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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2013년 7월 남부 아프리카

우여곡절 끝에 귀국하기(항공기 결항, 보험 청구)

<항공기 결항 시 대처 및 여행자 보험 청구>

 저는 그 동안 아프리카 트럭킹을 잘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항공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하루 반을 애를 태우다가 8월 16일 오후 겨우겨우 부산에 도착했네요. 원래는 15일 오전 6시 도착 예정이었거든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8월 13일 트럭킹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짐바브웨 빅토리아폭포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까지는 잘 도착했습니다. 원래 일정은 1시간 20분 정도 대기하다가 오후 4시 35분 SA286 편으로 홍콩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홍콩의 태풍으로 인해 홍콩 가는 비행기가 결항된 겁니다. 그래도 결항 첫날은 항공사에서 공항 근처 호텔 1박과 저녁, 아침까지 제공해 주어 편하게 지냈습니다.(천재지변인 경우 다른 항공사는 숙식 제공도 안 해 주기도 하더라고요.)

 

 문제는 다음 날(14일) 홍콩에 날씨가 풀려 비행기가 뜨긴 했으나 두 편을 띄우는 게 아니니 극히 일부 승객들만 당일 날 남는 좌석을 확보해 홍콩으로 떠났습니다. 1차 좌절을 격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자 항공사 측에서는 홍콩편 대신 당일(14일) 밤 11시 40분 출발 예정인 북경편에 좌석이 있으니 바꿔 탈 사람들은 발권을 받으라는 겁니다. 그리고 북경 이후의 여정에 대해서는 각자 알아서 티켓을 구하라더군요. 어쨌든 좌석 확보를 위해 일행 중 한 사람을 발권 카운터로 보내 줄을 세워 놓고 저는 북경에서 부산편을 확보하기 위해 티켓 예약 창구에서 원래 최종 목적지가 한국이니 부산이든 인천이든 좌석을 확보해 달라고 협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북경-인천 좌석은 아예 없고 북경-부산은 8 좌석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마침 한국(인천)으로 가는 다른 팀 4명이 있었는데 우리 일행 3명을 합쳐도 좌석은 충분히 확보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북경표를 확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일행이 와서 우리 순서가 됐으니 어떻게 하느냐고 묻더군요. 분위기가 우리가 있는 곳에서 북경편과 부산편 모두가 확보될 것 같아 여기서 한꺼번에 처리하자고 했죠.

 

 담당자는 이런 경우 우리가 가진 요하네스버그 이후의 여정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을 넣어야 하는데 추가 비용 100$씩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당연히 그렇게 하겠노라 하고 매니저가 와야 한다길래 다시 30여 분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선 북경편 보딩패스를 먼저 확보해 와야 북경-부산편을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부랴부랴 다시 보딩패스를 받기 위해 줄을 서러 갔고 우리 앞에 있던 다른 한국팀 4명은 북경행 보딩패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느리게 전산 처리를 하던 직원이 이미 좌석이 다 찼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는 겁니다. 순간 속된 말로 우리는 맨붕(?)이라는 걸 겪었습니다. 소리도 질러 보고, 냉정하게 따져도 보고, 애원도 해 봤으나 좌석이 열리지 않으니 아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직원은 우리에게 일단 스탠바이를 걸어놓고 저녁 9시에 다시 오라는 겁니다. 그때 혹시 취소되는 좌석이 있으면 보딩패스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요. 기가 막히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어 스탠바이 순서가 1, 2, 3번임을 확인하고 다시 북경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확인증(사실은 예약증)을 하나 받아뒀습니다. 이제 문제는 당일 북경편을 탈 수 있으면 귀국이 가능하지만 만일 탈 수 없는 상황이면 우리는 어찌 해야 할까요? 직원은 홍콩편은 모두 만석이라 19일(월) 이후에나 좌석을 예약할 수 있고 북경편은 격일 운행이라 16일(금)편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일단 저녁 9시까지 기다려 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확인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아침 8시 40분에 공항에 나와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이리저리 다니며 애를 태우기만 했지 아무 소득이 없었습니다.

 

 점심 겸 저녁을 대충 먹고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내다가 9시가 조금 못 되어 다시 항공사 티켓 예약 센터로 갔습니다. 우리가 낮에 그렇게 싸우고 부탁을 했던 직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교대 근무자 두 사람이 있더군요. 다시 처음부터 모든 사정을 얘기하고 낮에 받아 두었던 예약증을 들이밀었더니 느린 전산 처리 때문에 30여 분이 지난 후에야 두 사람의 좌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일단 부산으로 오는 저와 저희 학교 동료 선생님 보딩패스는 가능하게 되었는데 앙골라에서 1년간 일하시다 댁으로 휴가 가신다는 아저씨 한 분의 티켓이 뭔가 이상이 있는지 좌석 확보가 안 된다는 겁니다. 다시 30여 분을 애를 태우면서 창구 앞에서 애원하고 비는 시늉을 했더니 낮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북경-인천행 좌석이 있으니 가겠느냐는 겁니다. 원래 댁이 춘천이라 그분도 원래 계획대로 인천까지 좌석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피말리는 하루였어요.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건 낮에 우리 앞에서 요하네스버그-북경-부산편으로 변경한 일행 4명은 모두 1인당 100$씩을 지불했는데 저희에게는 그런 말을 안 하더군요. 거기다 그 사람들은 원래 인천으로 가야 하는데 부산으로 가게 됐으니 다시 부산-인천편을 타야하는 수고로움도 겪어야 하고요. 그리고 당일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며 홍콩으로 떠났던 팀(한국 단체 17명)은 끝내 홍콩-인천 편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행기를 탔으니 홍콩에서 인천행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또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겁니다. 결국 하루종일 애를 가장 많이 태운 우리 세 사람은 원래대로 각각 목적지로 가게 되었고 여정 변경에 따른 추가 요금도 물지 않게 되었다는 거죠. ㅎㅎ 인생은 세옹지마라더니 이제사 하는 말이지만 참 사람 일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한 가지 참고할 만한 사항 알려드릴게요. 저는 평소 여행자 보험을 따로 들지 않고 환전할 때 환율 우대를 조금만 받고 여행자 보험을 들어달라고 하거든요. 제 주거래은행이 신한은행이라 이번에도 여행자 보험(현대해상)을 들었는데요 여기 조항에 10시간 이상 악천후나 예정되지 않은 파업, 하이제킹 등으로 여행이 지연되었을 때 보상해 주는 조항이 있어요. 환전 금액에 따라 차등이 있지만 저는 보상 한도가 20만원까지 가능했어요. 기본적으로는 항공사에서 결항에 관한 확인서를 주는데 이걸 꼭 챙기시고 변경 전 e-티켓과 변경 후 탑승권, 지연되는 시간 동안 사용한 필요 경비(숙박, 식사, 기본 생필품 등) 영수증 등을 챙겨 청구하면 됩니다. 좀더 상세한 건 가입할 때 주는 보험 증서나 접으면 손바닥 반 만한 작은 리플릿 등을 잘 챙겨놨다가 현지에서 수신자부담 전화를 해서 상세하게 물어 보시면 됩니다. 아, 제 동료도 환전시에 여행자 보험을 부산은행(동부화재)에서 들었는데 이 사람의 경우는 약관이 달라 해당이 안 된다는군요.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실 때 이런 것들도 꼭 챙겨보고 가입하시면 위급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