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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16년 2월~4월 스리랑카, 남인도

인도 남부 2 알레피(Alleppey)


3/16() 트리반드룸(콜람 Kollam)알레피(Alleppey)

06:00 기상

06:40 The Royal Heritage Hotel 체크아웃 22,470Rs

06:55 버스정류장 툭툭 30Rs

07:00 콜람 행 익스프레스 버스 129Rs

08:30 콜람 버스정류장 도착.

08:50 바나나 튀김 7Rs

09:30 버스정류장-보다폰 매장 왕복 툭툭 60Rs

10:20 보다폰 심카드 53Rs

10:30 콜람-알레피 보트 400Rs

12:30 , 감자, 소스, 생선 한 조각, 220Rs(수로 변 호텔 식당)

16:00 방앗간 있는 마을 중간 정차, 도너츠, 20Rs

18:20 알레피(Alleppey) 선착장 도착

18:30 Alleppey 3 Palms Guesthouse 체크인

19:30 샤워

20:30 저녁 식사

23:00 취침

   지난 밤 9시에 개통된다던 휴대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통신사 대리점 직원이 알려 준 대로 번호도 넣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다. 밤 시간이라 대리점은 문을 닫았을 것이고 아침 이른 시각에 나는 다른 도시로 가야 한다. 유심칩 자체의 문제인지 통신사 대리점 직원의 잘못인지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콜람(Kollam)로 떠나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오늘 내 최종 목적지는 알레피(Alleppey 혹은 알라푸자(Allappuzha)). 트리반드룸에서 버스를 타고 콜람으로 가 내륙수로(Backwaters)를 오가는 배를 타고 알레피로 가는 것이다. 여행자들이 주로 타는 배는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콜람에 일찍 도착해야 한다.

(↑콜람(Kollam) 버스 정류장)


  예정대로 나는 트리반드룸에서 콜람 버스 정류장에 여유롭게 도착했다. 버스를 내려 보니 다행히 정류장 앞에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이 바로 붙어 있었다. 곧장 다가가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표를 샀다. 출발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나는 큰 짐을 선착장에 맡기고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바나나 튀김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는 먹통이 된 휴대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툭툭을 타고 가장 가까운 보다폰(vodafone) 지점으로 갔다. 직원은 이틀 전 샀던 유심칩은 뭐가 잘못됐는지 쓸 수가 없다고 한다. 시간이 촉박한 나는 결국 신청서를 다시 작성하고 여권을 복사하고 사진을 찍고 혹시 몰라 가져 왔던 트리반드룸의 호텔 명함을 낸 다음(직원은 호텔로 전화를 걸어 내가 묵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새 유심을 사 끼워 넣었다. 데이터는 나중에 따로 보충하기로 하고 일단 전화만 개통되도록 해 달라고 하고 다시 하루를 기다리기로 했다. 배가 곧 출발할 시간이 가까워져 느리게 뭔가를 설명하려는 직원을 뒤로 하고 급한 마음에 유람선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콜람(Kollam) 유람선 선착장)

(↑알레피-콜람 유람선)


   남인도의 케랄라 주는 200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National Geographic Traveler) 선정한 세계 10대 낙원 중 8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아라비아 해로 흘러 들어가는 석호와 호수 운하, 44개의 강과 삼각주가 얽혀 만들어진 총 길이 900km에 이르는 내륙수로(Backwaters)로 인해 인도의 베니스라고도 불린다. 과거에는 각종 향신료나 식료품 등 물자를 운송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던 크고 작은 배들이 지금은 이 아름다운 물 위를 느린 속도로 지나며 여유로움을 즐기고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 때문에 남인도 여행에서 가장 특별하고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가 바로 수로(水路) 여행이다.

   내가 오늘 가려는 콜람-알레피 구간은 차로 이동할 경우 1시간 40분이 걸리지만 수로를 따라가는 유람선을 타면 약 8시간이 소요된다. 전체 수로에서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 이 구간을 굳이 배를 타고 이동하는 건 이 느린 배를 타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간도 돈도 넉넉하지 않은 여행자인 나로서는 그나마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좀 더 여유로운 여행자는 에어컨이 갖춰진 아늑한 침실과 식당이 있는 고급스런 하우스보트(House Boat, 현지어로는 케투발롬으로도 불린다.)를 빌려 물길을 따라 며칠씩 여행하기도 한다.

  예정된 시각에 맞춰 출발한 유람선은 물길을 천천히 가르며 나아간다. 느리게 흘러가는 풍경, 삶의 한 조각이 구름처럼 떠 있는 듯하다. 서둘지 않는 시간, 이 느린 속도 속에서 나는 방향을 잃은 채 부유한다. 내려놓지 못한 수많은 근심, 여전히 불안한 미래, 가벼운 강바람에 훌훌 날려 보낼 순 없을까? 나를 내려놓으려는 힘겨운 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려 하기보다 그저 싸움 자체를 놓아버리고 싶다. 그렇게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쓰레기 더미, 흙탕물 속에서도 손 흔드는 사람들, 웃어주는 아이들처럼 살 순 없는 걸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점심때가 되자 배는 한 호텔에 딸린 식당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메뉴 선택의 여지도 없이 미리 마련된 음식을 먹어야 했다. 간단한 뷔페식으로 제공된 식사는 밥, 감자, 소스, 생선 한 조각, 물을 포함해 220루피(4,000)로 비싼 편이다. 더욱이 밥 외에는 리필도 되지 않는다.

4시 무렵에는 방앗간이 있는 작은 마을에도 잠시 들렀다. 가끔씩 이렇게 몰려드는 외지인에 익숙한지 마을 사람들은 낯선 이들을 반겨 주었다. 특별한 기념품도 특산품도 없는 작은 동네 구멍가게에서 직접 튀긴 도넛츠와 차 한 잔을 사 먹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머문 식당)

(↑방앗간이 있는 작은 마을)

 

   오후가 되자 햇볕이 따갑긴 해도 선선한 바람이 계속 불어와 더위에 지치지는 않았다. 지나는 풍경 중에는 고급 호텔과 리조트, 에어컨, 태양열 판이 달린 규모가 큰 하우스 보트도 있다. 수로 너머에는 너른 평원도 눈에 들어오고 수로에 접한 곳에서는 강물에 빨래, 목욕, 심지어 설거지하는 이들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폭이 넓은 지역의 물은 대체로 맑아 보였는데 아마도 부레옥잠, 연꽃 등 물을 정화시켜 주는 수초들이 많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콜람-알레피 수로 변 풍경)

(↑고급 호텔과 리조트)

(↑하우스보트(House Baot))

 

   드디어 알레피 선착장에 도착했다. 미리 숙소를 정하지 않은 나는 우르르 내린 사람들로 정신없는 선착장에서 게스트하우스 명함을 내밀며 호객을 하는 사지(Saji)라는 이름의 사내를 따라갔다. 얼떨결에 따라간 곳이었으나 거실과 몇 개의 방이 있는 평범한 가정집으로 하루를 지내기에는 불편함이나 부족함이 없었다. 주인 사지(Saji)는 어머니가 직접 만들었다는 파로타(Parota)와 토마토가 많이 들어간 소스를 가져와 저녁 식탁을 차리고 나를 포함한 손님 세 명도 함께 불러 모았다. 난 비슷하게 생겼으나 패스트리처럼 기름기가 도는 쫄깃한 식감의 전병 파로타(Parota)와 토마토 소스는 정말 맛이 있었다. 함께 곁들인 맥주와 함께 오랜만에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식탁에 함께 모인 세 명의 손님은 고아(Goa) 출신의 인도계 영국인들로 남자 한 면, 쌍둥이 여자 두 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민을 간 1.5세대였다. 쌍둥이 중 동생은 요리사라고 했는데 한국 요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좋아한다고도 했다. 그들 말에 의하면 런던에 한식당이 여럿 있는데 현지인들에게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내 여행 계획을 듣더니 다른 곳에서의 일정을 줄여서라도 함피(Hampi)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라고 강권한다. 나는 이후 원래 하루 정도만 잠시 들려 보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해 이들의 충고대로 함피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기로 일정을 수정한다.

(↑알레피의 선착장)

(↑내가 묵었던 숙소 주변 마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