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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2013. 12~ 2014.01 볼리비아, 페루

미국 뉴욕(New York)

2013년 12월 11일(수)
16:00 부산->서울 KTX 출발
18:38 서울역 도착, 부산→서울 KTX  ₩50,600

 

2013년 12월 12일(목)
06:05 오빠집 출발
06:30 도심공항 도착
06:45 인천공항행 리무진 출발
07:40 인천공항 도착, 도심공항 →인천공항 리무진 ₩15,000,

     롯데 인터넷 쇼핑(굿스킨아이크림 2개 ₩52,447, 시슬리 향수 100m $110,110) : ₩162,557
08:00 아시아나 비즈니스라운지
09:50 탑승
10:20 이륙

 

12월 12일(목) 맑음, 뉴욕
09:15 착륙(비행시간 : 12시간 50분)
11:00 압구정하우스 도착, 공항JFK→압구정하우스 한인택시 $35
13:40 압구정하우스 출발, 지하철 카드 : $20
14:20~16:45 MOMA, 입장료 : $25
17:40 브로드웨이 근처 맥도날드 $7.61, 길거리 추러스 $1
18:30 마제스틱 극장(Majestic Theatre) 바우처 표로 교환
18:40 The Milford Hotel 로비에서 시간 보내기
19:30 마제스틱 극장 입장 <오페라의 유령> 보기, $116.4(한국에서 사전 구입)
20:00 공연 시작
22:40 지하철 역 가는 길에 제과점 크로아상 2개 구입 $6.45
23:25 압구정하우스 귀환

 

  드디어 출발 당일이다. 새벽 5시 15분 알람 소리에 깨 6시 오빠 차로 도심공항으로 간다. 이 추운 날씨에 나는 20kg(정확히는 23kg)가 넘는 가방을 낑낑대며 챙겨 들고 비행기를 타러 간다. 여행이 즐거움이자 기쁨이며 자유이기도 하지만 지독한 고독이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기도 하다. 이런 날은 그저 뜨끈한 온돌에 앉아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나 하며 군고구마를 먹어야 하는데...

  장장 12시간 50분의 긴 비행은 몸도 마음도 지치고 피곤하게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비즈니스 좌석이라 편히 두 발 뻗고(키가 작은 나는 팔을 뻗어도 된다.) 잘 수 있었다는 것! 최소한 저녁에 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도중 졸지는 말아야겠다 싶어 시차에 적응하려고 시간을 계산해 가며 적당한 시간에 자고 밥을 먹었다. 

  공항에서 나와 사전 예약해 둔 한인 택시를 기다린다. 조금 늦게 도착한 기사 아저씨는 20년 간 이곳 미국 우체국에서 일하시고 정년 퇴직 후 정식 면허를 따 운전을 시작한 지 3개월째란다. 택시 안에서 가는 길에 예약한 숙소에 10번 넘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는다. 숙소 앞에 도착해서도 잠긴 문이 열리지 않아 밖에서 기다리다 결국 기사 아저씨께 너무 미안해 숙소 맞은편 작은 호텔(Ramada Hotel) 로비에서 잠시 쉬면서 기다리겠노라고하고  차에서 내렸다. 친절한 아저씨는 사전 예약한 한 시간 뒤에도 연락이 안 되면 자기 집에서라도 재워 줄 테니 연락하라고 하시며 JFK 공항에 또 다른 예약이 있어 먼저 가신다면서 명함을 주신다. 낯선 곳에서 만난 참 친절한 분이다.

  라마다 호텔은 작고 초라했지만 숙박할 예정은 없지만 잠시 앉아 기다려도 되냐고 하자 직원은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자판기 공짜 커피까지 마시며 기다리다 계속 전화를 걸어 숙소 직원과의 연결을 시도했다. 결국 11시 15분쯤 전화가 연결됐다. 

  스텝인지 가족인지 20대 아가씨가 문을 열었다. 방을 안내 받고 간단히 짐 정리를 한 후 지하철 지도를 한장 얻어 MOMA로 갔다. 피카소의 작품이 많은 편이고 모네, 마티스, 뭉크,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 젝슨폴락까지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역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비관적이고 섬뜩한 것들이 많다. 그 중 유일하게 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이 눈에 띄었다. 나는 문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서정성이 있는 게 좋다. 딱딱한 메시지나 이미지 전달이나 무의미하고 순간적인 감정의 표출보다는 감성의 울림이 있는 서정적 작품에 마음이 간다.

(↑MOMA 외부 모습)

(↑프리다칼로의 자화상)

(↑한 벽면을 덮은 모네의 대형 작품)

(↑MOMA 휴식 공간)

 

  천천히 제대로 보려면 3시간 이상은 충분히 소요될 것이나 8시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나서 길을 걷는다. 브로드웨이 마제스틱 극장에 미리 가서 예약한 바우처를 표로 바꾼다. 입장은 7시 30분부터란다. 극장을 나와 무작정 근처 Milford Hotel에 가 화장실 볼 일도 보고 로비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공연 30분 전, 극장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극장으로 들어서니 다행히 오케스트라석 2/3쯤 뒤 가운데 좌석이라 위치가 좋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기다리는 동안 손님들 사이를 오가며 과자나 음료를 파는 아저씨가 재미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 장치도 좋았지만 배우들의 노래가 객석 뒷좌석까지 잘 들리도록 한 음향 시설 때문인지 노랫소리의 울림이 좋았다. 아~ 그런데, 나는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보고자 오랫동안 벼르던 이 공연을 거의 1/3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시차 때문이었는지, 첫날부터 낮에 추운 곳에서 너무 무리를 했는지 편안한 좌석에 앉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졸음을 이길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깜짝 놀라 깨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 결국 처음 시작과 마지막 끝 장면만 기억에 남긴 채 나머지는 필름이 사라지듯 몽땅 버릴 수밖에 없었다.

(↑마제스틱 극장 앞)

(↑마제스틱 극장 내부 모습)

 

  공연이 끝나고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불빛을 뒤로 한 채 밤 늦게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여행 첫날부터 내가 왜 이리 부산을 떨었는지 잠시 후회했다. 이렇게 이번 여행은 정신 없이 시작되었다. 

 

12월13일(금) 흐림, 뉴욕

11:20 압구정하우스 출발
12:02 South Ferry역(Steiten Island Ferry 부두) 지하철 역 나와서 오른쪽 페리 부두 있음(매시 정각, 30분 출발)
12:26 S.I 도착(배로 가는 길에 멀리 자유의 여신상 보임, 테러 이후 못 올라감)
12:30 South Ferry 역으로 돌아오는 배 다시 탐
12:57 South Ferry 역
13:15 월가 근처 황소상(Charging Bull)
14:30 South Ferry 역 근처 ABP survey 옥수수 스프(작은 컵) 3.8$ 맛있음.
14:40 9/11 Memorial, W.T Center 50$, 도네이션 검색까지 들어가 보는데 거의 1시간 소요
15:20 지하철 Rector St.
17:00 32번가 한인 타운(Korea Way)

17:10 북창동 순두부 18.23$(15.23+3)
17:45 한아름마트 $15.09, 뚜레주르 티라미슈 $4.5
19:10 Queensboro Plaza 역 메트로 카드 충전 $10
19:30 압구정 귀환

 

  아침에 밍기적거리다 11시가 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제일 먼저 갈 곳은 자유의 여신상. 같은 숙소에 묵은 손님 중 먼저 다녀온 사람의 조언대로 어차피 동상 안으로는 못 올라가니 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최대한 근접해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기로 했다. 지하철 빨간색 1번 South Ferry 역(종착역임)에 내려 오른쪽으로 돌아나오니 바로 Staten Island로 가는 부두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대로 따라가다가 직원에게 배 타는 곳을 물으니 2층을 가리킨다. 시계를 보니 12시 02분, 배는 매 시 정각과 30분에 있다고 했는데 급한 마음으로 뛰어갔더니 다행히 아직 사람들을 태우고 있다. 배는 곧 서서히 출발했고 자유의 여신상은 멀리 보일 뿐이다. 최대한 카메라 줌을 당겼으나 어느 정도 형태를 담아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배가 섬에 도착하자 대부분의 관광객은 그대로 내려 다시 돌아오는 배를 타는 곳으로 간다. 나도 눈치껏 인파를 따라 다시 돌아오는 배에 오른다. 이렇게 배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 동상 주변 사진을 찍고 오니 거의 1시간이 걸렸다. 한 가지 좋은 건 물가 비싼 뉴욕에서 이 배가 공짜라는 것!

(↑배를 타고 오가며 찍은 자유의 여신상) 

 

  역으로 다시 돌아와 간 곳은 월가 증권가의 상징인 Charging Bull(황소상)이다. 사람들이 가르쳐 준 대로 길을 따라 느린 걸음으로 10~15분쯤 걸어가니 사람들이 유난히 몰려있는 곳이 보인다. 바로 황소상이 있는 곳인데 다가가니 제일 먼저 황소의 커다란 엉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이는 황소의 주요 부위(?)를 만지며 사진을 찍는다. 이 황소상과 사진을 찍기 위해 선 사람들의 줄이 있는 곳에 나도 가 선다. 차례가 되자 황소상 사진도 찍도 뒷사람의 도움으로 그 옆에서 나도 한 컷트 기념 사진을 남긴다.

(↑Charging Bull)  

 

  South Ferry 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시장기가 느껴져 근처 가게에 들렀다. 이름이 ABP survey라는데 아마 무슨 체인인 듯 싶다. 가게 안에서 따뜻한 스프를 플라스틱 그릇에 담는 코너가 있었다. 맛있게 보이는 옥수수 스프를 작은 컵에 담아 계산했더니 3.8$이란다. 가격도 괜찮고 스프도 맛있었다. 그렇게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이제 9.11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장소인 9/11 Memorial로 간다.

  기부 형식으로 50$의 입장료를 받는데 표를 받고 입장하기 위해서는 길게 늘어선 줄을 지나 짐 검색까지 마쳐야 한다. 찬 겨울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고 검색까지 마치는 데 거의 1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테러 당시 무너진 자리에 다시 세운 World Trade Center가 바로 보이는 곳에 있는 9/11 Memorial은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물 조형물(Pool) 두 개를 사이에 두고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2001년 9월 1일 아침 출근을 준비하다 TV 뉴스를 통해 본 황당하고 어이없는 테러 장면의 희생자들의 넋이 여기 모여 있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아무 관련도 없는 내가 그 뉴스를 보며 참담함과 비통함을 느꼈을진대 그들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 소식은 어떠했을까? 공원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며 카메라도 감히 들이대지 못할 만큼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World Trade Center)  

(↑9/11 Memorial) 

 

  다시 지하철을 타고 32번가 한인 타운으로 갔다. 상권이 그리 커 보이지는 않지만 길 한 블럭에 온통 익숙한 한글 간판이 걸려 있다. 우리 동네에서 흔히 보던 뚜레주르, 한의원, 약국, 여행사, 유학원, 마사지샵, 한식당, 한국 식품점, 우리은행 등이 있어 이 거리 안에서는 이곳이 뉴욕 한복판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추위를 달래고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은 한식당의 순두부는 우리 동네에 있는 북창동 순두부 그대로였다.

(↑뉴욕 코리아타운에서 먹은 순두부찌개) 

 

12월 14일(토) 눈(보라) 뉴욕
09:00 아침 페스트리, 티라미슈, 커피
11:20 압구정 출발
12:20 한인타운 경희한의원

13:30~15:15 자연사 박물관(Musium of natrue history) $22
16:05~6:30 눈보라를 뚫고 UN본부 도착.

17:10 식료품점 달걀 1다스(12개) $2.5
18:00 압구정에서 저녁(어제 한아름마트에서 산 양념불고기, 라면 $1.5, 김치 $2.5), 숙박비(30$*3박) 90$
23:00 취침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부터 얼굴, 목과 손의 가려움증이 좀더 심해졌다. 일단 집먼지 진드기인 것 같아 이불을 갈아 덮고 호랑이 연고를 발라 응급 처치를 한 후 어제 본 한인 타운에 있던 한의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목과 귀, 손 등에 부어오른 모양을 보더니 음식을 잘못 먹어 생긴 두드러기는 아니라고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방법은 그저 며칠 기다리면 낫는다고 하신다. 얼굴과 귀까지 붉게 부어오른 채로 한의원을 나와 눈보라가 흩날리는 거리로 나섰다.

  한의원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간 곳은 자연사 박물관. 지하철을 통해 들어간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거대한 공룡들의 뼈다. 커다란 중앙 홀과 몇 개의 작은 관이 온통 공룡 전시물로 채워져 있다. 그외 각종 동식물 전시장을 지나 2층으로 가니 아시아피플관이 있다. 아쉬운 것은 인도, 중국, 일본, 티벳은 작으나마 하나의 관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안방과 사랑방을 꾸민 전시물 단 하나뿐이었다. 전시관을 돌아보고 정문으로 나오니 길 건너 맞은 편이 센트럴 파크다. 아무리 아름답고 낭만적이라고는 하나 이 눈보라 속에 가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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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박물관의 초라한 한국관)

(↑자연사 박물관 정문)

 

  나는 걸음을 옮겨 UN 본부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보통 사전에 예약을 하면 투어를 할 수 있다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투어가 없는 날이다. 그렇지만 눈보라를 맞으며 겨우 도착한 UN 본부는 내가 사진으로 보았던 모습이 아니라 순간 당황했다. 내가 기억하는 UN 본부에는 각 나라 국기가 줄지어 게양돼 있었는데 눈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건물 앞에는 깃대만 휑하니 서 있고 국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서 검사를 받고 방문객 휴게소로 갔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반기문 총장의 사진과 몇 개의 홍보물, 기념품점 그리고 작은 휴식 공간이 전부다. 다만 유엔 소인을 찍어 준다는 작은 우체국 창구가 그나마 이채롭다. 눈보라 속을 헤치고 이 먼 곳까지 온 것 치고는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반 총장 사진 앞에서 셀카 한 장을 찍는 것으로 UN 본부 방문을 마쳤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 투어를 신청에 꼭 둘러보고 싶다. 

 

(↑UN 본부 외부)

(↑UN 본부의 방문객 휴게실)

(↑뉴욕의 겨울 거리)

 

  손발이 언 상태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달걀을 몇 개 사 라면을 끓이고 어제 한인 식품점에서 산 불고기를 조금 올려 조촐한 저녁 식사를 했다. 3일 간 뉴욕에 대한 기억은 오직 눈과 바람, 추위뿐이다. 도심에는 고층 빌딩 사이로 부는 거센 바람 때문에 컵케익과 커피 한 잔을 들고 거리를 걸어보는 영화 속 장면은 꿈도 꾸지 못하고 떠나오게 되었다. 뉴욕의 겨울은 내게 한동안 오직 추위로만 기억될 것이다.

 

 

<부산, 서울, 뉴욕 경비>

부산, 서울(면세점 구입 포함) : ₩228,157

뉴욕 : $427.58(≒₩461,786)

 

<사전 경비(항공권, 비자)≒₩2,962,620>

2013년 12월~2014년 1월 미국, 남미 여행 총 비용 결산서(1$≒1,080, 1볼리비아노≒156, 1Sol≒380)
-항공권 : 아시아나 190,000 마일리지, ₩572,500 (합계 : ₩2,947,500)
-미국 비자(ESTA) : $14(15,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