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인가 몸이 자꾸 처지는 느낌이 가시지 않아서 부산시 교육청 한국어 교실 강사 신청도 하지 않고 여행을 갔었다. 여행 일정을 다소 앞당겨 돌아와 2월 초 폐 수술을 하고, 또 다시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산뜻하게 회복되지 않아 무엇을 할까 생각이 많았는데 한국어 파견교원 공고를 봤다. 솔직히 다시 파견 생활을 할 자신이 선뜻 나지 않았지만 더 늦기 전에 한번은 더 도전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24년 해외 현지 초·중등학교 한국어교원 파견 사업 하반기 공고
구분 | 일정 | 비고 | |
모든 지원자 |
공고 및 서류접수 | 6.10.(월) ~ 6.25.(화) 16시까지 | 한국시간 기준 |
온라인 설명회 | 6.19.(수) 14:00 ~ 15:00 | 사업 소개 및 질의응답 | |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 6.28.(금) 16시 이후 | 교안 제출 및 면접전형 안내 | |
온라인 인성검사 | 7.1.(월) 13:00 ~ 15:00 | 서류전형 합격자 필수 참여 | |
면접전형 심사 | 7.4.(목) 10:00 ~ 18:00 | 오프라인 면접 | |
면접전형 합격자 발표 | 7.10.(수) 16시 이후 | 이메일 통보,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 제출 | |
최종 합격자 |
국내 온라인 사전 연수 | 7.15.(월) ~ 7.19.(금) | 최종합격자 별도 안내(이메일) |
국내 오프라인 사전 연수 | 7.22.(월) ~ 7.25.(목) | ||
출국 | 각국별 비자 발급 완료 시 | 2024.08 ~ 10 출국 예정 |
채용 일정에 따라 서류를 준비하고 기한에 맞춰 등기로 서류를 제출했다. 1차 서류 전형 합격 통지를 받고, 2차 면접 및 수업 시연 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 나이에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그렇지만 지원한 이상 훗날 부끄러워 하거나 후회할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해 보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면접에 응했다. 다행히 합격 연락을 받았고, 1순위 희망 국가는 아니었지만 파견국은 베트남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 사전 연수
1. 온라인 사전 연수
- 일시 및 시간: 2024. 7. 15.(월) ~ 7. 19.(금), 10:00~15:00
- 교육 내용: 베트남어 및 현지 문화, 안전교육
최종 합격 통지를 받고 비자 발급, 항공권 구매 등을 위한 여러 서류들을 급히 준비해 1, 2차에 걸쳐 제출했다. 그렇게 정신 없이 며칠을 보내고 나니 온라인 연수가 시작됐다. 6개의 성조가 있는 낯설고 어려운 베트남어를 급히 배우느라 처음의 의욕은 이내 사라지고 머리가 갑자기 멈춰 버린 느낌이 들었다.
2. 합숙 사전 연수
- 일시: 2024.7.22.(월) 13:00 ~ 7.25.(목)
- 숙식 장소: 부산외국어대학교 C동 기숙사
- 연수 장소: 부산외국어대학교 D동 트리니티홀 D320
- 교육 내용: 복무 교육, 안전 교육, 한국문화 교수법, 교과 현지 교수, 한국어 평가론,
분임토의 A(교안 작성 및 시범 강의), 분임토의 B(기 파견 교원과의 대화 및 정보 전달)
뭔가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 채, 온라인 연수로 일주일을 보내고 그 다음 주엔 바로 합숙 연수를 받아야 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가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교사 파견의 모든 과정을 진행하므로 면접부터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었다. 다만 학교의 위치가 내가 사는 지역과는 꽤 먼 거리(버스-지하철-버스로 환승, 약 1시간 20분 소요)여서 집에서 출발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했다.
타 지방에서 오는 분들을 고려해 첫 날 등록이 오후 2시였고, 교육 시작은 3시 이후여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30분 이상 일찍 도착한 나는 지정된 등록 장소인 기숙사 입구에서 등록을 마치고 1인 1실의 방을 배정 받은 후 짐을 먼저 풀었다. 널찍하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게 잘 정돈된 2인실이었고 미리 안내 받은 대로 이불과 베개밖에 없었다.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은 전기를 쓸 수 있는 콘센트가 책상 아래 하나뿐이어서 하는 수 없이 지하 편의점에서 멀티탭을 사야 했다.
전체적인 연수는 매우 화기애애하고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연수를 진행하는 세 분의 담당자들이 함께 합숙을 하면서 시종일관 바쁘게 움직이며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주었다. 담당자 세 분에게 특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또 연수를 함께 받은 동기 선생님들도 서로 배려하고 협력해서 조별 활동도 무리 없이 진행했다. 또 다른 지역으로 파견되는 선생님들과도 짧게나마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교육부의 현지 초.중.고 현지 학교 한국어 교원 파견 사업을 담당하는 현지 기관은 대사관, 문화원, 교육원 등 국가별 현지 사정에 따라 다르다. 그 중 베트남 하노이에는 2020년 11월 20일 교육부가 설립한 재외교육기관인 한국 교육원이 그 업무를 담당한다. 따라서 이번에 파견되는 교원들은 모두 하노이 한국교육원의 업무 지시를 받고 교육원에서 배정한 학교에서 수업을 하게 된다.
온라인 연수 기간 중 교육원 부원장님은 각 교원이 담당하게 될 지역과 학교를 미리 이메일로 안내해 주었다. 지역은 하노이와 하이퐁 두 곳인데, 나는 하노이에 배정되었고, 내가 수업을 담당할 학교는 로모노솝 중고등학교(M. V. Lomonosov Middle & High School, Trường THCS và THPT M.V. Lômônôxốp), 하노이 외국어 고등학교(Trường THPT Chuyên Ngoại ngữ, Đại học Quốc gia Hà Nội), 박장 영재고등학교(Trường THPT chuyên Bắc Giang) 세 곳이다. 하노이의 두 학교는 차로 10분(도보 약 40분) 거리에 있고, 박장에 있는 영재고등학교는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라고 한다. 아마 일주일에 한 번 박장으로 출장을 나가는 형식이 될 것이란다.
8월 8일(목)에는 이번에 파견될 교원들과 기 파견 교원, 하노이 한국 교육원 부원장님, 담당자 등이 줌을 통해 만났다. 진행은 부원장님께서 미리 준비한 자료를 보며 설명하는 방식이었는데, 비자 관련 진행 사항, 베트남 도착 후 집 계약, 업무 관련 몇 가지 사항 등을 안내했다. 지난 번(2020년) 세종학당 파견 시에는 헝가리 한국문화원에 도착했을 때, 사전에 담당자를 만날 수도 없었고, A4 용지 한장짜리 주거 및 비자 관련 안내가 전부여서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와 비교해 보니, 참 친절하고 세심하게 배려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예정된 날짜에 순조롭게 비자가 나오길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물론 그 전에 짐을 싸고 오랫동안 비워 둘 집안 정리도 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해야 한다. 그저 무탈하게 모든 일들이 잘 진행되기를 기대한다.