말을 걸어오지도 않는다. 툭툭을 탈 때도 따로 흥정하지 않아도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끔 웃으며 10루피 정도만 더 달라고 할 뿐이다. 끈질기게 달려들어 허풍을 떨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던 델리나 바라나시 같은 도시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비하면 고고하고 세련된 멋이 있다.

  코치(Kochi)는 코친(Cochin)으로도 불리는 도시로 1502년 바스코 다 가마에 의해서 포르투갈의 상업 거점이 되었으며 이후 영국과 네덜란드 등이 진출하여 상업 중심지로서 번창하였다. 시내에는 바스코 다 가마의 묘소나 유럽과 교류했던 흔적들과 유대교도들의 거주 지역이 남아 있다.

코치의 버스 정류장에서 미리 예약한 숙소까지는 택시나 툭툭을 이용해야 하는데 거리가 멀어 가격 흥정이 쉽지 않았다. 이미 가격 담합이 이뤄졌는지 주변의 모든 기사들이 거의 비슷한 가격을 제시한다. 하는 수 없이 가격 흥정은 포기하고 그 중 인상이 좋아 보이는 기사의 툭툭을 타기로 하고 포트코치 지역에 있는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 포트코치 한적한 마을에 자리한 숙소는 규모도 작고 손님도 거의 보이지 않지만 외관도 예쁘고 내부도 깨끗하다.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짐을 풀고 제일 먼저 간 곳은 마탄체리 궁전(Mattancherry Palace). 이 건물은 원래 1555년 포르투갈 상인들이 무역권 확보를 위해 당시 코치의 왕 비라 께랄라 바르마(Veera Kerala Varma)에게 바친 것이었으나 1663년 네덜란드인들이 궁전을 수리하게 된 이후 네덜란드 궁전(Dutch Palace)이란 별칭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입구에 있는 궁전 건물 2층 중앙 강당에서 국왕의 대관식이 열렸다고 하는데 현재는 인도 최고로 꼽히는 벽화를 비롯한 초상화, 왕가의 생활용품들이 전시된 갤러리 겸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다.

 (↑마탄체리 궁전(Mattancherry Palace))

   궁전에서 그리 멀리 않은 거리에 향신료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는 유대인 거주지(Jewtown)가 있다. 유대인들이 인도에 집단 거주했다니 왠지 뜬금없다는 생각과 함께 그 역사적 배경이 궁금해졌다. 이곳에 정착하게 된 유대인들은 2,000년 전 팔레스타인을 탈출한 난민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처음에 코치의 북쪽 도시에 자리를 잡았다가 무역에 종사하면서 코치 왕국과 인연을 맺고 근거지를 옮겨왔다고 한다. 현재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로 이주해 갔고 이 지역의 유대인은 4가구 14명(11명이라고도 함.)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순수한 유대인의 수는 급격히 줄었지만 아직도 이 지역은 많은 상가들이 있고 사람들로 붐빈다.

(↑유대인 거주지(Jewtown))

   유대인 거주지(Jewtown)의 중심에 파르데시 회당(Pardesi Synagogue)이 있다. 1568년에 건축된 유대교 회당인 이 건물은 1662년 포르투갈 인들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네덜란드가 점령했던 2년 후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입구에 보이는 시계탑은 1760년에 지어졌다. 내부에는 중국에서 가져왔다는 버들 무늬 바닥 타일과 금으로 장식된 설교단 등이 볼 만하다.

(↑멀리 길 끝에 파르데시 회당(Pardesi Synagogue)이 보인다.)

(↑파르데시 회당(Pardesi Synagogue)의 시계탑)

   휴대전화에 데이터를 넉넉히 보충해 넣고 저녁에 까타깔리(Kathakali)을 보기 위해 께랄라 까타깔리 센터(Kerala Kathakali Center)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표를 사고 공연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주변에 눈에 띄는 성당으로 갔다. 하얀 색 외벽의 중후한 멋을 풍기는 이 산타크루즈 대성당(Santa Cruze Basilica)은 1902년에 지어졌다. 내부는 개방돼 있어서 나도 조심스런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 봤다. 특별히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기품이 느껴졌다. 잠시 자리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신께서 내 앞길을 언제나처럼 인도하시리라.

(↑산타크루즈 대성당(Santa Cruze Basilica))

   공연 시간에 맞춰 까타깔리 센터로 갔다. 성수기에는 께랄라의 코발람, 바르깔라에서도 공연을 볼 수 있지만 코치에서는 연중 공연을 한다. 2세기부터 시작된 까타깔리(Kathakali)는 인도의 전통 무언극이다. 까타깔리는 ‘이야기 놀이’라는 뜻인데 현재의 형식으로 정착된 것은 17세기부터라고 한다. 힌두교 서사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까타깔리는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인물의 섬세한 감정과 성격을 표현한다. 원래는 밤을 새워 극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여행자들을 위해 두 시간 남짓으로 줄인 축소판 공연이다. 까타깔리 공연은 특이하게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의 분장 과정을 보여 주는 분장쇼(Make Up Show)가 있다는 것이다. 코치의 몇 군데 공연장 중 내가 간 이곳 까타깔리 센터는 공연 내용도 훌륭할 뿐 아니라 영어로 해설도 해 주고 소박하지만 한글로 된 1장짜리 팜플렛도 준다.

(↑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께랄라 까타깔리 센터(Kerala Kathakali Center))

(↑분장쇼(Make Up Show))

(↑까타깔리(Kathakali) 공연)

(↑간단한 줄거리와 등장인물이 소개된 한글 팜플렛)

3/18(금) 코치(Kochi)

07:00 기상

09:20 오이 1개5Rs, 과자50Rs, 차.파로타2장 20Rs

15:20 코치-코임바토르(Coimbatore) 버스 예약 580Rs

15:50 간디 해변(Ghandi Beach), 중국식 어망(Chinese fishing Nets), 성프란시스 교회(St. Francis Church)

17:00 레몬에이드110Rs (해변 근처 Caffe Coffee Day)

18:50 새우커리, 밥 175Rs (숙소 근처 식당)

19:10 수박화채10Rs, 사이다25rs (숙소 근처)

19:20 St. Michael's Inn 2박 1,000Rs

19:30 밥, 새우커리, 쇠고기 고추장볶음, 깻잎(저녁)

20:30 샤워

23:00 취침

   오전에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호텔 주변을 산책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여행사에 들러 내일 떠날 우띠(Ooty) 행 버스표를 샀다. 우띠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중간에 큰 도시인 코임바토르(Coimbatore)에 내려 버스를 다시 타야 한단다. 내일도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후에는 간디 해변(Ghandi Beach)으로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해변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따라 방향을 잡고 천천히 가는 길에는 거대한 나무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툭툭이를 타고 지나며 천사 같은 예쁜 미소를 보내는 아이들도 만났다. 해변 근처에 다다르자 세련된 외관의 집들이 보이고 여행사, 작은 식료품점, 카페들도 눈에 띈다.

(↑간디 해변(Ghandi Beach)으로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

(↑간디 해변(Ghandi Beach) 근처 마을)

   드디어 해변 방향을 가리키는 팻말을 따라 골목 하나를 돌아가니 바다가 떡 하니 나타난다. 해변과 길게 누운 둑길을 따라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걸었다. 이곳 해변은 파도가 높아 해수욕에는 적합하지 않다. 한쪽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 있다. 해변 주변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휴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디 해변(Ghandi Beach))

   이곳에는 특이한 모양의 커다란 구조물이 바다를 향해 설치돼 있다. 원나라 쿠빌라이칸(Kubilai Khan) 황실의 상인들이 처음 전했다고 하는 중국식 어망(Chinese Fishing Net)이다. 몇 개의 어망 중 한 곳에서 작업하던 어부들이 멀리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내게 오라는 손짓을 한다. 머뭇거리다 다가갔더니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을 안내해 주며 마음껏 찍으란다. 마침 어망을 내리고 있던 한 어부는 방금 내린 그물은 5분쯤 후에 들어 올린다고 알려준다. 아쉽게도 큰 어망에서 잡아 올린 것은 남자 어른 엄지손가락 만한 물고기 몇 마리가 다였다. 아마 아직 물때가 되지 않은 이른 시각이라 그런가 보다. 어부들에게 즉석사진 한 장씩을 찍어줬더니 모두들 좋아한다. 한 어부는 빈 은색 필름통을 들고 비스킷이라고 혼자 웃는다. 이들은 내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이름이 뭐냐 정도만 묻고 돈을 요구하지도 사진을 더 찍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들의 일상에 지나는 여행객을 반갑게 맞아들이고 환대해 주지만 이내 제 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에 열중한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에 무엇이 이들이 이렇게 여유롭게 삶을 누리게 하는지 궁금했다. 스리랑카 갈레에서 나무막대 위에 앉아 고기잡이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집요하게 돈을 요구하던 사람들과 대비되면서 단순한 경제적 궁핍함이나 민족적 성향 이외에 어떤 것이 이들을 이렇게 너그럽고 여유롭게 하는지 궁금했다. 가난하지만 결코 인간적인 품위와 자존심을 잃지 않는 이들의 삶이 부럽다.

(↑중국식 어망(Chinese Fishing Net))

  바닷가 근처에 유럽인이 인도에 지은 가장 오래된 교회인 성프란시스 교회(St. Francis Church)가 있다. 1503년 포르투갈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사들이 세웠다는 이 교회는 처음에 목조 건축물이었으나 16세기 중반 석조로 재건축되고 1779년 네덜란드인들이 복구했으며 1795년 영국 국교회가 되었다가 현재는 남인도 교회(Church of South India)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1524년 코치에서 죽은 바스코다가마(Vasco da Gama)의 시신이 이곳에 14년 간 묻혀 있었다가 이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지금도 그의 묘비가 교회 안에 있다고 하는데 예배 시간인지 입구를 지키는 관리인의 저지로 내부를 둘러볼 수는 없었다.

(↑성프란시스 교회(St. Francis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