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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013년 2월 필리핀

2013년 2월 필리핀-보홀(Bohol)

2013년 2월 22일(금) 깔리보(Kalibo)->(마닐라)->보홀 비->흐림
07:20 호텔 직원 로넬 팁 50p

07:30 RB Lodge→깔리보 공항 트라이시클(100p/2인)+팁 70p

07:45 공항세 40p

08:35 깔리보 공항 커피 60p

10:40∼12:20 깔리보→마닐라 

12:40 점심 도넛 25p, 망고주스 45p

16:10 BQ 몰 짐 보관료 50p, 오션젯 세부 편도(Open air) 420p

17:00 공항→숙소(L'Elephent Bleu) 트라이시클 300p

18:00 Hidden Dream 저녁(오징어, 새우, 꼬지구이, 밥) 320p

20:00 물, 산미구엘(맥주), 과자 120p, 숙박비 31,600원

 

  아침에 깨어보니 비는 그쳤으나 날은 흐리다. 7시 15분쯤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어제 그 친절한 직원이다. 준비 됐는지를 살피고 가방을 들고 나가 트라이시클에 싣는다. 배웅하는 그에게 이름을 물으니 '로넬'이란다.

  RB 본관 앞에 기다리던 미국인 아가씨를 태우고 15분쯤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Zest air 체크인 카운터로 가 9:30 깔리보->마닐라, 13:00 마닐라->보홀 딱빌라란 비행기를 연계해 짐을 보낼 수 있느냐니까 안 된단다. 일단 마닐라에서 짐을 찾아 다시 딱빌라란까지 보내야 한단다. 마닐라에 도착해 2시간 반 정도 시간이 있으니 뭐 여유가 있을 것 같아 안심한다. 그런데 흐린 날씨 탓에 비행기가 제 시간에 이륙하기는 커녕 마닐라에서 와야 할 비행기가 도착하지도 않았다. 10시 10분이 돼서야 비행기가 도착하고 짐도 다 부리지 않은 비행기에 탑승을 시킨다. 그러고도 한참을 기다려 비행기는 10시 50분에야 이륙한다. 기장의 말로는 비행 시간이 약 40분 정도라니 빠르게 움직이면 마닐라에서 보홀행 비행기는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비행기는 마닐라 상공에서 짙은 구름 탓에 착륙하지 못하고 약 30분 이상을 고도를 높였다 낮췄다를 반복하며 선회했다. 그 동안 나는 다음 비행기를 놓치는 것보다 이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짐 찾는 곳에서 해당 항공사 직원에게 보홀행 전자 항공권을 보여 주며 탈 수 있느냐니까 무전기로 미리 연락해 탈 수 있을 거란다. 짐만 겨우 부치고 탑승 게이트로 갔더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기도서도 날씨 탓에 비행기들이 지연 출발되는 모양이다. 도넛과 주스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넋을 놓고 앉았는데 방송에서 어설픈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부른다. 순간 나는 탑승 게이트를 잘못 찾아 비행기를 놓친 줄 알고 휴게실에 있던 승무원에게 달려가 방송으로 내 이름이 불렸는데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다급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무심하게 항공사 데스크를 가리킨다. 얼른 가리키는 곳으로 뛰어가 내 이름이 불렸는데 무슨 일이냐니까 좌석이 바뀌었다며 짐표를 떼어 새 보딩패스에 붙여 준다. 순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호들갑을 떤 내가 너무 민망해 조용히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는 오후 2시가 되어 이륙했고 딱빌라란 공항엔 3시 10분쯤 도착했다.

 (Zest air 항공기)

 (보홀 상공)

(딱빌라란 공항)

 

  공항에서 예약한 숙소가 있는 팡라오 섬까지 300페소에 트라이시클을 대절했다. 섬을 건너는 다리 근처에서 3일 후 세부로 나오는 페리 티켓을 사야 한다니까 기사 아저씨는 방향을 돌려 근처 BQ 몰 2층인가 3층인가에 있는 어느 상점으로 데리고 간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기도 어려운 곳인데 희안하게도 안에 오션젯 티켓 파는 곳이 있다. 에어컨이 없는 open air(3등석 쯤에 해당하는 듯하다.) 편도 티켓을 420페소(부두세 포함)에 샀다. 
  가는 도중 기사 아저씨는 몇 년 전 부산에서 2년 간 일한 적이 있다며 남포동에 갔던 얘기며 소주에 김치찌개 안주가 제격이란 말도 한다. 트라이시클로 약 30여분을 달려 엘리펀트 블루에 도착했다. 기사는 짐을 내리고, 섬을 나갈 때 픽업을 나오겠다며 언제 갈 거냐고 묻는다. 숙소를 하루만 예약한 터라 옮길 수도 있어서 일단 전화번호를 받아두고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정해지면 떠나기 전 전화하겠다고 한다. 엘리펀트 블루(L'Elephent Bleu)는 가격 대비 그리 방 상테가 나쁘진 않았다. 알로나 비치와도 40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다니기도 좋았다.

(이름이 Jun이라는 기사 아저씨)

 

  짐을 넣어 놓고 내일 초코릿 힐 투어를 알아보기 위해 알로나 비치 쪽으로 갔다. 몇 명의 호객꾼들이 투어 상품을 팔고 있었는데 대개 봉고차나 승용차로 초콜릿힐을 비롯해 6 군데 정도를 도는 일정으로 입장료와 점심 값이 포함되지 않은 차량비만 1인당 1,000페소 정도 했다. 물론 차량의 상태나, 이미 팀이 짜진 상태에서 추가하는 경우는 약간의 협상의 여지는 있어 보였다. 바닷가를 돌다가 6명이 이미 예약된 팀에 합류하기로 하고 800페소에 예약한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은 해변 입구 <Hidden Dream>에서 오징어, 새우 구이로 해결하고 유명한 산미구엘 맥주도 한 캔 사 들고 와 방에서 마시며 보홀 무사 도착을 자축한다.

(Hidden Dream에서의 저녁 식사)

 

2013년 2월 23일(토) 팡라오 섬(보홀) 맑음

08:10 Countryside 1day tour 800p

08:20 Citadel 1박 숙박료 700p

08:30 투어 출발

09:10 초콜릿 힐 입장료 50p, 과자(바나나칩(25×2), 피넛키세스 20, 땅콩강정 25×4) 170p

11:20 Man Made Forest

11:30 타르시어 원숭이(안경 원숭이) 보호소 입장료 60p

12:20 행잉브릿지 사용료 20p, 과자(피넛핑거) 140p

12:55 로복강 근처 식당 점심(돼지고기 찌개, 밥, 콜라) 68p

13:20 나비 박물관 (입장료 35p-안 들어감)

13:50 뱀 동물원(입장료 35p-안 들어감)

14:20 바클라욘 성당(Baclayon Chuch)

15:20 팡라오 섬 숙소 도착, 엘리펀트 블루 파인애플 주스 75p

18:00 대장금 저녁(된장찌개) 350p

 

  8시 10분 아침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 가 주문을 하고 있는데 어제 그 투어를 예약했던 청년이 와 있다. 8시 30분 출발이라고 했는데 차가 이미 도착했단다. 일단 아침은 취소하고 방을 이틀 더 쓰겠다고 했더니 이미 예약이 찼단다. 이런, 부랴부랴 올라가 대충 짐을 쓸어 담아 내려와 짐을 맡기고 투어에 나선다. 엘리펀트블루에서 600여 미터쯤 나가니 론리에 소개된 시타델(Citadel)이 보인다. 기사가 예약된 다른 손님들을 데리러 간 사이 방(더운 물 샤워가 안 되고, 공동욕실, 팬 룸)을 700페소에 이틀 예약한다. 이제 투어에서 돌아와 묵을 방은 해결됐으니 여유롭게 투어를 즐기면 된다.
  차로 40여분을 달려 처음 도착한 곳은 유명한 초콜릿힐이다. 먼 옛날 바다였던 이곳이 융기하여 이루어진 지형이라는데 참 희한하게도 키세스 초콜릿을 흩어놓은 것 같은 언덕들이 넓은 평원에 수없이 펼쳐져 있다. 214개(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214개로 만들었다는데 올라가며 세어 보진 않았다.)로 이루어진 계단을 오르면 이 기이한 언덕들이 늘어선 평원을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View Point)가 있다. 특히 전망이 좋은 자리는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법의 빗자루(?)도 비치해 두고 사진사들의 지시대로 포즈를 취하는 관광객들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북쪽 바나웨의 라이스테라스와 이곳 보홀의 초콜릿힐을 꼭 보고 싶었는데 이로써 이번 여행의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룬 셈이다. 

 

(초콜릿 힐)

 

  차는 다시 초콜릿힐을 오면서 지나쳤던 맨메이드 포레스트(Man made Forest)에 선다. 그냥 차가 지나다니는 숲길인데 약 2.5km에 이름 그대로 사람이 마호가니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었다는 곳이다. 잠시 사진을 찍고 5분 정도 달려 차가 다시 선 곳은 보홀의 상징인 귀여운 타르시어 원숭이(안경원숭이)가 사는 공원이다. 손바닥에 쏙 들어올 만한 크기의 이 작은 원숭이는 숫자가 많지 않아 보호하고 있는 종이라는데 숲속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몸을 착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간중간에 공원 관리인들이 배치되어 나이며 습성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작고 한없이 귀여운 모습의 이 원숭이들을 뒤로 하고 차는 다시 흔들다리인 행잉브릿지 앞에 선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는 사용료 20페소를 주고 굳이 건너고 싶지 않았으나 어느 인터넷 후기에 이 다리 건너에서 산 보홀의 특산품인 땅콩 과자가 맛있다고 해 지나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다리를 건넜다. 상점 아줌마는 포장은 다르지만 맛은 비슷하다며 길게 생긴 것은 '피넛핑거', 키세스초콜릿 모양은 '피넛키세스'라고 했다. 결국 이 과자를 사고 흔들다리를 다시 혼자 건너올 수 없어 역시 지나는 청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과자는 세부 시내 아얄라몰 슈퍼에서도 많이 팔았다. 

 (맨메이드 포레스트)

 (타르시어 원숭이)

(행잉브릿지)

 

  원래 대부분의 투어는 점심 식사를 로복강 투어를 하며 배에서 부페식으로 먹는다는데(400페소) 이미 예약이 돼 있던 이 팀은 로복강 투어를 생략하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도 하는 수 없이 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로복강 투어는 포기해야 했다. 점심 식사 후 나비 박물관, 뱀과 타조가 있는 작은 동물원에 들렀으나 별 관심이 없어 입장하지 않았다. 차는 2시 20분쯤 오전에 가면서 지나쳤던 바클라욘 성당(Baclayon Chuch) 앞에 선다. 1592년 처음 지어져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 된 성당이라는데 그을린 듯한 외벽이 오래된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이 그을린 외벽에 예수의 형상이 보인다는 설도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무슨 식이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잠시 후 장례 행렬이 지나간다. 성스럽고 경건한 분위기에 오열하거나 통곡하지 않고 사람들은 침묵하며 행렬을 따른다.

(바클라욘 성당)

(장례식 행렬)

 

   로복강 투어를 생략해서인지 차는 예상보다 1시간쯤 일찍 숙소가 있는 섬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정산을 하던 이 가족들의 대표인 듯한 사람이 기사에게 미리 얘기했던 돈을 다 주려하지 않는다. 이유는 원래 자기네 가족들만 투어에 나서기로 했는데 나를 끼웠으니 내게 받은 돈 만큼 빼고 주겠다는 뜻인지 차 안에 앉은 나를 자꾸 가리키며 옥신각신한다. 기사는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그쪽이 완강하게 나오니 일단 나를 데려다주고 다시 가 해결하려는지 화를 내며 돌아선다. 나는 차 안에서 나도 그쪽 일행 때문에 로복강 선상 투어를 못했으니 당신들이 내가 낸 투어비를 들먹일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돈을 다 주라고 끼어들고 싶었으나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제대로 말도 다 못하고 오해가 생길까봐 잠자코 앉아 있었다. 난처한 표정으로 분을 삼키는 기사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돌아가서 나머지 돈을 꼭 다 받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2013년 2월 24일(일) 팡라오 섬(보홀) 맑음
10:00 Citadel 1박 숙박료 700p

10:30 구운 옥수수 55p

16:30 세부항→Quest Hotel 택시 150p

16:40 간식 15p

17:00 대장금 김치찌개 350p

20:00 빵, 물, 과자, 맥주 등 185p

 

    오늘은 보라카이에서 끝내 하지 못해 아쉬웠던  바다에도 들어가 보고 해변 그늘에도 누워 보겠다는 일념으로 원피스 안에 챙겨온 수영복을 입고 해변으로 나선다. 오전 10시 반, 해변 입구에서 구운 옥수수를 하나 사서 들고 백사장으로 가 자리를 펼 적당한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선다. 한쪽 끝으로 갔더니 현지인 젊은 엄마 둘이 밥을 먹고 앉아 물속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다. 두어 살 쯤 된 아이 하나는 물속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모래밭에 누웠다 앉았다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종종걸음을 치며 혼자 논다. 아이가 하도 귀여워 사진도 찍고 말도 걸어본다. 그리고는 엄마들이 앉은 자리 옆에 슬그머니 짐을 놓고는 원피스를 벗어 수영복 차림으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물속으로 들어간다. 가슴 정도 깊이에서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며 나도 소리를 지르고 파도에 흔들려 본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던 계집애 하나가 내게 다가오더니 묻는다. "What's your name?" "Shin!"이라고 했더니 놀고 있던 아이들에게 다가가 나를 가리키며 "shin"이라고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다가가자 두어 명이 웃으며 내게로 와 "shin"이라며 가르쳐 준 이름을 불러준다. 아이들이 참 예쁘다.

(팡라오 섬 알로나 비치)

 

  물에서 나와 나도 야자 나무 그늘 아래 큰 타올을 깔고 누워 본다.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이 눈부시다. 발끝에 닿는 모래의 간지러움, 파도에 밀려 흔들리는 사람들, 여기저기 떠 있는 작은 배, 먼 수평선... 이 모든 풍경이 온전히 나의 것이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한없이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그저 보낸다. 잠시 잠들었나 싶었는데 게으름을 부리는 동안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아쉽지만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