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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 남태평양/2019년 7월 팔라우

팔라우 코로르(Koror) 시내 돌아보기


2019년 7월5일() 맑음

03:40 팔라우 공항 착륙

04:30 픽업 차량 출발

04:50 숙소 West Plaza Coral Reef Apartment 도착  

09:35 West Plaza Coral Reef Hotel 아침 식사

14:00 숙소 출발

14:20 에피슨 박물관(Epison Museum)   

15:00 수족관(Palau Aquarium) 입장료 10$  

17:00 일식집 Tori Tori(라이스페이퍼롤, 돈까스, , 사이다) 22$

  

   공항청사는 작고 볼품없다. 오래 전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수기로 티켓을 발권하고, 직원이 일일이 짐을 나르던 모습을 본 이후로 이런 낡고 누추한 공항 풍경은 익숙할 뿐더러 오히려 정겹다. 공항을 나서자 어둠 속에서 덥고 습한 열대의 바람이 살갗에 감긴다.

   

(↑소박한 공항 청사 내부)


   공항에서 만난 예약해 둔 차량의 기사를 따라 젊은 중국인 커플과 함께 픽업 차량에 오른다. 어둠 속에서 언뜻 언뜻 비치는 차창 밖 풍경은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는 듯하다. 잠시 후 2002년 일본에 의해 재건돼 팔라우-일본 우정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코로르-바벨다오브 다리(KB Bridge)를 지나 코로르 시내에 들어선다. 지도에서 본 대로라면 지금 달리는 이 길이 코로르 주도로(Main Street). 이 메인스트리트 중간쯤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길끝에 내가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인 West Plaza Coral Reef Apartment가 있다. 기사님은 친절하게도 내 가방을 들고 2층 데스크까지 안내해 준다. 기다리던 숙소 직원이 반갑게 맞아 주고 4층 방으로 나를 데려간다.

 

   방은 미리 에어컨을 켜 두어 추울 지경이다. 나는 침대 옆에 짐을 던져두고 2시간 후 알람을 맞춰놓고 잠을 청한다. 눈을 뜨고 커튼을 걷었더니 바로 바다가 보인다. 섬이니 웬만한 곳에서는 바다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싼 숙소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웬 횡잰가 싶다. 새벽에 직원이 챙겨준 아침 쿠폰을 들고 데스크가 있는 2층으로 간다. 직원은 숙소에서 약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West Plaza Coral Reef Hotel로 나를 데려간다. 그녀는 호텔과 내가 묵는 아파트는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알려 준다. 그리고 내가 묵고 있는 아파트도 원래는 호텔로 쓰였다고 한다. 호텔 2층 식당에서 쿠폰을 주고 토스트, 달걀 프라이, 베이컨, 커피가 포함된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고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락아일랜드 투어를 알아 보려고 직원을 찾았더니 알아봐 주겠다고 하고 올라가 있으란다. 잠시 후 방으로 온 직원이 나오라기에 따라갔더니 같은 층의 다른 방으로 간다. 안에서 동양인 여자가 나오는데 한국인이란다. 직원은 내일 투어 예약을 도와줄 거라고 한다. 이 한국인 여자는 부부가 함께 팔라우에서 다이빙샵을 하는데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단다. 친절한 한국인의 도움으로 내일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다.

(↑숙소 내부)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

(↑숙소 전경)

 

(↑아침 식사)


   방으로 돌아와 한참 게으름을 부리다가 밖으로 나갔다. 워낙 작은 도시인데다 대중교통이 없는 까닭에 걸어서 근처 몇 군데를 둘러보기로 한다. 우선 에피슨 박물관(Etpison Museum)으로 갔다. 박물관의 부지를 제공한 팔라우의 3대 대통령 능기랏켈 에피슨(Ngiratkel Etpison)의 이름을 따 건축한 역사 민속 박물관이다. 한낮의 뙤약볕을 지나 다달은 박물관은 그 규모가 꽤 소박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 지경이다. 그런데 작은 매표 창구에서 입장료를 보니 10$나 한다. 나는 10달러나 내고 이 작은 박물관에서 뭘 볼 수 있을까 싶어 잠시 망설이다 그냥 돌아서 나왔다.

(↑숙소 근처 풍경)

(에피슨 박물관(Etpison Museum))

 

   다시 기세등등한 한여름 열기 속으로 한참을 걸어 시내로 갔다. 중간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팔라시아 호텔(Palasia Hotel) 로비에 잠시 머물렀다가 메인도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팔라우 아쿠아리움(Palau Aquarium)이다. 아쿠아리움 치고는 역시 아담하다. 다시 그냥 돌아갈 수 없어서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입장료 10달러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 봤다. 전시된 물고기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 딱히 신기하거나 눈길을 끄는 것도 없었다. 작은 전시실을 나와 보니 마침 직원이 야외 어항(?)에 먹이를 주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소박하지만 작은 정원처럼 꾸며놓았다. 눈부시게 맑은 햇살 아래 서서 야자수 사이로 바라보는 바다는 짙은 파란색 그대로다. 내가 남태평양 바다에 와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팔라우 수족관(Palau Auarium)



(↑수족관 주변 풍경)

 

    아쿠아리움에서 나와 어느 블로그에서 본 일식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는 식당인데도 거의 모든 메뉴가 10$ 내외거나 그 이상이었고, 내가 시킨 스프링롤은 맛이 그저그랬고, 돈까스는 밥을 따로 주문해야 했다. 이 동네 식당이 비싼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음식의 질이 가격에 영 못 미치는 것 또한 여행객이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란 생각이 든다. 근처 슈퍼마켓에도 가 봤는데, 생산 시설이 없는 나라라 그런지 대부분이 수입품이고 따라서 대체로 비싼 편이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갈 때 즈음엔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한낮보다는 걷기가 훨씬 수월했다. 양산도 접어 든 상태라 주변을 여유 있게 둘러보며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숙소가 있는 곳을 향해 메인 도로에서 꺾어 들어서는데 하늘도 구름도 바다도 온통 붉은 빛이다. 그야말로 천지가 불타는 석양이다. 나는 혼자 탄성을 지르며 무언가에 홀리 듯 숙소가 있는 바다쪽을 향해 걷는다. 길이 끝나는 곳, 바다가 시작되는 지점에 서서 마지막 붉은 빛을 온몸으로 토해낸 해가 사라진 뒤 하늘과 땅, 바다에 어둠이 안개처럼 서서히 스며드는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일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