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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2013년 7월 남부 아프리카

트럭 여행 5(보츠와나 오카방고델타, 초베국립공원)

 

8월 5일(월) 맑음, 트럭킹 13일째(빈훅→국경→보츠와나 간지(Ghanzi))
05 : 30 기상
06 : 30 아침(간단한 서양식 부페)
08 00 롯지 출발
11 : 00 중간 도시 30분 휴식
12 : 00 점심(바게트빵, 야채 주스)
12 : 50 출발
13 : 40 나미비아 보더
14 : 00 보츠와나 보더
15 : 20 출발(현지 시간 1시간 빠름)
17 : 00 현지 캠프 도착(부시맨 초가집 5$/1인)
19 : 40 저녁(소고기스튜, 밥)
20 : 10 부시맨 댄스(1시간)
21 : 30 취침

  편안하고 깔끔했던 빈훅 AREBBUSCH Travel Lodge에서의 아침도 좋았다. 빵과 몇 가지 케이크, 과일, 시리얼, 달걀 등 평소 우리 캠핑에서의 아침과 비교하면 고급(?)스럽기까지 했다. 오늘은 보츠와나 국경을 넘기 위해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므로 넉넉히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한참을 달려 다시 점심을 먹고 1시 40분쯤 나미비아 국경에 도착했다. 투투씨의 재촉으로 한가한 시간에 도착해 출국 수속은 간단하고 재빠르게 끝났다. 그런데 보츠와나 쪽에서 입국 심사는 예상 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미 짐을 실은 커다란 트레일러들과 여행객을 실은 차량들도 꽤 보였다. 거기다 이쪽 사람들은 유난히 업무 처리가 느리다. 더운 날씨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당자들은 늘상 있는 일인 듯 옆 사람과 잡담까지 해 가며 느긋하게 처리해 준다. 결국 1시간 이상을 기다린 끝에 겨우 입국 비자 도장을 찍은 여권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저녁 무렵 우리가 도착한 캠프는 국경에서 가까운 작은 도시 간지(Ghanzi)에 있는 부시맨(San족)들이 사는 삼각뿔 형태의 초가 지붕을 한 전통 가옥들이 늘어선 곳이었다. 가이드는 1인당 5$씩 지불하면 오늘밤 텐트를 치지 않고 낡은 침대 두 개가 달랑 있는 이 초가집에서 잘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서둘러 돌아가며 그 중 제일 깔끔해 보이는(실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어느 집이나 비슷했다.) 한 집을 골랐다. 이동 시간이 길어 낮에 차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 '살인자 게임'이라는 걸 제안했다. 쪽지를 돌려 동그라미가 있는 표를 뽑은 사람이 살인자가 되고 그 사람은 자신을 알리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한 명씩 죽이고 그날 저녁 죽은 사람은 어떻게 죽게 됐는지를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여러 정황이나 증거들을 찾아내 살인자를 찾아내는 게임이다. 낮에 차 안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저녁 식사를 하며 네델란드인 빈센트가 첫 희생자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제 알 수 없는 살인자에게 한 명씩 죽어가든지 먼저 그를 잡아내야만 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 현지 부시맨들이 우리를 환영하는 공연을 한다고 해 리셉션 앞 마당으로 갔다. 우리 팀 외에 다른 투어팀 하나도 뒤에 도착했다. 남녀 10여 명쯤 돼 보이는 깡마르고 체구가 작은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 앉아 있었다. 여자들은 주로 앉아서 노래를 하고 남자들은 그 주위를 돌며 환영, 힐링, 사냥, 남녀의 사귐, 감사 등의 노래 주제에 맞는 춤을 추는 것이다. 한 시간 가량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사회자는 여행자들 중 두어 명을 불러내 함께 춤 추도록 참여도 시키고 중간 중간 현재 이들의 삶에 대한 설명도 해 준다. 아프리카의 다른 많은 종족들이 그렇지만 이들 부시맨들도 그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단다. 주로 이동하며 유목 생활을 하던 이들에게도 문명의 영향으로 도시로 나간 젊은 사람들이 많아져 전통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 줄고 있단다. 더욱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이 도시로 간 사람들은 잘 적응하지 못하고 많은 이들이 알콜 중독자로 살고 있다고 한다.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공연이 끝나자 몇 푼 안 되는 팁을 넣으며 그들의 고단한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희망해 본다.

(오늘 우리가 묵을 부시맨 전통 가옥이다.)

(↑부시맨들의 전통 공연)

8월 6일(화) 맑음, 트럭킹 14일째(마운(SITATUNGA 캠프))
05 : 10 기상
06 : 00 아침(식빵, 커피)
06 : 35 출발
10 : 15 오카방고 델타로 가는 강 입구
11 : 30 마운 캠프 도착
12 : 00 점심(라이스샐러드, 토스트, 콩샐러드)
13 :10~15 : 15 마운 시내(환전, 쇼핑)
20 : 00 저녁(밥, 생선파스타, 깻잎 통조림)
21 : 30 취침

  오늘은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라는 마운(Maun)으로 이동한다. 지루한 이동 시간을 견디기 위해  차가 설 때마다 공놀이를 하거나 원반 던지기 등을 했는데, 어제부터 시작한 '살인자 게임' 외에 차 안에서 벌칙으로 윗몸일으키기, 서로 얼굴 초상화 그려 주기, 이름 대기 게임 등 재미있고 다양한 게임들을 시작했다. 덕분에 차 안 사람들은 좀더 많이 웃게 됐고 서로를 좀더 알게 되었다.

  마운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Statunga 캠프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시내로 갔다. 우선 이 나라에서는 달러나 남아공 랜드를 사용하지 않으니 약간의 환전이 필요했다. 그리고 2박 3일 간 델타에 들어가 야영을 해야 하니 물이며 몇 가지 생필품을 사야 했다. 투투씨와 엘로이는 미리 차 문에 내일 우리가 미리 준비해 가야 할 품목들을 정리해 붙여 놓았다. 이틀 간 제일 필요한 것은 역시 물이다. 개별적으로 마시고 양치나 세수에 필요한 물이 1인당 5리터 이상이라고 했다. 대부분 5리터짜리 큰 물통을 하나씩 샀는데 내 생각엔 커서 이동시에 불편하기도 하고 무거워 물을 따르기도 힘들 듯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우리 두 사람은 5리터짜리 하나와 1.5리터 짜리 네 개를 사기로 했다. 실제 현지에 가서 써 보니 큰 통보다는 1인당 1.5리터짜리 세 개씩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우리는 큰 통의 물을 우선적으로 쓰고 1.5리터 생수는 두 병 반이 남아 한 병만 도로 가져오고 나머지는 우리를 도와준 현지인들에게 주고 왔다. 그리고 충분한 물로 세수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물티슈를 준비하고 약간의 간식거리와 현지인들에게 줄 사탕도 두 봉지 샀다.

(↑마운으로 가는 길에 들른 오카방고 델타로 흘러드는 강)

(↑투투와 엘로이가 차 문에 붙여 둔 2박 3일 간 델타에서 필요한 물건 목록)

(↑마운 시내)

 

8월 7일(수) 맑음, 트럭킹 15일째(오카방고 델타)
05 : 10 기상
06 : 00 아침
07 : 10 출발(다른 트럭이 옴)
09 : 10 배 타는 곳까지 도착
09 : 40 출발
11 :10 섬 도착(여자배꾼 팁10$)
12 : 30 점심(빵, 야채, 샐러드)
16 : 00 부쉬 사파리(가이드 티몬)
18 : 10 귀환
19 : 00 저녁(고구마, 감자 사이 다진 소고기)
21 : 00 취침

  아침 7시 10분 우리를 데려갈 차가 도착했다. 가이드 투투씨는 우리와 함께 가지 않고 우리 여행객 22명과 요리사 엘로이, 그리고 다른 팀에서 합류하게 된 4명까지 모두 27명이 짐을 싣고 차에 올랐다. 우리가 갈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는 면적으로는 비교할 수 없지만 1800㎢에 달하는 지역으로 우리나라 창녕 우포늪(2.3㎢)과  같은 거대한 습지대다. 앙골라에서 발원한 오카방고 강이 우기인 1월에는 유속이 빨라지다가 건기가 시작되는 6~8월에 유속에 급속히 느려져 물이 스며들면서 삼각주의 넓이가 3배 정도 커진다고 한다. 그로 인해 야생동물들의 천국이 되고 더불어 여행객도 많아져 최고 성수기가 된단다. 어제 마운에서 미리 경비행기로 이곳을 둘러본 사람들 말로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해다고 했다.

  캠프에서 2시간을 달려 드디어 나무로 만든 배 모코로(mokoro)를 탈 수 있는 선착장에 다달았다. 차에 거의 구겨넣다시피 한 그 많은 짐들을 어떻게 이 작은 배에 나눠 싣고 갈지 궁금했다. 트럭이 도착하자 이들은 익숙한 듯 우리가 공동으로 쓸 식기나 음식 재료를 담은 통들, 텐트, 간이 의자들을 먼저 몇 개의 배에 가득 싣는다. 그리고는 텐트 안에 깔았던 매트리트를 두 개씩 가져다 반을 접어 마치 의자 모양으로 바닥에 깔아 놓는다. 우리는 그저 적당한 뱃사공을 골라 그의 배에 개인 짐들을 싣고 타면 되는 것이다. 그 짐을 싣는 신속하고 익숙한 솜씨를 우리는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뱃사공은 분홍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줌마! 단순하게 생긴 배 모코로는 보기보다 안락했다.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 위에 앉으니 발도 뻗을 수 있고 등 뒤에 놓은 짐에 기댈 수도 있어서 거의 누워갈 수 있는 자세가 된다.

(↑트럭에서 짐을 내려 배에 옮겨 싣는다.)

(↑모코로)

 

  물 깊이가 50cm에서 깊어야 2m 정도니 배를 움직이는 건 길다란 장대로 강 바닥을 밀어내는 방식이다. 느린 속도로 편안히 누워 갈대숲 사이를 지나는 맛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시간의 개념이 사라진 원시에서 배에 누워 눈을 감으니 오직 긴 막대가 천천히 물을 가르는 소리와 갈대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먼 곳에서 들리는 새 울음 소리가 세계의 전부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천상의 시간이 끝나고 강폭이 꽤 넓은 곳을 지난다. 그리고 얼마 뒤 어느 섬에 배가 도착한다. 차례로 짐을 내리고 각자 텐트부터 친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나자 가이드를 포함한 우리를 따라온 현지인들이 각자 크고 작은 텐트를 친다. 이들도 우리와 함께 2박 3일을 이곳에서 지내게 된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우리를 따라온 사람들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느냐고 했더니 모두 17명이 왔단다. 영어를 할 줄 알아 섬 주변을 가이드할 사람 5명, 그외 각자의 모코로에 짐을 나르고 요리와 설거지 등을 도와 줄 사람들이 따라왔단다. 우리가 모코로를 처음 탔던 선착장 안쪽에 500명 정도가 사는 마을이 있는데 이 중 약 45% 정도가 이런 가이드 일을 한다고 한다. 마을 공동체가 있어서 여행사에서 투어 의뢰가 오면 순서를 정해 놓고 일감을 공평하게 나눠준다고 한다. 이들도 처음엔 교육을 안 받았으나 차츰 그 중요성을 깨닫고 지금은 1시간이 걸리는 마운 시내 학교까지 통학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 아예 마운 시내에 나가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현지인 가이드 한 명은 자신의 여동생이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집에 올 때마다 자신에게 영어와 다양한 지식들을 가르쳐준다며 청년은 그 여동생을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모코로에서 바라본 풍경)

(↑우리가 자리잡은 야외 캠프, 요리사 엘로이)


  점심을 먹고 4시에 5명의 가이드를 따라 4~5명씩 조를 나눠 걸어서 섬 일대를 둘러보는 이른바 '부쉬 사파리'를 하러 나간다. 우리 조 가이드는 건장한 외모를 한 티몬이었다. 그는 우리를 기린, 얼룩말, 하마 등 동물들이 잘 보이는 곳으로 안내하고 이들의 습성을 설명해 주었다. 이곳에서 바람은 항상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기 때문에 바람과 비를 피하기 위해 모든 새집은 서쪽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길을 잃었을 때 새집을 보고 방향을 찾는단다. 또 아주 큰 죽은 나무 앞에서는 나무가 죽게 된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알 길이 없는 우리가 대답이 없자 그는 코끼리가 나무의 씨와 열매, 여린 잎을 다 먹어서 나무가 죽게 되었단다. 그런데 코끼리가 옮겨 다니며 씨를 배설하고 그로 인해 새 나무가 다시 자라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연의 생태란 참 신비하고도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쉬 사파리)

(↑덩치에 비해 유난히 작은 기린의 배설물)

 

8월 8일(목) 맑음, 트럭킹 16일째(오카방고 델타2)
05 : 30 기상
06 : 00 커피, 비스킷
06 : 50 아침 사파리
10 : 00 귀환
10 : 20 아침(찐달걀, 토스트, 커피)
17 : 00 모코로 선셋크루즈
18 : 00 갈대밭에 앉아 노을 보기
18 : 20 캠프 귀환
19 : 00 저녁(치즈파스타, 야채볶음)
20 : 00 캠프파이어(현지인 공연, 국가 부르기 게임)
21 : 40 취침

  오카방고 델타에서의 둘째날. 아침 일찍 커피 한 잔에 비스킷 한 조각을 먹고 어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아침 사파리를 나간다. 오늘도 코끼리, 기린, 임팔라, 야생 돼지, 얼룩말을 볼 수 있었다. 가이드 티몬의 말에 의하면 보츠와나를 상징하는 동물이 얼룩말인데 흑백의 얼룩 무늬가 흑인과 백인의 화합과 조화를 의미한단다. 사파리가 거의 끝나고 캠프로 돌아왔는데 우리 캠프 뒤에 하마가 나타났다고 난리다. 소리를 죽여 가며 갔더니 하마가 떡하니 올라와 앉아 있다. 처음 만나는 하마를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 한 장 찍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침 사파리에서)

 

  10시가 넘어 늦은 아침을 먹고 나자 오후 5시까지는 넉넉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이 휴식 시간에 나는 이들 현지인들에게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다. 우리 가이드 티몬에게 나는 필름이 10장밖에 없고 당신들은 모두 17명이라 하니 각각 독사진을 찍어 줄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했다. 티몬은 내게 자기들 가이드 5명은 무조건 독사진을 찍어 주고 나머지 사람들은 알아서 두세 명씩 찍어 달란다. 나머지 필름 10장을 더 가져오지 않은 걸 잠시 후회했으나 어쩔 수 없이 몇 명에게는 두세 명을 한 사진에 담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사진을 받아든 사람들은 서로의 사진을 돌려가며 역시 환하게 웃으며 아주 좋아한다. 미리 준비해 간 사탕 두 봉지도 골고루 나눠 주었다. 그리고나서 나는 오후 내내 그냥 하는 일 없이 뒹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후 5시 해 지기 전 모코로 선셋크루즈를 나가기 전까지 나는 그늘에 누워 나뭇잎 새로 부는 바람 소리와 조용히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평화롭고 게으른 시간을 보낸다.

(↑우리를 도와주던 현지인들)

 

  5시쯤 우리는 어제 타고 온 뱃사공들과 함께 모코로 선셋크루즈를 나간다. 유속에 느린 강물을 조용히 따라 흘러 가면서 갈대 숲도 지나고 강 건너 작은 모래톱도 지나며 한 시간 정도 배를 이동시킨다. 그러자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갈대가 쓰러져 푹신하게 깔린 곳에 배를 대고 모두들 나란히 앉아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떨어지는 해를 바라본다. 아~ 아름답다!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모코로 선셋크루즈)

 

  캠프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서는 의례 그랬다는 듯 우리를 도와준 현지인들이 모여 짤막한 환송 공연을 한다. 전통 노래 몇 곡과 아주 쉬운 멜로디로 된 노래를 부르며 간단한 춤도 곁들인다. 모닥물에 둘러앉은 우리는 그들의 노래에 화답하며 박수도 치고 소리도 질렀다. 그들의 공연이 끝나자 이번에는 우리에게도 뭔가를 하라고 한다. 의논 끝에 지난 번에 한 대로 나라별로 모여 국가 부르기를 다시 하기로 했다. 영국, 벨기에, 호주,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미국 등의 국가와 함께 우리 한국인 두 사람도 애국가를 다시 불렀다. 이번에도 역시 반응이 좋았다. 지난 번 스피치코프에서처럼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잠시나마 다시 가슴이 뜨거워진다. 우리의 애국가가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였다는 것이 새삼 자랑스럽다.

(↑저녁 캠프파이어)

 

8월 9일(금) 맑음, 트럭킹 17일째(델타→SITATUNGA 캠프→게타 바오밥 캠프)
05 : 30 기상
06  :00 텐트 철거
06 :30 커피, 비스킷
07 : 00 아침 산책 1시간
08 : 50 델타캠프 출발
10 : 10 선착장 도착 트럭 대기
10 : 40 마운 sitagunga 캠프로 출발(시속 30~50km)
12 : 20 캠프도착, 점심, 샤워
13:  40 캠프출발
14 : 20 마운시내(30분)
17 : 50 바오밥 캠프(Planet Baobob)도착
19 : 30 저녁 다진고기 스파게티
21 : 30 취침

  아침 일찍 일어나 모두들 텐트를 철거한다. 커피와 비스킷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1시간 정도 아침 산책(사파리)을 한단다. 몸이 피곤한 나는 가이드에게 미리 가지 않겠노라 말을 해 두었다. 산책이 시작되어 모두 떠나고 나니 엘로이와 나만 현지인들과 남게 되었다. 그들도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분주하게 짐을 챙긴다. 나는 그저 음악을 들으며 유유자적 모닥불 근처에 앉았다가 강물을 바라보며 서서히 아침 해가 밝아오는 시간을 즐긴다.

  산책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우리 요리사 엘로이가 1인당 15폴라 이상씩 팁을 모으자고 제안한다. 우리 두 사람은 50폴라(약 6,000원)를 내 놓았다. 간단한 팁 전달식(?)을 하고 첫날 왔던 대로 모코로에 짐을 옮겨 싣고 다시 2박 3일 정들었던 야생 캠프를 떠난다. 느린 속도로 물을 가르는 모코로에 편안히 누워 나는 그저 눈을 감고 청각과 촉각을 열어 바람과 물, 햇볕, 이 드넓은 대지를 마음껏 느끼고 가슴에 담는다. 선착장에 거의 다다를 무렵 27명이 단체로 왔다는 한국인들을 만났다.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가끔 일본인이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만났지만 한국 팀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모코로에 앉아 서로 스치면서 익숙한 말로 인사를 나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우리를 싣고 갈 트럭이 이미 대기해 있었다. 모코로에서 내리자 모두들 재빠르게 짐을 나르고 차곡차곡 싣는다. 우리를 도와준 현지인들과 정신 없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라타 보니 3일간 못 본 가족을 마중나온 사람들이 보인다. 웃으며 그들에게도 눈인사를 보냈더니 어른 아이 모두 손을 흘들며 우리를 싣고 떠나는 트럭을 배웅해 준다.

(↑가족을 마중나온 현지인들)

 

  차는 포장 도로가 있는 곳까지 나오는 데 꽤 시간이 거렸다. 언뜻 속도계를 보니 30~40km 정도로 운행하고 있었다. 도로에 나와서도 속력은 50km를 넘지 않는다. 우리 트럭이 있는 sitagunga 캠프에 도착한 것은 거의 점심 무렵이었다. 3일 간 거의 세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우리는 먼저 샤워장을 찾았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짐을 다시 정리해 우리 트럭에 옮겨 싣고 익숙한 목소리 투투씨의 안내를 받으며 캠프를 떠난다. 우리는 먼저 마운 시내에 잠시 들러 간단한 쇼핑을 하고 게타로 향한다. 투투씨는 오늘 묵을 캠프는 커다란 바오밥 나무와 멋진 수영장과 바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개한다. 도착해 보니 캠프 중앙에 있는 바오밥 나무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수영장도 멋지고 옆에 있는 바도 근사했으나 도착 시각이 이미 해가 질 무렵이라 제대로 둘러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 영 아쉬웠다.

(↑바오밥 나무가 인상적인 Planet Baobob 캠프)

 

8월10일(토) 맑음, 트럭킹 18일째(초베 국립공원(Chobe national Park))
04 : 30 기상
05 : 20 출발
06 : 40 주유소에서 아침(빵, 씨리얼, 커피)
11 : 30 초베 국립공원 입구 Thebe River Safari 캠프 도착
12 : 00 점심(빵, 샐러드)
13 : 30 시내 구경
15 : 20 초베강 저녁 크루즈
18 : 20 캠프 귀환
19 : 40 저녁(스테이크, 샐러드, 감자튀김)
22 : 00 취침
  오늘도 새벽 기상이다. 우리 가이드 투투씨의 엄격한(?) 일정 관리에 의해 우리는 모두 두 말 없이 또 새벽에 일어나 잠도 깨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텐트를 접고 차에 오른다. 가는 길에 어느 주유소 마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 시간 무렵 초베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Thebe River Safari 캠프에 도착한다. 점심을 먹고 일부는 게임 사파리를 나가고(이곳 국립공원은 개체수가 많은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있어 아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사파리를 선택하지 않은 우리는 시내로 나가 둘러보기로 한다. 시내라야 해 봐야 큰 마트 하나와 패스트푸드점 몇 개, 주유소 그리고 작은 재래시장이 전부이다.  

(↑Thebe River Safari 캠프의 수영장)

(↑Thebe River Safari 캠프에서 바라본 초베강) 

(↑시내의 좌판들)

 

  시내에서 돌아와 사파리를 나간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초베강 크루즈를 나간다. 초베강은 앙골라에서 발원한 아프리카 남부 최대의 강인 잠베지 강이 보츠와나로 흘러들면서 바뀐 이름이라고 한다. 이 강은 다시 70여km를 더 흘러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로 흘러간단다. 강 중간에 넓은 초원이 펼쳐진 세두두 섬은 그 동쪽은 짐바브웨, 서북쪽은 나미비아, 북단부는 잠비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니 참 재미있다.

  우리 차가 도착하자 강가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여행객들을 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 중 제일 큰 배에 올랐다. 비슷한 시간에 다른 배들도 손님을 태우고 하나둘씩 출발하기 시작한다. 배를 운전하고 안내까지 맞은 선장 겸 가이드는 아주 유쾌한 사람이다. 흥을 북돋기도 하고 지형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큰 배를 동물들을 잘 볼 수 있는 위치까지 세워 주기도 하면서 매우 바쁘게 움직인다. 초베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집단을 형성하며 사는 코끼리라고 한다. 강 주변이나 중앙에 있는 섬에서도 역시 눈에 많이 띄는 동물 중 하나다. 그리고 악어, 임팔라, 기린, 스프링복, 물소도 차례로 볼 수 있었다. 유난히 좀 이상한 냄새가 나는 지역이 있었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일부가 뜯겨져 죽은 코끼리의 사체가 물에 떠 있다. 근처의 악어가 와서 사체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니 악어들의 밥이 돼 주고 있는 모양이다. 잔인해 보이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했지만 이것도 자연의 섭리니 삶과 죽음 앞에 어떤 생명인들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다.

(↑초베강 크루즈에 나선 크고 작은 배들) 

(↑유쾌한 우리 가이드 겸 선장) 

(↑우리가 만난 여러 동물들)

 

  초베강 크루즈의 하일라트는 석양이다. 한 마디로 장엄하고 경이로웠다. 여행하면서 석양이 아름답다는 세계 몇몇 곳을 다녀보긴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사는 부산의 낙동강 하구의 해질녘을 참 좋아한다. 하늘과 강물, 바다가 어울어져 신비로운 보랏빛을 띤 붉은 노을은 그저 넋놓고 한 동안 바라보아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지만 초베강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내 기억 속 낙동강의 노을이 떠올라 나는 잠시 멀고 먼 아프리카 대륙 이 낯선 곳에서 다소 낭만적인 향수에 젖는다.

(↑초베강의 아름다운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